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606)
“역시 노 변호사님 말씀이 맞았어요.”
고연미는 오혜련의 뒷조사를 했다.
“특정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일단 술집에 일한 건 확실한 것 같아요.”
“그렇지요?”
“네. 그런데 의외인 것은 그녀에게 비슷한 사건이 전혀 없다는 거였어요.”
“비슷한 사건이 전혀 없었다고요?”
“분명 비슷한 사건이 있을 거라고 하셨잖아요?”
오혜련의 경우 오래전부터 이런 계획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노형진은 그녀가 몇 번이나 그런 건수를 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그런 사건이 없단다.
“없었다고……?”
“네, 그녀가 강간 피해자로 신고한 건 이번 사건이 처음이에요.”
“그럴 리가 없는데.”
오광훈은 그녀가 어려서부터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으니, 몇 번이나 실행하고도 남았을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한 번도 신고한 적이 없다고?
“이건 말이 안 되는데.”
일반적인 범죄자의 패턴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노형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한 건가요? 그 여자가 아니라 다른 대리인을 세웠을 수도 있잖아요.”
“저도 그렇게 의심했어요. 그래서 충분히 확인해 봤어요. 애초에 물뽕을 이용한 강간 사건은 많지 않으니까.”
그런데 그 지역에서 물뽕을 이용한 강간 사건은 총 열 건 정도였다.
“그중에서 세 건은 범인을 못 잡았고 일곱 건은 범인이 잡혔는데, 그중 다섯 건은 강간 범죄 기록이 있는 놈이고요.”
“그러면 남은 건 두 건이네요.”
일단 범인을 못 잡은 세 건은 그녀가 한 사건이 아닐 수밖에 없다.
그녀의 목적은 협박을 통해 돈을 뜯어내는 거니까.
나머지, 범인이 상습범인 다섯 건은 상습범이라는 점에서 말이 안 된다.
그녀가 노리는 건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애들이다.
상습범들은 애초에 그 범죄를 못 끊는 놈들이니 돈도 못 빼앗는다.
“그 두 건은 범인이 도피했어요.”
“도피?”
“네. 한 건은 수배고 다른 한 건은 해외로 도망갔네요.”
“그 사건이 오혜련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요?”
“전혀요.”
고개를 흔드는 고연미.
그녀도 확실하게 하기 위해 그 사건을 충분히 파고들었다.
하지만 일단 피해 여성의 신분만 봐도 그런 일에 엮었을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한 명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어요. 다른 한 명은 공무원이구요.”
“그러면 오혜련과 관련이 없다는 소리인데.”
고등학생이 미쳤다고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
물론 막장인 소위 일진녀라면 모르겠지만, 고연미의 말에 따르면 평범한 학생이라고 하니 그건 가능성이 낮다.
공무원 같은 경우는 이런 일에 엮이는 것 자체를 싫어할 수밖에 없다.
그녀가 피해자라고 해도, 공무원 사회같이 폐쇄적인 곳은 소위 말하는 뒷담화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녀가 관련될 만한 사건은 그 지역에서는 없어 보이는군요.”
“다른 지역으로 원정 가서 한 걸까요?”
“글쎄요. 그랬을 것 같지는 않군요.”
이런 사건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친밀함이 깔려 있어야 한다.
범죄자들이 함께 일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게 바로 믿음이다.
그런데 웃긴 일이지만 범죄자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 역시 믿음이다.
“이런 건은 섣불리 알려 줄 수 있는 방법이 아닙니다.”
물뽕만 구하면 쉽게 설계할 수 있는 범죄 방식이고, 여자라는 특성상 무조건 유리한 상황에서 재판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러니 누군가 배워서 나가는 걸 오혜련은 꺼릴 수밖에 없다.
“그런 식으로 퍼져서 개나 소나 다 이 방법을 쓰면 도리어 오혜련이 독박을 쓸 수도 있는 일이거든요.”
“원거리에 있는 애들은 관리가 어렵다 이거군요.”
“맞습니다.”
