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622)
“잠롱 짠오차라고 합니다.”
노형진은 이용해 먹을 대상으로 옐로셔츠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서 이용해 먹으려고 들면 도리어 이쪽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잠롱 짠오차는 레드셔츠를 이끄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정치인은 아니지만 어용 사회운동가라고 볼 수 있다.
당연하게도 중국계이고, 권력을 쥔 상위 계급 사람이다.
그는 노형진을 만나서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노형진입니다. 이쪽은 신동하라고 합니다.”
노형진은 잠롱 짠오차를 보면서 인사를 건넸다.
“저를 만나러 오셨다고요?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던데요. 뭐, 중요한 이야기인가요?”
어지간한 일이라면 비서를 통해 이야기하면 된다.
그런데 노형진이 굳이 만나자고 했기에 잠롱 짠오차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일단 저희 마이스터의 정보력에 대해서는 아시지요?”
“알지요. 유명하지요.”
심지어 미국 정부조차도 모르는 비밀을 찾아내는 마이스터의 정보 능력.
물론 그게 한정적이고 가끔 돌발적이라는 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이스터의 정보 능력을 무시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었다.
“그쪽에서 새로운 정보가 잡혀서 저희가 이야기해 드리러 왔습니다.”
“새로운 정보요?”
“네. 아무래도 이게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가 될 것 같아서요. 저희 마이스터와 미다스 씨가 태국에 투자한 게 좀 많아야지요.”
“그건 저희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국내 정치 상황이야 어떻든 간에 태국은 성장 중인 개발도상국이고 확실히 투자가치가 있는 곳이다.
그러니 그쪽에서 돈을 투자하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 두면 정보의 신빙성은 훨씬 높아지지.’
노형진은 속으로 미소 지으며 생각했다.
이미 노형진의 심리적 함정에 빠진 걸 모르고 무슨 이야기인가 하고 궁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잠롱 짠오차.
“옐로셔츠에 대해서는 아시지요?”
“알지요.”
순간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잠롱 짠오차.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의 입장에서는 그들은 철천지원수나 다름없으니까.
그러나 노형진이 잠깐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쿠데타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쿠데타요?”
잠롱 짠오차는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물론 태국에서 쿠데타는 무척이나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대부분이 친위 쿠데타지.’
허락받지 못한 쿠데타는 국왕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졸지에 도망가는 처지가 되는 게 태국이다.
일단 지금은 그렇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 단 하나의 양념만 첨가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쪽에서는 국왕을 폐위할 생각도 하는 모양입니다.”
“이런 불경한!”
국왕에게 허가받아야 하는 기괴한 형태의 쿠데타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
그건 바로 국왕의 폐위다.
그렇잖아도 옐로셔츠는 왕세자의 왕위 계승을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옐로셔츠 쪽의 극단론자들은 국왕제의 폐지도 주장하고 있다.
어찌 되었건 현 국왕은 쿠데타라는 꼼수를 통해 헌법을 무시하고 무지막지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소문일 수도 있지만, 그건 저희 입장에서는 그다지 반가운 소리가 아니거든요.”
국왕제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그걸 거부하는 사람들이라면 기존의 쿠데타와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존 쿠데타는 무조건 국왕의 명령에 따랐기 때문에 일이 커지기 전에 국왕이 편들어 주는 쪽이 이기는 거다.
“하지만 폐지하자는 쪽이 그 말을 들을 리가 없지요.”
즉, 이번에는 단순히 권력자만 몇몇 바뀌는 게 아니라 내전으로 확대된다는 소리다.
실제로 옐로셔츠와 레드셔츠 사이에서는 심한 무력 충돌이 몇 번이나 있었다.
거기에 군이 끼어들면 주먹과 투석이 아니라 무기가 들어가게 된다.
“만에 하나 태국이 내전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저희는 막대한 피해를 입습니다. 저희는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습니다.”
노형진의 말에 잠롱 짠오차는 심각한 표정이 되어 갔다.
‘모든 쿠데타에는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지. 지금까지 태국은 그걸 몰랐고.’
쿠데타가 계속 이어질수록 군부에서 상관에 대한 충성심은 약해지고. 자신도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배하게 된다.
더군다나 태국은 한국처럼 징병도 아니고 미국처럼 모병도 아니다.
징병이기는 한데 제비뽑기라는 형태로 징병한다.
쉽게 말해서 태국의 군인들은 자신들이 재수가 없어서 끌려들어 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차라리 한국처럼 모두 징병한다면 ‘어차피 모두가 하는 일이니까.’라고 덮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 재수 없는 놈들만 군대에 가야 한다고 하니 충성심이 생길 리가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군인들은 하층민이지.’
수적으로는 옐로셔츠가 많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이 일반 국민이니까.
즉 군인들은 대부분 하층민이고 그들이 옐로셔츠에 동조한다는 게 문제가 된다.
‘그 말은, 옐로셔츠에서 진짜 쿠데타를 일으킨다면 군을 동원해서 제압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소리가 되거든.’
