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205)
자칭 미다스, 타칭 사기꾼 (4)
“아니면 중국에서 그놈들을 처분한다고 팩스로 공식 서류라도 보낸 거야?”
“그럴 리가 없지.”
그럴 리가 없다.
하지만 그간 중국의 행동을 보면 그들의 행동을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중국은 말이야,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길길이 날뛰는 놈들이야.”
중국 정부는 인내심이라거나 장기 계획이라는 게 거의 없다시피 한 패턴을 보여 주고 있다.
현 중국의 공산당은 먼 미래를 보고 미리 계획을 세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즉흥적으로, 자기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길길이 날뛰며 힘으로 상대방을 찍어 누르는 걸 선호한다.
그리고 그걸 ‘전랑외교’라고 부르며 자랑스러워한다.
쉽게 말해서 늑대처럼 상대방을 물어뜯는 공격적인 외교인 건데, 그런 방식은 적 아니면 아군만 만들어 낼 뿐이다.
물론 충분한 힘을 가진 나라라면 그런 외교가 가능하다.
실제로 중국은 자국이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믿는 것과 현실은 좀 다르다.
현실적으로 중국은 그 전랑외교를 실행할 힘은 가지고 있지만 관철할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실행과 관철은 전혀 다르다. 시작이야 할 수 있지만 제대로 끝내지는 못하니까.
“그런데 지금 상황을 봐. 미다스에게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잖아.”
한국이야 뜬금없이 당한 상황이니 한국 입장에서는 돈을 준다고 ‘네! 핵항모 만들겠습니다!’라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한국은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으며 돈을 이유로 특정 기업에 국책 사업을 몰아주는 것은 규정 위반입니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발표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래의 중국이라면 길길이 날뛰면서 반발을 해야 정상이지. 하지만 가만히 있잖아. 그게 뭘 뜻하는 거겠어? 켕기는 게 있다는 소리지.”
“그게 가짜 미다스다?”
“맞아.”
그리고 중국, 아니 어떤 나라든 음지의 작전을 실행하다가 틀어지면 그걸 어떻게 해서든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그러면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
단순히 중국으로 당사자들을 소환하는 거?
물론 그것도 방법이지만, 그래도 문제가 되는 게 있다.
바로 가짜 미다스 역할을 한 놈의 존재다.
“만나 본 사람들에게서 흘러나온 정보를 봤을 때 그놈은 한국인이야. 그리고 그런 경우 중국 스타일대로라면 100% 처분을 하려고 할 거야.”
물론 그들이 정보를 제공한 게 아니라 노형진이 그들을 만나면서 슬쩍슬쩍 기억을 읽은 거다.
그 결과, 노형진은 그 기억 속에서 미다스를 자칭하던 놈이 한국인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한국인이라…….”
“그래. 그러니까 이제 그를 구출해야지.”
“구출?”
구출이라는 말에 오광훈은 귀를 의심했다.
“무슨 소리야, 구출이라니? 체포가 아니고?”
“명확하게는 구출이지.”
“어째서?”
“나를 사칭한 놈이 뭔 죄를 저질렀는데?”
“미다스라고 주장하고 다녔잖아!”
“미다스는 대명사 같은 거야. 하물며 직업도 아니지.”
이름도 아니고 직업도 아니고, 미다스라는 건 일종의 존경을 담아서 부르는 별칭 같은 거다.
더군다나 진짜 미다스의 신분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상 아무리 해석해도 이 경우는 사칭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런가?”
“그래. 그리고 이 경우는 사기도 성립하지 않지.”
미다스라고 자칭한 것과는 별개로 남들을 속여서 이득을 챙긴 게 없기 때문이다.
사기라는 건 남을 속여서 자신 또는 제3자에게 금전적 이익을 얻게끔 한다는 성립 조건이 붙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에 사칭이라는 게 성립하지 않으니 상대방을 속였다는 부분에 대해 법리적인 해석의 여지 문제가 있다.
더군다나 가장 큰 문제는 제3자의 이익이라는 부분이다.
그렇게 모은 돈이 중국으로 넘어갔다면 그나마 사기가 성립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노형진이 재빠르게 커트한 덕에 돈이 중국으로 넘어가지 않고 투자 대기 상태에 걸려 있다.