즉, 주변에서 이런 방식을 썼어야 한다는 거다.
“그러면 갑자기 했다는 건데,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지금까지 안 쓰던 방법을 왜 갑자기 썼을까요? 더군다나 상당히 쓸 만한 방법인데.”
“글쎄요. 확실히 그건 의문점이군요.”
노형진은 당연히 그녀가 전력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전력이 없다니.
“이건 확실하게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네요.”
* * *
“그 이야기 할 때?”
“그래. 이런 방법이 있다고 너한테 이야기했을 때, 어떤 식으로든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거 아냐? 같이하자든가, 아니면 그냥 이런 소문이 돌고 있다든가 하는 식의. 그날 분위기가 어땠어?”
“그건 왜?”
“아니, 상황이 좀 이상해서.”
노형진은 오광훈에게 충분하게 설명해 줬다. 그리고 다시 한번 물었다.
“그때 분위기가 어땠어?”
“어…… 뭐랄까, 그냥 이런 방법이 있다고 단순히 떠드는 정도? 막 그런 거 있잖아. 로또 되면 내가 뭐 한다 같은 식으로 주절주절 떠드는 거. 그런 느낌이었어.”
“적극적으로 자신이 하려고 하는 모습은 안 보였어?”
“그다지 그런 모습은 안 보였던 것 같은데.”
“그래?”
노형진은 턱을 문질렀다.
그렇다면 오혜련은 자신이 직접 범죄에 나서는 타입은 아니라는 소리가 된다.
‘이상한데.’
그 당시 오광훈은 조폭이었으니 당연히 저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오광훈은 그런 식으로 돈 버는 걸 싫어하는 타입이지. 그러면 대충 상황은 이해가 가는데.’
아마도 오광훈이 관심을 보이면 오혜련이 직접 나서서 설계하겠다고 하면서 돈을 요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광훈은 그런 걸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을 테고, 그걸 눈치챈 오혜련은 입을 다물었을 것이다.
‘그리고 공사 치고 남자를 꼬셔서 술집에서 나갔지.’
여기서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오혜련이 왜 그 방법을 지금까지 쓰지 않았냐는 것이다.
노형진조차도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로 새로운 방식의 범죄 수법이다. 그런데 그걸 쓰지 않았다.
‘어째서?’
더군다나 그녀가 일한 술집에서의 증인을 들어 보면 딱히 그런 범죄자 스타일은 아니라고 했다.
‘말이 안 되는데.’
노형진은 얼굴을 문질렀다.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마치 오혜련이 달관한 듯 살다가 갑자기 미쳐 버린 듯한 상황 아닌가?
‘달관?’
순간 노형진은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혹시 말이다, 오혜련이 욕심이 좀 많은 타입이었냐?”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돈에 목숨을 걸고 사생결단할 정도의 사람이었느냐는 거야.”
“어…… 잠깐만. 그 애 성격이…….”
잠깐 옛날 생각에 푹 빠졌던 오광훈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다지 욕심은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욕심이 많지 않았다고?”
“그래, 맞아. 확실히 욕심이 많지는 않았어.”
“확실해?”
“확실해. 손님을 많이 받지 않았거든. 사실 어린애가 왔으니 손님이 한두 명이겠냐? 10대 아가씨인데.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미성년자였고. 따따블 부르는 놈들도 많았어. 진짜 에이스였지. 그런데 하루에 두 명 이상은 안 받았어.”
“안 받았다고?”
“그래. 딱 그 정도만 받고 그냥 집에 갔어. 그래서 보통 1시쯤이면 퇴근했지, 아마?”
“욕심이 없다라…….”
가끔 이런 사람들이 있다.
과한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자신이 먹고살 수만 있다면 무리하지 않는 사람들.
‘범죄자들 중에는 이런 타입이 많지 않은데.’
많지는 않지만 어쨌든 존재는 한다.
돈 욕심이 없는 것과 돈을 버는 방식을 가리지 않는 것은 좀 다르다.
