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682)
삼중 함정 (1)
정부에서는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갑자기 이어도를 점령하고 있던 중국 북해 함대가 슬그머니 뒤로 빠져나갔다.
“연락이 오지는 않았지만 뭐, 대충은 알겠군.”
중국의 북해 함대에 위협을 느낀 한국이 미국에 핵 배치를 요구한다는 소문을 내자 핵무기가 옆에 배치되는 꼴은 피하고 싶었던 중국 입장에서는 조용히 자국 함대를 빼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그들이 이어도의 소유권을 주장한다고 해도 주장하는 것과 그곳을 점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니까.
주장은 단순 분쟁이지만 점거는 전쟁이다. 설사 그게 사람 하나 살지 않는 무인도이자 암초 지대라고 해도 말이다.
“뭐, 일단 그 문제는 둘째 치고.”
노형진은 다음 계획을 준비할 생각이었다.
정확하게는 정부가 아닌 자신이 복수를 시작할 생각이었다.
“우리가 매일같이 당하고 살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중국은 이 상황에서도 여전히 코델09의 한국설을 계속 주장하고 있었다.
문제는 일부에서 그런 말이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한국이나 중국이나 더러운 아시아 놈들인 건 똑같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같이 죽자 이거지?”
노형진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렇다면 진짜 죽는 게 뭔지 알려 주도록 하지.”
노형진은 바로 핸드폰을 들었다.
사실 이 방법은 최후의 수단이라 가능하면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네, 미스터 노.
전화를 걸자 그 너머에서 들려오는 로버트의 목소리.
노형진은 그런 그에게 차갑게 말했다.
“로버트, 중국에 구입해 둔 마스크와 소독 관련 공장 시설을 빼세요. 모든 공장 시설은 다른 나라로 옮기겠습니다. 일단 1차분은 한국으로 옮기고, 2차분은 인도로, 3차분은 유럽이나 다른 나라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
그 말에 로버트는 침묵을 지켰다.
한참을 침묵을 지키던 로버트는 다시 한번 물었다.
-미스터 노, 정말입니까? 중국에 있는 마스크와 방역 관련 장비 공장들을 전부 다른 나라로 옮기실 생각이라고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미스터 노, 상대는 중국입니다. 필요하다면 공장 같은 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효과가 별로 없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압니다. 마스크를 만드는 데에는 별로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마스크 모양을 잡는 거야 그다지 중요한 기술이 아니다.
마스크에서 가장 중요한 건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드는 멜트블론이라는 물건이었다.
멜트블론은 쉽게 말해서 아주 미세한 구멍으로 공기를 통과시키면서 정전기 효과를 이용해 세균과 미세 먼지를 잡아내는 필터다.
“마스크를 찍어 내는 기계야 뭐, 쉽게 만들 수 있겠지요. 하지만 멜트블론을 뽑아내는 장비를 만드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물론 현대에 와서는 주문하면 만들어 주기는 한다.
“하지만 지금 그런 장비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은 풀가동 중일 텐데요?”
-하긴, 그렇군요. 마스크를 만드는 장비는 작지만 멜트블론을 만드는 장비는 크지요.
그래서 그만큼 생산량이 많지만 그런 장비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은 그다지 많지 않다.
게다가 마스크라는 게 쓰는 사람만 쓰는 물건이다 보니 매년 소비량이 거의 고정되어 있어서 마스크 시장에서는 신규 대형 업체 같은 게 발생하지 않는다.
“돈을 몇 배 준다고 해도 중국에서 마스크를 사 갈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노형진이 현재 있는 모든 공장들을 구입한 데다 멜트블론을 만들 수 있는 장비를 제작하는 업체들에 족히 3년 치 생산량을 이미 주문해 두었고, 멜트블론 업체도 80% 이상 구입하거나 평시 기준 5년 치 분량을 주문해 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비상 상황에 들어가면 업체들도 다급하게 생산량을 늘리려고 하겠지만 한계는 명확하다.
3년 치 생산량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기준이니 아무리 빠르게 만들어 봐야 그걸 만드는 데 1년 6개월은 걸릴 것이다. 과연 그사이에 다른 나라들이 주문을 안 할까?
당연히 미친 듯이 주문할 거다.
그리고 노형진과의 계약이 끝나면 일단 자국 내 주문부터 충족하려고 할 게 뻔하다.
즉, 사실상 노형진은 중국으로 공급될 수 있는 마스크 필터 관련 루트는 다 막아 둔 셈이었다.
더군다나 계약 조건도 돈 몇 푼에 혹해서 넘어갈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생산량의 우선권을 확보해 주는 조건으로 무려 기존 비용의 50%를 더 주기로 했고, 그걸 어기고 다른 곳으로 빼돌리는 경우 그 즉시 계약을 파기하며 손해배상으로 주문한 양의 백 배에 달하는 배상금을 주기로 계약했었다.
무려 50%나 더 준다고 하니 이상함을 느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계약을 했다.
‘그리고 중국의 관련 업체들은 98% 정도 넘어왔지.’
