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595)
경찰서는 난리가 났다.
서장은 위에서 줄줄이 깨고 내려온 압력에 정신이 날아가 버릴 정도였다.
“너 이 새끼, 미쳤냐? 응? 다른 사람도 아닌 포항시장을 엮어?”
“아니…… 저기, 그게요.”
그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는 진땀을 뻘뻘 흘렸다.
‘아, 씨발. 일이 어쩌다가…….’
아이피를 준 건 웹 하드 업체였다.
그런데 파고들어 보니 가짜였다.
물론 그런 경우 웹 하드 업체에 다시 요청하거나 웹 하드 업체에 대한 압수 수색을 요청하거나 하는 식으로 다시 사건을 수사해야 하지만, 받아먹은 것도 있고 그런 식으로 덮어 버리는 사건이 한두 개가 아니다 보니 그냥 대충 혐의 없음으로 넘겨 버렸다.
그런데 그 아이피를 가지고 새론에서는 다른 경찰서에 고발해서 제대로 엮어 버린 것이다.
사실 아이피 하나만 가지고 그 아이피 주소의 주인이나 운영자의 소환 없이 혐의 없음이 나오는 것은 여러모로 따지고 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가령 시청이라고 하면, 상식적으로 누가 거기서 리벤지 포르노를 뿌리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미친 짓을 하는 놈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기에, 그 아이피 주소의 담당자를 한 번은 불러서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이 엮여 들어간 것이다.
“이 미친 새끼야!”
“서장님, 저는 진짜 억울합니다.”
“억울? 억울? 너 이 새끼, 지금 억울하다고 했냐? 당장 다른 곳에서 네가 업무상배임으로 고발이 들어온 건 알아?”
“그, 그게…….”
“그쪽에서 디지털 포렌식 조사에 인터넷 아이피 통신 기록까지 다 들고 왔어! 기록 없잖아! 그런데 그걸로 퉁쳤다는 게 말이나 되는 거야, 이 개자식아!”
“서장님, 이게요…….”
담당 형사는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았다.
일이 이렇게까지 될 줄 알았다면 미쳤다고 일을 그딴 식으로 했겠는가?
“전 진짜 억울해요.”
“억울한 건 나야, 이 새끼야! 너 때문에 내 승진이 막혔어!”
길길이 날뛰는 그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검은색 양복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뭐, 뭐야?”
당황하는 서장.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국정원에서 나왔습니다.”
“국정원?”
“지금부터 이 사건은 우리가 담당합니다.”
“네?”
“현 시간부터 경찰서의 모든 업무는 정지합니다. 또한 관련자들 모두의 신병을 우리가 구속합니다.”
선글라스 너머로 차가운 눈빛을 보내는 국정원 요원.
“서장, 당신을 포함해서요.”
“도,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리벤지 포르노 담당자, 누굽니까?”
서장의 눈이 천천히 앞으로 돌아가서 멀뚱하게 서 있는 남자에게 향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비명에 가까운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개새끼야!”
* * *
웹 하드 업체의 직원인 남주아는 벌벌 떨고 있었다.
집에 가는데 갑자기 시커먼 사람들이 다가와서 체포 영장을 내밀더니 다짜고짜 어디론가 끌고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이 국정원이란다.
“이 아이피, 어디서 얻었습니까?”
“네?”
“이 아이피, 어디서 얻었습니까?”
종이에 적혀 있는 아이피를 내미는 요원들.
그걸 본 남주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제, 제가요…… 너무 많은 아이피를 처리해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러면 하영주 씨 리벤지 포르노 사건이라고 하면 압니까?”
“그, 그게……. 네, 알 것 같아요.”
“이 아이피, 어디서 얻었습니까?”
“그건…….”
남주아는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그게 어디서 나왔는지 기억해 냈다.
“그거, 과장님이 주신 거예요.”
“과장님?”
“네, 그 아이피를 경찰에 넘기라고…….”
“과장은 다른 이야기를 하던데요?”
“네?”
“바로 옆방에 있습니다. 이 아이피는 당신이 임의로 부여한 거라고 하던데요?”
“아,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제가 무슨 아이피를 부여해요! 전 그냥 행정 서류나 처리하는 직원이라고요!”
그녀는 경찰이 아이피를 요구하면 그걸 확인해서 넘기는 업무를 하는 직원이다.
당연히 그녀가 아이피를 부여하거나 할 자격은 없다.
“임의로 만들어서 붙인 거라고 하던데요?”
“그건 불가능해요!”
“그러면 왜 이런 아이피가 나온 거지요? 동일 인물의 행동인데 왜 다른 아이피가 나온 거냐고요!”
“그건…….”
그녀는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하지만 이어지는 요원의 말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눈 굴리려면 얼마든지 굴려 보세요. 하지만 그 뒤끝은 상당히 안 좋을 겁니다. 지금 군 인트라넷 해킹 의혹이 있는 건 압니까?”
“해……킹요?”
“이건 국가 반역 행위로 사형까지 가능한 범죄입니다.”
남주아는 다급하게 자신이 아는 모든 걸 말하기 시작했다.
“해킹 같은 거 몰라요! 저는 그냥 문과예요! 원하시면 진짜 졸업장이라도 보여 드릴게요! 문순이라, 컴퓨터도 거의 껐다 켤 줄만 아는 수준이라고요!”
“그런데 왜 이 아이피가 나온 겁니까?”
