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20
120. 나의 복병 제거와 수성을 선택한 맹획
“강 장군, 자네 무언가 걱정되는 것이 있는 모양이로군. 그것이 무엇인지 어서 말해보게.”
내가 강유를 향해 이리 말하자, 참모회의에 참석한 장비를 비롯한 장수들의 시선이 강유에게로 쏠렸다.
그러자 강유가 두 손을 모으며 나에게 이리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총사, 총사께서는 심안을 가지신 분이니 소장이 우려하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과연 그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으니 어서 말해보게.”
나의 명에 강유가 대답을 하였다.
“그러면 소장이 말씀 올리겠습니다. 얼마 전까지 아군의 남정 과정은 거의 파죽지세로 적들을 물리치며 이제 남중에서 수복하지 못한 지역은 익주군만이 남은 상황이었습니다. 한데 승승장구하던 아군을 적장 맹획이 코끼리 부대와 등갑병을 이끌고 기습을 가해 왔습니다. 다행히 총사의 완벽한 대비로 아군은 맹획군을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하온데 소장이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것은 적장 맹획이 마치 한의 장수처럼 퇴각을 잘하였고, 요충지 미현에서도 군량 한 톨 남기지 않고 후퇴를 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즉, 적장 맹획이 만만치 않은 자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하여, 앞으로의 싸움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 소장은 걱정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역시 강유로구나.
나의 가르침을 아주 잘 배웠어.
바로 내가 작금 염려하는 것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강 장군, 아주 잘 보았네. 자네의 걱정이 바로 내가 우려하는 것일세. 적장 맹획은 지금까지 싸워온 남중의 반란 수괴와는 다른 자임이 분명하네. 자네의 지적처럼 퇴각을 하는 것을 보면 적장이 얼마나 괜찮은 장수인지 알 수 있는 법이지. 맹획은 미리 어찌 후퇴를 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 계산을 하고 있었고, 그것을 병사들에게 철저히 훈련을 시킨 것 같네. 심지어는 코끼리마저도 퇴각의 뿔피리 소리가 들리자 날뛰던 것을 멈추고 마치 병사들이 퇴각을 하는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던가. 그리고 요충지인 미현은 사방이 탁 트여 있어 지키기가 쉽지 않다고 맹획은 생각을 했을 것이야. 그리하여 아예 미현을 포기하고 익주군의 치소인 전지로 놈은 도망친 것이지. 한데 놈은 분명 아군의 추격까지도 염두에 두고 전지로 향하는 길목에 복병을 배치해 두었을 것일세. 하여, 나는 아군의 추격을 멈추게 하고 이곳 미현에서 재정비를 하고 있는 것이지.”
나의 설명을 들은 장비 등의 참모들은 왜 내가 맹획을 더 쫓지 않았는지 그제야 이해가 되는 모양이었다.
“아…! 그래서 총사께서 적의 추격을 멈추신 것이로군요.”
“그렇다네.”
이때 참모의 대표격인 장비가 앞으로 나서 말을 하였다.
“총사, 이제 아군은 어찌 움직이게 되는 것입니까?”
전투를 즐기는 장비답게 미현에 주둔하며 소강상태가 된 현 상황이 그는 못내 아쉬워하며 몸이 근질거리는 모양이다. 그리하여 나에게 말을 돌려 언제 싸움이 시작될 것인지를 묻는 것이니, 그는 나와 함께 하며 화법 또한 예전이 직설적이었다면, 지금은 우회하여 말할 정도로 많이 순하게 된 것이다.
나는 장비의 물음에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예, 우장군. 이제부터 제가 아군의 공략 방법을 소상히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 * *
나는 탁자 위에 커다란 흰 종이를 펼치고 그 위에 순식간에 남중 지역의 지도를 그렸다.
매번 해오는 것이지만 나의 참모들은 그 모습이 여전히 놀라운 모양이다.
“상서령께서 일필휘지로 상세한 지도를 그리시는 것을 자주 보지만 매번 볼 때마다 놀랍기가 그지없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나는 지도를 완성하여고, 아직 먹이 마르지 않은 지도의 요충지를 가리키며 아군의 전략 설명에 들어갔다.
“이곳이 바로 작금 아군이 주둔하고 있는 미현입니다. 그리고 미현에서 내려가게 되면 산 사이의 길이 나오는데, 바로 익주군의 치소인 전지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맹획은 필시 길 양쪽 산에 *복병을 두어 아군이 이곳으로 행군할 때 기습을 가할 것입니다.”
[* 나는 예의 그러하듯이 척후를 미리 보내 복병이 있는지 살피게 하였으나, 적병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오히려 낌새가 없다는 것은 적이 매복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마치 지난날 경산에서 참호를 파고 몰래 숨었던 아군처럼 말이다.]이 부분에서 장비는 성격을 참지 못하고 즉시 나에게 물었다.
“맹획 놈이 그리 야비한 수를 쓴다면 아군은 어찌해야 하는 것입니까?”
나는 장비가 오히려 이를 묻는 것이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바로 내가 장비에게 맡기려는 임무가 이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장군 좋은 질문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장군이 가지고 계시니, 장군이 궁금해하는 것을 장군이 직접 해결하셔야겠습니다.”
