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947)
국가비상사태 (3)
“동조한 게 아니라 방법이 없었던 겁니다.”
내전이 벌어지면 그 틈을 타서 북한군이 내려올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쿠데타 세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당시 장군들과 군에 막대한 이권을 줘야 했으니까.
그들을 진정시키는 것이야말로 승리의 비결이니까.
“하물며 친위 쿠데타는 더하겠지요.”
어찌 되었건 홍안수는 합법적인 국군통수권자다.
그리고 그가 고른 장군들이 득시글거린다.
“경찰과 검찰도 저 지경인데 군이라고 다르겠습니까?”
“끄응…….”
“도리어 군은 더 문제가 될 겁니다.”
군의 비리는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 그 장군들이 비리를 저질렀다면?
“이게 애매해집니다.”
기존의 단순한 비리인지, 아니면 홍안수의 명령을 받은 사보타주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분위기를 보면 아마 사보타주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북한 내부의 스파이가 군 내부에서 발견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 군이 발칵 뒤집어졌으니까.
“단순 비리와 사보타주는 전혀 다른 문제죠.”
단순 비리는 받은 돈 가지고 길어 봐야 한 2년쯤 살면 끝이고 그나마 생계형 비리라고 주장하면서 집행유예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사보타주는 당연히 국가 전복 행위에 들어간다.
“그 부분은 생각을 못 했네.”
송정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설마 군이 그렇게까지 할까 싶었지만 생각해 보니 충분히 가능했다.
“문제는 장군이 홍안수가 고른 자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임명직과 다르게 전임대에 고른 장군도 있다.
최소한 전임대는 친일파였지만 매국노는 아니었다.
“그러면 그 장군들이 어떻게 할까요?”
“막으려고 하겠군.”
현실적으로 계엄령이 발효되는 순간 한국은 내전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일본 입장에서는 최고의 결과가 나오는 거죠.”
한국이 내전 상태가 되면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 문제가 생기니, 미국은 일본에 더더욱 힘을 실어 줄 수밖에 없게 된다.
“수십만의 병사들과 사람들이 죽는 건 둘째 치고요.”
노형진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송정한 입장에서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면 어찌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계엄령은 필연적입니다. 현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군의 통제입니다. 아실 테지만 대한민국은 군의 통제가 민간에 넘어간 나라가 아닙니다.”
공식적으로 문민 통제라고 하지만 한국의 국방부 장관은 언제나 군인이었다.
“흠…… 그러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군의 순회 방문이 되겠군.”
실제로 원래 역사에서는 군의 이상 징후를 포착한 정치인들이 군부대를 방문하면서 지켜보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줘서 막 계엄령을 준비하던 일부 군이 행위를 멈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당시와 지금은 좀 많이 다르지.’
그때는 계엄을 선포할지 안 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었고, 결정적으로 대통령의 탄핵 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결정되기 바로 직전이었다.
무리하게 헌법을 정지시키고 헌재를 막고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국회에서 탄핵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뿐 아직 헌법재판소까지 간 상황도 아니다.
즉, 국회만 막으면 된다는 거다.
결정적으로 현 대통령인 홍안수는 원래 역사의 대통령보다 똑똑한 인간이다.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자기가 불리한 걸 모르지는 않을 거다.
“군에 간다고 해서 과연 뭐가 바뀔까요?”
“응?”
“국회의원은 통수권자가 아닙니다. 경고해 줄 수는 있지만 애초에 군이 지키지 않으려고 작정했다면 도리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만일 군에 간 상황에서 계엄령이 선포되고 국회의원 체포령이 떨어지면 어쩌실 겁니까?”
“…….”
실제 계획에서도 계엄령의 선포와 더불어 국회의원 체포 작전이 예정되어 있었다.
계엄령을 풀 수 있도록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국회의원이다.
“그러면 답은 간단하죠. 국회의원만 죽이면 됩니다.”
“후우.”
노형진의 말에 송정한은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그렇게 된다면 진짜 나라는 내전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띠링.
그 순간 울리는 핸드폰.
송정한은 시기가 시기인 만큼 다급하게 문자를 확인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송정한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47사단에 완전무장 명령이 떨어졌다고 하는군.”
“47사단요?”
“그래. 파주에 있는 부대야. 기계화사단이네.”
“그걸 어떻게?”
“의원의 손자 중 한 명이 거기서 군 복무 중이라는군.”
상황이 상황인 만큼 군 내부도 살벌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직 무슨 일이 터진 것도 아니고 군인이 국민들에게 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군의 장교들만 비상근무를 할 뿐 병사들은 평소처럼 근무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완전군장 상태로 대기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
“내 기억이 맞으면 47사단장은 홍안수가 직접 선발한 장군이야.”
“계엄령이 얼마 안 남았군요.”
한 곳이 그 지경이면 다른 곳 역시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빠르게 움직이죠. 일단 의원들을 대피시켜야 합니다.”
“어디로?”
“해외로 대피시키죠. 가장 가까운 일본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뭐?”
노형진의 말에 송정한은 당황했다.
일본은 홍안수를 스파이로 보낸 나라다. 그런데 거기로 보내자니?
“비행기를 이용하면 분명 걸릴 테니 아스가르드를 이용해서 일본으로 가지요. 다행히 지금 아스가르드가 한국에 있습니다. 비상용으로 제가 대기시켜 놨습니다.”
“아니, 잠깐! 일본이라니? 일본? 자네 농담하나? 일본은 이번 일을 일으킨 주범이야!”
“공식적으로는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절대 의원님들께 손대지 못합니다.”
