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319)
너 대신 내가 싸우마 (2)
그러니 그 아이디어를 누가 구체화했는지로 소송을 걸 거라는 거다.
“그리고 이 경우 법원은 여러분이 제출한 서류를 감안하지 않을 수가 없죠.”
“음?”
그 말에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원래 우리의 아이디어인데요?”
“맞습니다. 그렇기에 법원에서는 머리가 아파지는 거죠.”
아이디어니까 보호하기에는 애매하다. 그 기준으로는 노형진이 연재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도 허가가 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저들에게 아이디어를 빼앗겼다 해도 이쪽에는 피해자들이 보낸 서류와 이메일 기록이 있기에,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사람이 이쪽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다.
“아, 그렇구나! 그러면 원아이디어의 계승자와 계약이 우선이냐, 아니면 아이디어 도둑질이 우선이냐는 애매한 상황이 되는 거구나!”
서세영은 아차 싶은 얼굴로 감탄하며 자신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와, 역시 오빠는 천재네.”
“후후후, 칭찬 감사.”
“저희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만?”
물론 안중창은 여전히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간단하게 말해서 이거죠. 제 계약의 적합성이 인정되면 역설적이게도 여러분의 아이디어가 완성된 시점이 그 공모전의 서류를 제출한 시점이 된다는 거죠.”
그 말인즉슨 그 시점부터 빼도 박도 못하게 작품으로써의 권리가 발생한다는 소리다.
그러니 그 순간 그들의 아이디어는 구체화된 작품이기도 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제 계약이 무시되고 그들이 아이디어를 차용한 게 합법이라면 법적으로 공모전의 아이디어는 회사에 귀속된다는 황당한 논리가 성립됩니다.”
당연하게도 그걸 법원에서 인정한다면 저작권 계열에서는 난리가 날 거다.
지금이야 데뷔하지 못한 작가들만의 문제이지만 앞으로는 이 문제가 공모전이 가능한 모든 업계로 들불처럼 번져 나갈 거다.
“그러면 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되거든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저작권법상 아이디어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판례는 있지만 그 아이디어의 기준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판례는 없다.
“이 경우는 무조건 대법원으로 갑니다.”
그리고 대법원에 가게 되면 최소 5년은 걸릴 거다.
“그리고 아이디어의 상품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만큼 우리가 요구하는 연재 금지 가처분 신청이 통과될 가능성이 아주 높지요.”
그 말에 다들 입을 쩍 벌렸다.
다른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아무리 노력해도 연재는 막을 수 없다고 말했는데, 노형진은 간단한 계약을 통해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으니까.
그때 서세영이 노형진을 쿡쿡 찔렀다.
“오빠, 그래도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있는데.”
“뭔데?”
“일단 가처분 신청을 받아 주지 않을 수도 있잖아. 그렇지?”
“맞아. 그렇지.”
“그리고 아이디어의 경우는 계약의 정당성을 양쪽 다 걸 수도 있잖아. 그게 문제 아니야?”
“그렇기는 하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 준다면 고맙지만 기업에서 로비를 하거나 기업을 위해 판사가 연재를 허락해 줄 가능성도 무시 못 한다.
왜냐하면 한국은 법원이 극단적으로 기업을 편들어 주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경우는 두 번째 판단을 하겠지.”
양쪽 다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는 인정하되 그 후에 살을 붙이는 것은 이쪽의 책임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게 내가 노리는 거야. 사실 연재 금지 가처분 신청이 통과되는 건 거의 요행을 원하는 수준이라서,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정도의 느낌이야.”
“응? 어째서?”
노형진의 말에 서세영도 다른 작가들도 궁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저들이 아이디어를 도둑질한 건 나중을 위한 거니까.”
“나중을 위한 거라고?”
“그래. 2차 저작권, 알지?”
“그 이야기는 했지.”
물론 웹툰 시장 자체가 아주 커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신흥 기업이, 그것도 새롭게 연재하는 웹툰이 유명 작가도 없는 연재 사이트를 만들어서 홍보하는데 아주 크게 성공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사실 이 정도면 적자만 안 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위험한 투자이기도 하다.
