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Treasure Sword RAW novel - Chapter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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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친동생입니다.”
“친동생이라…… 허!”
사마소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귀사령주는 결코 잘 생기지 못했다. 사내 중에서도 다소 난폭한 얼굴이다. 선이 굵고 험악한 얼굴이라고 할까? 그의 동생이라면 그런 얼굴을 닮았을 텐데…… 홍화문주는 선녀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아름답다.
도무지 두 사람이 연결되지 않는다.
“흠! 그럼 이번 용권풍 사건에도 홍화문이 개입했나?”
“아닙니다. 이번 사건은 귀사령 단독으로 치러진 일전이었습니다. 홍화문은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홍화문주가 귀사령주의 친동생이라…… 후후후! 그랬군.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을 놓칠 수 있는 겐가!”
사마소의 음성에 서릿발이 맺혔다.
“죄송합니다. 귀사령주가 홍화문을 끌어들일 당시, 저희의 모든 이목은 전 맹주에게 쏠려 있었습니다. 도주한 맹주를 찾아내는 일에 모든 신경이……”
“변명하지 마라.”
“죄송합니다.”
사내가 허리를 굽혔다.
비망의 눈은 냉철하게 세상을 굽어보고 있어야 한다.
물론 사내의 말이 맞다. 당시에는 주한극의 종적을 찾는 일이 선급했다. 비망의 모든 눈과 귀가 주한극에게 집중되었다. 반란에서 떨궈져 나온 귀사령이나 운벽슬 같은 잔당에게 신경 쓸 여분의 눈과 귀가 없었다.
그런 사정은 익히 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비망의 눈과 귀는 항시 세상을 쳐다보고 있어야 한다.
홍화문과 귀사령이 연결되었다.
그때, 해과월은 귀사령과 행동을 같이 했으니 홍화문이 해과월에게 접근했다는 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누구냐?”
사마소가 다소 뜬금없이 들릴 법한 말을 했다.
홍화문이 해과월에게 접근했다는 말을 달리 말하면 해과월 곁에 여인이 나타났다는 뜻이다.
“빈비금입니다.”
“빈비금? 빈비금이 누구야?”
“홍화문주에게 여식이 한 명 있는데, 이름이 빈비금입니다. 흔히 비비라고 불립니다.”
“홍화문주가…… 딸을 내놨어?”
“네.”
“하! 하하하! 하하하!”
사마소는 찻잔을 내려놓고 크게 웃었다.
저쪽이 확실히 빨랐다.
운벽슬은 그대부터 해과월이라는 존재를 인정했다. 해과월이 무림 판도에 미치는 영향을 꿰뚫어 봤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그를 끌어들인 생각이었다. 만일 홍화문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운벽슬 그 여자…… 자신의 몸을 던져서라도 해과월을 수중에 넣었을 게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여자다.
저들이 그런 일을 벌이는 동안에 자신은 주한극을 쫓고 있었다.
그때부터 서로가 무림을 보는 눈이 달랐다. 해과월을 쳐다보는 눈도 달랐다.
놈은 천살검을 만든 명장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옆에 있어서 보검을 만들어주면 좋고, 만들지 못하면 어쩔 수 없고…… 해과ㅣ월의 중요성은 딱 그 정도였다.
운벽슬처럼 해과월은 절대적인 존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사람을 보는 눈에서 한 발 뒤졌다. 그를 이용한다는 측면에서도 운벽슬이 한발 앞서 나갔다.
그 결과가 지금 이렇게 벌어지는 것이다.
“비비라는 그 여자, 지금 어디에 있나?”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파악하지…… 못했어?”
“네. 홍화문을 이 잡듯 뒤졌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원 곳곳을 샅샅이 살펴봤지만 비비라는 여인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중원에 비비는 없습니다.”
시내가 진중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대답했다.
얼핏 들으면 말도 안 된다.
사내는 어제 명을 받았다. 그리고 반나절이 채 지나지 않아서 보고를 하고 있다.
그 짧은 시간에 홍화문을 모두 뒤졌다? 하루가 채 안 되는 시간에 중원을 모두 뒤졌다?
그럴 수는 없다. 아무리 온 세상에 눈과 귀를 두고 있다고 해도 그 짧은 순간에 온 세상을 다 뒤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일은 비망이기에 가능하다.
중원 무림 전체를 손아귀에 거머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각 문파마다, 각 가문마다 청천맹에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온 세상을 오시하고 있는 비망이 한 여인의 행적을 찾지 못했다.
이것도 말이 안 된다.
다른 사람들은 존재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홍화문을 찾아냈다. 홍화문의 실체를 파악해 냈다. 그런데 그 속에 있을 한 여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사내는 단호하게 그녀가 중원에 없다고 단정한 것이다.
사마소는 그런 점을 문제 삼지 않았다.
