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se Who Live Without the Law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연락소를 털어라 (1)
새벽이 오기 전에, 카이루스는 로드릭에게 확인받은 지부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피자집이라.”
루나시커는 세탁소에서 활동하더니, 보안국 놈들은 또 어디서 피자집 같은 걸 구해서는 거기를 지부 삼아 활동하는 중이었다.
“피자는 맛있게 구우려나 몰라.”
“맛있게 굽겠냐. 피자 파는 걸로 돈 버는 녀석들도 아닌데.”
카이루스는 그렇게 대꾸한 다음 피자집을 살폈다. 이미 가게 문을 닫은 상태다.
피자집으로 위장했으니, 당연히 밤에는 가게 문을 닫는다. 피자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부로 들어가 봐야 알 수 있겠지.’
피자집 자체는 일반적인 형태를 하고 있었다. 카이루스는 명멸로 정문을 따고 들어간 다음 내부를 살폈다.
“숨겨져 있겠지?”
“그걸 말이라고.”
일레나의 말에 간단하게 대답한 카이루스는 명멸을 뽑아들었다.
“나 잠깐 집중한다.”
실내에 잔잔한 산들바람이 차오른다. 이리저리 넘실거리는 바람. 하지만 카이루스는 여기에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일레나, 이 피자집의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거나, 외부의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해.”
카이루스의 말에 일레나 또한 색유리를 뽑아들고 제풍을 시전했다. 건물 내부와 외부의 공기 흐름이 차단되었다.
이제 이 상태에서. 카이루스는 크게 검을 휘둘렀다. 피자집 안을 휘돌던 산들바람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하강풍으로 변한다.
“줄고 있어.”
“응, 나도 느껴져.”
맨바닥을 때린 바람은 갈 곳이 없는 게 당연하다. 압력으로 인해 밖으로 빠져나가려 해도, 일레나의 제풍이 가로막는다.
밀폐된 공간에서 아래로 눌리는 바람.
이런 상황에서는 통제하고 있는 바람의 총량은 줄지 않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점차 감소하고 있다. 그것도 바닥의 자그마한 틈새 같은 곳으로 스멀스멀 빠져나가는 수준이 아니다.
“찾았다.”
카이루스는 바람이 빠져나가는 흐름을 따라갔고, 어렵지 않게 문제의 장소를 찾아낼 수 있었다.
“식자재 보관실.”
토마토 페이스트와 밀가루, 치즈 같은 것들이 잔뜩 쌓여있는 식자재 보관실을 통해 바람이 빠져나가는 중이다.
바닥이 아니라 벽면을 통해 바람이 빠져나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 벽면에는 커다란 팬트리가 보인다.
“저거 뒤편인데.”
일단 여기까지 찾아내는 건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팬트리를 한번 슥 훑은 노라가 말했다.
“저거 그냥 열려고 하면 신호가 갈 거야. 오빠가 열어줘.”
카이루스는 대답 대신 명멸을 박아넣었다. 모자이크가 퍼져나간다. 그 광경을 보던 노라가 말했다.
“우선 나 혼자 안으로 들어간다.”
카이루스의 말에 노라가 응? 하는 소리를 내고 그를 바라봤다.
“내가 들어가는 편이 낫지 않아?”
몰래 움직이는 건 루나시커의 특기고,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는 노라가 우수하다. 하지만 카이루스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당직만 남아있을 테고. 너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어느 정도 몰래 움직일 수 있어.”
지하로 내려간 카이루스는 비합소의 위치를 확인할 예정이다.
“우리는 비합소 문 따고 들어갈 생각 없어.”
카이루스는 툭 하고 발로 바닥을 건드렸다.
“천장을 따고 들어갈 거야.”
잠긴 문도 열린 문이 되고, 막힌 벽도 출입구가 된다. 명멸을 이용하면 비합소의 지붕을 소리 없이 날려버리고 안에 들어갈 수 있다.
“위치가 정확해야 할 텐데.”
“나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후조.
한 번 확인하고 나면 카이루스는 위치를 절대로 잊지 않는다. 좌표를 알아내면 정확한 자리를 찾아내 천장을 열 수 있다.
“알았어. 그럼 나랑 언니는 주변을 경계할게.”
“그래, 고생해라.”
카이루스는 말을 마친 다음 길을 막고 있는 팬트리를 제거하고,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걸어내려가며 생각을 정리했다.