나의 약간은 수수께끼와 대답에 장비가 물었다.
“상서령, 그것이 무슨 말씀입니까? 소장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니요?”
“하하 장군, 장군은 누구보다 산을 잘 알고 산에서의 싸움에서 탁월한 분입니다. 장군은 지난날 한중 공방전 당시 산지에서 벌어진 탕거전투에서 장합을 대파하여 격퇴하였고, 지난 경산전투에서는 매복으로 조인을 또한 크게 물리쳤습니다. 이렇듯 산을 알고 산을 이용할 줄 아는 장군이기에 맹획의 매복쯤은 쉽게 찾아내고 격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이런 답을 하자, 장비는 ‘알겠다’라는 표정이 되었다.
“아..! 알겠습니다. 상서령의 말씀은 소장이 파서군을 이끌고 맹획이 매복하고 있을 것이 뻔한 전지로 향하는 길가의 산으로 쳐들어가 적의 복병을 제거하라는 말씀이 아닙니까?”
“역시 우장군이십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장군.”
그랬다.
나는 장비가 파서군 5천을 이끌고 맹획의 매복군을 들이쳐 격파하게 하여, 진군의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려는 것이다.
이에 장비는 즉시 군례를 하며 나에게 명을 내려주기를 먼저 요청하였다.
“총사, 소장이 파서군을 이끌고 남만 놈들이 매복하고 있는 산으로 쳐들어가 놈들을 모두 주살하겠습니다. 하오니 총사, 어서 소장에게 명을 내려주십시오!”
이렇듯 장수가 적극적일 때 그 기세를 꺾으면 아니 되는 것이기에, 나는 즉각 장비에게 명을 내렸다.
“좋습니다! 우장군, 총사로서 명을 내리겠습니다. 우장군은 즉시 파서군 5천을 이끌고 적의 매복을 찾아내 공격하여 격멸하십시오!”
이에 장비가 나의 명을 힘찬 목소리로 받들었다.
“소장, 총사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그리하여 장비는 정예 파서군 5천을 이끌고 먼저 적의 복병을 제거하기 위해 출발하였다.
나는 이어서 나머지 제장들에게 어찌 움직여야 하는지 명을 내리니, 장수들은 역시 군례로 나의 명을 받들었다.
이렇게 전략회의를 마친 나는 정비를 서둘러 마치고 나서, 2만 병마를 이끌고 익주군의 치소인 전지를 향해 진군을 시작했다.
그렇게 행군을 하여 아군이 전지로 들어가는 입구에 들어섰을 때, 저쪽 산기슭에서 장비가 파서군을 이끌고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조금 멀리서지만 그의 얼굴과 몸에 꽤 많은 핏방울이 묻힌 것을 보니 성공적으로 맹획의 복병을 제거한 모양이다.
장비는 아군을 발견하고 나의 수레로 달려오더니 군례를 취하며 나의 명을 제대로 수행하였음을 알렸다.
“소장, 총사의 명에 따라 적 복병을 한 명도 빠짐없이 척살하였습니다!”
나는 장비를 손수 일으키며 그의 공을 치하하였다.
“우장군, 수고하셨습니다. 우장군의 노고 덕에 아군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전지로 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아군의 전지로 향하는 길을 방해할 것은 없게 되었다.
나는 장비의 파서군을 합류하게 하여 총 2만 5천 병마를 이끌고 전지로의 진군을 이어갔다.
* * *
여기서 전지성으로 들어간 맹획을 살피도록 하자.
– 익주군, 치소 전지성, 맹획 진영
맹획은 촉군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수상히 여겼으나, 전지로 들어오는 입구의 산 양쪽에 은폐 엄폐를 충실히 하여 촉군에게 들키지 않도록 한 상태로 계속 복병을 배치해두었다.
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 비보가 전해지는 것이 아닌가.
바로 맹획이 안배해 두었던 매복군이 촉군에 의해 몰살이 되었다는 급보였다.
“뭣이?! 우리 매복군이 적에게 모조리 죽임을 당하였다는 말이냐?”
“예, *대성. 매복병이 모두 주검이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 맹획도 남중 지역의 대호족으로 대성이라는 호칭이 붙었다.]“이런… 촉군이 아군의 복병을 예상하고 있었다니. 그리고 예상을 했더라도 쥐도 새도 모르게 잘 숨어 있어 아군의 복병을 촉군이 발견할 수 없었을 터인데. 어떻게 촉군에 당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며 맹획은 복병을 해친 촉군의 다음 움직임에 대해 물었고 척후가 대답을 하였다.
