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453)
“아마 지금쯤 황국태에게 우리가 자료를 얻었다는 사실이 알려졌겠지.”
노형진은 느긋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런 느긋한 모습에 오광훈은 질려 버렸다는 표정이 되었다.
“넌 걱정 안 되냐? 당장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데!”
“그렇게까지는 못 하지. 아무리 국정원이라고 해도 말이야.”
노형진은 호텔의 창밖을 내다보면서 받아 온 서류를 흔들었다.
“지금쯤 내가 보낸 이메일 내역을 엄청나게 추적하고 있을 테니까.”
노형진은 자신의 계정으로 이메일을 보냈다.
관련 내용과 서류의 스캔본이었다.
“우리를 죽이는 순간 바깥으로 뉴스가 나가는 건 확정적이야. 그러니 우리를 죽일 수도 없어.”
“그래도 되는 거야?”
“원래 비밀은 비밀이 아니어야 위력을 발휘하는 거야.”
“뭐? 그게 뭔 소리야?”
“생각해 봐. 우리가 이 비밀을 꽉 주고 절대 안 풀어 두고 있다면 도리어 우리를 죽이는 게 더 편해지지.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까 다른 사람도 모르거든. 하지만 우리의 생존이라는 조건을 걸고 뿌려 두면 그들도 손쓰지 못해.”
“으음…… 이해는 가는데. 아우, 머리 아파. 난 이런 거 진짜 싫다.”
자기는 모르겠다는 듯 침대에 벌러덩 누워 버리는 오광훈.
“복잡해. 너무 복잡해.”
“너처럼 단순 무식하게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
“그거 칭찬 같지 않은데?”
“칭찬이겠냐?”
노형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일단 우리가 할 일은 이제 기다리는 것뿐이야.”
“누구를?”
“국정원 요원.”
“아니, 그 애들을 왜 기다려? 이미 따라다니고 있는데!”
노형진은 창문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서 커튼을 치고 다른 침대에 걸터앉았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노리겠지.”
“그게 무슨 소리야?”
“아까 말했잖아, 지금 국정원은 내 이메일을 뒤지고 있을 거라고. 난 이 서류를 모조리 스캔해서 이메일로 보냈어. 이미 서류는 우리에게 있는 상황이지. 그러면 이 사건이 문제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긴, 당연히 관련 자료를 지워야지.”
“하지만 그건 우리에게 있잖아.”
“그건 그러네. 그러면 관련자를 지운다?”
“빙고. 정답.”
노형진은 서류를 펼쳤다.
거기에는 그 당시 살아남은 사람들의 연락처가 남아 있었다.
“서류만 있을 뿐이라면 조작이라고 주장하기도 쉽지. 하지만 증인이 있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거든. 지금쯤 국정원에서는 이 사람들을 지우려고 하겠지.”
노형진은 이미 그 당시 생존자들에 대해 알아봤다.
대부분 가난하게 살고 있으며, 딱히 사회적으로 덕망이 있거나 사라진다고 해서 문제가 될 만한 사람은 없다.
“베트남에서 민간인 몇 명 죽는 게 국제적인 문제를 일으킬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을 거야. 그게 현실이고. 애초에 베트남은 치안이 좋은 나라가 아니니까.”
심심찮게 강도 사건이 벌어지고 여전히 밀수된 총기가 돌아다니는 게 베트남이다.
가끔은 정글 깊숙한 곳에서 베트남전쟁 당시에 감춰 놨던 무기들까지 튀어나오는 곳이고.
“그러니 그들이 죽는다고 해도 결국은 그걸로 끝이겠지.”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물론 그 범인이 잡히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지만, 후후후.”
* * *
“표적 확인.”
국정원의 블랙 요원인 이중선은 허름한 집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보면서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주변에 이상 징후 없음.”
-카피.
상대방의 짧은 답변.
이중선은 보고를 마치고는 그곳에서 멀어졌다.
“짜증 나는군. 내가 이러려고 국정원 왔나.”
아무리 애국심을 세뇌한다고 해도 인간의 이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중선 입장에서는 무슨 첩보 작전도 아니고, 민간인에 대한 암살이 탐탁지 않았다.