“그 아이피 주인, 아니 아이디 주인은 헤비 업로더예요. 회사에서 보호 대상이라 경찰에서 협조 요청이 와도 절대 진짜 아이피를 줄 수 없게 되어 있어요. 애초에 아이피 자체를 제가 확인할 수도 없어요. 그거 협조 요청이 오면 과장님이 가지고 온 아이피를 주는 게 제 일이었어요!”
“그 말은, 아이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서버를 털어야 한다는 겁니까?”
“네! 맞아요! 그 사람 말고도 헤비 업로더들은 무조건 아이피가 보호 대상이에요!”
그녀가 입을 열기 시작하자 요원은 눈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 * *
“휘유.”
얼마 후 사건은 흐지부지되었다.
사실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
딱히 대공 용의점이 없었던 사건이니까.
경찰의 요구에 웹 하드는 가짜 아이피를 주고, 가짜 아이피가 우연히 그런 곳들과 겹친 것뿐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노형진이 문제가 될 만한 곳만 고른 거지만.
“이거 굶어 죽게 생겼습니다, 하하하.”
삭제 업체의 책임자는 갑자기 변한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삭제하기 위해 온갖 지랄 발광을 해도 들어주지 않던 놈들이, 이쪽에서 말도 하기 전에 알아서 삭제하고 심지어 영상 코드를 등록해서 아예 업로드 자체를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자기들도 모가지가 날아가기는 싫은 거지요.”
어찌 되었건 한번 발동이 걸린 대공 조사는 멈추지 않는다.
해당 서버에 대한 영장이 청구되었고, 대공 사건에서 영장을 거부하는 판사는 없었다.
당연히 서버와 하드뿐 아니라 회사의 컴퓨터까지 모조리 털려 나갔고, 그 과정에서 그 안에 있던 헤비 업로더들의 신분이 까발려지고 모조리 체포당했다.
그래서 시총이 몇백억이라고 자랑하던 웹 하드 업체도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물론 수사가 종료되고 해당 서버와 하드는 돌려줬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해진 것은 아니니까.
“일단 콘텐츠를 공급하던 헤비 업로더들을 모조리 날렸으니까요.”
당연히 제대로 된 불법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헤비 업로더들은 그렇게 한번 싹 털린 쪽으로 가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제가 그 와중에 증거를 제법 모았거든요.”
그리고 그걸 가지고 직원들과 사장까지 모가지를 날려 버렸다.
“멍청이가 아닌 이상에야 저와 새론을 적으로 돌렸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지는 않을 테지요.”
경찰 관련자들도 모조리 모가지가 날아가는 바람에 이제는 가짜 아이피를 던지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 아이피로 새론에서 고소하면, 그 아이피의 주인은 업무상배임으로 해당 경찰을 고발하여 경찰 생활이 끝장나니까.
“그러니까요. 수십 년 동안 이 새끼들 박멸한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쉽게 박멸되네요.”
“그나저나 회사에 피해 가는 거 아닙니까?”
담당자는 고개를 흔들었다.
“걱정 마세요. 저희 피해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요?”
“네, 저희는 메이저 영화 불법 공유 삭제가 주 업무라서요. 리벤지 쪽은 사장님이 사람을 구하는 의미에서 하는 거라 타격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면 다행이구요.”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그나저나 최초 유포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어떻게 되긴요.”
노형진은 자신 있는 얼굴로 웃었다.
“인생을 시궁창에 박아 줘야지요, 후후후.”
* * *
“아, 씨발.”
남궁한수는 결국 퇴학당했다.
노형진 때문에 판사가 바뀐 게 타격이 컸다.
“아빠, 사건 다 정리해 놨다면서!”
“망할. 판사가 거기서 꼬리를 말 줄 누가 알았냐.”
“아, 씨발! 짜증 나. 나 클럽이나 가게 카드나 줘.”
“너 미쳤냐?”
남궁한수의 아버지인 남궁용자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너 페라리는 물 건너간 줄 알아.”
“아, 왜, 씨발! 그년이 지랄한 건데 왜 내 페라리가 날아가! 사 준다며?”
“너 지금 그런 말이 나오냐? 그 미친년이 요구한 게 4억이야, 4억!”
삭제에 들어간 비용, 정신적 치료 비용, 그리고 누군가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해야 하는 성형 비용까지.
노형진이 요구한 것은 무려 4억이었다.
“아, 씨발! 까짓 4억, 던져 주면 그만 아니야!”
“이 새끼야! 그 4억은 누가 거저 주냐?”
“그래서 내가 잘못한 거야? 그년이 날 찬 게 문제지,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남궁한수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생각은 없었다.
헤어지자고 한 하영주가 잘못한 거다.
그의 입장에서는, 자신은 돈도 많고 능력도 되는, 소위 말하는 쩌는 남자니까.
그리고 그런 생각은 남궁한수의 아버지인 남궁용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내가 꽃뱀 조심하라고 했지! 이 세상에 돈 노리는 미친 연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 그년이 꽃뱀인 줄 알았나.”
“하여간 페라리는 물 건너간 줄 알아!”
“씨발!”
화를 내면서 바깥으로 나가는 남궁한수를 보고 혀를 끌끌 차는 남궁용자.
“내가 말이야, 이번에 페라리를 사 주나 봐라. 저거 버릇 못 고치면 페라리고 뭐고 없어.”
그러나 이때의 그는 전혀 몰랐다. 그의 인생에 먹구름이 날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