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229)
“없네요.”
스토커 기록 자체가 없다.
정확하게는 이상하다는 식의 신고를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들이 하기는 했지만, 경찰은 그 증거를 찾지 못했다.
단 하나만 빼고 말이다.
“겐조 하다로 씨의 자료는 좀 있네요.”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스토커 짓을 하다니…….”
“뭐, 이제는 안 그러겠지요. 그 때문에 12년을 허송세월을 했으니. 스스로도 반성한다고 하고 있고요.”
노형진은 그 기록을 보면서 계속 머리를 긁적거렸다.
“패턴이 너무 다르군요.”
“패턴이 너무 다르다고요?”
“네.”
피해자와 가족들이 신고한 경우는 제법 많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흔적이 아예 없는 데 반해 겐조 하다로는 그 흔적이 참으로 적나라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게 살인범으로 특정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겐조 하다로가 걸린 건 자신을 감추는 법을 전혀 모르기 때문입니다.”
대놓고 CCTV에 찍히고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전혀 살피지 않았다. 그래서 흔적이 많이 남았다.
“그런데 의심된다는 신고 기록을 보면 흔적 없음, 또는 혐의 없음이거든요.”
사람들의 감각은 의외로 예민한 편이다.
누가 뚫어지게 보고 있으면 그걸 느끼는 경우가 제법 많다.
특히 외모가 되는 사람들은 그런 시선에 익숙하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신고해도 아무것도 없었다.
“두 가지 패턴이 서로 충돌하거든요.”
능숙한 스토커와 어설픈 스토커.
확실히 어설픈 쪽이 겐조 하다로일 것이다.
“능숙한 쪽이 그 살인범이겠군요.”
살인을 익숙하게 하는 타입이라면 분명히 추적에 관해서도 훈련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데요?”
그런 훈련을 받은 살인자라면 킬러를 뜻하는데, 킬러가 여자에게 빠져서 그렇게 위험한 행동을 했다는 것은 여러모로 말이 안 된다.
킬러들은 스스로 감정을 죽이는 법을 알고 있으니까.
그런 게 없다면 애초에 킬러를 못 하기 때문이다.
“감정 훈련을 받지 않은 킬러라는 건데, 그런 게 가능합니까?”
“보통은 가능하지 않지요.”
거기에다 그 당시 사건 기록을 보면 분명 그 사람은 실전 근육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헬스 근육과 실전 근육은 전혀 다르다.
노가다를 뛰는 사람도 근육이 있지만, 그 근육은 순발력이 없는 작업용 근육이다.
“실전 근육이랑 접점을 가질 만한 곳은…….”
노형진은 그녀의 집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아니다.
그저 흔한 도심지였고, 근처에 근육과 관련된 뭔가 있을 리는 없어 보였다.
“다른 한쪽은 술집인데…….”
하지만 술집은 대학가 근처에 있다.
운동부원도 근육이 있겠지만 그건 실전 근육은 아니다.
“그러면 편의점인데 여기도 별거 없는…… 어?”
노형진은 사진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위성사진에 한 지역이 비어 있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숲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이상한데요.”
“뭐가요?”
“아니, 이 편의점 앞쪽 말입니다. 여기에 이렇게 큰 숲이 있던가요?”
“글쎄요? 그때는 그랬는지 모르죠.”
“전혀 그럴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요?”
그러면 이 편의점은 장사가 될 수가 없다.
거기뿐만 아니라 그 앞에는 상권이 제법 큰데, 정작 그 상권을 커버할 수 있는 무언가가 없었다.
‘상권이라는 게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닌데?’
그곳에 뭐든 팔아 주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야 생기는 것이 상권이다.
대학이거나 아파트촌이거나 대규모 기업이라든가…….
‘기업.’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노형진은 다시 화면을 돌려서 화면을 바라보았다.
“기업이란 말이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여기는 기업이 없는데요.”
있는 건 그냥 숲뿐이다.
“상식적으로 이런 노른자위 땅을 숲으로 둔다는 건 말이 안 되죠.”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여기에 뭔가 있는 것 같군요.”
그게 뭔지, 노형진은 확인을 해 볼 생각이었다.
* * *
“자위대?”
실제로 현장에 갔을 때 보인 것은 사진과 달리 육상자위대 주둔지였다.
“역시 그렇군요.”
군대라는 특성상 그 소비력은 상상 이상이다.
하물며 일본의 군대, 즉 자위대는 군인이 아닌 직장인이기에 일과가 끝나면 퇴근을 한다.
당연히 그 앞에 이런 상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전 근육이라.”
자위대.
아무리 사람들이 낮추어 보고 회사원이라고 비웃어도, 결국 업무는 군사 관련이다.
“그들이라면 실전 근육을 가지고 있을까요?”
하지만 박 부장은 왠지 부정적인 시선이었다.
“제가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자위대 사람들을 만나 봤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군인들과는 좀 다르거든요.”
“그건 업무상 행정 처리하는 사람을 만나서 그럴 겁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돌려서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자위대는 100% 모병제다.
당연하게도 그 사람들은 업무가 다 다르다.
“우리나라만 해도 행정 업무를 하는 사람과 실전을 하는 사람이 구분되니까요.”