‘더군다나 고연미 변호사 말에 따르면 그녀는 그 지역에서 잘나가는 아가씨라고 했단 말이지.’
30대이기는 하지만 20대 중반으로 보일 정도로 자기 관리를 잘한 사람이다.
더군다나 외모 또한 상당하다.
거기에다 오랜 경험으로 남자를 다룰 줄 알다 보니 인기도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그런 가설이 맞는다면…….’
그녀는 머리가 좋아서 범죄를 설계할 정도의 실력은 되지만 먹고살 만하면 굳이 범죄를 저지르려 하지는 않는 타입이라는 거다.
‘그런데 왜 갑자기 직접 이런 설계를 한 거지?’
노형진은 눈을 찌푸렸다.
방법을 알면서도 오랫동안 하지 않은 이유. 그건…….
“결국 돈이네.”
“응?”
“아니, 지금 뭔가가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갔어.”
“뭐가?”
“범죄의 이유 말이야.”
노형진은 눈을 번뜩거렸다.
* * *
“재산은 저당 잡혔어요. 확실해요. 망했어요.”
노형진은 오자마자 고연미에게 이야기해서 오혜련에 대해 조사하도록 했다.
다만 이번에는 그녀의 직업이 아니라 재산에 관해 조사하도록 했다.
그 결과는 너무나 당연했다.
“어떻게 아신 거예요?”
“그냥 그녀의 스타일을 보니 돈이 없을 것 같더군요.”
돈에 대한 욕심이 과하지는 않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어떻게든 돈을 벌려고 한다.
그게 바로 오혜련이다.
“그녀가 갑자기 나서서 범죄를 저지를 정도로 다급하다는 건 그녀에게 돈이 없다는 걸 의미하지요. 그녀는 돈 욕심은 없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는 뭐든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타입이거든요.”
노형진은 대충 상황이 그려진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아마도 어떤 식으로든 재산을 날렸을 겁니다. 그것도 아주 치명적일 정도로요. 그러니 그걸 벌충할 생각을 했을 테고, 그 방법이 바로 이 범죄였겠지요.”
“맞아요. 비트코인 사기에 당했다고 하더라고요.”
“역시나.”
비트코인. 한창 올라가고 있는 전자화폐.
노형진이 쥐고 있는 비트코인만 해도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그러니 그게 돈이 된다는 걸 노형진이 모르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시기에 그걸 노린 비트코인 사기가 어마어마하지.’
비트코인에 투자한다고 돈을 받아 가는 것은 기본이요, 투자는 하되 그걸 빼돌리는 것은 옵션이다.
“범인은 아직 못 잡았구요.”
“이해가 가는군요.”
요 근래 비트코인의 수익률은 어마어마하다.
오혜련은 그걸 보고 투자에 몰빵했고 그 결과 전 재산을 잃었을 것이다.
“집이 담보로 잡혀 있다고요?”
“네.”
그녀의 나이 이제 서른세 살.
술집의 1군에서는 은퇴를 생각할 나이다.
물론 그 나이 이후에 일할 수 있는 다른 곳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충분한 돈을 버는 것은 힘들다.
“더군다나 집까지 날리면 답이 안 보이겠지요.”
결국 최소한 집은 지켜야 한다.
그래야 먹고살 수 있다.
하지만 술집에서 수천만 원을 가불해 줄 이유가 없다.
그러면 답은 하나.
“그걸 지키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거군요.”
“맞습니다. 그러니 지금이 처음인 거지요.”
노형진의 예상과 다르게 이번이 처음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면 그걸 물고 늘어지면 한성주 씨 쪽의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이것도 정황증거거든요.”
더군다나 이번 사건 역시 그녀가 피해자다.
까딱 잘못하면 그녀가 도리어 동정표를 얻어서 이쪽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제 생각에는 그걸 법원으로 가지고 가느니 차라리 범인을 잡는 게 나을 것 같네요.”
“범인을 잡아요?”
“네.”
“그게 가능하겠어요?”
“가능할 겁니다.”
노형진은 씩 웃었다.
“우리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강력한 무기가 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