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397)
애국노가 되자 (5)
“중국에서도 고용할 거라는 소문도 있던데요?”
“아, 그 소문은 저희 쪽에서 낸 겁니다. 하지만 안 할 겁니다.”
“왜요?”
“뻔하죠. 중국 애들이 어떤 애들인데요.”
중국에서는 당연히 전문가를 보내지 않을 거다.
만일 어떤 연구원이 중국을 배신하고 아레스군사연구소로 넘어왔다?
그러면 그들은 거의 100% 암살자를 보내서 그 연구원을 제거할 거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에는 중국인 연구원들이 엄청 많은데요.”
“네. 그리고 그 후에 중국은 엄청난 발전을 해 왔지요.”
그 말에 순간 오준민은 소름이 돋았다.
하긴, 보안에 관해서 신경 쓰는 조직에 속해 있으니 그게 의미하는 바를 모를 리가 없다.
“그들이 중국의 스파이다 이겁니까?”
“그럴 가능성이 높죠. 들어올 때부터 스파이였는지 아니면 들어가고 나서 스파이가 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연구직, 특히 고위 연구직에 있는 중국인들은 거의 90% 이상이 스파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물론 그들이 정말로 스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도리어 그들은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열심히 일한다.
“문제는 말이죠, 그 개발비는 중국 돈이 아니라는 거죠.”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
1~2억으로는 턱도 없고, 기술에 따라서는 수천억씩 들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그 돈을 들여서 그걸 개발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솔직히 중국 입장에서는 지금 미국의 기술을 따라가기에도 벅차니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으음…….”
“간첩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 되죠. 우리나라 국정원이 무능해서 그런 헛짓거리를 하는 거죠.”
간첩은 부지런하다. 당연히 산업스파이도 엄청나게 부지런하다.
왜냐하면 부지런하지 못하면 승진도 못 하고, 승진을 못 하면 주요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런 걸 몰라서 멋모르고 중국인 전문가들을 대거 고용한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연구와 별개로 모든 연구 결과를 빼돌려 중국에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미국에서는 연구직이나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자리에는 중국인을 쓰는 게 사실상 금지되었다.
실제로 그 시기에 빼돌려진 과학기술의 수준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백 명의 중국인 연구자 중에 스파이가 한 명만 있어도 그 모든 연구 결과는 중국으로 넘어간다.
‘이번 생에서는 그게 막혀서 중국이 좀 더 고생 중이긴 하지.’
원래는 못해도 한 20년은 그렇게 꿀을 빨았어야 하는 중국이지만 노형진이 스파이 집단을 소탕하면서 해당 방법을 미 정부에 알렸는데, 조사해 보니 실제로 전문가로 위장한 수많은 스파이들이 발견되어 모두 쳐 낸 것이다.
그 결과, 원래는 2017년에 이미 실전 배치가 되었어야 하는 중국의 스텔스기인 J-20이 이제야 연구가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연구에서 실전 배치까지 못해도 5년은 걸리니 결과적으로 10년 이상 늦어진 거다.
‘미국에서 중국 물건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경기를 일으키는 게 농담이 아니지.’
실제로 미국은 F-35 제작 단계에서 주요 부속도 아닌 아주 작은 부속에 중국산 부품이 들어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바로 F-35의 수령을 거부해 버렸다.
그게 전자 부품도 정밀 부품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위험도 감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일 정도였으니, 그들이 얼마나 중국의 스파이나 몰래 설치하는 프로그램으로 고생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우리가 개발해도 사실 그걸 중국이나 러시아가 살 가능성은 없죠.”
중국이야 아주 당연하게 내부의 연구원들을 통해 빼돌리려고 할 테고, 러시아는 그런 중국에서 싸게 사거나 또 빼돌리려고 할 거다.
“하긴, 무기 설계에서 보안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니까요.”
당장 오준민만 해도 이미 밖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국정원 요원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러면 어쩌시려고요?”
“말 그대로입니다. 이건 ‘쇼’인 거죠.”
“쇼…….”
“네.”
“하지만 이런다고 해서 우리 월급을 올려 주거나 대우가 나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에 와서 국방과학연구소에 투신한 게 벌써 20년이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똑같았다.
애국을 부르짖으면서 무조건 희생하라고 했고, 보상을 입에 담으면 매국노 취급하고 심한 경우에는 빨갱이 취급했다.
“그렇다고 가만있으면 더 안 좋은 꼴만 당하겠지요.”
“끄응.”
실제로 이런 부분은 한국의 미래형 전투기 KF-21이 최초 개발되었을 때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언론에서 처음에는 미래의 차세대 무기라느니 한국도 4.5세대가 나왔다고 설레발치더니, 정권이 바뀌자 갑자기 논조를 바꿔서 ‘전 정권이 쓰레기를 만들었다.’, ‘온갖 병신 짓 때문에 스텔스성이 전혀 없다더라.’, ‘온갖 오류투성이더라.’라고 물어뜯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게 무척이나 속보이는 짓거리인 게, 원래 전투기는 만드는 순간 짜잔 하고 완벽하게 나오는 물건이 아니다.
