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267)
트로이의 목마 (1)
노형진이 조세빈에게 원한 것은 포직스엔터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물론 그 회사로 들어간다고 해서 그녀가 그들의 케어를 받을 수는 없다.
사실 포직스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그들이 원하는 일이니까.
“제가 포직스에 들어가라고요?”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는 조세빈.
“이해가 안 가는데요.”
분명 노형진은 조세빈에게 미래의 네트웍플러스 작품의 최소한 비중 있는 조연을 약속했다.
그 말은 자신이 그 작품에 출연하게 된다면 수익은 포직스엔터가 취하게 된다는 뜻이다.
“압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요.”
판데믹>은 당장 촬영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시나리오 작업 중일 뿐이니까.
노형진은 아이디어를 제공할 뿐 작가가 아니기에 스토리를 쓰지는 못한다.
“그리고 그 전에 이번 일은 끝날 겁니다.”
“하지만 그쪽은 제가 가도 밀어주지 않을 텐데요. 더군다나 위약금 문제도 있고.”
“어차피 그쪽에서 위약금을 물어 준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거야 그런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위약금을 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저희는 여러분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할 겁니다.”
“네에?”
“잠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조용히 옆에서 듣고 있던 박상규가 눈을 크게 떴다.
소송이라니? 그건 바로 저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렇게 배우를 빼앗긴 사람들은 대부분 소송을 선택할 겁니다. 그들이 그냥 당할 리가 없죠.”
그들은 결국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노형진이야 그 피해가 없는 사람이지만 지금 배우나 가수를 데리고 있는 회사 중에 그렇게 소속 연예인을 빼앗긴 후에 다시 힘을 키워서 저항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당연히 없다.
특히 군소 회사들은 사실상 몰락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우리 엔터테인먼트조합 역시 몰락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높은 게 아니라 확정적일 겁니다.”
노형진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게 그들의 목적이니까요. 아마도 말입니다.”
“아마도?”
“대룡은 다른 기업들과 다르죠. 약탈과 군림보다는 상생을 우선시합니다.”
사실 엔터테인먼트 같은 걸 대기업에서 운영한다고 하면 다른 기업들은 싸움이 안 된다.
설사 가장 잘나가는 엔터테인먼트라고 해도 대룡을 이기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대룡은 상생을 우선시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조합이 그런 목적이었고요.”
빈 학교를 이용해서 연습실을 지원해 주고 연예인의 숙소와 활동을 지원했다.
그걸 오로지 대룡에서 다 먹었다면 다른 군소 기업들은 벌써 다 죽었을 거다.
“그러니 저쪽에서 저렇게 나오는 거고요.”
“그것 때문이라고요?”
“네. 이쪽에서는 기존의 규칙대로 반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이쪽은 약탈적인 성향이 아니다.
그에 반해 포직스는 약탈자적 성향이 강하다.
“그러니 우리가 보여 줄 건 그들의 예상을 넘는 약탈자적인 이미지죠.”
“약탈자적인 이미지라고요?”
“대룡은 상생을 우선시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대룡에 싸움을 거는 놈들은 드물죠. 왜 그럴까요?”
“동시에 미친놈이라는 이미지도 있으니까요.”
조세빈은 안다는 듯 말했다.
“잘 아시네요?”
“대부분은 잘 알지요. 어찌 되었건 대룡은 광고업계에서도 큰손이니까요.”
가장 강렬한 이미지는 상생이지만, 이면에는 건들면 피 터지게 싸운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유민택이 그런 이미지를 만들기를 원했고, 실제로 다른 곳도 아닌 한국의 재벌가인 성화를 날려 버렸다.
시중에는 성화의 가족이 ‘인체의 신비전’에 등장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물론 그 소문이 돌게 한 것은 대룡, 정확하게는 유민택이었다.
단순히 회사를 망하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죽어서도 안식을 주지 않겠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건 소문이기에 증명할 방법은 없다.
