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21
121. 나, 독천의 물을 정제하고 공성에 나서다.
‘저자가 바로 나에게 패배를 안긴 촉의 장수로구나!’
맹획이 법정을 알아보았을 때, 법정도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고는 그쪽을 바라보았고 그자가 맹획임을 알아차렸다.
멀리서지만 맹획의 모습을 본 법정은 다시 한번 실제의 인물이 삼국지연의와는 천양지차라는 것을 실감하였다.
‘삼국지연의에서 맹획을 몸집이 크고 험상궂은 얼굴로 묘사를 하였는데 실제는 영 딴판이로구나.’
그러는 가운데 촉군의 벽력거, 정란 등의 공성병기가 속속 만들어지며 전지성을 향해 배치가 되었다.
이로써 촉군의 포위망은 완성이 되니, 이제 전지성을 향한 총공격에 나서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이때, 생각하지 못한 맹획의 우군이 나타나 촉군을 괴롭히게 되었으니, 과연 맹획의 우군은 무엇일지…
* * *
여기서 잠시 익주군의 치소인 전지의 지형을 살펴보자면, 전지의 좌우를 두 개의 커다란 호수가 둘러싸고 있었으니 바로 *전지(滇池. 후에 곤명호로 불리게 된다.)와 유원지였다.
[*현대 중국의 운남성에 있는 중국에서 여섯 번째로 큰 담수호로 이 역사에서도 상당한 크기와 수량을 자랑하고 있었다.]법정은 전지성으로 진군을 하기 전에 병사들에게 절대 근처 호수의 물을 함부로 먹지 말라 명하였다.
하지만, 날씨가 이제 *한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어 병사들은 목이 자주 말랐기 때문에 눈앞에 호수의 물이 보이자, 병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호수의 물을 떠서 먹었던 것이다.
[* 남중지역은 약 2천 미터의 높은 지대에 기온 또한 선선하여 여태까지 촉군은 별 힘든 것 없이 남정을 이어왔으나, 이 당시 거의 일주일이 넘게 기온이 올라가며 촉군은 제대로 된 여름 날씨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그렇게 호수의 물을 섭취한 촉군 병사들이 병에 걸리고 말았다.
아무리 깨끗해 보이는 민물이라도 그냥 먹게 되면 그 안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등으로 인해 탈이 나게 되는 법이다.
거기다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며 호수의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급작스러운 증식을 하고 독 기운을 뿜어내니, 이를 마신 촉군 병사들이 배앓이를 하고 쓰러지는 이들이 속출한 것이다.
그리고 토양이 다르고 물이 바뀌면 없던 병도 생길 수 있으니, 신토불이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리라.
그렇게 촉군 병사들은 *전지의 물을 마시고 병에 걸린 이들이 상당수 발생을 하여, 촉군은 적과 싸우지도 않고 병력 손실이 생기게 된 셈이니, 이것이 바로 맹획의 보이지 않는 우군이었다.
[* 전지성은 한쪽에는 전지가 자리하고 있고 또 한쪽에는 산지가 그리고 그 산지를 유원지가 감싸고 있었는데, 촉군 진영의 가까운 곳에 전지가 있었다.]이렇듯 호수의 물을 마시고 병에 걸린 병사들이 늘어나자, 촉군 사이에서는 이곳 호수가 바로 말로만 듣던 남만의 독천이라며 두려워하였다.
* * *
한편, 촉군의 포위망이 완성되어 전지성에서 옴짝달싹할 수밖에 없게 된 맹획은…
맹획은 수성을 선택하고, 촉군의 진영을 매일 살피며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촉군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맹획의 눈앞에 월수의 수족왕 고정을 패하게 만든 촉군의 공성병기가 모습을 드러내니, 맹획은 거대한 촉군 공성무기의 위용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기가 질렸다.
‘저렇게 커다란 무기를 전장에서 뚝딱 만들어내다니. 저 무기의 위력은 또 얼마나 대단할 것인가. 역시 촉군을 상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로구나. 하지만, 나는 저들과 싸워야 해. 그래, 무조건 이 성을 지켜내야만 해. 그러면 저들은 군량이 떨어져 돌아갈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맹획은 공성병기를 앞세운 대규모 공격이 곧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다 잡고 있었다.
그런데 촉군 진영의 모습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바로 촉의 병사들 중 맥없이 쓰러지는 자들이 맹획의 눈에 심심치 않게 들어오는 것이었다.
맹획은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바로 이곳 담수호의 물을 마시고 촉군이 탈이 난 것을 맹획은 알아차린 것이다.
‘저들이 호수의 물을 마시고 탈이 난 모양이로구나! 이리 되면 싸우지 않고 저들이 돌아갈 수도 있겠어!’
