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446)
그들이 도착했을 때 집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폴리스 라인이 쳐진 상태에서 누구도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오광훈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노형진은 그 뒤를 따르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피해자 이름이 뭐라고 했지?”
“곽성수. 나이는 65세.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 사람이야. 총자산은 대략 350억 정도이고.”
오광훈은 노형진에게 대략적인 정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노형진은 더 기가 막혔다.
“65세에 자살이라고?”
“그래, 좀 이상하기는 하지만.”
“특이 사항은 없고?”
“딱히 없는 것 같던데. 그냥 자식들이 돈 가지고 싸운다 정도? 그런데 이 정도 재산 가지고 있으면 안 싸우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그건 그렇지.”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말도 안 된다. 자식들이 하루 이틀 그런 것도 아니었을 테니까.
“혹시 자식들에게 재산을 주거나 한 건……?”
“자식이 세 명인데, 각각 20억씩 줬어.”
“20억?”
“그래.”
적지 않은 돈이기는 하다.
“세 자녀 다 결혼을 했으니까 자립비로.”
“이해가 가는데 말이지.”
노형진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 정도 돈을 척척 줄 수 있는 사람이, 단순히 자식들이 돈 때문에 싸운다고 자살을 한다?
“더군다나 그 인간들에게 준 돈은 일부잖아.”
대부분의 재산은 여전히 사망자인 곽성수에게 속해 있었다.
그러니 싸운다고 해도 그들이 곽성수 앞에서 크게 싸울 이유는 없다.
“아내는?”
“아직 살아 있고, 현재 60세.”
즉,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자살이라…….”
노형진은 착잡한 표정으로 방 안을 살폈다.
확실히 깨끗하고 호화로운 집.
딱히 이상할 게 없어 보이는 공간.
하지만 노형진은 이런 공간을 알고 있었다.
미국에서 한번 봤으니까.
물론 이 공간을 봤다는 게 아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이런 식으로 된 공간을 봤다는 것이다.
“청소된 거군.”
“청소? 무슨 청소? 나 청소 업체 부른 적 없는데? 아, 설마 유가족들이? 아, 씨발. 개새끼들. 검사를 무슨 동네북으로 아나?”
발끈하는 오광훈. 노형진은 그런 그를 손을 들어서 말렸다.
“장난하지 말고. 너도 알 거 아냐? 자살로 꾸며 주는 새끼들 없어?”
“어…… 음…… 소문이야 들었지. 하지만 난 잘 몰라. 너도 알다시피 내가 이끌던 조직에서는 그런 쪽으로는 절대 손대지 않았거든.”
“그럼 그런 조직을 알기는 한다는 거네?”
“뭐, 소문이야 들었지. 정확하게는 청소만 해 주는 게 아니라 살인부터 해 주는 놈들이 있다는 거였어.”
“그래서 실체를 본 적은?”
“없지. 애초에 소문만 무성하지 진짜로 존재하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곳들이잖아.”
“범죄 조직으로는 그렇지. 그런 작업은 생각보다 세심하거든.”
노형진은 눈을 살짝 찡그렸다.
‘청소부’는 상당히 세밀한 직업이다.
그냥 그럴듯하게 자살한 것처럼 꾸미기에는, 현대 과학기술은 상당히 발달했다.
즉, 청소를 한다는 것은 반대로 그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조사가 이루어지며 어떤 검사가 이루어지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보통 그런 곳을 운영하는 건 국가야.”
“뭐?”
오광훈은 순간 움찔했다.
국가 단체에서 청소부를 동원한다는 건 금시초문이었으니까.
“농담이지?”
“농담이라……. 애석하게도 아니야. 일반 조직은 청소를 하는 데 한계가 있거든. 네가 아는 청소부들도 전문적이지는 않을 거야.”
일반 조직은 킬러를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킬러가 자살로 위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가끔 사고로 위장할 수도 있지만, 사고로 위장하는 것과 자살로 위장하는 건 난이도가 전혀 다르다.
“그런데 자살로 위장했어. 일반적인 조직은 이런 거 못해.”
물론 미국에는 그런 조직이 몇몇 있기는 하다.