‘인체의 신비전’에서 사용되는 모든 시신은 중국에서 넘어오고, 공식적으로 중국에서는 그걸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이미지는 그 두 번째지요.”
“우리가요?”
“대룡엔터테인먼트는 대룡 소속 아니던가요?”
“그거야 그렇지요.”
대룡엔터테인먼트는 대룡 소속이다.
“하지만 그들이 건드리는 건 대룡이 아닌데요.”
“그걸 신경 쓰면 미친놈이 아니죠. 엄밀하게 말하면 애초에 미친놈 이미지가 생겼던 사건도 크게 관련은 없었습니다.”
“아, 그랬지요.”
맨 처음 대룡에 미친놈 이미지가 생겼던 건 왕따 사건이었다.
피해자는 대룡의 직원도 아니고 하청 회사의 파견 직원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대룡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하청이라는 게 책임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 낸 시스템이니까.
그러나 그 당시 대룡은 자기 사람을 건드렸다며 공공연하게 불법을 저지르는 한이 있어도 가해자들을 사회적으로 말살하겠다고 미쳐 날뛰었다.
물론 계획된 것이었지만, 그 이후에 대룡을 건드리면 죽는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그거랑 저랑 무슨 관계가 있나요?”
조세빈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자신이 거기에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미친놈이 그냥 이유도 없이 미친 짓을 하면 사회적으로 고립됩니다. 하지만 그 미친 짓에 이유가 있다면, 그건 사회적으로 지지받지요. 그 당시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미친 짓을 했을 당시에,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왜 끼어드느냐고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일부 있었다고 해도, 대부분이 당신들 가해자 편을 들어 주는 거냐면서 욕을 했다.
사람들이 보기에 대룡의 미친 짓은 합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제가 그 미친 짓을 하는 이유가 되는 거군요.”
“사실 조세빈 씨가 아니라고 해도 다른 곳에서 넘어갈 테니 이유는 충분합니다만.”
“하지만 그 사람들은 내부 정보를 주려고 하지 않겠지요.”
이직해서 소송에 들어가는 순간 이쪽은 적이 되니까.
“맞습니다. 내부에서 정보를 최소한이라도 주실 분은 조세빈 씨뿐이지요.”
조세빈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무슨 짓을 하면 되는 건가요?”
어깨를 으쓱하는 노형진.
“이미 그건 두한에서 보여 준 것 같은데요.”
저들이 하는 짓을 이쪽에서는 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
얼마 후 예상대로 소속사를 옮긴 배우들이 소송을 걸기 시작했다.
물론 옮기기 전에 좋게 좋게 웃으며 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하기는 했다.
하지만 세상에 연예계 은퇴도 아니고 다른 곳에서 돈을 더 받겠다고 계약도 파기하고 도망가는 배우에게 순순히 계약을 해지해 줄 회사는 없었고, 결국 필연적으로 소송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이직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겁니까?”
조세빈의 경우에는 이쪽의 부탁을 받아서 이직한 것인 만큼 나중에 불이익을 줄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다.
“그들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군요.”
“솔직히 말하면요? 그렇습니다. 물론 외부 업체라면 모르지만, 최소한 우리 엔터테인먼트조합 쪽에서는 배우나 가수에게 불이익은 안 줬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배신하고 계약 파기 소송을 걸었다.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들이 각오한 거니까요. 그 책임은 스스로 져야지요.”
“각오……했다고요?”
“그렇습니다. 그들은 회사를 배신하고 다른 회사로 넘어 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소송이 걸릴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갔다.
물론 욕심이 과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지요. 이번 일이 끝난 후에 딱히 그들을 제재하라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어떠한 책임도 없을까?
그럴 리가 없다.
분명 세상은 그들에게 알게 모르게 책임을 지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조연급은 언제나 새로운 사람들이 나타나는 법이지요.”
소송을 길게 끌면 3년이다.
