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57)
그런데 갑자기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이 도착한 것이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병원에 가 볼 생각입니다.”
“같이 가세.”
“송 대표님도요?”
“그 사건 때 우리가 얼마나 도움을 받았나?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일세. 그 애가 자살이라니!”
얼마나 심지가 굳은 아이인가? 그 아이는 스스로 바깥으로 나올 만큼 심지가 굳고 강한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자살을 한다? 일이 잘못되어도 아주 크게 잘못된 것이다.
“상황은?”
“저도 가 봐야 알 것 같습니다.”
“같이 가세.”
“그렇시죠.”
송정한은 황급하게 자신의 외투를 찾아 입었다.
그 뒤, 노형진과 송정한은 병원으로 바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벌써 수많은 기자들과 경찰들이 와 있었다.
“여깁니다!”
그 혼란 속에서 노형진을 찾는 목소리에 노형진이 고개를 돌려 보자 거기에는 강수련을 데려간 소속사의 사장인 천문광이 서 있었다.
“소속사 사장이다!”
“한마디만 해 주세요!”
그가 나타나자 달라붙는 기자들. 하지만 천문광은 길게 말하지 않고 노형진과 송정한을 데리고 안으로 황급하게 들어갔다.
“죄송합니다. 어디서 새어 나간 건지 기자들이…….”
“그건 뭐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맙시다. 수련이는 어떻습니까?”
노형진은 천문광에게 다급하게 물어봤다.
“일단 목숨은 건졌습니다. 위세척을 하고 현재는 잠든 상태입니다.”
“위세척?”
“네, 수면 유도제를 무려 이백 알이나 먹었습니다.”
“허…….”
수면제는 의사의 처방이 없으면 구할 수 없지만 수면 유도제는 없어도 구할 수 있다. 물론 그만큼 효과가 약하지만 이백 알이면 위험한 수치다. 그리고 약을 이백 알을 먹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수련이가 얼마나 심지가 굳은 아이인데 자살을 해요! 당신 뭐 이상한 짓 시킨 거 아냐?”
송정한은 발끈하면서 천문광에게 화를 냈다. 아무리 자신과 이제 관련이 없는 아이라고 하지만 딸 같은 아이라서 신경을 많이 써 주던 송정한으로서는 너무 놀라서 손이 바들바들 떨릴 지경이었다.
“절대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천문광은 절레절레 손을 흔들었다. 그런 오해를 한국엔터테인먼트조합에서는 소위 말하는 이상한 짓, 그러니까 성 상납 같은 것을 철저하게 막는다. 그리고 그게 가장 좋은 부분이다.
“그런데 왜 그 애가 자살하는데?”
“요 근래에 협박 아닌 협박을 받아서…….”
“협박 아닌 협박?”
“협박이면 협박이지, 협박 아닌 협박은 뭔가?”
발끈하면서 화내는 송정한. 노형진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하는 얼굴로 천문광을 바라보았다. 천문광은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택배로 피 묻은 칼이 오거나 혈서가 오거나 쥐나 고양이 시체를 가져다 두거나 아주…… 별의별 사건이 많았습니다. 수련이의 입장에서는 버티기 힘들었을 겁니다.”
“뭐라고?”
“그런 일이 있었다고요?”
송정한과 노형진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아니,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겁니까?”
“안티 팬이라고 해야 하나요? 아니…… 안티도 아니죠. 이건 그냥 죽으라는 겁니다. 하아.”
깊은 한숨을 쉬는 천문광을 보면서 노형진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뭐, 수련이가 큰 실수를 했습니까?”
“실수라면 실수이기는 한데…… 이런 꼴 당할 정도는 아닙니다.”
“무슨 일인데요?”
“열애설이 터졌습니다.”
“엥?”
“열애설?”
열애설은 눈만 뜨면 터지는 게 열애설이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그렇게 괴롭힌다는 게 노형진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거야 흔하잖아요?”
강수련은 나이는 어리지만 장래가 촉망받는 배우다. 이름처럼 수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스스로 나섰다는 영웅적 이미지까지 가지고 있는 데다가 연기력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런 열애설이 나는 건 흔한 일이다. 아니, 애초에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열애설이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번에는 좀 심각했습니다.”
“뭐가요?”
“대상이 DD409거든요.”
“뭐야 그건? 무슨 부품이야?”
송정한은 처음 듣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그건 노형진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연예 기획사의 대표 변호사 노릇을 함께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그쪽은 거의 신경을 안 쓴다. 애초에 쓸 시간이 없다. 방송을 볼 시간이 없는데 어떻게 연예계의 사람들을 알겠는가?
“DD409라는 게 뭡니까?”
그러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되는 천문광
“진짜 모르십니까?”
“그다지 관심을 가질 시간이 없어서요.”
“DD409는 남자 아이돌 그룹입니다.”
“그런데요?”
그러면 흔하게 열애설이 날 만한 일이다. 노형진이 겪어 본 기자들은 취재하지 않는다. 그냥 적당하다 싶으면 대부분은 소설로 채워 넣는다. 특히 열애설은 심심하면 튀어나오는 소설 중 하나다.
“DD409의 팬클럽인 페가수스는 광적이다 못해서 광신도적인 팬클럽으로 유명합니다. 심지어 소속사나 가수들도 통제하지 못합니다.”
“설마?”
열애설이 났다는 이유로 괴롭힌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면서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송정한은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그래서 열애설이 난 대상에게 화를 풀어 낸다 이건가?”
“그런 것도 있죠.”
“미친……. 열애설은 진짜인가?”
“진짜는요. 수련이는 DD409 멤버가 누군지도 몰라요.”