전문 청소 팀을 운영하는 갱단이나 반사회단체들 말이다.
“하지만 그런 곳은 멤버 수가 최소 1천 명 이상 되는 집단이야. 생각해 봐, 사건을 조작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
외부인을 감시할 사람들이 필요하고, 내부에서 청소를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그런데 그 내부에서 청소를 하는 사람은 법의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깔끔하게 청소를 할 수 있으니까.
그뿐만 아니라, 청소를 하러 가는 과정에 드러날 동선도 가릴 수 있어야 한다.
그 말은 경찰 내부에 정보원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당장 청소에 돌입해야 하는데 발로 걸어 다니며 주변 CCTV의 위치를 확인할 수는 없으니까.
“지금 같은 경우야 자살로 위장한 걸로 보이니까 난이도가 낮지만, 피가 있거나 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니까.”
“하지만…… 뭘 보고? 그냥 깨끗한데.”
“그래서 내가 의심하는 거야.”
아무리 깨끗한 사람이라고 해도 살다 보면 어느 정도 어지럽힐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사람이 결벽증을 가지고 있다면 또 모르지만.
“그런데 이 현장을 봐.”
아주 깔끔하다. 흐트러진 공간이 전혀 없다.
“청소부가 자주 와서 청소할 수도 있잖아? 사실 이런 집에서는 가정부를 쓰는 게 보통 아니야?”
“그건 그렇지. 그런데 말이야, 이거 신고한 사람이 누구?”
“아…….”
최초 발견자는 가정부. 그리고 신고자도 가정부.
“너 같으면 시체가 있는데 거기서 청소하고 있겠냐?”
“아…….”
“그리고 말이야, 생각을 해 봐. 가정부에게 청소를 맡기는 사람이 평소에 깨끗하게 치우고 살까?”
그럴 리가 없다.
어차피 가정부가 있으니까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쓰레기는 그냥 두게 된다.
“그리고 말이지.”
노형진은 오광훈을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그곳은 다름 아닌 2층에 있는 다른 식구의 방이었다.
“이곳이 왜?”
“제법 다르지 않아?”
“제법 다르네.”
확실히 치워지지 않은 공간이다.
더럽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정리가 안 되어 있고 시트도 구겨져 있으며 무엇보다도 여기저기 구겨진 쓰레기가 있다.
“하지만 계단이 있는 마루 쪽은 깨끗해. 왜 그럴까?”
“그, 글쎄. 청소부들이 일하기 귀찮았나?”
“그럴 리가.”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사람이라면 청소부를 못 한다.
“청소부도 사람이니까,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다 보면 스스로 증거를 흘릴 수도 있거든.”
그렇다 보니 확실하게 청소해야 하는 공간, 그러니까 살인이 벌어진 공간만을 청소한다.
정확하게는 살인자의 동선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다.
“여기 말고 또 달리 깨끗한 곳이 있어?”
“깨끗한 곳…… 으음…….”
오광훈은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서재. 확실히 깨끗해 보이기는 하더라.”
“가 보자.”
노형진은 다시 1층으로 내려가서 서재로 들어갔다.
서재는 딱히 어지를 만한 물건이 없다.
그리고 벽의 서가에 가득 꽂힌 책들.
노형진은 주변을 스윽 보다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신문을 바라보았다.
“사건이 벌어진 날이 2주 전이라고?”
“그래.”
“신문 날짜를 봐.”
“신문……. 그러네. 2주 전이네.”
2주 전 신문. 그것도 경제면이다.
어떤 것도 손대지 못하게 했으니 이건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다.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이 그날 신문을 보지는 않지.”
여러모로 타살로 보이는 정황이 나오고 있었다.
노형진은 그걸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이런 상황을 보면 말이지, 이건 아무리 봐도 살인이야.”
“하지만 누가? 가족이?”
“그건 아닌 것 같아. 너무 전문적으로 죽었어.”
자살이야 위장할 수 있다.
하지만 자살 이후에 청소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절대로 이런 식으로 청소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가족들은 가정부가 언제 오는지 알고 있어. 만일 죽이려고 한다면 가정부가 없는 시간에 죽이려고 했겠지. 최대한 발견을 늦추는 방식으로 말이야.”