아니, 세상 어디에도 그런 물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들고 나서 오류를 잡아내고 수정해 가는 거다.
미국의 절대적인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조차도 만들고 계속 수정해서 지금에 이른 거다.
‘그때 전문가들의 맘고생이 심했다던데.’
그런데 그런 짓거리를 한 이유가 가관인 게, 진짜로 전투기가 쓰레기라서가 아니라 그런 핑계를 잡아서 담당자들의 모가지를 쳐 내고 그 자리에 자기네 파벌을 낙하산으로 집어넣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그런 핑계로 기존 담당자의 모가지를 쳐 낸 후에 담당자가 바뀌자 언론은 ‘드디어 오류가 잡혔다.’, ‘차세대 스텔스기 완성.’이라면서 물고 빨고 온갖 지랄을 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들이 있든 없든 간에 오류 발생과 수정은 계속 이루어지는 과정일 뿐이고 그로 인해 바뀌는 건 없다.
정말로 그들은 실적을 빼앗을 핑계가 필요했을 뿐인 것이다.
‘그리고 그 대상에는 전문가들이 들어가지.’
실제로 그렇게 언론과 정부에서 전 정부의 실적을 폄하하기 위해 물어뜯을 때 당연하게도 전문가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대놓고 ‘세금이나 뜯어 가는 도둑놈의 새끼들’이라는 말을 하는 놈들이 있을 정도로 과학자들과 연구원들 그리고 기술자들을 매도하면서 그들의 가치를 평가절하 했다.
그래야 자신들의 몸값을 올릴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사건으로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엄청 그만뒀지.’
충성을 다하면 뭐 하나, 어느 순간 정신 차려 보니 자신이 세금을 빼돌린 매국노가 되어 있는데.
그래서 단기간 내에 국방과학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우르르 그만두는 바람에 나중에는 연구원이 없어서 연구 자체가 완전히 멈춰 버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둘 생각이 없어.’
회귀 전에는 노형진도 그저 뉴스로만 접해서 자세한 이유는 몰랐지만, 이제는 과학자들과 연구원들이 박봉으로 착취당하도록 방치하면 미래의 대한민국의 국방력이 시궁창으로 처박힌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러면 어쩌란 겁니까?”
“일단은 여러분의 이름을 빌려서 설레발을 칠까 생각 중입니다.”
“설레발요?”
“네.”
“무슨 설레발요?”
“이직 확정이라고 언론 플레이를 하는 거죠.”
“저는 이직할 생각이 없습니다.”
연구를 진짜로 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안 한다는데, 이직해서 뭘 하란 말인가?
오준민은 놀고먹으면서 시간만 때우는 걸 지독하게도 못하는 사람이었다.
“압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여러분이 이직한다고 하면 국방부에서 뭐라고 할까요?”
“눈도 깜짝 안 합니다, 그 새끼들은.”
“물론 오준민 씨 혼자라면 그러겠지요. 하지만 부서가 통째로 이직한다고 하면요?”
그 말에 오준민은 깜짝 놀랐다.
“제 부서가요? 제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건 상관없죠. 중요한 건 모두가 한꺼번에 이직한다는 거죠.”
“그러면…….”
생각하던 오준민은 정신이 퍼뜩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에이사 레이더 관련 연구는 완전히 멈출 거다.
누가 남아서 신입을 가르친다 해도, 못해도 2년은 걸릴 거다.
그런데 심지어 모조리 이직한다면 관련 연구원이 개념부터 새롭게 배워야 하니 최소한 5년간은 연구가 멈출 거다.
“그러면 국방부는 똥줄이 타겠죠.”
거의 완성 단계에 있는 전투기다. 그래서 온갖 홍보를 해 놨는데, 최종 단계에서 노예 취급에 질린 과학자들이 한꺼번에 이탈한다면?
“장군님들 모가지 몇 개 날아가는 걸로 안 끝날걸요.”
과학자들이 월급 적게 받는 거야 국민들에게는 별로 관심 없는 주제이지만 그들이 노예 생활에 질려서 빤스런 치는 상황이라면 아주 화가 날 거다.
“그리고 그 상황이 커질수록 아마 국방부는 난리가 날 겁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직 계획이…….”
“그러니까 ‘설레발’인 겁니다.”
노형진은 싱글벙글 웃었다.
“동료분들에게 말해 주세요. 오실 필요도 없습니다. 떡밥은 이쪽에서 던져 드릴 테니까 잘 이용하시라고만 전해 주세요.”
그 말에 오준민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쩍 벌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배경을 만들어 주고 있었으니까.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그런 생각이시라면 좋은 무기를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매국노가 되는 건 저 하나로 족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