“제가 아군 복병의 시신을 발견했을 때 촉군은 반대편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몰래 정탐을 하였는데 지난번 아군 병사들의 목숨을 단칼에 빼앗았던 장수가 촉의 주력군과 합류하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거기서 저는 곧장 대성에게 보고를 위해 달려온 것입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적의 대군이 곧 이곳 전지로 몰려온다는 말이 아닌가…”
맹획은 지난번 자신만만하게 코끼리 부대로 기습을 했을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꽤 자신하던 매복계가 통하지 않자 당황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당혹한 상태가 된 맹획의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지난 미현에서의 전투 과정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맹획의 눈앞에는 미현전투의 장면이 다시금 펼쳐졌는데, 특히 코끼리 부대의 공격에 촉군이 대응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으니, 촉군의 깃발이 펄럭이자 촉군은 정확히 반으로 갈라졌고, 속도를 주체 못 한 코끼리들이 홍해처럼 갈라진 적군의 사이로 뛰어들어 적에게 둘러싸이는 상황이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이번 매복에서 희생당한 아군 병사들의 모습 또한 맹획이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상상이 되니, 맹획은 촉군을 이끌고 있는 장수가 정말 만만치 않은 자임을 그제야 생각했다. 아니 새삼 느꼈다. 그리고 촉장에 대한 조금의 두려움이 생겼다.
‘적장은 한의 장수로 꾀가 확실히 나보다 뛰어난 자임에 분명해. 보통의 자였다면 나의 공격과 대응에 당해 패퇴를 했을 것인데, 어찌 된 자가 나의 수를 마치 손금 들여다보듯이 하고 있지 않은가. 실로 두렵기까지 하구나… 그래,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번처럼 야전의 싸움은 불리할 수밖에 없어. 이곳 전지성에는 꽤 많은 군량이 있고, 내가 가지고 온 군수물자까지 더하면 적어도 1년은 적의 공격을 버틸 수 있어. 적은 멀리서 군량을 날라야 할 테니 1년은커녕 3개월의 군량도 없을 것이야. 버티기만 하면 내가 이기는 것이지. 그래, 이번에는 수성전으로 적과 싸워보는 거야.’
그렇게 맹획은 촉군을 이끄는 법정에 대해 확실히는 모르지만 경계를 하며 수성을 택하게 된 것이다.
맹획은 손자병법을 모르지만 싸움 과정 속에서 스스로 체득하며 적을 알아야 승리에 더욱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몸소 깨닫고 있는 것이리라.
그리하여 맹획은 촉군의 지금까지의 남정 과정에서의 전투의 정보를 최대한 모아 분석을 하였는데, 특히 지난 월수 전역(정확히 말하면 비수 공방전)에서 촉군이 남만족은 사용하지 않는 거대한 공성 무기를 쓴 것에 주목을 하였다.
‘그래 촉군은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기를 뚝딱 만들어 공격을 할 수 있어. 지난번 고정이 촉군에게 패한 것도 어찌 보면 놈들이 만든 그 무기 때문이라지. 그렇다면 나는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그렇게 고심한 맹획은 자신만의 답을 도출해냈으니 그것이 무엇일지는 곧 밝혀질 것이다.
* * *
드디어 전지에 아군이 도착하였다.
나는 곧 아군이 싸워야 할 전장의 상황을 파악하였다.
그리하여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성으로 공격해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는 적의 목책이었다.
맹획은 이미 전지성 앞에 목책을 잔뜩 세워 두고 그 뒤로 남만병사들을 배치하여 아군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는 분명 맹획이 지난 월수 전역에서 아군이 공성 병기를 이용하여 쉽게 비수의 성을 함락한 일을 파악하고 그 나름의 대처를 한 것으로, 아군이 성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목책을 세워둔 것이리라.
다만 이리 되면 맹획이 자랑하는 코끼리 부대를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아군에게 유리한 측면도 있었다.
그리고 그 코끼리 부대도 지난 미현전투에서 이미 나의 전술에 크게 당했기에, 맹획이 함부로 코끼리 부대를 쓸 수도 없을 터였다.
어찌 되었건 맹획이 꽤 촘촘히 세운 성 밖의 목책으로 인해 공성 병기의 진입이 까다로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공성 무기를 쓸 생각이고, 이미 전략회의에서도 그렇게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그리하여 아군의 공병은 나의 명에 따라 즉시 주위의 나무를 벌목하여 공성 무기 제작에 들어갔는데, 나는 작금의 상황에서 원거리 공격에 무게를 두어 벽력거를 더 만들게 하였고, 거기에 황서의 궁수대가 활약할 수 있도록 정란(井欄) 또한 많이 제작하게 하였다.
나는 그와 동시에 적의 공격 사거리 밖에 아군의 진영을 세워 대대적인 공성전 준비에 들어갔다.
* * *
– 익주군, 전지성 성루
맹획은 전지성 밖에 촉군이 나타났다는 보고에 성루로 나가 촉군을 살폈다.
촉군은 진영을 세우고 있었는데 그 속도가 상당하여 순식간에 촉의 진영이 꾸려지며 전지성에 대한 포위망이 완성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촉군이 진영을 치는 것을 직접 목도하게 된 맹획은 촉군의 힘이 상당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고 있었다. 그러한 가운데 맹획에 눈에 들어오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일단의 호위 병력의 보호를 받으며 수레 위에 올라앉자 학우선을 들어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는 법정이었다.
맹획은 법정을 보자 그가 바로 자신을 궁지로 몰고 있는 촉의 장수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저자가 바로 나에게 패배를 안기며 나를 이곳 전지성으로 몰아넣은 촉의 장수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