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00)
“저희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제린 양은 분명 아직 유명하지 않은 작은 소속사에 적을 두고 있는 연예인입니다. 하나 그렇다 해서 이렇게 개념도 없고 악의만 있는 일부 인간들에게 성적 비하의 대상이 되는 것은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이에 저희는 악플러들에 대한 고소를 진행하겠습니다.”
노형진 그 말을 하는 시각, 인터넷은 난리가 났다. 자신들이 썼던 글들을 지우느라고 난리 법석을 떨기 시작했던 것이다.
“잘 부탁드립니다.”
노형진은 슬며시 봉투를 내밀었다. 그걸 받아 든 여자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 역시 이번 일을 슬프게 생각합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단순히 소문만 믿고 힘없는 여자에게 그렇게 성적 비하를 한다는 건 우리나라의 후진성을 보여 주는 겁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여성정우회의 회장이었다. 여성정우회는 우리나라에 있는 가장 큰 여성 단체이기도 하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거지요.”
“그 숭고한 뜻, 충분히 이해합니다.”
노형진은 단순히 고소만 하는 걸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이참에 누구도 입을 열 수 없도록 뒤에 강대한 세력을 두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럼 제린양은 어떤 상황입니까?”
“이번 일로 인해서 정신적 충격으로 상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저런.”
“조만간 복귀해야겠지만 더 이상 이런 말이 안 나왔으면 합니다. 제린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헛소문에 고통받는 거 원하지 않습니다.”
“압니다. 안 그래도 우리 여성정우회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네.”
노형진은 여성정우회에 상당한 찬조금을 냈다. 조말숙이 노형진에게 준 4천 중 절반이었다. 하지만 여성정우회는 그걸 받고 충분히 노형진을 도와주기로 했다.
“그럼 이만.”
“살펴 가십시오.”
노형진이 바깥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도승진이 다가왔다.
“잘 되었나요?”
“네, 잘되었습니다.”
얼마 후면 여성정우회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 규탄 성명과 기자회견을 할 것이다.
“하지만 여성정우회가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요?”
사실 여성정우회는 우리나라에서 아주 큰 여성 단체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은 아니다. 그런데 무려 2천이나 주고 기자회견을 부탁한 노형진을 도승진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의 목표는 네티즌이 아니니까요.”
“네?”
“우리의 목표는 네티즌이 아닌 최덕배입니다.”
“아!”
“최덕배는 성화의 사장이지요. 그리고 성화는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기업입니다. 그중에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도 적지 않지요. 화장품이나 여성복같은 거 말입니다.”
“아!”
아무리 여성정우회가 위력이 없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집단 중 하나다. 그 상황에서 관련자를 규탄했는데 그 관련 자 중에서 성화의 사장이 나온다면 어떻게 보일까?
“성화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부담스러울 겁니다.”
그리고 성화의 행동 방식을 보면 그들이 취할 행동은 하나뿐이다.
“단순히 입만 막는다고 끝이 아닙니다. 다시는 나불거리지 못하고 나락으로 끌어내려야지요.”
노형진은 어쭙잖게 사건을 무마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얼마요?”
제린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3억.”
“3억요?”
“그래, 광고 한 편에 3억입니다.”
“말도 안 돼…….”
새롭게 들어온 광고 조건. 그런데 그 조건이 터무니없었다. 무려 3억. 그것도 당대 최고 인기인들만 찍는다는 화장품 광고다.
“그렇게 많이 준다고요?”
제린이 인기가 있다고 하지만 화장품 광고를 찍을 정도는 아니다. 더군다나 3억이나 주면서 찍다니.
“당신은 이제 전국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입니다. 지명도로 당신을 이길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하지만…… 그건…….”
“네, 노이즈 마케팅이었지요. 하지만 한 방에 역전되지 않았습니까?”
