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439)
+결국은 공무원이 문제 (1)
많은 사람들이 한 나라의 부패나 범죄의 발생 원인을 고민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학설과 의견이 있지만, 노형진은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결국 그 모두가, 공무원이 문제라고.
공무원은 한 나라의 토양이라고 볼 수 있다.
토양이 썩어 문드러졌는데 거기에 정상적인 작물이 자랄 수는 없다.
검찰이나 경찰이 제대로 일하는데 부패한 정치인이 나타날 수는 없고, 법원이 제대로 일하는데 대기업이 사람들을 등쳐 먹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이미 대기업과 범죄자에게 길들여져 있기에 나라가 나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순간만큼은 그러한 부패를 박멸했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더더욱,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었다.
“야! 다 털어!”
갑자기 국시원을 털어 내기 시작한 검찰.
기습적인 증거 압수수색에 국시원 사람들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당신들, 뭐 하는 거야! 어? 이거 뭐 하는 짓이냐고! 당신들 뭐야!”
“검찰청에서 나왔습니다. 현 시간부로 여기 있는 모든 걸 다 압수수색 하겠습니다.”
“아니, 지금 뭐라는 거야!”
“야, 하나도 남기지 말고 털어!”
한두 명도 아니고 백 명 단위의 검찰 지원들이 와서 털어 내자 거의 이삿짐 수준으로 서류에서부터 컴퓨터까지 증거가 나왔다.
“이게 뭐야?”
“무슨 일이야?”
국시원은 공공기관이기에 다른 단체들과 건물을 같이 쓰고 있었다.
당연히 압수수색이 진행되자 다른 단체의 직원들도 너도나도 구경하러 왔다.
“자네 뭔가? 이거 뭐 하는 짓거리야!”
막 서류를 빼내고 있을 때 튀어나온 남자.
“너 뭐야?”
“오광훈 검사입니다.”
“너, 내가 당장 전화해서 네놈 모가지를 날려 버릴 거야!”
“하아.”
오광훈은 세상 물정 모르는 남자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가끔 이러더라.’
공무원들은 아무래도 범죄자가 아니다 보니 검사의 이름이나 특징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
특히나 원장급쯤 되면 어지간한 검사는 아래에 두고 거들먹거린다.
물론 그건 틀린 말은 아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말이다.
“김시습 원장님 맞으시죠?”
“이제야 알아보나? 감히 내가 누구인지 알고!”
“감히 당신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잘 알지요.”
“뭐?”
“영장이 나왔는데 당신한테는 연락이 안 갔습니다. 그러면 답 나온 거 아닙니까?”
순간 김시습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영장이 청구되는 순간 연락이 왔어야 했다.
“김시습 원장님, 당신을 업무상배임으로 체포합니다.”
오광훈은 수갑을 꺼내서 주저하지 않고 김시습의 손목에 채웠다.
“이거 뭐 하는 거야……. 이러고도 네가 멀쩡할 줄 알아?”
“응, 멀쩡해.”
오광훈은 시큰둥하게 말하고는 부하에게 물었다.
“입구에 기자 좀 있냐?”
“네, 많습니다.”
“좋아, 오늘 전면에 얼굴 좀 올려 보자.”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은 김시습은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놔라! 놓으란 말이다!”
“아, 시끄럽고! 갑시다!”
부하 직원과 함께 양쪽에서 그를 잡고 질질 끌고 가는 오광훈, 그리고 가운데에서 몸부림치는 원장.
그건 기자들이 딱 원하는 그림이었다.
“원장님! 진짜로 의사들의 부정 시험을 방치한 게 사실입니까?”
“의협에서 수십억대 뇌물을 받았다고 하던데, 그 말이 사실인가요?”
“나는 억울합니다! 나는……!”
“의사들의 시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들려오는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억울합니다! 나는 몰라요! 나는!”
끌려가면서 억울하다고 소리를 지르는 원장.
오광훈은 그런 원장을 차에 강제로 태워서 보내고는 돌아와 다시 기자들 앞에 섰다.
그러자 그 의미를 알아챈 기자들은 질문을 던졌다.
“오 검사님, 이번 사태에 대해 설명 좀 해 주십시오!”
“조용! 지금부터 이 상황에 대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의사 시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아셔야 합니다.”
오광훈은 천천히 지금 의사의 시험 시스템에 대해 말했다.
일부는 놀라는 표정이었지만, 다른 일부는 그다지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형진이 말이 맞네. 알고 있었네.’
의사들의 시험 시스템은 대부분의 국민들은 모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무원이나 기자 등은 알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일부 검사들도 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그냥 둔 건, 의사들 역시 한국을 지배하는 권력의 일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권력자들은 서로를 터치하지 않는다.
싸우기 싫으니까.
당장 택시의 사납금만 해도 현행법상 불법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택시 회사에서 사납금을 요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불법은 박멸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다.’
그게 노형진이 가진 생각이었는데, 오광훈도 지금만큼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의사들의 그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면허 취득 문제를 어떻게 하실 겁니까?”
“무효로 처리해야지요.”
“네?”
“당연한 거 아닙니까? 대한민국에 그딴 식으로 보는 시험이 어디 있습니까? 심지어 운전면허 시험도 그딴 식으로는 안 봅니다. 불공정한 시험은 미래의 살인마를 키워 내는 행동입니다.”
“살인마요?”
“그렇습니다. 직접적으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고 해서 살인마가 아닌 건 아닙니다. 기자분께 묻죠. 의사가 자기 실력이 부족한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기자분께서는 그 의사한테 목숨을 맡기고 수술하실 생각 있습니까, 그분의 실력 향상을 위해서?”
“…….”
