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928)
호가호위 (2)
그건 송정한 의원과 새론의 유착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우연일까요?”
“그럴 리가요. 모든 언론에서 동시에 이렇게 떠드는 건 결코 우연일 수가 없죠.”
무태식 변호사의 말에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참, 이걸 상상력이라고 해야 하나?”
“기자들은 기자 생활 때려치우고 소설가를 해야 한다니까요.”
“그건 소설가를 모독하는 말입니다. 소설가들은 새로운 세계를 창작하는 사람들입니다, 똥을 싸지르는 게 아니라.”
김성식의 말에 무태식이 답하고 노형진이 다시 반박했다.
하지만 그런 세 사람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은 없었다.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긴, 가능성 중 하나이기는 했으니.”
김성식은 시선을 돌려서 오늘 자 신문을 보았다.
지면에 한 사설 제목이 보였다.
법무 법인 청계와 새론, 두 쌍둥이 기업
우리는 과거 청계라는 법무 법인에 대해 기억한다.
그들은 범죄를 구성해 준 후 그걸 약점 삼아서 권력을 휘두르다 몰락했다.
그런데 그런 조직은 여전히 있다. 바로 새론이다.
한국 권력의 핵심에 앉아 있는 그들은…….
“미친 걸까요?”
“미친 건 아닐 겁니다. 그만큼 절박한 거지.”
개혁이라는 건 기득권의 힘을 빼는 행위. 당연히 기득권은 힘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발악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사실 힘이 엄청나게 빠진 상황인 것도 맞고요.”
“그건 그렇지.”
검찰도 법원도 언론도, 회귀 전과 비교하면 상당한 힘을 뺀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기득권이 아닌 건 아니다.
“사실 이 시기가 제일 애매하죠.”
“그건 그렇지. 나도 수많은 정치인들을 만나 봤으니까.”
김성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과거 중수부를 이끌던 사람이다. 당연히 권력자들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원래 권력자들이 제일 발악할 때가 바로 직전과 바로 직후라네. 특히 살아남았다면 더더욱 그렇지.”
권력을 잃어버리기 바로 직전. 그 순간에는 온갖 짓거리를 다 해서라도 권력을 지키려고 한다.
그리고 실패해서 권력을 잃어버리면 그걸 되찾기 위해 발악한다.
“하긴, 이해가 갑니다.”
무태식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모가지를 따 버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개혁에는 최소 20년은 걸리죠.”
죽여 버린다면야 문제가 없지만 민주주의국가에서 그건 불가능하다.
당연히 단순히 권력을 좀 잃어버리는 정도로 끝나는데, 그 권력을 되찾기 위해 권력자나 권력 집단은 눈이 돌아간다.
“지금이 딱 그런 시기이기는 하죠.”
경찰과 검찰, 언론. 그들은 여전히 권력을 향유하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기침 한 번에 국민들이 살려 달라고 발아래에서 벌벌 기던 그 시절.
그 시절을 되찾고 싶어 할 건 뻔한 일.
문제는 그 첫 번째 방해물이 개혁형 대통령이라는 거다.
“박기훈도 개혁형 대통령이었으니까.”
나중에야 현실이 어쩌고저쩌고하면서 일부 타협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박기훈 대통령은 개혁을 많이 이뤄 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 송 대표님…… 아니, 송 의원님이지.”
송정한은 박기훈보다 훨씬 골수 개혁파다.
박기훈은 어느 정도 타협이라도 하겠지만 송정한은 그런 거 없다.
좀 천박하게 말하면 ‘좆까’를 시전하면서 다 털어 낼 게 뻔하다.
“그러니 현 정치권에서는 필사적으로 막으려 들 테고요.”
자유신민당, 민주수호당 같은 정당뿐만 아니라 언론과 검찰과 경찰, 모든 집단에서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기회의 문제니까요.”
온건 개혁파와 급진 개혁파의 차이는 뭘까? 속도?
가장 큰 차이점은 속도이기는 하다. 온건 개혁파는 천천히 고쳐 나가자는 편이지만 급진 개혁파는 차라리 다 때려 부수고 새롭게 만들자는 소리를 하니까.
