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52)
“정치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는 거야?”
“무리야. 우리 회사 알잖아, 정치 쪽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거.”
‘태양이라면…….’
청계가 사라지고 나서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법률 회사 톱 3 안에 언제나 들어가는 것이 바로 태양이다.
새론이야 규모는 크지만 기본적으로 대서민 변론을 지향하는 데다가 정치권과는 고의적으로 거리를 둔다.
부자들이야 능력이 있는 곳에 맡기다 보니 그다지 문제가 안 되지만…….
‘정치권이랑 연결되면 뒤끝이 별로 안 좋거든.’
정권이 바뀌면 보복이 들어온다.
물론 그사이에 규모를 키우면 버틸 만은 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 있다.
‘바로 비밀을 가지는 것.’
청계는 비밀을 가지고 정치인들을 압박해서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려고 했다.
물론 청계는 극단적인 방식을 쓴 것이고 대부분의 거대 로펌들, 특히 정부와 거래하는 로펌들은 정치인들의 정보를 모으는 데 집중한다.
새론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정보 라인이 있는데, 새론과 다른 점은 새론은 의뢰인을 위해서 정보를 모은다면 그들은 정치인의 추문을 모으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정권이 바뀌어도 버틸 수 있으니까.
“그러면 방법이 없는 거야?”
“그렇게…….”
정식으로 수임하지도 않았으니 소송하는 것도 무리다.
애초에 소송하는 순간 그녀의 변호사로서의 인생은 끝장난다고 봐야 하고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영원히 돌봐 줄 수는 없고.’
누구든 홀로 서야 하는 시점이 온다.
문제는 이런 것으로 원한을 품는 인간들은 쉽게 잊어버리지도 않는 타입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정치인은 10년 전에 사소한 실수를 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자신이 권력을 잡는 순간 상대방을 파멸시켜 버렸다.
‘이거 참…… 드러워서 정치인들한테 정신감정을 시키든가 해야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같이 상대방을 짓밟는 사람들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형태가 지금 사회구조의 함정이다.
남을 밟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때문에 높은 곳으로 가지 못한다.
“현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스럽게 떨어트려 놓는 거야.”
“그리고?”
“그 후에 태양에서 아무래도 이런 방식은 곤란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지.”
“그게 가능해?”
“글쎄.”
태양이 고연미를 영입한 목적은 확실해 보인다.
문제는 이 방식은 아니라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법이다.
‘무슨 방법으로 한단 말인가?’
태양과 손하균은 이 바닥에서 속된 말로 굴러먹을 대로 굴러먹은 존재들이다. 어줍지 않은 방식으로는 속아 넘어갈 리 없다.
‘흠…….’
고민하던 노형진의 머릿속에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는걸.”
“뭐?”
“저쪽에 없는 무기가 이쪽에 있잖아.”
“어떤 건데?”
“그건 바로 나.”
“엥?
물론 노형진이 이쪽에 있는 거야 맞다.
그런데 무기라니?
“정확하게는, 노형진이라는 인간이 가진 권력이 있지.”
“권력?”
“그래, 후후후.”
노형진은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기 시작했다.
>2장. 네 이름 좀 빌릴게>
“뭐라고요?”
고연미는 당황해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생각도 못 하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전 같으면 완전히 난리가 났을 만한 일이다.
“문제가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고연미 변호사님은 현직도 아니고.”
“그거야 그렇지만…… 상대방은…….”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네?”
“요즘 열애설은 옛날처럼 타격이 크지 않아요.”
열애설. 노형진이 만들어 낸 타개책.
하지만 고연미의 입장에서는 영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전에는 난리가 났었는데요?”
“맞습니다. 전이라면 난리가 났겠죠. 하지만 요즘은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흔하게 쓰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특히 상대방이 남자라면 그다지 문제가 생기지도 않고요. 뭐, 욕은 좀 먹겠지만.”
“헐?”
“어차피 욕먹는 게 변호사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그게 목적이라서요.”
“네? 그게 목적이라니요?”
고연미는 어이가 없어서 반문했다.
욕먹는 게 목적이라니?
그러나 손채림은 확실하게 노형진을 믿고 있었다.
“한번 믿어 봐, 언니. 확실하다니까.”
“확실하다니…….”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잖아?”
“그건 그런데…….”
“욕먹는 게 좋아, 아니면 창녀 취급당하는 게 좋아?”
“그거야 당연히 욕만 먹는 게…….”
고연미가 맘고생을 하면서도 끝까지 버티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100퍼센트 변호사가 아니라 창녀가 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태양에서는 비슷한 상대방에게 자신을 계속 보낼 테고, 그렇게 되면 변호사 업무와 상관없이 그들의 노리개가 될 것이다.
물론 비밀리에 움직이겠지만 태양의 변호사들은 그 사실을 안다.
그들은 몸 팔아서 돈 버는 녀석이라고 그녀를 욕할 테고, 변호사 세계에 소문이 도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렇게 되면 변호사로서 고연미의 미래는 박살이다.
‘절대로 몸 팔아서 사건 가져온다는 헛소리는 듣지 않겠어.’
실제로 그런 소문이 돌았던 몇몇 여성 변호사들이 있다.
물론 대부분은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몰락해서 지방으로 가든가 은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태양에서는 만일 고연미 씨가 계속 저항한다면 그런 헛소문을 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네에?”
고연미는 깜짝 놀랐다.
자신은 태양 소속이다. 그런데 왜 그런 소문을 낸단 말인가?
“차라리 한번 몰락시키고 다른 여자 변호사를 영입하는 게 그를 다루는 데에는 더 좋거든요. 웃기지만 말입니다. 그런 소문이 나서 은퇴했다는 것 자체가 그런 짓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 그런…….”
