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328)
사기도 참 재능이다, 진짜 (4)
그들에게는 한 40만 원만 줘도 그만이니 그 그림에 한글만 채워서 자신들이 서비스를 한다는 것.
“당신은 그걸 어떻게 안 거죠? 저작권 관리는 당신이 안 한다면서요?”
“저는 재무 담당이니까요.”
당연히 그들에게 돈을 주는 것도 자신의 업무다.
저작권 업무와 관련된 증거는 대표인 박도상이 관리하기에 자신이 접근할 수가 없다. 하지만 매달 중국에 있는 만화가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자신의 책임이라는 소리다.
“그러니까 그걸 알죠.”
“호오? 그러면 그걸 가지고 올 수 있습니까?”
“네!”
노형진의 질문에 사인범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일단 자기가 살아야 하는데 그게 대순가?
“그래서, 몇 명이나 됩니까?”
“네?”
“그림을 그리는 중국 작가가 몇 명이냐고요.”
“전부 다요.”
“전부 다?”
“네. 우리가 서비스하는 작품들은 전부 다 중국에서 그려 와요.”
그리고 그 상황을 봤을 때 그 저작권을 쥐고 있는 건 단 한 사람, 박도상일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요?”
“네, 맞아요. 이미 그거 말고 추가 계약도 되어 있어요.”
“추가 계약?”
“원래는 2차 공모전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노형진과의 소송이 진행되면서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라는 것.
“그거 관련 자료를 가지고 오면 소 취하해 드리죠.”
그 자료는 애초부터 사기를 목적으로 도메인을 취득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그러니 그 정도면 도메인을 취소하는 게 충분히 가능했다.
“진짜요?”
“네, 바로 취하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사인범의 얼굴이 환해졌다.
* * *
사인범은 몰래 해당 자료를 가지고 와서 노형진과 새론에 건넸다.
그리고 노형진은 바로 도메인 관리 업체에 연락했다.
사실 노형진이 도메인 취소 소송을 걸기는 했지만 일차적인 관리 책임은 그 도메인을 관리하는 업체에 있다.
그리고 그런 업체들은 모두 규정에 따라 사기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도메인을 취소한 권리가 있다.
한두 건도 아니고 애초부터 모든 작품의 저작권을 빼앗으려고 만들어진 도메인이다.
그건 규정 위반이었기에, 관리 회사는 당연히 참영의 도메인을 취소해 버렸다.
“이럴 수가…….”
박도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이나 화면을 새로 고침 했다.
하지만 그의 화면에 보이는 것은 단 하나, 연결할 수 없다는 경고뿐이었다.
“이럴 수는 없어…….”
텅 비어 버린 사무실.
직원들은 직감적으로 대부분 출근을 거부했다.
정확하게는, 일부 직원은 어쩔 수 없이 출근했으나 회사 앞에 몰려든 투자자들 때문에 겁을 먹고 들어오지도 못했다.
“이 개새끼야! 내 돈 내놔!”
“내 돈 내놓으라고! 내 돈.”
“씹쌔끼, 넌 뒈질 줄 알아! 내가 너 살려 둘 것 같아!”
“이 새끼야! 안에 있는 거 알아! 나오라고!”
잠긴 회사의 문 밖에서 들려오는 투자자들의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분노.
하지만 박도상은 애써 무시하면서 다시 한 번, 또다시 한 번 새로 고침을 했다.
그러나 화면에는 연결할 수 없다는 글만이 계속 보일 뿐이었다.
결국 박도상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망했다는 걸.
그리고 재기는 불가능하다는 걸.
또다시 문밖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기존과는 다른 목소리였다.
“박도상 씨, 경찰에서 나왔습니다. 당신을 사기 혐의로 체포합니다.”
“…….”
“문을 열지 않으면 강제집행 하겠습니다.”
박도상은 대답할 수 없었다. 아니, 대답하기 싫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피할 수는 없었다.
“이게 문 여세요.”
그 말에 삐리릭 소리가 들렸다. 건물 관리소 측에서 문을 열어 주는 것이 분명했다.
그 소리에 박도상은 눈을 질끈 감았다.
* * *
“결국 망하네.”
핸드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본 서세영이 중얼거렸다.
그녀의 핸드폰에는 참영의 부도 소식이 떠올라 있었다.
제아무리 잘나가던 인터넷 기업이라 해도 도메인이 닫혀 버리면 망하는 수밖에 없다.
“망하는 걸로 끝이게? 아직 문제 해결 안 끝났다.”
“응? 어째서?”
“환불해 줘야지.”
“아!”
참영에서 서비스한 작품은 초반에는 무료지만 그 이후 분량부터는 돈을 내고 봐야 한다. 당연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돈을 내고 작품을 봤다.
문제는, 유료 열람 방식에는 대여와 구매가 있는데 구매의 경우 소유권이 독자에게 있다는 거다.
당연히 구매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자기가 소유한 작품들이 한꺼번에 날아갔으니 환불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의 참영은 환불이 불가능하다.
“그건 별도의 범죄고 말이지.”
아마도 박도상은 재기 불능 상태가 될 거다.
“그러면 저희는?”
“이제 그 아이디어로 작품 하나를 제대로 만들어서 공모전에 내셔도 됩니다.”
“진짜로 말입니까?”
“네. 물론 그 후에 당선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이지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수년간 고민해서 만든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눈뜨고 빼앗길 뻔하던 중 되찾아 준 노형진에게, 안중창을 비롯한 작가들은 모두 감사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모두 잘되시기를 바랍니다.”
노형진은 그들의 감사의 인사에 미소로 답했다.
노형진이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이제 그것뿐이니까.
“힘내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사를 건네는 작가들의 얼굴에는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건 가능성이 준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