주기적으로 순찰을 하면서 이상을 확인한다. 그리고 지부장은 당직을 서지 않는다.
비합소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부장의 허락이 필요하다. 즉, 당직서는 녀석들이 주기적으로 순찰하며 이상을 파악한다 해도, 비합소의 이상유무는 문을 체크하는 것뿐이다.
‘천장 따고 들어가는 미친놈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테니.’
그리고 카이루스는 바로 그 미친놈이다. 비합소의 위치를 확인한 카이루스는 곧장 발걸음을 뒤로 돌려 피자집으로 돌아왔다.
기다리고 있던 건 노라였다. 일레나는 밖에서 주변을 경계하는 모양이다.
“위치는 찾았어?”
“물론이지.”
카이루스는 별거 아니라는 듯 척척 걸어가서는 피자집 테이블 중 하나를 툭 쳤다.
“여기 아래야.”
카이루스의 말에 노라가 곧바로 테이블을 치웠고, 카이루스는 칼날을 바닥에 가져갔다.
콘크리트와 타일로 마감된 단단한 바닥이었지만, 의미 없다.
잠시 뒤, 카이루스는 바닥을 제외하는 데 성공한 다음 노라와 함께 비합소에 진입했다.
“욕심나는 건 아는데, 시간은 많지 않아.”
카이루스의 말에 노라가 움찔하고는 에헤헤, 하고 웃었다.
“오빠가 원하는 걸 찾기 전까지는 괜찮잖아.”
카이루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두 명은 빠르게 비합소의 서류를 뒤졌다.
잠겨있는 캐비닛은 명멸로 따내고, 잠겨있지 않은 것들은 그냥 꺼내서 읽는다. 두 명이 그렇게 비합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일레나는 피자집 옆에 있는 가스등에 기댄 채 두 명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네.”
그녀는 꽤나 복잡한 심경이었다. 제국의 기사인데도 불구하고 보안국 지부를 털어내는 일에 협조하고 있다니.
아버지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도 의문이었다.
“아….”
이런저런 고민을 이어가는 와중에 일레나의 시선에 두 명의 치안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순찰 중인 거다.
못 오게 막아야 한다. 의문은 의문이고, 해야 하는 일은 해야 하는 일이니까. 일레나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기사단 신분을 이용하면 쉽겠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분장을 한 상태인데 적엽기사단의 기사라는 사실을 알리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일레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피자집 근처의 뒷골목에서 슬쩍 고개를 내밀고 치안대가 향하는 곳을 확인했다.
계속 걸어가면 별다른 조치를 취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는 말해주지 않았겠지만, 피자집은 조금 더 세밀하게 순찰할 가능성이 있어.’
그리고, 일레나의 불길한 느낌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냥 경로를 따라 순찰할 뿐이던 경비대원들이 피자집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꺄아아아아아아아! 도와줘요, 거기 누구 없어요?! 아무나!”
크게 숨을 몰아쉰 일레나는, 지를 수 있는 가장 큰 비명을 질렀다. 피자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경비대원들이 일레나의 비명소리에 반응했다.
그리고, 일레나는 곧장 그 자리를 벗어났다.
‘아마, 노라와 카이루스도 들었을 거야.’
지하는 그렇게 깊은 편이 아니었고, 훈련을 거듭한 일레나의 폐활량과 성량은 어마어마했으니까.
“나가야 할 상황 같은데.”
정말 다행히도, 카이루스 또한 필요한 것을 찾아낸 이후 비합소 내부를 원상복구 하는 중이었다.
급하게 정리를 마친 카이루스는 노라와 함께 명멸로 천장을 뚫고 나왔다.
“하, 인생 빡세다.”
“언니한테 무슨 일 생긴 거 아닐까?”
방금 전 비명은 일레나의 비명이었다.
“그럼 아무나 좋으니 도와달라는 식으로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겠지.”
카이루스는 피자집을 빠져나오며 노라의 말을 부정했다. 그리고 그 말을 증명하듯, 두 사람이 빠져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치안대원이 피자집으로 들어와 내부를 확인하기 시작한다.
“조질뻔했네.”
아마, 일레나가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면 저 치안대원들이 피자집 내부를 확인하는 시점과 카이루스가 비합소를 빠져나오는 시간이 겹쳤을 거다.