처음에는 욕하던 사람들이 많았다.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제린이라는 이름을 하루에 몇 번씩 들어야 했다. 그러던 와중에 모든 것이 갑자기 바뀌었다. 그녀에 관련된 모든 소문이 몇몇 안티 팬들이 만들어 낸 헛소문이라는 것에 사람들은 제린을 불쌍하게 생각했고, 그 감정은 제린에게 우호적으로 돌아왔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당신이라는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이럴 수가…….”
“노이즈 마케팅은 잘만 쓰면 최강의 위력을 가집니다. 하지만 그렇게 잘 쓰는 것이 힘든 거죠.”
“그렇지만 아직도 그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제진요, 그러니까 ‘제린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카페의 운영자를 비롯한 극소수 인간들은 아직도 그녀가 술집에서 일했다고 하면서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누가 믿는데요?”
“네?”
“증거 있습니까? 아니면 증인이 있나요? 그들에 내놓는 모든 증거들은 부정당했습니다. 모든 사실들은 입증이 불가능하죠. 결국 자기들끼리 하는 말밖에 없는 거죠.”
“그런…….”
“연예인 생활을 안티 없이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그런 녀석들은 제린 양이 아니라 상대방이 누구더라도 욕하고 물어뜯을 놈들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제린 양이 만만해 보였을 뿐입니다.”
“아…….”
노형진의 경험상 악플을 달면서 헛소리하는 인간들은 상대방이 누구이고, 바른 말을 하든 말든 그저 헛소리만 해 댄다.
“그런 인간들은 신경 쓰지 마세요. 당신에게는 그 수백 수천 배나 많은 팬들이 있습니다.”
노형진은 수많은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못해도 수백 명을 고소했다. 물론 그들은 나름 불쌍하기는 하지만 그래야 자신이 뿌린 헛소문을 무마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대인배 제린이라는 말까지 생겼지.’
물론 자신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에게 전과를 달게 만들 정도로 노형진은 멍청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에 대해 자필로 쓴 반성문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게 했다. 그리고 제린에게 그런 사람들에게 직접 용서의 편지를 보내고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명예훼손은 친고죄이기 때문에 취하하면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다. 그 덕분에 적지 않은 수의 악플러들이 그 버릇을 고쳤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상에서 ‘대인배 제린’이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결과적으로 이름은 이름대로 날리고 악플러들은 떨쳐 내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호감을 사게 된 사건이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제린 양의 밝은 미래뿐입니다.”
그 말에 제린은 눈물이 흘렀다. 도무지 방법이 없어 보였다. 다급한 마음에 한 실수가 평생을 망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전화위복이 될 줄이야.
‘미다스의 손이라고 하더니…….’
어찌 되었건 노형진은 노이즈 마케팅으로 자신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놨다. 그 자리를 지키는 건 자신의 일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계속해서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런 그녀를 진정시켰다.
“그건 나중에 하세요. 아직 일 안 끝났습니다.”
“일이 안 끝났다니요?”
“분란의 싹은 애초에 뽑아 놔야 하거든요. 후후후.”
노형진은 후환을 남길 생각 따위는 눈꼽만큼도 없었다.
“이런 염병! 그년은 요정에서 술 따르던 년이었다니까!”
최득배는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하지만 경찰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그래서 요정에서 제린이 술 따라 주는 걸 먹었다?”
“그렇다니까!”
“왜 2차는 안 나갔고?”
“그년이 안 나가서 내가 쓴 돈이 얼만데!”
그 말에 경찰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보시오, 아저씨. 대기업 사장쯤 되는 사람이 그렇게 살고 싶어요?”
“뭐라고?”
“내가 지금 제린 양 사건만 몇 개를 하는데 죄다 자기 말이 맞다고 하지. 근데 증거가 없잖아, 증거가.”
“요정에 물어보면 되잖아!”
“물어봤어. 그런 애 없었다는데 장난도 적당히 해야지.”
“아우, 돌겠네.”
