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31)
“내, 조언해 준다면 벌써 수많은 주주들이 자네에게서 마음이 떠났다네.”
그 말에 사장의 마음이 참담해졌다. 즉, 이미 그를 해직하기 위한 우호 지분들이 충분히 모였다는 뜻. 아무리 노력해도 그가 버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뜻이었다.
“방법은 두 가지네. 자네가 버티면서 회사가 망하는 걸 보든가, 아니면 지금 지분이라도 가지고 나가서 회사가 살아남든가.”
“…….”
“선택하게.”
사장은 결국 고개를 푹 숙였다.
“네…… 알겠습니다.”
“음…….”
서울서부지법의 부장검사인 관필학은 뉴스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송에서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사람은 자신이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친구의 아버지인가 그랬던 사람.
‘그때 전화했더라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관학필이었다. 사실 자신의 딸이 고소당했다는 소식은 벌써 오래전에 들어왔다. 그리고 당연히 상대방에 전화해서 취하하려고 했다. 하지만 전화기를 들기 직전에 본 고소장의 이름은 그가 멈출 수밖에 없었다.
‘노형진이라.’
노형진. 사업하는 친구의 아버지와 다르게 법률의 현장에서 일하는 그는 노형진이라는 이름이 익숙할 수밖에 없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감을 가지고 일단 시간을 끌면서 최대한 상황을 보고자 했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처럼 하지 못한 사람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빠!”
그 순간 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딸.
“무슨 일이냐?”
“아빠, 어떻게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구경만할 수 있어? 내 친구가 얼마나 힘든지 몰라?”
그 말에 얼굴을 찌푸리는 관학필.
“힘들어?”
“그래, 이번에 친구네 집에서 아버지가 잘렸다잖아. 그까짓 변호사한테 압력 넣는 게 그렇게 힘들어?”
“하아, 넌 지금 생각이 없는 거니 뭐니?”
“뭐?”
“천하의 대룡을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한테 전화해서 압력을 가하라고? 네가 아무리 철이 없기로서니 그렇게 눈치가 없으면 어쩌겠다는 것이냐?”
“무슨 소리야?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할 수 있잖아.’가 아니라 할 수가 있어도 안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걸 해 달라니.”
“아, 몰라! 어떻게 해서든 해결해 줘!”
그 말에 관학필은 얼굴을 찌푸렸다.
‘내가 너무 오냐오냐 키웠군.’
어려서부터 애 자존심을 세우겠답시고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검사의 아이라면 어느 정도 자신감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자신감이 아닌 능력도 없이 자존심만 남아 있었다.
‘담배를 폈다고 성희롱?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하아.’
더군다나 딸이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이미 알아본 후였다. 이유도 그렇고 상황 대처도 그렇고 도무지 상식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대처였다.
‘도대체 애를 어떻게 키운 거야?’
애 자존심 세운답시고 애 인생을 망친 아내를 생각하자 화가 난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빠!”
“시끄러워! 이번에는 내가 못 도와줘! 합의하든 벌금을 맞든 네가 알아서 해결해!”
“뭐? 그러다가 내가 감옥 가면?”
“그래도 네가 감옥에 갈 짓을 했다는 생각은 하고 있구나.”
그 말에 딸은 아무런 말도 못했다. 사실이 이게 말도 안 되는 짓이며 명예훼손으로 간다면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는 부장검사다. 분명히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상대방이 자신들보다 훨씬 더 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니.
“감옥에 가야 한다면 가야지.”
“아…… 아빠?”
“네가 자초한 일이다. 안 그러냐?”
“하…… 하지만 아빠…… 나…… 감옥은…….”
“그러면 찾아가서 사과하고 합의서를 써 오든가.”
“뭐?”
“사과하라고.”
그 말에 딸은 멍하니 아버지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표정이 표독스럽게 변했다.
“차라리 감옥에 갈래.”
“허?”
“그딴 새끼한테 사과하느니 감옥에 가고 말래.”
‘이런 미친……. 도대체 애를…….’
사과하는 대신에 감옥에 간다는 말에 관학필은 어이가 없어서 딸을 바라보았다.
“진심이냐?”
“진심이야.”
“알았다. 가 봐라.”
“흥!”
딸이 나가고 난 후 관학필은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한숨을 쉬더니 전화기를 들었다.
“선배님, 접니다. 혹시 시간 있으신가요?”
