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61
161. 유선, 나의 조언에 따라 제갈근에 응대
이렇듯 법정의 천거를 받은 등지가 원 역사에서처럼 이 역사에서도 역사에 길이 남을 사신의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 낸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장안으로 향하는 오나라 사신 제갈근의 여정이 어떠한 것인지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 * *
– 한, 장안 대경성.
제갈근은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양양을 떠나 산도를 지나 남향을 거쳐 무관을 넘어 마침내 관중 땅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제갈근은 다시 장안의 신도읍인 대경성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다.
대경성 부근에 제갈근이 다다르자 태자인 유선과 승상 제갈량, 대사마 법정 등의 중신들이 제갈근을 마중 나와 있었다.
제갈근이 말에서 내리자, 태자 유선과 중신들이 다가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오의 사신은 어서 오시오.”
이미 촉에 여러 차례 사신을 왔던 제갈근이기에 자신을 마중 나온 이가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보고는 급히 두 손을 모아 화답하였다.
“신 제갈근이 아국의 사신으로 오게 되었나이다! 신, 세자를 오랜만에 뵈옵니다.”
제갈근의 말을 들은 유선이 너털웃음을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나를 세자라 칭하는 것이 그러고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았던 것이오.”
유선의 반응에 제갈근이 약간 당황을 하며 서 있자, 승상인 제갈량이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다.
“상황께서 금상께 양위를 하시어 금상이 천자가 되셨습니다.”
제갈량의 이 말을 들은 제갈근은 금시에 상황을 파악하였다.
“아! 그러니까… 태자가 되신 것이로군요. 신이 미처 몰라 결례를 하였나이다.”
그리 제갈근이 사과를 하자, 유선이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사신이 몰라 그런 것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시오.”
“예, 태자 전하…”
제갈근은 자신이 파악하고 있는 유선의 모습과는 달리 여유까지 느껴지는 유선을 보면서, 그가 무언가 많이 바뀌었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알기로 유선은 말을 나누어 보면 그의 어리석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 하였는데, 이리 직접 만나보니 영 딴판이구나…’
제갈근이 그러한 생각을 할 때, 유선은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잘하셨다’라는 눈빛을 보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이를 본 제갈량은 마치 이유를 알았다는 눈빛이 되었던 것이다.
* * *
일전에 살펴본 것처럼 나는 황제 유비에 태자 유선에 촉왕을 겸하게 하여 동오와의 동맹을 주관하게 하라 주청을 드린 바 있다.
이에 유비는 진언을 받아들여 곧 유선을 태자에 겸하여 촉왕으로 임명하며 동맹에 관한 일절을 맡겼다.
그러자 유선은 내 덕분에 자신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졌다 여기며 나를 따로 불러 고마움을 표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나는 유선의 부름을 받고 그를 알현하였는데, 이 자리에서 나는 훗날 유선의 비호하에 전횡을 휘두르며 나라를 망치게 될 황호를 유선의 곁에서 떼어놓았다.
그러한 대신 나는 유선의 뒷배가 되어주기로 약조를 하며, 이번 동오와의 동맹 체결의 주관인 유선을 적극적으로 돕기로 한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동오의 사신 제갈근이 장안으로 오기 전에 제갈근이 묻게 될 예상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어찌해야 하는지 유선에게 알려주어, 유선이 제갈근을 만나면 그대로 행할 것을 그에게 조언(?)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유선은 실제 제갈근을 만나게 되었고, 내가 예상했던 질문을 제갈근으로부터 받게 되자 나의 예상 답지 대로 응답을 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유선은 확실히 유비의 아들로, 유비는 신하를 믿으면 그의 주청을 그대로 따르는데, 유선 또한 신하인 나를 전적으로 믿고 나의 진언대로 제갈근에 대응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제갈근은 유선이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꽤 괜찮은 유비의 후계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 * *
사실, 제갈근은 병사의 철통같은 호위 속에 장안으로 왔기에 한의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리하여 유비가 헌제에게 양위를 받아 천자가 된 것을 장안에 와서야 알게 된 것으로 제갈근은 놀랐던 것인데, 앞으로 제갈근이 놀랄 것은 또 남아 있던 것이리라.
한편 유선은 만면에 미소까지 지어가며 제갈근을 향해 이리 말을 하였다.
“여기 나와 함께 나온 아국의 중신들은 오의 사신도 잘 아는 사람들일 것이오.”
제갈근은 유선의 말에 답하였다.
“예, 태자 전하 그러하옵니다.”
그러며 제갈근은 제갈량과 나 법정을 잠시 바라보았는데, 제갈근은 나를 보자 지난날 설전에서 나에게 철저하게 진 치욕이 떠오르는지 자신도 모르게 위축이 되었다.