더군다나 그 돈은 미다스를 자칭한 사람이 아닌 미다스를 만났다고 설레발치면서 투자자를 모은 권력자들이나 정치인들이 챙긴 것이다.
“이 경우는 말이지, 웃기지만 미다스를 사칭하고 다닌 놈은 무죄야. 선량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거지.”
“크흠, 선량이라는 말이 좀 이상하게 사용된 것 같기는 하지만.”
오광훈은 그래도 납득은 되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광훈도 이제 경력이 쌓여서 어느 정도 법리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건 진짜 구출 작전이 맞기는 하네?”
“그래, 맞아.”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 모르잖아?”
“그럴 리가 없지. 이미 찾았어.”
노형진이 그들과 내통했던 놈들의 기억을 읽으면서 자칭 미다스라는 놈의 전화번호를 안 읽었겠는가?
당연히 읽었고, CIA를 통해 이미 추적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아직 처분 결정 직전인지라 미다스라고 주장하는 놈들은 전화기를 켜 두고 자기네 사람들을 관리하고 있었던지라 추적은 어렵지 않았다.
“광명에 있는 별장지네. 아니, 이런 곳이 아직도 있어?”
“광명이 개발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곳이 개발된 건 아니니까.”
서울과 가깝고, 비상시에 도주하기도 쉽고, 정보를 캐내기도 쉽다.
그리고 광명은 개발된 곳은 잘 개발되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아직 촌이라 CCTV 같은 것도 별로 없다.
“이곳에 가서 네가 털어 내면 돼.”
“CIA가 직접 안 하고?”
“할 수가 없지. 다른 나라니까. 하지만 너도 나름 공안 검사잖아.”
그 말에 오광훈의 얼굴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공안은 개뿔. 그 후로 사건 하나 안 주고 있구만.”
“개판 났으니까. 그리고 공안 검사가 그동안 이미지가 안 좋아져서 그렇지, 엄밀하게 말하면 간첩이나 스파이를 잡는 업무를 한다고.”
“그렇지.”
“설마 미다스라고 자칭하는 놈이 혼자서 그 짓거리를 했겠어?”
분명 중국 스파이들과 함께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기억 속에서 그는 정체불명의 동양계 경호원들과 함께 다녔다.
그들은 분명 미다스를 사칭하게 만든 중국의 요원들일 것이다.
“그러니까 구조를 해야지.”
“하지만 위에서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텐데.”
“공안이라는 이름을 팔아먹을 때가 지금 아니면 언제겠어?”
“아하!”
그렇잖아도 이 문제로 국정원은 머리를 부여잡고 있다.
그러니 이 사실을 알린다면 국정원은 군부대라도 동원해 줄 것이다.
“한번 내달려 보자고, 후후후.”
* * *
창룽은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상부의 결정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이미 일이 틀어졌으니까.
하지만 중국에서는 자신들의 존재가 이미 들통났으며, 미다스가 중국에 보복하기 위해 한국의 항모 계획을 적극 밀어주는 거라며 철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만일 그렇다면 지금 중국에서 활동하는 실사 팀이 벌써 돌아왔어야 하니까.
그러나 여전히 실사 팀은 활동하고 있었다.
전쟁과 경제를 구분해서 행동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어떤 미친놈이 자기를 속이려고 한 놈을 위해 돈을 벌어 주려고 하겠는가?
‘아니, 생각은 필요 없다.’
잠깐 고민하던 창룽은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은 공산당의 칼이다. 그리고 칼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당에 충성을 다하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될 뿐이다.
“당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우리는 철수한다.”
“네?”
“지금 말입니까?”
“그래, 지금 당장. 출국도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는다. 동해로 우리 쪽 어선이 들어올 거다.”
“동해 말입니까?”
“서해는 빵즈 놈들이 워낙 감시를 심하게 하니까 몰래 나가려면 동해가 나아. 동해를 통해서 러시아로 빠진 후에 그곳을 통해 입국할 거다.”