누가 미쳤다고 남의 실력 향상을 위해 자기 생명을 내주겠는가? 해부용 시신도 기증이 안 되는데 말이다.
“제가 말한 살인마는 고의적으로 살인하는 게 아닙니다.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 내가 실력이 부족한 건 알지만 그래도 돈 욕심이 나서 수술하는 일부 의사들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러면 역대 의사들은 다 그 부정행위를 통해 합격한 게 됩니다만? 그 혼란은 어쩔 겁니까?”
오광훈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쪽이랑 붙어먹은 기자 새끼인가 보네.’
내부적으로 청소하긴 했지만 기자들을 100% 다 바꿀 수는 없기에 여전히 과거의 기자들이 있다.
그래서 이런 질문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오광훈은 그 기자에게 당당하게 답했다.
“전부는 아닙니다. 커닝을 한 사람들은 70% 정도입니다.”
“네?”
“일단 선발대는 커닝을 할 수가 없습니다. 아는 게 없으니까. 물론 문제를 제공한 부분에 대해서는 범죄의 혐의가 있기는 하지만, 커닝을 통해 문제를 푼 것과 그걸 제공한 건 혐의가 좀 달라서요. 그리고 모든 의대생들에게 다 문제가 제공되는 것은 아닙니다.”
교수에게 뇌물을 주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든가 아니면 교수에게 찍혔다든가 하는 경우는 제외된다는 뜻이다.
“즉, 30% 정도는 순수하게 실력으로 붙은 의사들이 있다는 거죠. 그들은 정상적인 의사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의사들이 집단으로 반발을…….”
“의사들은 지금도 파업하고 있습니다. 연쇄살인마 수사를 막으려고 저러고 있지요. 저 정도면 저들은 다 살인마 아닌가요? 그리고 툭 까고 말해서, 의협에서는 88% 이상의 찬성으로 파업했다는데, 제가 봐서는 종합병원 말고는 다 멀쩡하게 돌아가던데요.”
당연한 거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투표하고 그걸 전부라고 발표한 거니까.
그들의 눈치를 볼 일이 없는 개인 전문의들은 그냥 병원을 오픈하면 되는 거다.
“그러면 이만. 조사할 사람들이 많아서.”
오광훈은 손을 흔들면서 자리를 떠났고, 기자들은 다급하게 기사를 송고하기 시작했다.
***
국시원이 털렸다는 소식은 의협에 당장 전달되었다.
그리고 오광훈, 아니 검사 측에서 시험을 노린다는 사실에 의사들은 완전히 똥줄이 타기 시작했다.
“이렇게 둘 수는 없습니다!”
“맞습니다! 어디 감히 개돼지 새끼들이……!”
“신성한 의사 국시를 건드리는 자에게는 죽음을 내려야 합니다!”
교수들은 난리가 났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의사 국시는 그들에게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커닝으로 발생하는 이득은 학생들만 보는 게 아니다.
현실적으로 교수들 역시 그 혜택을 보고 있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의대 교수로서 가르치는 것과 치료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거다.
경기를 잘하는 스포츠 선수가 무조건 감독도 잘한다는 보장은 없는 것처럼,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가르치는 실력이 부족하면 잘려야 하지만, 커닝을 통한 합격 덕분에 그 실력이 드러나지 않아서 교수 풀은 언제나 거의 고정이었다.
“이건 우리에 대한 도전입니다. 대놓고 말하는 거 보셨지요? 살인마랍니다! 살인마!”
자우신은 다른 의사들을 자극했다.
처음에 녹음본이 풀렸을 때 혹시 자신의 것인가 걱정하며 초조해하던 그는 더 이상 그 목소리가 자기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해서 전면에 나서서 다른 의사들은 선동해서 사건을 덮으려 했다.
“이대로 가면 우리가 힘들어집니다. 아시겠지만…….”
“하지만 의료 시험 시스템이 잘못된 것도 있기는 합니다.”
극히 일부 의사들은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의사입니다.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의 시험을 그렇게 대충 보는 건 좀…….”
“오진의 가능성도 있고…….”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그래서요? 사랑스러운 제자를 모두 떨구자 이겁니까?”
“아니, 사랑스러운 제자를 떠나서, 그 녀석들도 나가면 의사로서 사람의 목숨을 관리해야 하는 놈들이라는 겁니다.”
“그런 말 할 거면 나가요, 나가!”
“의사로서 자존심이 없어!”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다른 의사들을 설득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하게 하려고 했지만 애석하게도 대다수가 엄청나게 화만 낼 뿐이었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힘을 제대로 보여 줍시다!”
“맞습니다! 무기한 파업에 들어갑시다!”
“무기한 파업으로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느끼게 해 줍시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찬성하고 나서자 저항하던 소수의 의사들은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
“이게 뭔 개 같은 소리야?”
의사들의 무기한 파업 소식에 오광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살인 사건을 수사한다고 해서 파업한 건 그렇다고 쳐. 한시적 파업도 기가 막히는데, 무기한 파업?”
“네가 저들의 가장 치명적인 부분을 찔러서 그래.”
노형진은 검사실의 소파에 앉아서 느긋하게 말했다.
“약점?”
“내가 면허 무효 이야기를 하라고 했잖아.”
“응? 그랬지. 그래서 했고. 아하! 그게 약점이다?”
“그래.”
수십 년을 의사로서 모든 걸 누리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효화되어 버릴 위기인 것이다.
“강하게 반격한다는 건 동시에 그만큼 그게 위험하다는 거지.”
약점이 아니라면 그렇게 반격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무효가 되면 대한민국 의사들의 70%는 날아가니까.”
“그런데 그게 가능해?”
“솔직히 말해서? 가능하겠니?”
의사의 70%가 날아간다? 그 말은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이 붕괴한다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