“실제로 좀 알아보니까 참그림이라는 사이트는 간신히 흑자더군요.”
흑자의 규모도 고작 매달 몇백만 원 수준이다.
‘하지만 그게 이상하단 말이지.’
처음 시작한 곳이 흑자를 낸다? 그건 이상한 말이다.
판매량이 그리 많지도 않은 상황에서 흑자가 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건 나중에 알아보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그렇다 보니 저쪽에서 나중에 원작의 좋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2차 저작 수익을 노릴 거라고 했잖아. 그렇지?”
“맞아. 그랬지.”
“그런데 말이야, 법원에서 이쪽에도 동일한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인정한다면 어떻게 되겠어?”
“모르겠는데.”
서세영은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그게 뭘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작가 중 한 명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어? 그러면…… 그게 저작권 위반이 되나요?”
“애매하죠.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저작권 위반이라고 보기도 애매하고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한 어정쩡한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그걸 제가 노리는 거고요.”
“그걸 노려서 뭐 어쩌려고? 혼란스럽긴 하네. 그게 나중에 2차 창작에 뭔가 영향이 있어?”
서세영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듯했다.
그리고 다른 작가들 역시도 이해하지 못하기에 노형진은 좀 더 쉽게 설명해 줬다.
“당연히 있지. 양쪽 다 비슷한 스타일에 비슷한 스토리를 가진 정당한 권리자니까.”
물론 실제 제작자는 그런 것에 대해 모를 거다. 참영이 말해 주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이쪽은 다르다.
이쪽도 법원에서 비슷한 스토리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받은 이상, 비슷한 스토리로 2차 작품이 만들어질 경우 제작 금지 가처분 신청을 걸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참영이 가진 작품의 권리는?”
“사실상 사라지는 꼴이지.”
제작자들이 바보도 아닌데 소송에 들어가서 제작이 짧으면 3년, 길게는 5년씩 딜레이될 2차 작품의 원작을 쥐려고 할까?
그럴 리가 없다.
만일 원작 문제로 2차 창작물을 제작하는 중 딜레이가 되면 출연료에서부터 촬영 비용까지 몽땅 날리는 셈이니까.
“실제로 2차 창작물에서는 원작의 저작권 문제를 상당히 꼼꼼하게 따져. 옛날에 황당한 사건이 있었거든.”
“황당한 사건?”
“그래. 아이디어는 똑같았는데 2차 창작물이 미세하게 틀어진 거지.”
어떤 제작사에서 드라마가 만들어 상영되었는데, 그와 비슷한 시기에 다른 제작사에서 비슷한 드라마를 제작한 것이다.
결국 먼저 드라마를 만든 제작사에서 다른 방송국을 통해 나중에 만든 제작사를 고소했다.
워낙에 비슷한 아이디어가 많이 차용되었기 때문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둘 다 원작이 있는 드라마였다는 우스운 사실이 밝혀졌다.
차이가 있다면 첫 번째 제작사의 드라마는 일본 소설이 원작이었고, 두 번째 제작사의 드라마는 한국 소설이 원작이었다는 것.
그래서 두 원작 소설들을 비교해 보았는데, 공교롭게도 출간된 순서는 한국이 먼저였으며 나중에 출간된 일본 소설은 한국에 출간된 적도 없고 일본 소설의 작가는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몰랐다.
즉, 동일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두 작품이 동일한 전개로 흘러가면서 미묘하게 비슷해졌는데 드라마를 제작하는 제작사들이 그 사실을 몰랐던 거다.
“그거 말고도 저작권 문제 때문에 작품이 뒤엎어진 경우가 제법 많거든.”
드라마를 가지고 와서 제작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나라의 드라마 또는 만화, 심지어 동료 작가의 내용까지 훔쳐서 만든 경우가 워낙 많았다.
그래서 2차 창작, 특히 방송 쪽은 법적인 소송 가능성이 있는 작품은 절대로 작품으로 만들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 그 자체로도 그 녀석들의 계획은 틀어지는 거네?”
“맞아. 소송이 끝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그들과 계약을 하지 않겠지.”