서해는 워낙 밀입국이 빈번한지라 경찰은 서해 쪽의 밀입국선에 대한 감시를 심하게 하고 있었다.
“에? 그러면 나는요?”
그 말에 소구태는 기겁했다.
그는 한국인이다.
갑자기 계획이 틀어져서 중국으로 끌려간다 한들, 중국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그는 중국에서 사기를 치다가 걸렸다. 창룽 일행을 도와주는 조건으로 그나마 처벌을 면한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계획이 틀어졌다고 철수한다고 하면 그는 어쩌란 말인가?
“걱정하지 마. 넌 여기에 두고 갈 테니까.”
“아, 그러면 저는 여기서 쥐 죽은 듯이 살면 되는 거군요.”
아무리 정치인들에게 얼굴이 팔렸다지만 그들이 정체도 모르는 소구태를 추적할 방법은 없다.
설사 추적한다고 해도 소구태를 처벌하거나 할 수도 없다.
그가 아니라고 말하면 그만이니까.
물론 다시는 사기를 치거나 할 수야 없겠지만, 중국에 끌려가는 것보다는 나았다.
“죽은 듯이 살면 된다라…….”
그 말에 창룽은 피식 웃었다.
그게 한국식 표현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그것만큼 소구태 자신의 미래를 예언하기에 적합한 말이 없다는 것이 참으로 공교로웠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
“네?”
“죽은 듯이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으면 깔끔하니까.”
그 말에 소구태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창룽의 눈빛에서 그 말이 절대로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위험부담을 감수할 수는 없지.”
국내에서 훈련받고 중국에 충성하는 자국 요원도 아닌, 한국인 출신의 범죄자?
그런 놈의 뭘 믿고 살려 두고 간단 말인가?
애초에 원래 계획에서도 이 모든 일이 정리되면 소구태는 처분될 예정이었다.
아쉬운 건 소구태가 아니라 일이 실패했다는 것뿐이었다.
“아…… 안 돼!”
소구태는 다급하게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눈치 빠른 다른 요원들이 그의 뒤를 막았다.
사실 그들은 철수라는 말이 언급되었을 때부터 이미 소구태의 용도가 다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리고 용도가 다한 놈은 폐기하는 게 중국의 기본 원칙이었다.
“동지, 어떻게 할까요?”
“피를 묻히는 건 흔적이 남으니까 깔끔하게 처리해.”
“네.”
“놔줘! 놔줘, 제발!”
소구태는 죽음이 다가오자 울면서 몸부림쳤다.
하지만 자신의 양팔을 꽉 잡은 훈련받은 요원들을 떨쳐 낼 방법은 없었다.
“그건 제가 하죠.”
그러자 뒤에서 있던 여자 요원이 나서면서 웃었다.
“그렇잖아도 저를 자꾸 힐끔거리는 게 불쾌했거든요. 고작 사기꾼 빵즈 새끼가 말이에요.”
“뭐, 기꺼이.”
“네놈 눈깔을 빼면서 고문하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시간이 없어서 말이야.”
그녀는 어디선가 끈을 가지고 와서 강제로 일으켜진 소구태의 목에 걸려고 했다.
그게 걸리면 자신은 죽을 거라는 걸 확신한 소구태는 몸부림쳤지만 피할 수는 없었다.
“제발…… 살려 주세요. 으허허헝.”
공포에 오줌이 질질 새고 있었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애석하게도 고통은 짧을 거야.”
여자가 혀로 자신의 입술을 핥으면서 다가오는 그때, 갑자기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동지! 큰일 났습니다. 한국 경찰입니다.”
“뭐? 한국 경찰?”
“경찰만이 아닙니다!”
그 순간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강렬한 바람 소리.
이중창이라 어지간한 소리는 다 막히는 건물 안에까지 들릴 정도라면 절대로 정상적인 바람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창문 너머에 보이는 것은 ‘경찰’이라고 쓰인 헬기들이었다.
-너희는 포위되었다. 투항하라.
누군가의 목소리.
짧은 중국어였지만 그게 의미하는 건 뻔했다.
“젠장! 어떻게!”
이곳은 누구도 모른다. 심지어 자신들과 접촉했던 놈들조차도 이곳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를 알아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