시중가의 50%를 더 준다는 말에 업체들은 죄다 장비와 기업을 넘겼다.
그런데 노형진이 그 기업과 장비를 해외로 빼낸다면 중국의 마스크 생산 능력은 98% 이상 감소될 수밖에 없다.
‘내가 구입한 게 마스크 업체만도 아니고.’
소독 관련 업체와 치료에 필요한 산소기 생산 업체 그리고 방역복 관련 업체들까지 모조리 쓸어 담아 둔 상황.
노형진이 그런 업체를 다른 나라로 옮겨 버리면 중국은 맨몸으로 코델09와 싸워야 할 것이다.
‘아니면 오질나게 비싼 돈을 주고 사 가든가.’
전자보다는 후자겠지만, 어쩌겠는가?
한국에 똥칠한 건 그들이고, 한국은 명예를 되찾기 위한 돈이 필요했다.
“현 시간부로 모든 공장과 재료의 이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미스터 노, 아시겠지만 중국에서 가만두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미스터 노의 계획은 알겠습니다만 비상 상황에 중국이 과연 호락호락할지…….
로버트가 우려하는 목소리로 말하자 노형진은 당연하다는 듯 말해 줬다.
“물론 내주지 않으려고 하겠지요. 어느 정도는 빼낼 수 있겠지만 나중에 가면 아마 일부는 못 빼낼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냅 두시면 됩니다.”
-냅 두라고요?
“그 자체도 함정이니까요.”
그것도 중국의 현 상황을 전 세계에 까발리게 될, 아주 깊은 함정이었다.
* * *
“뭐? 지금 뭐라고 했어?”
“마스크 공장들이 줄줄이 폐쇄되고 있습니다. 마스크 공급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아니, 왜?”
샹량핑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러다가 곧 분노한 얼굴로 말했다.
“이 새끼들이 사재기하는 거야?”
사실 현재 마스크가 턱없이 부족해 각 마스크 공장에서는 어마어마한 폭리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쩔 수가 없었다.
마스크 하나 구하지 못해서 폭동이 일어나는 곳도 있을 지경이니까.
“그게 아닙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공장들이 줄줄이 폐쇄되고 있습니다.”
“이런 반역자 새끼들을 봤나. 아무리 돈이 좋기로서니.”
“돈 문제가 아닙니다. 알아봤더니 마스크 공장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의 회사에 인수되어 있었습니다. 지금 중국에 남아 있는 마스크 회사는 채 2%도 되지 않습니다.”
그 말에 샹량핑은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건 진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니까.
애초에 마스크 공장 따위는 돈도 안 되는 작은 기업이라 공산당에서도 관리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곳들이다.
그런데 그런 곳들이 죄다 외국계 회사라니.
“무슨……. 언제부터?”
“족히 3년 전부터 하나씩 구입된 듯합니다.”
“그걸 몰랐다고?”
“넘어간다고 해도 여기서 계속 마스크를 생산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조사 결과 마스크 생산 업체와 주요 방역용품 공장 70% 이상의 장비가 이미 해외로 반출되었습니다.”
“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걸 지금까지 몰랐다는 게 말이 돼?”
“그게…… 그쪽에서는 생산하는 족족 우리 쪽에 보내 줬으니…….”
생산량을 초과해서 보내 주는 양이 있으니 공장의 장비가 뜯겨 나가고 있을 거라고는 중국 정부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기에 1년 전부터 초과근무를 시켜 가면서 마스크를 생산해서 계속 보냈고,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공장에 문제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즉, 갑자기 마스크가 줄어서 확인해 보니 공장은 사라지고 건물은 텅 비어 있고 장비는 이미 해외로 빠져나간 후인 것이다.
물론 마스크 재고도 거의 없는 상황.
“이이익…….”
그 말에 샹량핑은 눈이 돌아갔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위생부 담당은 더 비참한 말을 했다.
“그게…… 문제가 더 있습니다.”
“더? 무슨 문제가 더 있다는 거야?”
“병원과 방역에 사용해야 하는 소독용품을 만들 수 있는 대부분의 공장이 사라졌습니다.”
“……!”
“심지어…… 시체 가방을 만들던 공장마저도…….”
그 말에 샹량핑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현재 중국이 지옥 입구에 서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 * *
노형진은 중국에 있던 위생 관련 공장들을 모조리 싹 구입하다시피 했다.
중국 정부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가 그 장비들을 다 털린 상황이고, 이제 봉쇄는 형주뿐 아니라 주변 도시로 점점 더 빨리 퍼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회귀 전보다 속도가 빨라.”
회귀 전에는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스크는 생산할 수 있어서 어찌어찌 쓰고 다녔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귀해져서 중국 정부에서 물자를 관리하는 상황이 되어 가자 질병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것이다.
“슬슬…… 중국 정부에서 움직일 시간이 되었는데.”
노형진은 중국의 세 번째 도시 봉쇄 소식을 뉴스로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이제 슬슬 다른 국가들도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세 번째 도시가 봉쇄되었고, 다른 나라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