하지만 제갈근은 곧 마음을 다스리며 나와 제갈량에게 인사를 한 것이다.
“승상과 대사마를 오랜만에 만납니다.”
이렇듯 제갈근이 공적으로 자신의 동생인 제갈량을 대했고, 제갈량 또한 한의 승상으로서 제갈근에 화답하였으며, 나 또한 그리했던 것이다.
이어서 유선은 제갈근을 대경성 안으로 직접 안내를 하였고, 제갈근은 새로 지어진 거대한 새로운 도읍인 대경성을 구경하게 되었는데, 수도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기존의 장안성보다 계획적이고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대경성에 입성한 제갈근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다름이 아닌 거대한 황성이었다.
그 황성으로 향하는 대로 양쪽으로 바둑판 형태로 정확하게 구획된 시가지가 펼쳐지는 것이다.
시가지에는 수많은 백성들이 오고 가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으며, 이 시가지에는 빼곡하게 들어선 백성들의 주택과 함께 커다란 시장들이 시가지의 동서남북에 형성되어 있었고, 그곳에는 다양한 물품을 파는 수많은 상점들이 있어 여기저기서 물건을 사고파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이렇듯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대경성의 융성함에 제갈근은 적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한의 백성뿐만 아니라 수많은 민족들이 모여 사는 국제도시가 되고 있는 대경성의 위용에 제갈근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하며 건업 또한 이러한 모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으니, 이는 작금 오나라 내의 이족인 산월의 반란이 더욱 뼈져리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이곳 대경성은 정확한 계획도시인 것은 물론 커다란 시장 또한 여러 개 있어 전국의 물품이 이곳으로 모이고 있군그래. 거기다 촉의 백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족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으니 정말 이상적인 모습이지 않은가. 그에 비해 작금 아국은 이족인 산월이 대반란을 일으켜 커다란 위기에 봉착해 있으니 부럽지 않을 수가 없군. 언젠가 아국의 수도인 건업이 이렇듯 모두가 모여 사는 커다란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 * *
제갈근은 이렇게 황성으로 향하며 대경성의 번성에 감탄을 하며 황성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황성은 백성의 공간인 시가지와는 또 다른 분위기로 여러 중앙관청이 들어서 있었고 그곳에는 수많은 관리가 분주히 관청을 오가며 공무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황성을 지나면 마침내 대경성의 황궁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황궁 또한 한의 황제가 머무는 공간답게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제갈근은 이러한 황성과 황궁의 모습을 보면서 이 또한 건업의 그것에 비해 더 크고 화려한 것에 감탄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시샘이 절로 났던 것이다.
‘아국의 건업의 왕성과 왕궁 또한 이곳 못지않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왜인지 한편으로는 부러우면서 한편으로는 샘이 나는군…’
그러한 생각을 하는 가운데 어느 사이 제갈근은 태자 유선과 함께 정전 앞에 다다르고 있었다.
정전에 이르자 그곳에 있던 태감이 유선에 인사를 하였고, 유선은 오나라 사신과 함께 왔음을 고할 것을 주문하였다.
이에 태감은 커다란 목소리로 정전 안으로 외쳤던 것이다.
“폐하, 태자와 오나라 사신 입시이옵니다.”
그러자 곧 정전 안에서 황제 유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라 하라.”
그리하여 정전의 문이 열리고 태자 유선이 앞장서고 그 뒤를 한의 중신들과 오나라 사신이 뒤따라 정전 안으로 들어갔다.
정전에는 이미 제갈량과 법정 등의 중신 이외의 조정 신료들이 빠짐없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제갈근은 거대한 정전의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게 되었는데 그의 정면에 보이는 것은 높은 옥좌에 앉아 있는 위엄 가득한 천자의 모습을 한 유비였다.
지난날 여러 차례 유비를 만난 적이 있는 제갈근이었으나, 이렇게 황제가 되어 용상에 안자 있는 유비의 모습을 보니 절로 그의 위엄에 머리가 숙여지는 것이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더니 저기 앉아 있는 자는 지난날 아국에 형주를 빌리던 궁색한 유비가 아닌 완전히 다른 사람이로구나. 정말 천하를 다스리는 천자의 모습이지 않은가…’
그러한 가운데 태자 유선은 신하들의 가장 앞에 섰고, 나와 제갈량 또한 자리를 하였다.
유비는 아직 자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저 오나라의 사신 제갈근을 향해 이리 말을 한 것이니.
“오의 사신은 먼 길을 오느라 고생이 많았소.”
이에 제갈근은 유비를 향해 예를 취하며 인사를 올렸다.
