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032)
인간은 끼리끼리 뭉친다 (1)
검찰은 누군가를 말려 죽이기 위해 그 가족이나 친지 그리고 주변 인물들을 공격하는 걸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그걸 허가해 준 것은 법원이었다.
그런데 평소 하던 그 방법 그대로 자신들에게 공격이 들어올 거라고는, 그들은 예상하지 못했다.
“소지호 씨, 그러니까 장충호 씨와 거래하시는 건 맞다 이거죠?”
“네.”
“그 사람이 사기를 치거나 하려고 한 의사는 없고요?”
“네.”
장충호는 서울북부지방검찰청장의 장인어른이었다.
제법 큰 기업을 하는 사람이었기에 당연히 거래하는 곳이 많았다.
오광훈은 그가 거래를 하던 모든 곳을 불러들였다.
“저기, 왜 이러십니까?”
“뭘요?”
“아니, 저도 눈이 있고 귀가 있는 사람입니다, 검사님. 장충호 씨는 잘못이 없어요.”
“그래요? 하지만 고발자들의 말은 다르던데요?”
“네?”
“장충호 씨를 고발하신 분들은 장충호 씨가 빼돌린 돈만 100억이라고 하던데요?”
“그건…….”
‘당연하지. 너도 그거 받아먹은 놈이잖아.’
장충호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에게는 돈을 꼬박꼬박 줬다.
당연히 그 과정에 불법적인 것도 있었다.
물론 억울한 피해자들은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그 모든 사건을 혐의 없음으로 종결 처리했다.
일부는 재정신청 등을 통해 법원에서 바로 재판할 수 있게 했지만 판사들도 막대한 뇌물을 받고 제대로 재판도 하지 않고 무죄로 방면해 왔다.
‘하지만 그건 돈이 있을 때의 이야기지.’
오광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소지호 씨, 눈이 있고 귀가 있으니 그럼 아시겠네, 지금 상황이 어떤지.”
“네?”
“장충호 씨 사위분이 검찰에 계신 건 알죠?”
“당연히 알죠.”
“그 사람이 마이스터랑 미다스를 건드린 것도 아세요?”
“……!”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런 이야기는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오광훈은 그들에게 이야기가 퍼져 나가기를 원하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마이스터에서 관련자들을 모조리 몰락시키기로 했습니다.”
“모조리라고 하면…….”
“조선 시대에 이런 말이 있었지요, 구족을 멸한다는.”
“…….”
“물론 지금에 와서 구족을 멸하는 건 말도 안 됩니다. 죽이지는 않겠지요.”
오광훈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죽이지는’.”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소지호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
노형진이 한국인들에 대해 말할 때 하는 말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보복이나 복수를 너무 터부시한다고.
그래서 자신의 인생이 박살 나도 남에게 복수하지 못한다고.
“어떻게 보면 그게 한국인들 특유의 정서일 수도 있지요.”
미국인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은 만일 진짜 억울하다면 죽음을 불사하고 보복한다.
실제로 재판에서 진 후에 자신의 불도저를 탱크처럼 무장하고 판사와 변호사, 검사의 집을 박살 낸 사람도 있었다.
물론 그건 유명한 사건 중 하나이니 실제로는 그 정도까지 하진 않지만, 그저 억울하다는 이유만으로 판검사를 죽이려고 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그렇기는 하지.”
“그래서 제가 복수재단을 만든 거고요.”
억울하게 당하고도 자신만 탓하면서 자살하는 게 한국 사람들의 성향이다.
하지만 그래서 진짜 죽어야 하는 놈은 살고, 살아야 하는 사람은 죽는 게 현실이다.
“검사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판사는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검사야 숱하게 당했으니 그렇지 않다는 걸 알지만 판사는 아니다.
사실 판검사라고 묶어서 표현하기는 하지만 둘의 소속은 완전히 다르다.
판사는 사법부 소속이고, 검사는 행정부 소속이다.
“그리고 제가 검사에 대한 보복을 시작하면 검사들은 코너에 몰리게 될 겁니다.”