아니, 이 소문이 도는 순간 그 회사의 작품이라고 하면 무조건 믿고 거르는 분위기가 조성될 거다.
“헐.”
그 말에 안중창은 입을 쩍 벌렸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는 물었다.
“그래서, 어디다가 도장을 찍으면 될까요?”
* * *
“뭐라고? 연재 금지 가처분 신청? 새론에서?”
“정확하게는 새론이 대리인이고 소송 당사자는 소울이라는 드라마 제작사입니다.”
“소울? 그건 또 뭐 하는 새끼들이야?”
곽무안의 말에 박도상은 눈을 찡그렸다.
처음 들어 보는 제작사다.
그쪽 바닥에 대해 아예 모르는 게 아닌 박도상 입장에서는 기가 막혀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어디 듣도 보도 못 한 제작사가 끼어들어서 장난질을 한단 말인가?
“애들 보내서 지랄 좀 해 봐. 아니면 변호사를 보내서 겁 좀 주거나. 어디 듣보잡 새끼들이 초를 치려고 지랄이야, 지랄이.”
“그게…… 안 됩니다.”
그 말에 곽무안이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
“안 된다? 언제부터 네가 나한테 말대꾸를 해? 이 새끼야, 까라면 까.”
“진짜 안 되니까 드리는 말씀입니다. 소울은 마이스터에서 투자해서 만든 미국계 기업입니다.”
“미국계 기업이라고?”
“네, 네트웍플러스와 손잡고 그들에게 드라마를 제작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런 씨팔! 언제?”
“그게……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졌답니다.”
“이번에?”
“네.”
“이런 미친!”
이러면 일이 곤란해진다.
한국 기업도 아닌 미국계 기업의 한국 지사라면 건드리는 순간 국제적 분쟁이 된다.
더군다나 네트웍플러스와 손잡고 드라마를 제공하는 곳이라면, 까딱 잘못하면 자신들이 네트웍플러스와 척지게 된다.
“이런 씨팔. 이게 아닌데?”
원래는 원천 IP를 빼앗기 위해 한 일이 이번 참영이라는 회사에서 주최한 공모전이었다.
적당히 손해만 안 보다가 원천 IP를 팔아먹는 것. 그게 목적이었던 것이다.
그랬는데 갑자기 일이 커졌다.
물론 이건 다 노형진의 계획적인 쇼다.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소울은 한국에서 드라마를 제작할 계획이 없다. 당연히 네트웍플러스에 드라마를 제공할 거라는 계획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네트웍플러스는 소울의 존재도 모른다는 편이 맞겠다.
다만 네트웍플러스의 최대 주주 중 한 명이 마이스터이고 소울의 투자자가 마이스터라고 하니까 곽무안이나 박도상 입장에서는 서로 긴밀한 협조 관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뭐 하나 잘되면 기업이 온갖 관련 업체를 흡수해서 문어발 투자를 하는 게 국룰이니까 미국도 그럴 거라 생각한 것이다.
당연히 그 모든 계약은 내부 계약으로, 돈이 돌고 돌도록 한다.
“그러면 그 소울이라는 놈들이 뭐라는 거야? 그러니까 자기들이랑 계약했으니까 2차 창작을 하지 말라 그거야?”
“네, 맞습니다.”
“뭔 개소리야! 아이디어는 보호받지 못한다, 몰라?”
“그건 맞습니다. 다만 일단 계약이 있는 이상 재판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 문제라…….”
“염병.”
그 말에 박도상은 눈을 찡그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 * *
당연히 연재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사는 빠르게 결정되었다.
권리에 대한 재판은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가겠지만 권리를 중지하는 건 길게 끌 수 없다.
왜냐하면 권리를 행사하는 행위의 경우 길게 끌면 그사이 이미 이익을 몽땅 훔쳐 가고도 남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재판 자체는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다.
“원고 측은 그러니까 정당한 권리를 가진 계약자와 계약한 거다 이거죠?”
“맞습니다.”
“그리고 그 권리를 증명할 서류는 공모전 제출 기록이다?”
“네, 맞습니다.”
“흠.”
확실히 이메일 등을 통한 모든 기록은 서버상에 남기 때문에 증거로 쓰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