잠시 후 그는 김성식을 만나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래서 나한테 중재를 요청하는 건가?”
김성식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가 청탁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그런데 자신을 찾아왔다는 건 최대한 선처해 달라는 부탁이라는 걸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학필의 부탁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게 아닙니다. 구속영장을 발부해 주십사…… 해서요.”
“구속영장?”
노형진에게 중재를 요청하거나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 생각했는데 도리어 구속영장이 나올 수 있게 해 달라는 말에 김성식은 어리둥절해졌다.
“사실은 애가 너무 철이 없습니다. 제가 가서 사과하라고 하니 절 표독스럽게 노려보면서 차라리 감옥에 가겠다고 하더군요.”
“뭐?”
“제가 일한다고 너무 아내한테만 맡겼더니…….”
“쯧쯧…… 어이가 없군.”
김성식은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진짜로 감옥에 보내고 싶은 건가?”
“아버지로서 그렇고 싶겠습니까? 하지만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감옥에 대해서 잘 몰라서 저러는 것 같으니 비슷한 곳에 넣어서 한번 인생을 배우게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서요.”
“거참, 이 사람, 머리 좀 썼구만.”
“자식의 일이잖습니까?”
구속되었다고 해서 결코 감옥에 가는 건 아니다. 구속은 말 그대로 도주하지 못하게 임시로 구치소에 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당연히 전과 기록도 안 남는다. 사실 이런 사건은 기껏해야 벌금을 내고 끝일 것이다.
‘그리고 그 벌금은 아내가 나 몰래 내겠지.’
딸이 내야 하는 돈이지만 아내가 낼 건 당연한 일. 그럼 딸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또다시 인생을 허비할 것이다.
“그러니까 구치소에 넣어 달라?”
“네, 벌금도 구치소 노역을 대체할 수 있게 해 주셨으면 합니다.”
구속영장이 떨어지면 아마 난리가 날 것이다. 울고불고 생난리를 치겠지만 어쩌겠는가, 자초한 것인데. 거기에다가 그걸 핑계로 아내한테 교육에서 손 떼라고 선을 그을 수도 있다.
“벌금도?”
“돈으로 낸다고 하면 아내가 몰래 내줄 테니까요. 평생 일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는 아이이니 이참에 정신 좀 차리게 해 주고 싶습니다.”
원래 벌금을 내지 못하면 법원 명령에 따라서 구치소에서 노역으로 그걸 차감해야 한다.
‘그 정도 혼이 나면 세상 무서운 거 알겠지.’
벌금 기록 정도는 세상 사는 데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안에서 온갖 사기꾼들과 거친 세상을 만나게 된다면 어쩌면 정신을 차릴지도 모른다.
“음…… 내가 보통은 청탁은 안 들어주지만 말이야. 도리어 자기 자식 형량을 늘려 달라는데 그건 또 안 들어주기도 그렇군.”
김성식은 씩 웃었다.
“어때요, 형?”
“자고 싶어.”
“왜요?”
“집 앞에 와서 매일 울고불고 하는 아줌마들 때문에 쉴 수가 없다.”
두 여자의 엄마들은 집에 와서 합의서 좀 써 달라면서 울고불고 생난리를 치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구속영장이 나오는 바람에 집안은 박살이 났고 딸들은 매일같이 꺼내 달라면서 연락해 대는 상황이었다.
“그냥 법대로 하라고 하세요.”
“하하하.”
그 여자들이 했던 말 그대로다.
“어차피 자기들이 유리하려고 사건을 키웠는데 그걸 통제할 자신이 없으면 알아서 그 뒷감당을 해야지요.”
애초에 그들은 자신들이 유리해지기 위해서 사건을 키우고 그걸 이용해서 박광석을 쫓아내려고 했다. 사건은 무조건 키우는 게 좋은 게 아니다. 도리어 적당히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방법을 모르는 그들은 자신들의 소속 단체와 더불어서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었다.
“진짜로 감옥에 갈까?”
“아니요. 아마 벌금으로 끝날 거예요.”
“어떻게 알아?”
“그냥 특별한 부탁을 받았지요, 후후후.”
물론 그 벌금이 20~30만 원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못해도 400만 원 이상은 나올 테고 그들은 구치소에서 제대로 인생을 맛보면서 노역해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이제 메인 요리를 할 시간이네요.”
“메인 요리라…….”
이 사건을 일으킨 주범은 아직까지 남아 있다 그녀는 사건이 커지자 어디론가 사라진 후였기 때문에 경찰의 조사에조차 응하지 않은 상황.