강남에서 뺨 맞고 강북에서 화풀이한다는 말이 있다.
검사들은 지금까지 철저하게 권력자들을 따르는 형태를 취해 왔다.
“그리고 저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지요. 당연히 검사들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슨 방법이든 찾으려고 할 겁니다.”
자신은 멀쩡할 수도 있겠지만 가족과, 특히 처가 같은 경우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권력을 잃어버린 검사는 보호받지 못한다.
“검사들이 이쪽으로 넘어오게 된다 이거군.”
김성식은 노형진이 노리는 게 뭔지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의 경험에 따르면 검사들 중에서 권력에 저항하는 이는 극히 드물다.
그마저도 대부분 좌천당하는 게 현실이다.
“아마 지금쯤 오광훈 검사가 한 말이 다른 검사들에게 들어갔을 겁니다. 슬슬 압력을 행사하는 중이니, 주요 검사들과 검사장들은 피가 마르는 심정이겠지요.”
검사 자리에서도 제대로 방어를 못 했는데 검사 자리에서 쫓겨나서 변호사가 되었을 때 과연 그들이 어떤 꼴을 당할지는 너무 뻔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그들은 저나 판사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할 겁니다, 후후후.”
***
“이런 미친…….”
검사들은 모여서 진땀을 흘렸다.
자신의 부모, 자식, 친척 모두가 다 불려 가 조사받고 있다.
“이놈들 진짜 미친 거 아닙니까?”
“아무리 반기를 들었다지만 이건 선을 넘었어요.”
화를 내면서 당장이라도 보복하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도 똑같이 해 줘야 합니다. 주변 인물들을 죄다 불러와서 감방에 처넣으면 저들도 느끼는 게 있겠지요.”
“그만!”
그때 가운데에 앉은 한 명이 성토하는 검사들에게 크게 소리를 질렀다.
“자네, 그 말 진짜로 실천해 볼 생각인가? 자네가 작심하고 주변 인물들을 불러서 인생 종 치게 하면서 입 닥치게 할 수 있나?”
그의 말에 방금 분노를 뿜어 대던 검사가 당황해서 더듬거리며 변명을 했다.
“아니, 그게 안 검사님, 저도 너무 답답하니까…….”
“답답해도 방법을 찾아야지! 뒤에 누가 있는지 몰라서 그러는 건가, 아니면 멍청해서 그러는 건가?”
안 검사라 불린 남자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지금까지 마구 성토하던 다른 검사들은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
“생각 없이 입만 나불거릴 거였다면 여기에 참가하지도 말았어야지.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모인 거지, 투정을 부리려고 모인 건가?”
“…….”
그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물론 그만큼 억울하기도 하고 또 보복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상황이 결코 좋지 않았다.
“그래, 우리가 항의해서 그냥 넘어갔다고 치세. 그놈들이 이제 와서 ‘아, 우리가 잘못했으니까 공격하지 않겠다.’라고 하겠는가?”
안 검사의 말은 정확한 지적이었기에 다른 검사들로서는 답을 할 수도 없는 말이었다.
“그건…….”
모두 말을 못 했다.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누군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혹시…… 우리 계획이 넘어간 거 아닐까요?”
“계획이 넘어가다니?”
“법원 측과 이야기한 거 말입니다.”
그 순간 갑자기 여기저기서 그에게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어허!”
“크험.”
“말조심하게!”
모두 그를 탓하려고 하자 안 검사의 옆에 있는, 나이가 지긋한 검사가 손을 들어 그를 말렸다.
“자, 자! 다들 좀 진정하시고. 이야기나 한번 들어 보죠. 도대체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최 검사님, 저런 말은 들어 볼 필요도 없습니다. 겁을 먹고 꼬리를 말아서는…….”
“일단 들어 보는 게 나쁜 건 아니지 않나? 그리고 안 검사 말 못 들었나?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면 무슨 방법이든 써야 되네, 이 사람아.”