“신 제갈근이 천자를 뵈옵니다.”
그러자 유비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짐이 오의 사신을 가까이서 보고자 하니 오의 사신은 앞으로 나오라.”
유비의 명에 태감이 제갈근을 앞으로 안내하였고, 제갈근은 발걸음을 옮겨 유비의 앞으로 나아가 공손히 섰는데, 제갈근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고 갔으니.
그것은 다음과 같다.
‘유비가 천자가 되었다면 촉이 아국보다 상국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되면 동맹 체결은 어찌 되어야 하는 것이지? 그리고 유비는 아국의 대왕을 극도로 싫어할 터인데 동맹의 논의를 할 수는 있다는 말인가…’
이렇게 생각에 잠긴 제갈근을 향해 유비가 뜻밖에 손권의 안부를 물었다.
“오왕은 무탈한 것이오?”
유비가 생각지도 못하게 손권의 안부를 묻자 제갈근이 두 손을 모으며 아뢰었다.
“예, 폐하. 폐하께서 염려해 주신 덕분으로 오왕은 무탈하옵니다.”
그러며 제갈근은 유비가 손권의 평부(平否)를 묻는 것이 양국의 관계에 대한 개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신호라 생각을 하였다.
‘아국의 대왕을 극도로 싫어하는 유비가 이렇듯 대왕의 평부를 물으니 그것은 필시 양국의 관계의 개선을 그 또한 바라고 있음을 알리는 것일지 몰라. 작금 내 품 안에 대왕의 서신이 있으니 그것을 유비에게 건네면 필시 유비가 이를 읽고서 어떠한 반응을 하겠지. 그리고 그 반응을 보면 유비가 진정 아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동맹을 추진할 의사가 있는지 알 수 있게 되겠지.’
그리하여 제갈근은 고이 모셔온 손권의 서신을 품 안에서 꺼내어 유비에 바쳤던 것이다.
“폐하, 여기 오왕의 서신이 있사옵니다.”
유비는 제갈근이 손권의 서신을 바치자 곁에 있던 태감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태감이 제갈근의 서신을 건네받았고, 유비는 또 한 번 태감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니, 태감은 서신의 봉투를 개봉한 다음 서신을 꺼내어 유비에게 드렸다.
이에 유비는 서신을 건네받아 그것을 펼쳐 보았는데 잠시 동안 정전 안은 고요함만이 감돌 뿐이었다.
손권의 서신을 다 읽은 유비는 알듯 모를 듯한 표정이 되더니 서신을 든 채로 제갈근에게 물었다.
“사신, 오왕이 이 서신을 작성할 때는 짐이 등극한 것을 아직 모를 때였소?”
제갈근은 유비의 하문에 곧바로 고하였다.
“예. 폐하. 건업이 워낙 멀리 있다 보니 폐하께서 등극하신 것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였나이다.”
유비는 제갈근의 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래서 오왕이 짐을 자신과 같은 왕이라 서신에 칭한 것이로군…”
그러며 유비는 제갈근에게 서신에 나와 있는 가장 중요한 내용을 물었던 것이다.
“사신, 여기 오왕이 지난날 형주 공방전 당시 관우에게 행한 일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것이 있는데 이는 오왕의 진심인 것이오?”
바로 유비는 손권의 유감 표명에 대해 제갈근에게 하문했던 것이다.
그러자 제갈근이 유비에게 고하였다.
“예, 폐하. 오왕은 지난날의 일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표명한 것이옵니다.”
제갈근의 답에 유비가 말하였다.
“알겠소. 오왕이 그 일에 대해 유감을 표하였다니 그것은 참으로 좋은 태도요.”
유비가 손권의 서신을 보고 긍정적인 반응을 하자 제갈근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됐어. 대왕의 서신을 보고 유비가 나쁘지 않은 반응을 보였으니 양국의 동맹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도 되겠어.’
그리하여 제갈근은 아까 의문이 들었던 점을 유비에게 여쭈었던 것이다.
“폐하, 오왕은 폐하께서 등극을 하신 것을 알지 못하고 양국의 관계 개선과 함께 동맹에 대한 논의를 하고자 하셨습니다. 하온데 폐하께서 등극을 하셨으니, 양국의 동맹 체결은 어찌 되는 것이옵니까?”
이러한 제갈근의 물음에 유비가 웃으며 답하였다.
“그것은 사신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그러며 유비는 태자를 앞으로 나오게 하더니 제갈근을 향해 이리 말하는 것이다.
“짐은 태자에게 촉왕을 겸하게 하였소. 하니, 오나라와 동맹을 체결하는 일체의 일을 앞으로 촉나라의 왕이기도 한 태자가 주관하게 될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