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897)
마약과의 전쟁 (4)
그게 의미하는 바가 뭔지 모르는 샹량핑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네. 이미 미국에서는 발견된 마약을 모두 생산된 나라로 반송하고 있답니다.”
“뭔 개짓거리를 하는 거지?”
가지고 있는 마약을 모조리 소각시켜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 반환한다는 건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이었다.
“펜타닐을 우리 쪽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그런 행동의 연장이다 이건가?”
“일단 공식적으로는 반송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그런 전략의 일환이겠지요.”
“끄응.”
그 말에 샹량핑은 머리가 아파 왔다.
좋은 전략이라 생각해서 은밀하게 작전을 시행했다. 그리고 실제로 얼마 전에 펜타닐이 미국 10~20대 사망 원인 1위라는 말에 만세까지 불렀다.
이런 식으로 미국인의 씨를 말리고 그 자리를 중국인으로 채우면 언젠가 미국을 집어삼키고 지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설마 펜타닐 반송이라는 황당한 전략을 들고나올 줄이야.
“일단 우리 측에서는 발송 주소가 있고 발송 기록이 있기 때문에 그걸 거부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걸 거부한다는 것 자체가 미국에 마약은 중국에서 뿌렸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공하는 꼴밖에 안 된다.
“어쩔 수 없지. 일단 돌아오는 펜타닐은 모조리 회수해.”
“그게 가능할지…….”
“필요하면 모든 국제우편을 다 뒤져서라도 확인해 봐.”
“하지만…….”
“거부인가?”
“아…… 아닙니다.”
그 말에 부하는 아무런 말도 못 했다.
‘그랬다가는 얼마나 많은 도둑질이 벌어질지…….’
모든 국제우편을 뜯어서 확인한다?
그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여기는 공산국가고, 당에서 하라면 해야 하니까.
하지만 그 과정에서 뜯긴 내용물을 본 사람들이 욕심을 안 낼까?
그럴 리가 없다. 아마 대부분의 물건들은 사라질 거다.
사실 막는 방법 자체는 간단하다. 펜타닐을 안 보내면 된다.
하지만 샹량핑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미 실적을 두 눈으로 봤고 중국에 넘치는 노동자들이 조금 죽는다고 해서 신경 쓸 필요는 없으니까.
‘왠지 불안한데.’
하지만 중국에는 샹량핑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 * *
“미국에서 감사 인사를 건네 왔습니다. 의외로 효과가 있어서 일이 벌어졌다고 하더군요.”
로버트는 노형진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중국에서요? 그럴 리가 없는데? 중국이 그걸 마구 뿌릴 리가 없는데?”
“아니, 중국이 아니라 콜롬비아에서 일이 터졌다고 합니다.”
“콜롬비아요?”
“네. 콜롬비아에서 마약을 두고 사실상 두 대형 조직 간에 전투가 벌어져서 사망자가 삼백 명이나 나왔다고 하더군요.”
“허미.”
삼백 명이 죽을 정도면 절대 작은 싸움이 아니다.
더군다나 군대도 아니고 마약 조직이다.
그런데 심지어 이제 시작인 시점에서 사망자가 삼백 명이라니.
“예상대로라고 하더군요.”
콜롬비아에서 넘어온 마약을 알아서 처분하라고 콜롬비아 정부에 강제로 떠넘기자, 콜롬비아를 지배하고 있던 갱단이 막대한 뇌물을 주고 해당 마약을 가지고 가서 다시 팔아먹으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다른 마약 조직 역시 그 마약에 욕심을 내면서 두 집단이 대대적으로 충돌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게 그 마약의 양이 조직에서 몇 년간 유통할 수 있는 양이다 보니 그걸 팔아먹으면 상대방 조직을 찍어 누르는 건 일도 아니었으니까.
결과적으로 두 집단이 마약이 보관되어 있는 경찰서 주변에서 총격전을 벌이고, 경찰은 도주하고, 그 과정에서 갱단이 삼백 명이나 죽고 승리한 쪽에서 경찰서를 약탈, 해당 마약을 가지고 도주했다고 한다.
“패배한 쪽은 그 보복으로 해당 조직의 마약 공장 몇 곳을 습격해서 두 집단이 돌이킬 수 없는 전쟁으로 빠져들었다고 하더군요.”
“다행이네요.”
법을 다루는 사람에게 마약은 아주 골치 아픈 놈들이다. 남의 인생을 돈으로 바꿔서 빼앗아 가는 게 현실이다 보니.
‘아무리 중간에 막으려고 한들 그게 막히겠어?’
하지만 아예 생산지를 초토화하면 마약도 나오기 힘들다.