상관에 대한 충성심도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총을 들고 나가서 국민을 쏘라고 하면 과연 그들이 그 명령에 따를까?
그건 거의 가능성이 없다.
재수 없으면 도리어 그들이 상관을 살해하고 무기를 들고 옐로셔츠 쪽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면 빼박 내전이 되는데, 숫자가 적은 레드셔츠와 기존 권력자들은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당연히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노형진이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깊은 생각에 빠져 버린 잠롱 짠오차.
노형진은 그런 그에게 슬쩍 원래 목적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자금이…….”
“자금? 그렇지요. 쿠데타에는 자금이 필요하지요.”
내전에 준하는 싸움을 생각한다면 장군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이 포섭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분명 돈이 많이 들어갈 것이다.
“일본 쪽에서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일본?”
“네. 정보에 따르면 일본에서 상당액이 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정확하게는 대동에서 말입니다.”
순간 신동하는 하마터면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외칠 뻔했다.
하지만 이내 눈치채고는 애써 입을 다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대동이라니요?”
“저도 모릅니다, 대동에서 자금의 흐름이 왜 그쪽으로 넘어가는지. 하지만 확실한 건, 그쪽으로 분명 막대한 자금이 넘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말이 안 됩니다! 대동은 우리와…….”
버럭 소리를 지르던 잠롱 짠오차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노형진은 마치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는 마이스터의 대리인입니다. 대동과의 관계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걸 탓하고 싶지도 않고요.”
“으음…….”
“어디든 사업하려면 적당한 기름칠은 기본 아닙니까?”
노형진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살짝 헛기침하는 잠롱 짠오차.
“하지만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요.”
“심각하게요?”
“한국에서 터진 두한 사건 아시지요?”
“두한 사건이라고 하면?”
“두한에서 폐고철을 수입해서 철강을 만들다가 걸렸지요. 그로 인해 여전히 용광로가 정지 상태입니다.”
그로 인해 두한은 흔들거릴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 타격을 입은 건 두한뿐만이 아니다.
일본 역시 후쿠시마 지역의 고철과 재활용품을 써먹을 데가 없어졌다.
“이번에 신도시 만드시지요? 그리고 사실상 대동이 거의 확정이고요.”
잠롱 짠오차는 묘한 표정이 되었다.
한국에 수출하던 물건이 이제는 수출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딘가에 써야 한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태국은 일본에서 오는 물품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하지 않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요식행위 정도의 방사능 검사는 하지만 한국처럼 전수조사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그 정도 검사는 쉽게 넘어갈 수 있다.
설사 방사능이 진짜로 발견된다고 해도, 공무원들이 워낙 부패해서 약간의 뇌물이면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다.
“일본은 확실하게 자신들의 물품을 소비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지요. 방사능에 오염된 물품들을 말입니다.”
노형진의 말에 잠롱 짠오차는 기분 나쁜 표정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레드셔츠는 좀 사는 사람들이 주축이다. 그리고 그렇게 지은 신도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이들이다.
즉, 일본에서 만드는 방사능 아파트에 살게 되는 건 자신들이라는 소리다.
‘꺼림칙할 수밖에.’
원인? 이유? 그딴 건 아무런 상관도 없다.
중요한 건 대동의 행동에 의심을 품게 되는 것이고, 그 작업은 이미 충분히 해 놨다.
“저희는 태국이 평안하기를 바랍니다. 투자자로서요.”
노형진은 미소 지으며 말했지만 잠롱 짠오차는 절대 웃을 수가 없었다.
의심의 싹
노형진은 잠롱 짠오차와의 만남을 끝내고 중국으로 갔다.
가는 길에 신동하는 노형진에게 진지하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진짜 태국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나요?”
“모르죠.”
“네?”
“모릅니다.”
“하지만…….”
“정보라는 게 언제나 정확한 건 아니잖아요?”
노형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럴듯하게 끼워 맞춰서 그냥 의심만 심어 주는 것만으로 노형진의 태국에서의 일은 일단 끝났다.
“태국 정부에서 조사하기 시작하면 뭐든 나오지 않겠습니까?”
“끄응…… 뭘 준비하신 것 같긴 한데, 말씀은 해 주지 않겠지요?”
“비밀입니다, 하하하.”
노형진의 말에 신동하는 더 이상 묻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어차피 그가 다 알 필요는 없다.
같은 목적을 갖고 있는 이상 노형진은 믿을 만한 아군이니까.
“하지만 정작 신동우 쪽은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네요. 의심이야 심어 놨습니다만 그게 끝이고 바로 중국행이라니, 전 이해가 안 갑니다. 저기, 우리가 신동우랑 싸우는 건 맞지요?”
“맞습니다.”
“그런데 왜 중국에 가는 겁니까?”
“저도 들인 돈이 있으니 꿀 좀 빨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노형진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오랫동안 투자했으니 그걸 회수하러 갑니다,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