* * *
– 전지성 밖, 촉군 진영
나는 지휘막사에서 전지성 전역의 모형을 두고 공략 방법에 대해 마지막으로 점검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막사 안으로 강유가 급히 들어오며 다급한 목소리로 이리 보고를 하는 것이 아닌가!
“총사, 큰일입니다! 아군 병사들이 병에 걸려 쓰러지는 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나는 강유의 보고에 놀라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뭣이? 아군 병사들이 병에 걸렸다고? 무슨 병에 걸린 것인가?”
“예, 그것이 병사들이 복통을 호소하고 시도 때도 없는 설사로 쓰러지는 자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나는 강유의 보고를 듣고는 즉각 이것이 물과 관련되어 있음을 직감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강유를 앞세우고 병에 걸려 쓰러진 병사들을 살피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강유와 황서 등은 급히 병에 걸린 자들을 한곳에 모아 치료를 하였는데, 그들 중 꽤 많은 수가 이미 탈수가 많이 진행되어 위험해 보였다.
나는 증상이 그래도 경미한 자들에게 물어 그들이 무엇을 공통적으로 먹었는지 물었고,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호수의 물을 마셨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작금 갑자기 올라간 여름 기온에 미생물과 바이러스의 증식으로 인한 질병임을 확신하였다.
‘이것은 분명 기온이 올라가 호수의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증식하여 발생한 질병이 분명해. 그렇다면 호수의 물을 걸러 마시는 수밖에…’
그리하여 나는 간이 정수기를 만들기로 하였으니, 즉시 간단한 도면을 그리고 공병을 투입하여 이를 제작하기 시작하였다.
그 제작 과정을 잠시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나는 양쪽이 뚫린 나무 통을 만들게 하여 한쪽에는 천으로 된 망을 씌우게 한 다음, 그 안에 작은 자갈을 깔고 그 위에 모래, 숯 가루, 이어서 다시 모래와 마지막으로 굵은 자갈을 깔아 간이 정수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간이 정수기에 물을 부어 정수된 물을 받게 한 다음, 그 물을 다시 끓이게 하여 식히니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물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아군 병사들은 호수가 독천이라 여기며 근처에 가기를 꺼려 했는데, 그리되자 마실 물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병사들은 한여름의 무더위에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때 나는 병사들의 앞에서 내가 *독천의 독을 완전히 제거하였으니 이 물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면서, 정수된 물을 직접 마시는 모습을 보였다.
[* 병사들에게 미생물이 어떻고 저떻고 설명을 한다고 해도 알아들을 리 만무할 터이기에, 나는 내가 독을 제거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던 것이다.]“자, 이 물은 내가 직접 독천의 물을 제독(除毒) 한 것이니라. 내가 직접 독을 없앤 물을 마셔 아무 이상도 없음을 보일 것이니, 다들 두 눈 크게 뜨고 보도록 하라.”
강유 등의 제장들과 병사들은 내가 정수된 물이 든 물 잔을 들어 마시려고 하자, 한편으로는 우려와 또 한편으로는 기대가 담긴 시선을 보냈다.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물을 한 번에 벌컥 마셨다. 그러고 나서 나는 병사들을 향해 이리 외쳤다.
“자 보아라. 내가 제독한 이 물은 마셔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
병사들은 총사인 내가 정수된 물을 마시고 별일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앞다투어 정수된 물을 마시기 시작하였으니, 그만큼 병사들의 나에 대한 믿음이 대단한 것이리라.
* * *
그렇게 독천의 문제를 해결한 나는 병으로 쓰러진 병사들에게도 정수된 물을 공급하게 하고 치료를 계속하게 하였다.
그러고 나서 나는 병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병사들과 함께 전지성 공격을 시작하였다.
한편 전지성의 맹획은 촉군이 병에 걸려 곧 있으면 퇴각을 할 것이라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얼마 있지 않아 촉군 진영에 쓰러지는 자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이것이 어찌 된 일인지 좀체 알 수 없었다.
‘분명 저들이 이곳의 물을 먹고 탈이 나 병에 걸려 쓰러지는 자들이 많았는데 어떻게 순식간에 병이 사라져서 저들이 멀쩡할 수 있는 것이지? 설마… 그 촉의 장수가 또 무슨 짓을 벌인 것인가?’
그렇게 맹획이 촉군의 질병이 사라진 것에 대해 의구심을 품을 때, 드디어 촉군은 벽력거 등의 공성병기를 내세운 대대적인 공격에 나서게 된 것이다.
* * *
나는 벽력거를 전면에 배치하고, 곧 학우선을 펼치며 전지성에 대한 공격의 포문을 열게 하였다.