“빨리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야지. 다른 새끼들은 편하게 에어컨 아래에서 일한다는데, 닝기미. 난 이게 뭐야?”
그는 툴툴거리면서 베트남 특유의 밀짚모자를 눌러썼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확연하게 다른 그의 피부를 감출 수는 없었다.
“지금쯤이면 정리되고 있겠지.”
오늘 표적이 된 여자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명령은 떨어졌고, 그 집행 여부를 결정하는 건 그의 권한이 아니었다.
“빨리 떠나야겠군. 일단 안전을 위해 필리핀 쪽으로…….”
미리 준비한 가짜 여권을 챙기던 이중선은 갑작스러운 소리에 고개를 휙 돌렸다.
탕탕!
타타타탕!
탕탕탕.
그가 감시하던 집, 그곳에서 나는 총소리.
그 총소리를 들으면서 이중선은 일이 실패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런 젠장!”
그의 임무는 그저 감시일 뿐이다.
물론 암살 팀이 따로 들어가고 그들은 모두 무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안전을 위해 전원 소음기를 장착한 총을 쓴다.
그런데 이 총소리는 절대 소음기를 장착한 총성이 아니었다.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일개 개인이 요원들을 대상으로 총격전을 치른다? 이건 말도 안 된다.
더군다나 훈련받은 그는 알 수 있었다.
지금 들리는 총소리는 최소한 네 개 이상이며 모두 다 소총 타입이라는 것을.
“지우개! 지우개! 응답하라! 지우개!”
다급하게 상대방 콜사인을 부르는 이중선.
그러나 상대방의 대답은 신음과 비명이었다.
-함정이다! 당장 탈출을…… 크악!
“젠장, 여기는 크낙새! 올빼미! 상황 확인 바란다!”
높은 곳에서 저격 및 감시를 담당하는 다른 팀인 올빼미 팀.
그런데 아무리 불러도 그들은 대답이 없었다.
“여기는 크낙새. 작전을 실패했다. 알파 지점으로 간다. 다시 말한다. 알파 지점으로 간다. 젠장! 누구라도 응답해 봐!”
하지만 응답이 없는 무전기.
이중선은 어쩔 수 없이 무전기를 옆 좌석에 던지고는 미친 듯이 차를 몰아 감춰진 안가로 내달렸다.
그리고 그곳에 들어갔을 때, 그는 그곳을 지키던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지금 난리가 났어. 도심 한복판에서 총격전이라니!”
“저도 모르겠습니다. 함정이라고만 합니다. 정확하게 알려진 거 없습니까?”
“상대방이 섬광탄으로 우리 애들 싹 쓸어 갔어.”
“섬광탄요?”
“그래.”
이중선은 입술을 깨물었다.
섬광탄까지 썼다는 것은 단순히 갱단이나 개인이 아니라 훈련받은 군사작전 팀이라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 여자가 누구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야?”
팀장은 미칠 노릇이었다.
명령 때문에 암살을 시행하기는 했다. 그런데 순식간에 암살 팀 하나가 그대로 날아갔다.
암살 팀을 키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생각하면 죽을 맛이다.
“가장 큰 문제는 그 새끼들이 우리 애들을 산 채로 잡아갔다는 거야.”
“산 채로요?”
“그래.”
“이런…… 큰일 났습니다.”
차라리 죽었다면, 몰랐다고 우기면 된다.
하지만 산 채로 잡혀간 요원 중 한 명이라도 입을 열면 여러모로 곤란할 수밖에 없다.
“당장 안가를 비워야 합니다. 혹시 모르니 대사관에도 연락하시면 안 됩니다.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말을 이어 가려고 하는 순간 뭔가가 창문을 깨고 날아들었다.
그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다들 일이 글러먹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피해!”
하지만 피할 수가 없었다.
엄청난 충격과 빛. 그리고 무너지는 몸.
섬광탄이었다.
쾅!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중선은 본능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문이 있다고 생각되는 쪽으로 권총을 갈겼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강력한 개머리판이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이중선의 기억은 끊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