하지만 그것 말고도 차이점이 더 있는데, 그건 다름 아닌 책임 소재의 여부다.
온건 개혁파는 기득권에게 책임을 묻는 걸 꺼린다.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 피바람이 부는데, 당연하게도 기득권은 그걸 알아채고 강하게 저항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진 개혁파는 다르다. 그들은 기득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야 나중에 다른 놈들이 같은 짓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기훈은 많은 개혁을 했지만 처벌받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권력을 잃어버리는 수준에서 끝난 것이다.
“그런데 우리를 엮은 이유가 뭘까요?”
“새론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송정한 의원님의 절대적 아군 아닙니까?”
노형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모두가 적인 상황에서 우리만 끊어 낼 수 있다고 해도 송 의원님은 대통령이 되기는커녕 감옥행을 피하지 못할 겁니다.”
“감옥이라니요?”
“이놈들이 단순히 물러날까요? 그럴 리가요. 이번이 아니더라도 다음번에라도 송 의원님이 후보로 나가는 걸 막고 싶을 겁니다. 당연히 그걸 위해 죄를 조작해 내는 건 일도 아닐 테고요. 검찰하고 법원이 어디 갑니까?”
“끄응, 그건 그렇군.”
개혁했다고 해도 그들은 여전히 권력의 핵심 기관이고 권력을 되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금 잠깐 숨죽이고 있다고 해서 방심하면 안 된다.
“애초에 삼권분립은 견제가 목적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삼권분립이 무너진 채로 수십 년이 지났죠.”
교과서에 나오는 견제라는 건 이미 상상 속의 제도가 되었고 판사와 검사, 국회의원은 나란히 손잡고 나라를 좀먹고 있었다.
“그게 잠깐 막힌 것뿐입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틈타 그들은 권력을 되찾고 싶어 할 거다.
“어찌 되었건 대통령이라는 존재가 특정 기업과 밀접하게 가깝고 그들이 범죄 집단에 가깝다면 약점이 되니까요.”
새론이 그런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일단 의심부터 던지고, 아니면 마는 거다.
“심리적 함정인 거죠.”
이런 이야기가 부담이 돼서 송정한과 새론이 서로 거리를 둬도 이득이고, 반대로 더 결속돼도 자기 말이 맞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되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사설을 터치할 수도 없고요.”
“터치하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니까요.”
사설은 말 그대로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언론에서 거짓말하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법을 고치기는 했지만 사설은 의견일 뿐이기에 진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사설 위원을 공격하면 함정에 빠지는 거죠.”
공격하면 저쪽의 말대로 이쪽은 부도덕한 기업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개소리를 찍찍 해도 건드리지 못하는 꼴이 된다.
“그런가요?”
“무태식 변호사님은 잘 모르시겠나 봅니다.”
“저는 정치질은 잘 모르겠다니까요.”
무태식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하긴, 그는 정치적 사건에는 유독 관심이 없었다.
애초에 그는 새론의 창립 멤버임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부족해서 검사나 판사는 되지 못했다.
성격상 성적만 충분했다면 검사가 되어서 범죄자를 때려잡고 다녔을 것이다.
“그럼 이건 곤혹스러운 상황인 건가요?”
“뭐, 그것까지는 아닙니다. 사실 정치계에서는 이게 공격의 첫 단계거든요.”
첫 번째가 소문 흘리기.
두 번째가 그 소문을 기반으로 사설 쓰기.
세 번째가 언론에서 그 소문을 기반으로 물어뜯는 것.
네 번째가 그 뉴스를 기반으로 관변 단체나 산하단체에서 고발을 진행하는 것.
그리고 다섯 번째가 그 고발을 기반으로 상대방을 법적으로 족치는 것이며, 마지막인 여섯 번째가 재판에서 영혼까지 털어 버리는 거다.
이 여섯 단계를 거치면 대한민국의 사람들은 진짜 차라리 죽여 달라고 빌게 된다.