현재 일본은 홍안수가 자기 나라의 스파이가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을 잡아서 한국에 보낸다?
이건 대놓고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더군다나 일본은 여전히 미국의 아래에 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일본에는 한국의 내전이 최고의 기회지만 미국에는 최악의 일이 됩니다. 미국은 어떻게 해서든 내전을 막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국회의원을 통해 계엄령을 해제하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을 모아서 바로 일본에 있는 미국 대사관으로 대피시키면, 일본이 아무리 미쳤다고 해도 절대 손 못 댑니다.”
“아!”
주일 미국 대사관은 미국 땅이다. 아니, 그 이상이다.
만일 일본이 미쳐서 한국 국회의원들을 모조리 잡아 홍안수에게 넘기려 한다 해도, 미국 대사관을 공격하는 건 미국에 대고 전쟁하자고 덤비는 꼴밖에 안 된다.
“최악의 경우 국회의원들은 바로 거기서 미국으로 망명하는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미국에 선택을 강요할 수 있지요.”
한국에 왜 쿠데타가 두 번이나 일어났으며 또 그게 다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건 미국의 묵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쿠데타 당시, 미국에 그 쿠데타에 대한 사후 허락을 받는 조건으로 핵을 포기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만일 쿠데타 세력에서 그들을 요구하면 미국은 둘 중 하나를 해야 하지요.”
돌려보내든가 보호하든가.
전자라면 쿠데타 세력을 용인한다는 건데, 그러면 남은 반군 세력이 되는 국민들은 러시아나 일본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보호한다면 쿠데타 세력은 미국에서 버림받은 꼴이 된다.
“그런 경우 국회의원들은 대한민국의 상호방위조약의 발동을 요구할 수 있게 됩니다.”
쿠데타 세력 입장에서는 미국이 버렸으니 다른 세력을 선택해야 하는데, 일본은 안 된다.
이미 일본 스파이인 게 드러났으니까.
“치밀하군.”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탈출이 가능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흠…….”
“바로 연락하세요. 물론 대피가 가능한 사람은 국회의원뿐입니다. 가족을 데리고 오는 경우 그 사람은 탑승시키지 않을 겁니다.”
“뭐? 어째서?”
“그건 도피니까요.”
국회의원이 친위 쿠데타 세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건 대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까지 데리고 아예 다른 나라로 가 버리려고 한다?
그건 도피다.
국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가족이 중요하다는 거니까.
더군다나 아스가르드에 탈 수 있는 숫자는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국회의원이 죄다 가족을 데리고 오면 누군가는 타고 누군가는 타지 못하게 된다.
“아마 이번에 그 본성이 나올 겁니다.”
“설마…….”
“네, 맞습니다. 만일 그런 놈이 있다면 제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사회적으로 몰락시킬 겁니다.”
노형진의 말에 송정한은 부르르 떨었다.
***
“상황은 어떤가?”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각하.”
“군은?”
“주요 군은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위험한 부대의 경우는 비밀리에 접촉해서 계엄과 동시에 체포하도록 명령을 내려 놨습니다.”
국정원장은 보고를 하면서도 씁쓸한 기분이었다.
‘젠장, 제대로 똥 밟았군.’
설마 홍안수가 스파이일 줄은 몰랐기에 그동안 충성을 다 바쳤다.
적당히 충성을 바치면 이권을 챙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홍안수는 스파이였고, 이제까지 그가 얻은 모든 자료는 일본으로 넘어가 있다.
이 상황에서 재판을 받으면 자신은 빼도 박도 못하고 국가 전복으로 잡혀가게 생겼다.
“이 빨갱이 새끼들을 다 죽여야 합니다! 이 새끼들은 국민도 아니에요! 각하! 당장 군을 동원해서 저 빨갱이 새끼들을 진압해야 합니다!”
총리는 눈이 돌아가서 지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보면서 국정원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 새끼도 일본 스파이겠지.’
만일 정상적인 정치인이라면 이 상황에 홍안수에게 물러나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하지만 총리는 지금 광화문에 모인 수백만을 탱크로 밀어 버려야 한다고 거품을 물고 있다.
걸리는 게 있다는 소리다.
물론 일부 물러나라고 한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이 자리에는 없다.
아예 나오는 걸 거부하거나, 심지어 일부는 지금 광화문에서 물러가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특히 비서실장의 배신은 심각했다.
물론 비서실장 입장에서는 이들이 배신자겠지만.
“후우.”
홍안수는 보고를 들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어쩌다가…….’
무난하게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거라 생각했다.
일본의 정보가 새어 나갈 곳은 전혀 없으니까.
그런데 난데없이 튀어나온 자료에 그는 말 그대로 코너에 몰렸다.
도와줄 곳이 없었다.
다급하게 도움을 청해 봤지만 미국의 반응은 단호했다.
-국가의 안전을 위해 물러나는 걸 추천드립니다.
‘국가의 안전? 좆 까라 그래.’
국가의 안전을 위했다면 스파이 짓도 하지 않았을 테고 또 대통령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이권이 우선이었다.
일본의 스파이 짓을 한 것도 그런 이유다.
일본이 좋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권을 챙겨야 했으니까.
그러다가 이렇게 되어 버렸다.
방법은 없었다.
“오늘 밤 12시부로 계엄령을 선포합니다.”
홍안수의 말에 좌중에 침묵이 흘렀다.
역사의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
소식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하지만 아무리 홍안수라고 해도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의원들을 잡으러 갈 수는 없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계엄령의 선포는 국가수반의 권리 중 하나지만, 친위 쿠데타는 결국 민주주의국가를 뒤집고 독재국가를 만들겠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