강수련이 연예인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지만 한쪽은 가수, 한쪽은 배우로 사는 세계가 다르다 보니 그들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쪽으로 원래 관심도 없는 편이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한다고요? 좀 과하지 싶은데요.”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열애설보다는 그 후에 언론에 한 말이 실수였습니다.”
“실수?”
“네.”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강수련이 그렇게 큰 실수를 할 만큼 문제가 많은 아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뭐, 듣보잡이라고 무시하거나 그런 건가?”
“아니요. 기자한테 DD409와의 열애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 것뿐입니다.”
“그런데 그게 왜 협박의 이유가 되는데?”
“하아, 이게 좀 웃긴 건데 DD409를 한글로 읽으면 어떤 발음이 되는지 아십니까?”
“그거야 디디 사백구 아닌가?”
송정한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천문광은 노형진을 바라보았고 노형진 역시 나름 생각하고는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디디 사공구?”
“뭐, 두 분 다 맞습니다. 보통은요.”
“보통은?”
“DD409는 ‘더블 디 사공구’라고 읽어야 합니다.”
“뭐?”
“아니, 이게 어딜 봐서 ‘W’가 들어가는데?”
송정한은 기가 막혔다.
“D 가 두 번이니까 ‘더블 디 사공구’랍니다.”
“그쪽 소속사가 그래?”
“네.”
“허.”
뭐 그거야 각자 가수들의 특색이니 그렇다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거랑 이번 사태랑 무슨 관계란 말인가?
“그런데 수련이가 거기서 ‘디디 사공구’라고 읽었거든요.”
“그래서?”
“그래서 이 꼴 난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송정한은 뭐라고 말하지 못하고 멍하니 천문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노형진조차도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왔다.
‘내가 변호사 노릇하면서 별의별 꼴을 다 봤지만…….’
소송이나 싸움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이다. 하다못해 단돈 5만 원 때문에 민사소송을 하는 사람도 봤다. 그렇지만 돈도, 물건도 아닌 이름 잘못 읽은 걸로 이 난리라고?
“그러니까 이름을 잘못 읽어서 찍혔다?”
“그런 거죠. 가뜩이나 열애설 때문에 찍혀 있는 상황에서요.”
“장난합니까? 애초에 관심이 없으면 잘못 읽을 수도 있는 거고 그걸 잘못 읽었다는 것 자체가 열애설이 가짜라는 증거잖습니까?”
진짜로 사귀는 사이라면 그걸 잘못 읽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당연히 그걸 잘못 읽었다는 것 자체가 관련이 없다는 증거였다.
“그렇게 이성적으로 말이 통하면 좋지요.”
“네에?”
“페가수스는 말이 안 통합니다. 이번 사건만 일으킨 게 아니에요.”
“허?”
노형진은 기가 막혔다. 보아하니 한두 번 있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 회사에 그러면 그냥 둡니까? 나 같으면 뭐라고 하겠네?”
듣다 못한 송정한이 이해를 못한다는 듯 중얼거리자 천문광은 입맛을 다셨다.
“DD409는 공식적인 팬클럽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페가수스도 결국은 그냥 흔하디흔한 팬클럽 중 하나라는 거죠.”
“공식이 없다고요?”
“네, 사실 공식 처리하면 이 모든 행동이 소속사 문제가 되는데 공식 인정하겠습니까?”
그러니까 해당 소속사는 팬클럽이라는 과실을 따 먹으면서 그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니, 도대체 왜 이 지경이 되도록 그냥 둡니까?”
“네? 그거야…… 아무래도 인기가…….”
노형진은 아차 싶었다.
‘그렇지. 아직은 악플러에 대해서 관대한 시점이지?’
악플러들에게 끝은 없다. 그들은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악플을 달고 상대방을 모욕한다. 하지만 아직은 그들도 팬이라고 생각하는 문화 때문에 악플러들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묻는 문화가 아니다.
“설마 악플러들이 용서해 주면 팬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노형진의 말에 두 손을 흔드는 천문광.
“그럴 리가요. 아닙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악플러들은 나이가…….”
“나이가 뭐요?”
“나이가 좀 어립니다.”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하긴…… 아직은 촛잉이라는 말이 통할 때지.’
악플러들이 쓰는 가면. 그건 바로 ‘촛잉’이다. 악플러를 고발하면 어린애를 고발한다는 식으로 가면을 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악플러들은 대부분 20대에서 40대 사이다. 그들은 초딩이라는 가면을 쓰고 욕설을 하다가 불리하면 소속사가 어린애들을 고소한다고 잔뜩 겁주고 안티를 불러일으키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소속사는 아무런 행동도 못하는 것이다.
“천문광 씨.”
“네?”
“설마 초등학생이 쥐와 고양이를 잡아서 난도질해서 보냈다고 생각하십니까?”
“…….”
“진짜 그렇게 생각하세요?”
“아니요…….”
“그런데 왜 어리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아니 애초에 악플러들을 잡은 적도 없는데 어리다고 판단하십니까?”
“…….”
노형진은 진심으로 분노했다. 힘들게 살아온 강수련이다. 이제야 좀 자신의 생활을 찾아가는 시점이 왔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무래도 팬덤을 다 적으로 돌리는 것도 문제고…….”
노형진은 그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그러면 놔요.”
“네?”
“감당하지 못하겠으면 수련이랑 계약 해지하라고요. 내가 대룡엔터테인먼트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노 변호사님.”
“소속사면 자기 소속사 연예인을 지켜야지, 왜 남의 눈치를 봅니까? 애초에 수련이 집으로 그런 소포가 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일반적으로 모든 소포는 일단 소속사를 거치는 것이 정상이다. 그렇지 않으면 팬들이 집으로 몰려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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