“하긴 애초에 가족들은 그 당시에 다 해외에 있었으니까.”
결과적으로 누구도 죽이거나 할 이유가 없다.
설사 가족이 죽였다고 해도, 이 정도로 깔끔하게 청소할 수 있는 인원을 살 수는 없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는 이런 청소 팀이 없으니까.
미국에서도 청소 팀을 운영하는 조직은 극히 드물고, 결코 외부로 돌리지 않는다.
그 존재 자체가 어떻게 보면 킬러보다 더 보안 대상이니까.
“그러면 남은 건 국가에서 죽였다는 건데…….”
오광훈은 말을 하면서도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죽은 이가 딱히 정부의 미움을 받거나 표적이 될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사업이 뭐 보안과 관련된 중요한 사업인가?”
“아닌데. 건물 임대업이야.”
“혹시 그 건물을 사는 데 들어간 돈이 뭐 부정한 돈이라거나?”
“이미 그쪽도 알아봤지.”
혹시나 그렇게 번 돈이라면 원한이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정상적인 돈이야. 할아버지 대부터 내려오던 땅이 재개발된 것뿐이라서.”
“그러니까 딱히 원한을 살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을 원해서 한 살인도 아니라는 건데…….”
노형진은 팔짱을 끼고는 턱을 문질렀다.
현 상황에서는 그가 죽을 이유는 없다.
‘청소부라…….’
노형진은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정부라는 조직. 그리고 그들이 운영하는 비밀 집단.
‘돈? 아니야. 돈이 없어서 암살을 한다는 건 말도 안 돼. 그러면 그에게서 뭔가를 빼앗기 위해서? 그럴 거면 그를 죽이는 게 아니라 그의 가족을 대상으로 협박을 하거나 해야 해. 그게 정상이야.’
노형진은 고민을 하면서 머리를 부여잡았다.
‘결국…… 이권. 하지만 이권은 아니다.’
그러면 남은 건 하나뿐이다.
정보.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돈으로는 국가를 뒤집을 수 없다. 하지만 정보는 때때로 국가를 뒤집을 수 있다.
그렇기에 그런 정보를 쥐고 있다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데.’
그는 딱히 비밀을 가질 만한 자리에 있지도 않았다.
오광훈의 자료에 따르면 그는 공직에 있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정치권에 선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평범하게 살았고, 적당히 돈을 번 후에는 한량으로 살았을 뿐 딱히 뭔가를 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정치인이 되려고 한 적도 없었다.
“그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직업을 가졌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보이는데.”
오광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카드 내역이나 생활 패턴이 너무 뻔해.”
일어나서 신문을 보다가 나가서 동네 유지 모임에 들렀다가 그 후에 스크린 골프장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간간이 필드에 나가서 골프를 친다.
딱히 정보 같은 걸 얻을 수 있는 기회 같은 건 없다.
“그러면 말이 안 되잖아, 아무리 그래도 청소 팀까지 동원해서 살인을 한다는 건?”
“그건 그런데.”
오광훈의 말에 노형진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니,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건데? 늙은이가 뭐 원한을 살 일이 있어, 뭐가 있어?”
이건 여러모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국가의 청소부는 국정원 소속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들이 나서서 개인을 살해한다?
‘나 때는 가해자가 대통령의 사돈이라서 그랬다고 이해라도 하겠는데.’
곽성수의 자식들은 이미 다 결혼했다.
며느리나 사위도 나름 잘사는 집의 자식들이기는 하지만 국정원까지 동원될 정도의 집안은 없었다.
‘도대체 왜?’
노형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단 현장은 봤으니 피해자를 직접 보고 싶은데.”
“피해자? 아직 확실한 것도 없는데 그렇게 부르는 건 좀 아니지 않냐?”
“그건 그렇지. 하지만 그것 말고도 다른 게 있기 마련이거든.”
노형진은 차분하게 말했다.
“일단 피해자를 보고 나중에 이야기해 줄게.”
“알았어.”
오광훈은 고개를 끄덕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