세상에는 왕왕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많다. 홍화문이 비망의 존재를 눈치 채고 모종의 수단을 부렸다면 이런 일쯤은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또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운벽슬이 그녀의 존재를 알고 있다. 비비를 이용해서 해과월을 조정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비비는 이미 운벽슬의 수중에 떨어졌다고 보는 편이 맞다.
사마소는 들고 있던 차를 마셨다.
근래 들어서 되는 일이 없다.
해과월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운벽슬에게는 연신 뒤통수를 얻어맞고 있다. 귀사령을 잡으라고 용권풍을 내줬더니 오히려 몰살당했다.
그나마 일을 제대로 해주고 있는 놈은 수교군뿐이다.
놈은 자신이 말한 대로 사곡에서 녹영철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른 때처럼 서둘지도 않는다. 차분히 앉아서 마음부터 다스리려는 노력을 보인다.
만수의 세 아들에 대한 조사도 끝났다.
장인이라는 측면에서는 수교군보다 한 수 위의 인물들이다. 그들 셋이 힘을 합치면 천수장과도 맞설 수 있지 않을까 할 정도로 대단한 자들이다.
어디서 똥덩어리가 굴러들어온 줄 알았더니 의외로 호박덩어리다.
그들은 보검을 만들어 낼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보검 수천 자루를 만들어내도 자신과는 하등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 중에 한 자루라도 자신의 손에 들어와야 하지 않겠나.
주한극이나 마출성과 맞서려면 그에 필적하는 보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소한 천살검을 막아낼 수 있는 검 정도는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당연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저들이 보검을 만든다고 해도 어쩐지 신통치 않을 것 같다. 그 검이 아무리 잘나도 해과월이 만든 검에는 미치지 못할 것 같다.
‘서두를 건 없지.’
그는 마음을 편히 가졌다.
맹주에게 검이 있다. 천살검이 있고, 또 한 자루의 검도 있다. 그 중에 한 자루를 취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그 바보는 보검이 수두룩하게 쌓여 있던 허허벌판에서 고작 한 자루밖에 가져오지 못했다.
무당파의 백운진인과 개방의 적화자까지는 비교적 쉽게 상대했는데, 소림의 일여화상이 가세하자 판도가 달라졌다. 맹주가 밀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제압하지도 못했다. 결국 그들 세 명을 절곡에 밀어 넣고 포위망을 구축하는 선에서 싸움이 종결되었다.
그 바보가 일을 어렵게 만든 탓에 검군과 혈랑도객 전원이 포위망에 가담하고 있다. 청천맹 주축 중에 두 개가 쓸모없는 일에 매달리고 있는 셈이다.
사전에 신신당부 했다. 암습을 가하라고.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나가야 한다고. 보검을 지닌 이상 쉽게 상대할 수 없을 것이니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죽이는 게 상수라고 말했다. 그들은 천년 무림의 정화를 수련한 자들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여유를 부리더니 결국은 셋이 연수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맹주가 처음부터 전력을 기울였다면 그들 셋은 벌써 저승고혼이 되었을 게다.
이게 뭔가! 맹주가 직접 나섰음에도 검 한 자루를 얻는 것에 그쳤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 세 명의 위기를 짐작한 세 방파에서 암암리에 움직이고 있다는 전언도 들려온다.
무당파, 개방, 소림사가 전격적으로 움직일 준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잖아도 청천맹의 독단에 염증을 느껴오다가 서서히 벗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게 모두 맹주가 물러 터졌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점창파는 또 어떤가? 그들은 설산일섬의 죽음에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설산일섬의 시신을 완전히 폐기해 버렸기 때문에 맹주의 살인이 드러날 염려는 없지만…… 이런 건 정황상 느낌만 가지고도 딱 드러나는 일이다.
이번 일로 인해서 네 문파에 화근이 심어진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괜찮다. 아니, 아주 잘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바라던 대로 되었다.
평온한 무림에서는 변화를 일으키기가 힘들다. 무림이 들끓으면 들끓을수록 기회가 많이 생긴다.
네 문파의 연합된 힘이라면 맹주를 견제할 수 있다.
‘불씨를 더 키워야겠지? 우선은 네 문파를 짓누르는 척 해야 할 것이고…… 표본이 필요해.’
사마소는 찻잔을 내려놨다.
“암귀(暗鬼)를 깨워라.”
“암귀…… 라고 하셨습니까?”
“홍화문을 세상에 드러내라. 비밀에 가려져 있는 부분을 모두 드러내. 그리고 제거해라. 한 날 한시에 모두 죽여. 문주를 비롯해서 한 명도 빠져나가서는 안 될 것이야.”
“홍화문 정도를 제거하기 위해서 암귀를 깨운다는 건…… 그들 정도는 저희도 제거할 수 있습니다만.”
“판단은 내가 한다.”