“그거야 그렇지만…….”
“그리고 일본의 자위대라고 해서 특수부대가 없는 건 아닙니다.”
일반적인 사람은 그 정도 근육을 가질 수 없다.
하지만 특수부대원이라면?
“충분히 가질 수 있지요.”
“일본의 특수부대요?”
“일본의 특수부대를 무시하면 안 됩니다.”
일본 자위대가 아무리 널널하다고 해도, 일본의 특수부대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곳 중 하나다.
“그리고 특수작전군 같은 경우는 미국의 델타포스를 기준으로 훈련을 합니다.”
“어마어마하군요.”
아무래도 동양인과 서양인의 피지컬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델타포스는 그런 미국에서도 엄선된 자들만 가는 곳이다.
그런 곳을 기준으로 훈련하면 실전 근육이 없을 수가 없다.
“답이 나오는군요.”
실전 근육에, 살인 기술에 능하고, 자신을 감출 줄 안다.
“특수전 교육을 받은 자위관이군요.”
바로 건너편에 보이는 편의점.
그리고 그곳에서 일했던 피해자.
“문제는 그가 누군지 알아내는 거네요.”
그건 쉽지 않을 듯해서 노형진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 * *
특수작전군은 일본에서도 유명한 특수부대다.
물론 일본의 특성, 그러니까 군대를 가지고 있을 수 없어서 군軍 대신에 군群이라고 한자가 붙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자기를 감추는 데 능합니다.”
노형진은 자신이 아는 바를 박 부장에게 말했다.
애석하게도 박 부장은 일본의 군대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노형진도 잘 아는 건 아니었지만.
“그들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드러나는 걸 막기 위해 얼굴을 가리고 시선을 피하는 훈련을 받습니다.”
당연히 그 대상에는 CCTV 같은 것도 포함된다.
실제로도 그들과 관련된 공식적 자료에서 얼굴이 드러난 것은 전혀 없다.
그들은 공식 행사에조차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를 쓰고 나간다.
심지어 훈련 자료도 없고 무장에 대한 자료조차도 없다.
“일본의 경찰이 수사를 해도 당연히 안 나오죠.”
자신을 감추는 데 능한 데다가 공식적으로도 일본은 그들의 정보를 감추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왜 살인까지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대충 알 것 같네요.”
그러한 훈련은 대부분 자의식을 과잉시킨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런 훈련은 단순히 체력으로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정신력을 강하게 단련시켜서 그 정신력으로 뛰어넘어야 한다.
“그리고 일본은 그 특유의 정신력 문화가 좀 과하죠.”
오죽하면 정신력 하나면 피지컬이나 무기에 상관없이 이길 수 있다며 반자이 돌격을 시켰겠는가?
물론 상식적으로 2차대전 당시에 일본군과 미군의 피지컬 차이는 1.5배에 달했고 정신력으로 넘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중요한 건 그런 훈련을 받은 사람들은 상당수가 자의식 과잉 상태라는 거죠.”
남이 해내지 못하는 것을 이룩해 냈다는 자신감.
거기에다가 비밀 특수부대라는 고양감.
또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자의식 과잉 훈련.
“하지만 외부에서 보면 그냥 군바리죠. 뭔 뜻인지 알죠?”
“아! 알죠.”
한국 남자들이라면 다 알 수밖에 없는 현실.
군대에서 휴가 나올 때 군복에 두 줄 잡네 세 줄 잡네, 모자에 각을 세우네 마네, 군화에 광을 불광을 내네 물광을 내네 하면서 생쇼를 하지만, 나오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냥 군바리일 뿐이다.
“원 스타도 제대하면 그냥 동네 아저씨라는 말이 있지요.”
딱 그거다. 군대에서 원 스타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지만, 제대하는 순간 그냥 동네 아저씨일 뿐이다. 동네 사람들과 군대에서의 직급은 관련이 없으니까.
“거절당한 게 그 자의식 과잉과 부딪친 거군요.”
편의점 주인 입장에서는 좋은 전략이었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인들은 미녀라면 눈이 뒤집어지니까.
하지만 그 안에 미친놈이 있을 거라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외부에 드러난 적이 없으니 범인으로 지목되지도 않았을 테고요.”
“범인이 특수전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면 상황이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그를 어떻게 찾지요? 노 변호사님 말씀대로라면 존재가 가려진 사람인데요.”
경찰에 신고해도 제대로 조사할 리가 없고, 변호사로서 자위대에 자료를 요청해도 줄 리가 없다.
일단 그들의 신분은 군사기밀로 묶여 있을 테니까.
‘당연히 법원을 통해 요구한다고 해도 줄 리가 없지.’
명확한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의심만으로는 절대로 그를 찾을 수 없다.
“사건을 키워야지요.”
“키워요?”
“네. 그 당시에 겐조 하다로는 이미 범인으로 특정된 상태였습니다.”
그러니 그가 무슨 소리를 하든 외부에서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기사화되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어마어마한 전관들이 붙었고 대동에서 그를 돕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가 한 이야기를 외부에 흘릴 수가 있지요.”
“그가 한 이야기?”
“정확하게는 그가 본 사람에 대해서라고 할 수 있겠네요.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