그 안에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이 안 나타날까?
“아시다시피 이번에 이직한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아니 어리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이번에 제대로 배우고 나서 나중에 재기한다면 그건 욕할 일이 아니다.
이런 소송에 휘말렸던 사람이 재기하기 위해서는 몇 배나 더 노력해야 하고, 그 노력은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니까.
“물론 당분간은 꿈도 못 꾸겠지만요.”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박상규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이제 기분이 어떠십니까?”
“묘하네요. 회사 규정상 갑질은 최대한 자제해 왔는데 말이지요.”
혹시라도 자신들이 하는 것이 갑질이 될까 봐 극도로 조심해 온 박상규다.
그런데 지금 노형진이 여기에 온 이유는 간단하다.
갑질을 하기 위해서.
“해 보면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그래서 다들 갑질을 못 끊나 봅니다. 하하하!”
노형진은 빙긋 웃고는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가는 곳은 다름 아닌 드라마 제작사였다.
이번에 새롭게 들어가는 드라마 왕의 꿈>의 제작사.
‘그래도 제법 큰 곳이란 말이지.’
그리고 노형진이 여기를 건드리는 이유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노형진과 박상규가 찾아가자 제작사 다움의 대표는 깜짝 놀라서 달려 나왔다.
박상규는 대룡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고, 엔터테인먼트에 비하면 제작사가 갑인 거야 당연하지만 그 뒤에 대룡이 있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노형진이야 두말하면 입 아픈 사람이고 말이다.
그래서 보통은 담당 CP나 부장급이 대응하지만 이번에는 사장이 직접 대응한 것이다.
“어쩐 일이신지…….”
다움의 사장은 애써 웃으려고 했다.
두 사람이 좋은 이유로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린 눈치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요.”
노형진은 그를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돌려서 이야기한다? 그런 건 상대방에게 여지를 주게 된다.
그러나 노형진은 이들에게 여지를 줄 생각이 없었다.
“포직스엔터 소속 배우들, 블랙리스트에 올리세요.”
순간 사장의 얼굴이 굳었다.
포직스엔터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대놓고 이렇게 지시하다니.
“포직스엔터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에는 우리 사람들 단 한 명도 못 보냅니다.”
“설마…… 왕의 꿈> 말씀이십니까?”
대하 사극 왕의 꿈>.
한국에서 몇 년 만에 만들어지는 전통 사극이다.
‘제작비가 400억이라고 했나?’
사실 한국에서 사극은 인기가 없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국민들이 싫어하는 게 아니라 제작사에서 싫어한다.
한국의 방송 제작 시스템은 대부분 외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런 외주 시스템은 무조건 외부의 투자를 받아야 한다.
즉, PPL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사극은 PPL을 받는 게 너무 힘들다.
사실 불가능하다.
조선 시대에 현대 문물이 갑자기 툭 튀어나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실제로 왕의 꿈>은 몇 년 만에 나오는 정통 대하 사극 드라마다.
“네. 거기서 포직스엔터 배우들 다 배제하세요.”
노형진은 웃으며 말했지만 사장의 얼굴은 말 그대로 사색이 되어 버렸다.
‘그게 될 리가 있나. 쉽지는 않을걸.’
당연하다.
사극 연기는 다른 연기와 다르다. 그것도 확연히 다르다.
문체에서부터 사용하는 단어, 언어의 분위기까지.
그나마 퓨전 사극은 좀 덜하지만 정통 사극은 완전히 다르다.
사극에서 나오는 배우들이 다 똑같은 사람들만 재탕되는 이유가 그거다.
그걸 바꾸는 게 쉽지 않으니까.
쉽게 말해서 사극 전문 배우는 극히 일부라는 거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 가 있는 곳이 바로 포직스엔터지.’
정확하게는 남자 배우 두 명과 여자 배우 한 명이 포직스엔터 소속이다.
그것도 주연급 또는 주조연급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