“언론에게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라 자극이지요. 아이돌이었으니 알 만큼 아시지 않습니까?”
“…….”
고연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신이 아이돌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언론의 관심을 받아 봤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안다.
언론이 관심을 가지는 건 자극이지 진실이 아니다.
가령 아이돌이 좋은 일을 하면 단신으로 몇 줄 나가는 수준이 끝이다. 하지만 음주운전이라도 하면 메인에 걸린다.
그게 언론의 속성이다.
“그러니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작전을 실행해야 합니다.”
“하아.”
고연미는 결국 노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제가 해 드릴 게 없는데요. 정식으로 수임해서 수임료라도…….”
노형진은 양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요. 이번 일에서는 저희가 드러나면 안 됩니다.”
“네?”
“새론과 계약했다는 사실을 알면 저들도 이게 함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그러면 보복을 하려고 할 테고요.”
“아…….”
“그러니 정식으로 수임할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이건 법원으로 갈 사건이 아니니 수임할 일도 없구요.”
“그러면 공짜로 해 주신다는 건가요?”
깜짝 놀라는 고연미.
물론 공짜는 아니다. 공짜일 수는 없다.
“어찌 보면 가장 비싼 요구일 겁니다.”
“비싼 요구?”
“태양에서 나오시면 저희 쪽으로 와 주시는 겁니다.”
“네?”
“저희도 얼굴마담이 필요하거든요.”
“그게 무슨……?”
“말 그대로입니다. 저희 전술에는 언론 플레이도 있거든요.”
보통 변호사가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가끔 언론을 이용해서 사건에 대해서 반박하거나 여론 몰이를 해야 하는 시점이 있다.
지금까지는 노형진이 그 부분을 담당했다. 방송에 나간 적도 있는 변호사니까.
‘하지만.’
자신이 아무리 유명하다고 해도 아이돌 출신 변호사와 어찌 비교되겠는가?
“결국 효율적인 언론 플레이를 위해서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변호사가 필요하지요.”
고연미는 약간은 불만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자신은 변호사가 되고 싶은데 새론의 요구는 그것과는 좀 괴리가 있었으니까.
“그게 현실입니다.”
“현실?”
“네, 지금 고연미 씨가 처한 처지와 마찬가지지요. 다만 다른 것은, 저희가 요구하는 것은 변호사들의 업무 중 특정 업무에 대해서 전문화시켜 달라는 겁니다.”
“하아.”
틀린 말은 아니다. 변호사들이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니까.
“알겠어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죠? 일단 누구에게 부탁을 해야 하나요? 다짜고짜 고백이라도 해야 하나요?”
“그럴 리가요.”
노형진은 히죽 웃었다.
“고연미 변호사님, 혹시 연하 좋아하십니까?”
“네?”
고연미는 어벙한 얼굴이 되었다.
* * *
“우리 애들 이름을 좀 빌리겠다고요?”
“정확하게는 리더인 찬수 이름을 빌리겠다는 겁니다.”
사장은 입이 쩍 벌어졌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기네 리더인 찬수 이름을 빌리겠다니?
“지금 장난하십니까? 우리 애들이 지금 얼마나 인기 있는지 아세요?”
“알죠. 그러니까 빌리려는 겁니다.”
“뭐라고요?”
“그래야 이슈를 탈 수 있으니까.”
보이 그룹 락스피릿. 한창 인기 있는 그룹이자 여자들의 우상이라 불리는 존재.
“안 됩니다!”
소리를 버럭 지르는 사장.
하긴 그럴 수밖에 없다. 보이 그룹이 열애설에 휘말리면 좋을 게 없으니까.
‘이렇게 나온다?’
노형진은 히죽 웃었다.
노형진의 무기.
그건 다른 변호사들에게는 없는 신분, 즉 연예계의 거대한 손이라는 것이다.
그가 투자한 대룡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엔터테인먼트조합까지, 노형진이 신경을 안 써서 그렇지 그가 가진 연예계의 권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진짜요?”
“당연히 진짜지, 가짜도 있습니까? 당신 같으면 허락하겠습니까?”
노형진은 히죽 웃었다.
“그럼요. 절대 허락 안 하죠.”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러면 은비 씨한테는 허락 얻었습니까? 그 소속사에는요?”
“뭐라고요?”
흠짓하는 사장.
노형진은 그를 보면서 아주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절대 우호적인 게 아니었다.
“은비 씨랑 그 소속사에서는 과연 뭐라고 할까요? 그리고 팬들은 뭐라고 할까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기자들과 언론사들은 뭐라고 변명할까요?”
히죽 웃는 노형진의 말에 사장은 점점 사색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노형진이 치명적인 약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영원한 비밀은 없지.’
사실은 훨씬 미래에 밝혀지지만, 확실한 것은 노형진이 지금 알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은비 씨는 뭐라고 할 것 같나요?”
누구에게나 무명인 시절이 있다. 그리고 그때는 배고프고 힘들다.
더군다나 락스피릿의 소속사는 작은 규모에 속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은비 씨를 팔아먹으니까 좋습니까?”
“크흑…….”
그래서 락스피릿의 사장이 쓴 방법은 간단했다.
열애설. 기자와 짜고 가짜 열애설을 터트리는 것이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이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종종 쓰는 방법이었다.
‘문제는, 이 경우는 전혀 서로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지.’
열애설이 그다지 타격이 안 되는 시대라고 하지만 아예 타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열애설을 홍보용으로 쓴다는 쓰기 위해서는 상대방과의 어떤 교감이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당신들은 그런 게 없었지.’
은비는 거대 회사에 속한 잘나가는 여자 가수였고 이쪽은 작은 회사에 속한, 제대로 활동도 하지 못하는 가수들이었다. 이건 열애설이 터지는 것도 말도 안 될 정도의 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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