나의 명이 떨어지자, 부관에 의해 벽력거 조종수들에게 명이 전해져 곧 벽력거가 가동에 들어가니, 벽력거가 작동을 하여 커다란 바윗돌을 전지성을 향해 날려 보냈다.
그 큰 돌덩이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자 전지성의 앞을 빼곡히 막고 있던 목책부터 커다란 파괴음을 울려대며 부서지기 시작했고, 목책 뒤에 있던 남만병사들은 부러지고 부서진 목책에 맞아 큰 부상을 입거나 그 자리에서 주검이 되었다.
거기다 아예 촉군 벽력거가 날린 바윗돌에 직격되어 그 자리에서 절명하는 남만 병사들까지 발생을 하였다.
이렇듯 목책을 향해 날아가는 바위가 있는가 하면 발사 각도를 높여 전지성을 직격하는 바윗돌도 있었다.
그러자 전지성의 성벽은 굉장한 타격음과 함께 금시에 커다란 생채기가 여기저기 발생하였다.
전지성의 성루에서 촉군 벽력거의 기동을 살피던 맹획은 어마어마한 벽력거의 위력을 직접 목도하자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던 것이 바로 맹획의 근처로 촉군 벽력거가 발사한 큼지막한 바윗돌이 날아들었던 것이다.
이에 맹획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러대며 급히 몸을 피하였다.
그러면서도 맹획은 지금의 상황에서 어찌 대응해야 하는지 생각을 했으니, 남만 병사들에게 우선 몸부터 피하라는 명을 내렸다.
그리하여 전지성의 남만병들은 급히 촉군의 벽력거 공격을 피하기 위해 몸을 숨겼다.
나는 한동안 벽력거의 공격을 퍼붓게 하였는데 그 정도면 적에게 아군 공격의 포문이 어떠한 것인지를 알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벽력거의 가동을 멈추고 곧바로 보병을 투입하여 적의 부서진 목책을 제거하게 하였다.
이미 목책에 있던 적 남만병들은 아군의 벽력거 공격에 놀라 목책을 버리고 성으로 도주를 하였고, 이를 몸을 숨기고 살피던 맹획이 보고는 재빨리 성문을 열게 하여 병사들을 받아들이고 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하여 목책을 지키는 적병들은 없었기에 아군은 손쉽게 목책을 제거할 수 있었다.
이렇게 목책이 제거되어 전지성으로 향하는 길이 활짝 열리자 나는 이어서 정란을 투입하였다.
그러자 황서의 궁수대가 주축이 된 정란부대가 적 성을 향해 정란을 움직였다.
맹획은 그 어마 무시한 촉군 벽력거의 공격이 멈추자 고개를 빼꼼 내밀고 촉 진영을 살폈는데, 이번에는 정란이 성을 향해 접근해 오자 급하게 또 머리를 굴려 정란을 성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저 거대한 무기가 성에 접근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어서 창을 던지고 화살을 쏴라!”
맹획의 명령에 남만 병사들은 창을 던지고, 남만 궁수대는 화살을 쏘았다.
하지만 촉군의 창과 화살과 같은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하였다.
그리고 촉군은 이미 적의 이러한 공격에 대비하여 커다란 방패를 들고 있어, 적의 창과 화살을 튕겨내며 정란과 조종수들을 보호하면서 전진을 하니, 마침내 적 성의 코앞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을 하였다.
그러자 황서는 곧 궁수대와 함께 정란 위로 올라가 적 성을 내려다보며 적병을 향해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이, 한발 한발 집중을 하여 적들에게 화살을 쏘았다.
이러한 황서 궁수대의 점사(點射) 공격에 남만 병사들은 여지없이 목과 몸통 등이 뚫리며 그 자리에서 주검이 되었다.
맹획은 이번에는 촉군 정란의 공격에 병사들이 죽어가자 당황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맹획도 여기에 대응하는 방책이 있었으니 바로 등나무로 만든 방패였다.
아까 벽력거의 공격은 방패로 막기가 힘들었지만 화살 공격은 충분히 방패로 막아낼 수 있던 것이다.
그리하여 맹획은 등나무 방패를 든 병사들을 투입하여 성 벽 위의 병사들을 보호하였고, 이어서 창부대와 궁수대에 명해 촉군 정란에 대한 반격을 가하게 하였다.
이렇듯 맹획은 법정의 평가대로 꽤 좋은 장수로, 거의 처음 경험하는 공방전에서도 꽤 걸맞은 대응을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맹획의 이러한 대응도 무용지물이 된 촉군의 공격이 이어졌으니 그것은 무엇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