최 검사의 말에 젊은 검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새론과 노형진의 방식을 보면, 선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독하게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둘 중 하나가 죽도록 싸우자는 부분을 정확하게 언급했습니다. 특히 기업가들과 결혼한 판검사의 경우는 그 처가에까지 공격이 감행되고 있는 게 확실한 상황입니다. 이미 일부는 넘어가기 직전이고…….”
“크흠…….”
그때 조용히 듣고 있던 누군가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다름 아닌 서울북부지방검찰청장이었다.
그가 불편한 기색을 비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넘어가기 직전인 일부가 바로 그의 처갓집이었으니까.
“저…… 죄송합니다.”
그는 이 안에서도 상급자였기 때문에 설명하던 검사는 다급하게 입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의외로 그가 먼저 손을 들어 말했다.
“더 말해 보게. 뭐, 이제 와서 감출 수 있는 노릇도 아니고.”
그리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장인어른의 회사에 금전적 압력이 들어오고 있네. 그 규모가 작지 않아. 그 뒤에 누가 있을지야 뻔하지 않나.”
“…….”
“농담이 아니야. 상황은 심각해.”
다른 사람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은 제 동생에게도 압력이 들어왔습니다.”
“압력?”
“네. 동생이 성형외과를 하고 있는데 장비를 제공한 업체에서 그걸 더 이상 못 빌려준다고…….”
“그거…….”
“한번 이렇게 당한 적이 있지요.”
과거에 노형진이 써먹었던 방법이다.
그로 인해 병원 하나가 날아간 적이 있었고 말이다.
“제 사돈댁에서도, 운영하는 가게 주변의 가게들이 갑자기 50% 할인 행사를 한다고 하더군요. 사돈댁이 커피숍을 하는데 그 가격으로는 그 지역에서 월세도 감당 못 할 거랍니다. 그런데 그 방법, 그 복수재단에서 쓰는 방법 아닙니까?”
한번 시작되자 검사들은 너도나도 각자의 상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실 다들 자존심 때문에 차마 말 못 하고 아닌 척하고 있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다들 공격받고 있다는 거군.”
분위기는 아까보다 더 살벌해졌다.
단순히 일부 검사들의 반란에 대응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는데, 그 뒤에 누가 있는지 대놓고 증명되었으니까.
“자네는 어떻게 알았나?”
지청장의 질문에, 이야기하던 검사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의 처가에서도 사업을 하는데…… 처가 이혼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혼?”
“그쪽에서 사위 때문에 기업이 망하는 거라고…….”
모두들 참혹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들은 아직 저 지경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걸 느낀 것이다.
“저희 장인어른 지인 중에 다행히 새론의 변호사들과 아는 분이 계셔서 연락했는데…….”
“했는데?”
“무는 개는 못 키운다고 했답니다.”
“…….”
무는 개라는 게 자신들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걸 모를 리 없는 검사들은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 말뜻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다.
“무는 개라……. 틀린 말은 아니군.”
“청장님!”
“그렇지 않나. 우리가 뭘 하려고 했는지 빤히 아는 것 같은데.”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힘이 빠지고 새로운 권력자가 들어서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검사들은 최후까지 발악하려고 했고, 결국 판사들과 손잡고 그들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쪽에서 그걸 안 모양이군.”
“도대체 어떻게 정보가 샌 겁니까?”
“관련자들이 한두 명이 아니지 않나. 이 안에도 배신자가 있을지도 모르고.”
“그럴 리가요.”
“나중에 권력의 핵심에 앉을 수 있을 텐데?”
한국에서는 담합을 막기 위한 특별한 조항이 있다.
담합 기업들 중에서 첫 번째로 담합을 제보해 주는 기업에 대해서는 모든 처벌을 면제해 주는 조항이다.
그 조항의 의미는 간단하다. 서로를 못 믿게 하는 거다.
“이 안에서 그걸 증명하기 위해 검사의 자리에서 내려올 사람 있나?”
“…….”
좌중에 흐르는 침묵.
당연히 그런 사람은 없다.
애초에 권력에 관심이 없었으면 묵묵히 도둑놈이나 잡고 있지 이런 모임에 참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