물론 마약을 제조하는 마약 유통 국가는 자기 나라가 개판 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그걸 막아야 한다.
아니면 진짜 소말리아처럼 나라가 결딴날 판국이 될 거다.
“중국은 아직 반응 없죠?”
“네. 뭐, 모든 반송 수화물을 전수조사한다고 하는데.”
“웃기네요.”
그러면 그 양이 엄청나게 많은 건 둘째 치고 내부의 물건을 훔쳐 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게 될 거다.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죠.”
“어찌 되었건 덕분에 펜타닐의 미국 유통을 어느 정도 컨트롤하고 중국의 범죄를 막을 수 있게 되긴 했습니다만, 이게 상하이방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노형진은 중국의 현 상황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내부를 흔들어야 한다는 의뢰를 받았다.
“뭐, 이제 슬슬 넘어갈 작전입니다만. 아마도 펜타닐이 중국의 주요 정치인에게 발송되기 시작할 겁니다.”
“중국의 주요 정치인요?”
“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중국의 주요 정치인들, 특히 상하이에 위치한 사람들 위주로 발송이 시작될 겁니다. 어쩌면 이미 발송되어서 도착했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노형진은 그 말에 씩 하고 웃었다.
그 미소의 뜻을 알아차린 로버트는 소름이 쫙 돋았다.
“설마…… 중국에서 마약을 뿌리는 대상으로 중국의 주요 당직자들을 고르신 겁니까?”
“제가 고른 건 아니죠. 저는 조언만 해 준 겁니다, 조언만.”
물론 그 조언을 충실하게 받아들인 건 다름 아닌 CIA겠지만.
“아시겠지만 중국에서 당직자들의 힘은 하늘을 찌르죠.”
그리고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사람들이다.
그들은 뇌물을 받고 갈취를 하고 범죄를 은닉해 준다.
그런 놈들이, 구하기 힘든 마약이 수백 킬로그램 단위로 공급되었을 때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아마도 팔아먹을 생각을 하겠지요.”
미국도 바보는 아니다.
중국은 미국의 주요 감시 대상이고 어떤 놈이 부패했는지, 어떤 놈들이 그나마 멀쩡한지 알고 있다.
“그리고 부패한 놈들 위주로 조금씩 마약 공급량을 늘려 갈 겁니다.”
그놈들이 그걸 신고하지는 않을 거다.
중국은 마약을 아주 혐오한다. 신고했다가는 마약과 접했다는 것만으로도 자세한 조사가 이루어질 테니 그 과정에서 그들의 부패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루어질 거다.
“그걸 아는 놈들이 그걸 가만둘 리가 없죠.”
당연히 자신의 힘으로 무마하거나 사건을 묻어 버릴 거다.
그나마 그걸 팔아먹지나 않으면 다행이고, 팔아먹기 시작하면 중국은 대혼란이 올 거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펜타닐을 많이 보낼수록 더 많은 펜타닐이 그들에게 갈 테고, 미국을 갉아먹는 만큼 중국도 갉아먹기 시작할 테니까.
“그리고 그걸 이용해서 협박할 수도 있을 겁니다.”
“상하이방 말씀이군요.”
“네.”
그들이 몰래 버렸다고 말한다고 해도 그걸 믿을 수는 없다.
보낸 입장에서는 기록이 있으니 그걸 어디서 썼는지 공개할 필요가 없다.
이쪽에서 보냈는데 그게 사라졌다고 언론에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목이 날아갈 거다.
“누차 말하지만 상하이방도 결국은 부패한 공산 권력자들입니다.”
다만 미국에 좀 더 우호적일 뿐이다.
“그리고 이 문제가 깊어질수록 중국의 혼란은 심해지겠지요.”
마약이 퍼지고 상하이방이 재기하기 시작할 거다.
“하지만 샹량핑이 가만둘까요?”
“그러진 않겠지요. 하지만 쉽지 않을 겁니다.”
이미 약점이 잡힌 샹량핑 파벌의 놈들이 과연 상하이방을 죽이자고 설칠까?
그럴 리가 없다. 그들은 자기들이 살아남기 위해 상하이방을 보호하고 위로 올려 주려고 할 것이다.
“아마 중국의 혼란이 점점 더 커질 겁니다, 후후후.”
물론 상하이방이 전면에 나선다면 외부에 적대적인 분위기가 줄어들 건 사실이기는 하지만, 사실 샹량핑 아래에서 그런 분위기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미국이 원하는 대로 잠깐 시간을 끄는 정도.
그리고 그 정도 시간이면 기업들 대부분은 빠져나가고도 남는다.
“중국의 미래가 어찌 될지 궁금해지네요,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