“뭐, 도망 다니는 건 한계가 있을 겁니다. 경찰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거든요.”
사실 그녀는 도움받을 만한 곳이 거의 없었다. 이번에 벌어진 일이 전국적으로 드러나면서 그녀를 아는 사람들조차 그녀를 욕하면서 인연을 끊어 버렸기 때문이다.
“잡히고 나면 그 후에 적당한 처벌을 내려야겠지요.”
그래 봤자 형사적으로 벌금일 것이다.
“그럼 그걸로 끝?”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어떤?”
“위기가 곧 기회다.”
“위기가 곧 기회다?”
“네, 그러니까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더 일어나야겠지요.”
“……?”
박광석은 노형진의 말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 그만두거라.”
“아빠!”
“시끄러워! 도대체 얼마나 동네 창피해야겠냐! 그리고 이 집도 내놓고 시골로 내려갈 테니 그렇게 알아!”
“헉!”
집안이 완전히 초상난 분위기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집의 첫째 딸인 김요화가 저지른 일이 전국에 퍼지면서 주변에서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애가 생각이 없기로서니 뭐? 담배를 피웠다고 성희롱? 그것도 모자라서 협박에 명예훼손까지 하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게냐!”
“그…… 그게 아니라…….”
“시끄럽다! 이 집 팔고 시골로 내려갈 테니 그리 알아!”
“하지만 여보…….”
도시 생활에 미련이 남은 그녀의 어머니는 어떻게 해서든 설득해 보려고 했지만 아버지는 단호했다.
“그럼 이 상황에서 장사를 계속할 자신은 있어?”
“…….”
그 둘은 서울에서 제법 커다란 슈퍼마켓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온 동네에 소문이 나면서 오는 손님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오는 사람마다 수군거리기 바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대에 다니는 큰딸이 있다면서 부러워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도대체 애 교육을 어떻게 시켰기에 애가 이 꼴이야? 최소한 상식은 있어야 할 거 아냐!”
“그게…… 아니, 그 애가 먼저…….”
“그래서 지금 내가 담배 피는데 이것도 성희롱이냐? 이 아비도 고소할래?”
“…….”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해도 한도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자신의 딸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남자의 인생을 파멸시키려고 한 데다가 그것도 모자라서 외부 세력까지 끌어들여서 일을 크게 만들었다.
“우리도 변호사를 고용해야 하지 않겠어요……. 일단 내려가는 건 나중 문제로 하고…….”
“3천.”
“네?”
“3천만 원 달라고 하더라. 우리가 무슨 갑부도 아니고 3천이 어디에 있어?”
“새론 쪽은 어때요? 그쪽에서 싸게 해 준다는데.”
그 말에 아버지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당신이 이 꼴이니 애가 이딴 식으로 자라지!”
“네?”
“이 고소를 이끌고 있는 게 새론이야! 그런데 그걸 맡기자는 소리가 나와? 애초에 애한테 관심이라고는 하나도 없잖아!”
“미……안해요.”
워낙 욕을 많이 처먹어서 도무지 이 도시에 살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변호사비도 비싸고 설사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난다고 해도 온 동네 창피한 소문이 났으니 여기서 살 수는 있을 리가 없었다.
“내일 당장 아파트 내놔! 아파트가 팔려야 변호사비라도 건질 거 아냐!”
“하지만…….”
아파트만은 지키려고 하는 엄마와 팔려는 아빠. 그 둘이 싸우려는 찰나였다.
딩동.
“누구세요.”
눈치만 보던 둘째 딸은 누군가 오자 재빨리 가서 인터폰으로 상대방을 확인했다.
-경찰입니다.
“경찰요?”
-네, 여기 김요화 씨 계시지요?
“네?”
불안감을 느낀 가족들은 그쪽을 바라보았다.
“저기…… 없는데요.”
불안감을 느낀 동생이 입을 열었지만 상대방은 단호했다.
-아까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 봤습니다.
“네?”
-열어 주십시오. 안 그러면 강제로 집행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강제로라니…….”
불안감을 느낀 김요화는 격하게 고개를 흔들었지만 아버지는 한숨을 푹 쉬더니 손을 흔들었다.
“결국…….”
“결국이라니요?”
“아까 변호사한테 갔을 때 그러더군. 구속영장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여보! 구속이라니! 무슨 말씀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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