노형진은 많은 사람들을 용서했다. 자신이 판 함정에 빠진 불쌍한 사람들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직접 이상한 헛소문을 만들어서 뿌린 인간들이었다. 그들은 함정에 빠진 게 아니라 스스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니까. 그 와중에서도 일부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우기기도 했다.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것인데 그걸 사실로 믿고 우기는 것이다. 일종의 정신병이다,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 믿는.
그리고 경찰이 봤을 때 최득배는 그런 자들과 똑같은 인간이었다.
“그년은 술 따르던 기생이라니까.”
“하아, 진짜 말 안 통하네.”
결국 취조하던 경찰은 고개를 흔들었다. 사회적인 지위도 있고 해서 최대한 좋게 해 주려고 했지만 이런 식이라면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제린 측에서 봐주겠다고 하긴 했지만 이런 미친놈을 어떻게 봐주란 말인가?
“그냥 사실대로 쓸 테니까 알아서 하세요. 그 뒷일은 알아서 하시고.”
“그러니까 내 말이 사실이라니까!”
“네, 네.”
결국 최득배가 주장하는 대로 진술서를 쓴 경찰.
최득배는 그 진술서에 도장을 찍고 나오면서 이를 빠드득 갈았다.
“망할 개 같은 년. 어디서 거짓말을…….”
최득배는 경찰서를 나왔다. 그때 그는 들어가지 못했던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발견했다.
“어? 저기 나온다!”
“뭐야?”
자신을 보고 반응하는 사람들을 본 최득배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가 나오자마자 달려드는 사람들. 그들은 다짜고짜 최득배에게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댔다.
“그 말이 사실인가요?”
“이번 사건의 주범 중 한 명으로 지목되었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대체 왜 그런 거짓말을 하신 거죠?”
당황한 그는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기자들이 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무슨 소리야?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 난 사실을 말했다고!”
하지만 그 말을 들은 기자들의 얼굴에는 진실을 포착했다는 기대감보다는 이슈가 될 만한 미친놈이라는 표정만이 어릴 뿐이었다.
“무슨 소리야! 그년은 기생이라고!”
“애초에 일했던 곳에서는 그런 사람이 없다는데요?”
“그쪽이 거짓말한 거야!”
“그럴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기자들이 다가오자 점점 물러나는 최득배. 그 순간이었다.
“자, 자, 기자분들, 그만하시죠.”
누군가 자신을 도와준다는 생각에 최득배는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곳에 서 있는 남자, 노형진을 보자 얼굴이 찌푸려졌다. 자신도 그가 이번 사건의 담당 변호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불안할 수도 있는 분을 자극하는 거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그 말에 우르르 노형진에게 다가가는 기자들.
“얼마 전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아이의 부모님에게서 진단서를 받았습니다. 자신이 말한 것을 진실로 믿는 정신병이 있더군요.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하던가요?”
“네?”
“그게 무슨 말이죠?”
“벌써 그런 아이를 세 명이나 만났습니다.”
그러면서 노형진은 최득배를 바라보았다.
“그게 성인이라고 해서 걸리지 않는다는 법은 없지요.”
“설마?”
미친놈을 바라보듯이 바라보는 기자들.
최득배는 그들에게 아니라고 하고 싶었지만 자신을 보는 시선들이 너무나 차가웠다.
“젠장!”
그는 도망치다시피 관용차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러나 그가 본 것은 주차장의 텅 빈 자리였다.
“뭐야?”
그 자리에는 분명히 있어야 하는 자신의 차와 운전기사가 없었던 것이다.
“얼씨구, 이 새끼 봐라?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그는 괜히 운전기사에게 분노하면서 이를 빠득빠득 갈며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씹 쌔끼야! 어디야! 당장 차 안 가지고 와? 모가지 날아가고 싶어!”
운전기사가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기에 대고 소리소리 지른 최득배. 그런데 그은 전화를 받자마자 끊어 버렸다.
“뭐야? 이 새끼가 미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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