그렇게 되었다면 죽이지 않고는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고, 거기에 더해 지금까지 한 노력들도 모조리 헛수고가 되었겠지.
“…왔어?”
주변을 살피던 카이루스는 일레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근데, 목소리가 약간 이상하다.
“야, 얼마나 비명을 크게 질렀으면 그거 한 방에 목이 쉬어.”
카이루스의 말에 일레나가 쓴웃음을 지으며 작게 헛기침을 했다.
“너희가 못 들으면 큰일이잖아.”
“고생했다. 이제 이동하자.”
다음으로 향해야 하는 곳은 연락소다.
“위치는 어디야?”
카이루스는 일레나의 말에 상당히 복잡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대학교.”
“얼씨구.”
일레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참 뜬금없는 장소긴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발로른 제국의 대학교는 보안국 같은 비밀기관이 자리 잡기 좋은 곳이다.
‘모두 국립이니까.’
사립과 국립이 존재하는 아이란과는 달리, 제국의 교육기관은 모두 국립이다. 제국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학교니, 당연히 보안국 같은 비밀기관도 협조를 받아 내부에 둥지를 만들 수 있는 거다.
“하기사, 온갖 불손한 움직임은 배움의 터전에서 시작되곤 하니까.”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반역도 쉽사리 꿈꾸지 못한다. 거기까지 생각할 삶의 여유도 없고, 더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다는 욕망도 없으니까.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하는데?”
“줄리안 음대.”
카이루스의 말에 일레나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음대에 첩보기관이 자리 잡고 있다니.”
일레나의 말에 카이루스가 히죽거리며 대답했다.
“심지어 연락소장은 기악과 교수야.”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로 신분을 위장하고 있다는 모양이다. 연락소는 줄리안 음대의 건물 중 하나인 느티나무관의 최고층에 있다.
“쉴 시간이 없네. 다음 목표는 줄리안 음대다.”
카이루스는 졸지에 팔자에도 없던 음대로 향하게 되었다.
기차표를 끊고 새벽 기차를 기다리고 있던 카이루스가 노라에게 말을 걸었다.
“식칼은 어때. 사용해 봤냐?”
카이루스의 말에 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이거 좀 위험해.”
“뭐가?”
노라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식칼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말했다.
“순간이동에 제한은 없어. 거리는 한 30m까지 가능한 것 같고.”
막혀있는 곳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노라가 이것저것 시험해 본 결과는, 철망 너머로 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 정도면 좋잖아. 횟수 제한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닌데.”
카이루스의 말에 노라가 대답했다.
“횟수 제한은 없는데. 순간이동을 마친 이후 강렬한 탈진감이 덮쳐.”
훈련을 받은 루나시커 요원인 노라조차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강렬한 탈진감이라고 한다.
“곧바로?”
“아니, 순간이동 이후 탈진감이 오기 전까지 잠깐의 텀이 있어.”
그리고, 덮쳐온 탈진감은 갑작스러웠던 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진다. 순간이동 직후 탈진감을 버텨야 하는 건 3초 정도인 모양이다.
일레나가 저런, 하는 소리를 냈다.
“그럼 로드릭이 순간이동을 간파당한 다음 허무하게 당한 것도 이해가 되네.”
탈진상태에서 일레나의 공격에 당해버렸으니,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한 거다.
“쓰면 무조건 상대를 죽여야 해.”
노라가 단언하듯 말했다. 3초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건, 3초 동안 두들겨 맞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도 주먹이 아니라 날붙이로 두들겨 맞는 거다. 목숨이 열 개라도 열 번 죽을 수 있는 시간이다.
“바로 탈진에 빠지는데 어떻게 공격을 해.”
“잠깐의 텀이 있어.”
노라가 말하는 잠깐의 텀이라는 건 말 그대로 한두 번 정도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그 제한시간 내에 상대의 목을 따야 한다. 실패하면 죽음이다.
“암살자에 걸맞는 무기네. 출력은 어때?”
새벽 기차가 마침내 정차했다.
노라는 기차에 오르며 카이루스에게 말했다.
“걸작급이잖아. 이전에 쓰던 거보다 뛰어나.”
“그럼 이득이네.”
루나시커가 사용하는 제식 야타간에는 별다른 능력이 없다. 튼튼하고 출력이 좋은 게 장점인 배틀기어였다.
그것보다 더 출력이 뛰어난 데다가, 순간이동까지 가능하니 노라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