“알겠습니다.”
사내가 읍을 했다.
사마소는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비망주의 말이 맞다.
홍화문 정도를 제거하기 위해 암귀를 깨운다는 것ㄷ은 위험부담이 너무 많다. 자칫하면 마출성과 주한극이 경계의 눈초리를 더욱 곤두세울지 모른다.
암귀는 결정적인 순간에 쓸 생각이었다.
마출성의 등에 칼을 꽂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런 그들은 미리 깨우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비망주는 틀렸다. 홍화문을 가볍게 보면 큰 코 다친다. 그들은 귀사령과 맥을 같이 한다. 귀사령처럼 악에 바친 인간들이다. 무공도 귀사령처럼 실전적이다. 무엇보다도 그들에 대한 것이 전혀 소문나지 않고 있다.
수많은 사내들이 그녀들에게 희롱 당했다. 그녀들의 웃음에 넘어가서 패가망신한 무인이 한둘 아니다. 그런데 아무도 복수를 하지 못한다. 그녀들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복수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무인들은 희롱만 당한 채 나가떨어졌다.
이게 단순히 잘 숨었기 때문이라고 보나? 그녀들이 보안을 철저히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홍화문은 힘을 가지고 있다.
비망이 그녀들 전부를 캐낼 수는 있겠지만 제거는 또 다른 문제다. 찾아내는 것은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제거는 직접 검을 들고 맞서야 한다.
막상 비망이 제거를 하려들면 그제야 비로소 홍화문의 진정한 힘을 알게 되리라.
암귀를 써야만 한 날 한시에 제가할 수 있다.
일석이조(一石二鳥)!
홍화문 같은 신비문파도 마음먹자마자 나가떨어졌다는 사실을 네 문파에게 알린다.
너희도 조심하라는 무언의 경고다.
적어도 막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네 문파의 장문인들이라면 이 정도의 경고쯤은 눈치 챌 게다.
그러면 그들은 자숙할까? 천만에. 더욱 은밀하게, 더욱 강력하게, 더욱 탄력 있게 반발할 게다.
홍화문을 제거함으로써 귀사령에게 타격을 준다.
놈들을 흔들어야 한다. 그래야 남은 자들이 나타난다. 용권풍을 제거하고 은밀히 숨어버린 놈들을 다시 끌어낼 수 있다.
홍화문 멸살로 두 개의 열매를 수확한다.
그리고 이 두 개의 열매가 마출성을 추락시키는 역할을 해줄 게다.
이 정도면 암귀를 드러내도 괜찮다.
그럼 마출성을 찌를 칼은?
해과월, 해과월이다. 그가 찌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비비를 찾아야겠군. 사내에게는 여인이 쥐약이야. 이건 동서고금의 변치 않는 진리인가. 후후! 해과월 같은 자도 홍화문의 치마폭에 걸려들 줄이야.’
사마소는 쓴 웃음을 흘렸다.
홍화문 여인들은 고급 창부라고 보면 된다.
이러니저러니 말들이 많지만 결국은 몸뚱이를 팔아서 원하는 것을 얻어낸 다음, 여우처럼 숨어버리는 창부에 지나지 않는다.
무림이 그녀들을 크게 주목하지 않는 것은 그녀들이 워낙 영악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행동을 하되, 눈에 드러나지 않을 만큼 미미하게 움직인다.
살인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강탈을 저지르지도 않는다. 사내를 현혹해서 본인 스스로 내놓게 만든다. 무공비급이 되었든 재물이 되었든 원하는 것은 모두 얻어낸다.
기가 막힌 것은 그렇게 당한 사내들이 아직도 그녀들을 그리워한다는 점이다.
그녀는 순수하다. 홍화문이 못됐을 뿐이다.
그녀는 사랑을 하고 싶어 한다. 홍화문을 벗어나서 평범한 가정을 일구고 싶어 한다. 그런데 홍화문의 율법에 얽매여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미친!
그렇게 생각하는 사내들이 열 중 일곱은 된다.
사마소는 주먹을 꽉 쥐었다.
‘반심(叛心)…… 앞으로 십 년 후에나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는데…… 기회가 빨리 찾아왔군. 맹주 스스로 만들어준 기회…… 좋아! 해본다. 마출성을 제거한다!’
“후우!”
그는 긴 숨을 내뱉었다.
들끓는 마음을 진정시켜야 한다. 차분하게 가라앉혀야 한다.
5
“대청으로 오시랍니다.”
“대청으로?”
“네.”
심부름을 온 하인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운벽슬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는 주한극의 군사다. 주한극에 의해서 억지로 군사직을 떠맡았다. 하지만 한 번도 군사다운 역할을 해본 적이 없다. 이문장에서 해과월을 납치해 오기 전까지는 꿰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한쪽 구석에서 숨죽이고 있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