이때쯤 되면 없는 죄도 만들어지고 사람들에게는 천하의 개쌍놈이 되어 있다.
수십 년간 벌어진 방식이지만 누구도 막지 못했다. 심지어 전임 대통령조차도 이 방법에 자살을 선택했다.
“그리고 전 세계의 부패한 나라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지요.”
“으음…….”
그 말에 무태식은 신음을 냈다. 그럴 줄은 몰랐으니까.
“하긴, 법이 정의로운 건 아니니까.”
법은 정의롭다. 그러나 그건 우민화를 위해 사람들에게 새겨 둔 세뇌일 뿐이다.
법은 정의롭지 않다.
그렇다면 칼이 정의로운가? 아니면 총이?
그도 아니라면 차량이 정의로운가?
아니다. 누구도 그런 도구에 정의롭다는 말은 붙이지 않는다.
법은 누가 쓰는지에 따라 정의가 달라지는 도구일 뿐이다.
즉, 법을 이용하는 자가 정의롭다면 법은 정의를 실현하는 도구가 되고, 정의롭지 않다면 살인을 저지르는 도구가 된다.
“그러면 자네는 이걸 어떻게 할 건가? 공격하기도, 공격하지 않기도 애매한데.”
공격하자니 저들이 물어뜯을 게 뻔하고, 공격하지 않자니 저들이 자연스럽게 단계를 밟아 가면서 결과적으로 송정한을 파먹을 거다.
“보고만 있을 수는 없죠.”
“하지만 언론 탄압이라고 뭐라고 할 텐데요.”
“지난번처럼 광고로 압박하려고? 그때야 어차피 개인이었고 회사였다지만 이건 정치인이 관련된 거라 쉽게 포기하지 않을 텐데.”
그리고 언론 입장에서도 차라리 최대한 버텨서 권력을 되찾는 걸 선택할 거다.
“압니다. 사실 그걸 가지고 건드리는 건 위험하죠. 지금 경제가 개판인데.”
코델09바이러스로 인해 경제가 개판인 상황에서 광고를 막으면 기업의 파산과 직결될 거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렇게 죽나 저렇게 죽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니, 당연히 살기 위해 발악이라도 해 보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방법을 자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고요.”
“하지만 그러면 어떤 식으로 건드리려고 그러는 건가? 뭘 해도 송정한 의원님에게 부담이 될 텐데.”
“아, 송 의원님에게는 피해가 없을 겁니다.”
“어째서?”
“우리가 문제니까요.”
“우리가?”
“사설에서 터트린 건 송 의원님이 아닙니다. 우리지.”
과거에 존재하던 청계라는 범죄 집단과 엮어 그 이미지를 뒤집어씌움으로써 새론이 움츠러들기를 바란 것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고소해야지요.”
“고소? 언론을?”
“네. 우리가 언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 줘야지요. 더군다나 이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입니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은 처벌 수위가 일반적인 처벌과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이게 정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처벌될까요?”
무태식은 미심쩍다는 듯 물었다.
이미 검찰과 법원에서 방향을 잡고 죄를 뒤집어씌우고 있는 상황.
그들은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면 사람을 죽여도 처벌하지 않는다.
“압니다. 처벌하지 않을 겁니다. 바로 그게 제가 노리는 거고요.”
노형진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도 시간을 끌어야 하니까요. 겸사겸사 우리 새론의 가장 큰 문제도 해결하고요.”
“새론의 가장 큰 문제?”
두 사람은 그게 뭔지 몰라서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 * *
새론은 노형진의 계획에 따라 사설을 쓴 사람들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넣었다.
당연히 고소하자마자 언론에서 언론 탄압이라면서 게거품을 물고 새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 사실과 새론을 세운 송정한을 엮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파탄 내는 주범이라고 미친 듯이 떠들기 시작했다.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군.”
언론에서 떠드는 걸 보면서 송정한은 쓰게 웃었다.
“인생을 말입니까?”
“그래, 이것만 보고 있으면 내가 저 북에 있는 김씨 일가 보다 훨씬 나쁜 놈인 것 같군그래.”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