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60
160. 전설의 사신 등지 2
“신 손권이 천자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손권이 두 번째 오왕 책봉을 받들자 오의 신하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오왕이 되신 것을 경하 드립니다!”
“오왕 천세 천천세!”
이렇게 두 번째 오왕 책봉을 받은 손권은 다시 옥좌로 자리를 하여 신하들의 경하를 받았던 것이다.
등지는 오나라의 신하들이 천세를 외친 다음에 손권의 오왕 책봉을 축하하였다.
“오왕이 되신 것을 경하 드립니다.”
손권은 비로소 자신을 ‘오주’가 아닌 ‘오왕’이라 칭하자 만족한 표정이 되어, 등지에게 화답하였다.
“사신이 과인의 오왕 등극을 축하해 주니 고맙소.”
그리고 여기서 등지는 오나라 조정이 발칵 뒤집힐 사실을 밝히게 되는데…
* * *
그리고 그제야 등지는 헌제가 유비에 양위를 한 사실을 밝혔다.
“오왕 하옵고 신이 오왕께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에 손권이 여유 있는 표정으로 등지에게 말했다.
“사신은 어서 말해보시오.”
“예, 오왕. 상황께서 오왕에 책봉 조서를 내리고 얼마 후에 한중왕이셨던 금상께 양위를 하셨습니다.”
이렇게 등지가 헌제가 유비에게 양위를 하였다는 것을 알리자 밝았던 손권의 얼굴이 금시에 굳어지더니 거의 반사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유비가 황제가 되었다는 말인가?”
이에 등지는 손권을 향해 꾸짖듯 목소리를 높였다.
“오왕은 폐하의 존성대명을 함부로 부르지 마십시오!”
그러자 오나라 조정 대신들, 특히 장소와 서성 등은 등지를 향해 삿대질까지 해가며 화를 내고 따지고 들었다. 반면 이 자리에 함께 있던 육손은 여전히 조용히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이다.
“사신은 지금 아국의 대왕께 그 무슨 무례요?”
“지금 사신이 말하는 것인즉, 천자가 한중왕에게 양위를 했다는 것이오?”
“사신은 어찌 그 사실을 먼저 말하지 않았다는 말이오? 이것은 아국을 속이고 농락하려는 작태가 아니오?”
오나라 대신들이 등지에 이리 따지고 들자 등지는 침착하게 답을 하였다.
“작금 상황께 정당하게 양위를 받아 한중왕에서 천자가 되신 금상이외다! 그러니 신하인 오왕이 천자의 존성대명을 함부로 부르는 것은 불충인 것이오! 그리고 내가 무엇을 속였다는 말이오? 나는 상황께서 양위를 하시기 전에 내린 오왕 책봉 조서를 전한 것뿐이오. 그리고 지금 그대들이 이렇게 함부로 구는 것 또한 감히 천자를 욕보이는 불충임을 명심하시오!”
등지의 말에 동오의 신료들이 무어라 대꾸하지 못하였다.
그러자 등지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지난번 조비가 감히 천자에게서 제위를 함부로 찬탈을 하고 천자를 산양공으로 강등하여 산양에 유폐시키는 대역을 저질렀기에, 이에 금상폐하께서는 분연히 일어나 천하 만민에 역적 조비의 토벌을 외치고 대군을 일으켜 조비를 쳤소이다! 그리하여 금상의 충의지군은 역도 무리에 연전연승하며 많은 땅을 수복하고, 그 옛날 고조께서 서촉 땅을 나와 삼진(三秦)을 격파하고 관중을 평정하신 것처럼, 금상께서는 관중 땅을 회복하셨소이다. 이어서 금상께서는 산양에 유폐되신 상황(헌제)을 구하시어 장안으로 모셔와 다시금 천자로 옹립하셨소. 이에 상황께서는 이러한 금상의 공을 크게 치하하시며, 역적 조비를 완전히 토멸하여 천하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적임자가 금상이라 판단을 하셨고 이에 금상에 제위를 양위하신 것이오.”
여기까지 말한 등지가 잠시 숨을 고르며 오나라 조정의 군신의 모습을 살폈다.
그러나 등지의 말에 어패가 없고, 유비가 제위를 찬탈한 조비를 역적으로 규정하고 대군을 일으켜 조비를 친 일과, 유폐된 헌제를 구하여 모신 일 등은 분명 오왕 손권은 엄두도 못 낼 일로, 헌제가 제위를 양위할 충분한 명분이 되었기에 동오의 군신은 등지의 이러한 설명에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것이다.
‘흥, 금상폐하께서 역적 조비를 쳐 관중을 회복하고 상황을 모실 때, 손권은 조비로부터 합비 땅도 빼앗지 못하고 패했을 뿐이니 나의 말에 반박할 수 없겠지.’
그리 생각한 등지는 계속하여 강한 어조로 말을 하였던 것이니.
“역적 조비의 찬탈은 사해(천하)의 백성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일로, 당시 상황께서 강제로 산양공으로 강등이 되었다고 한들 그분이 천자였던 것은 금석과 같은 사실이오. 그리하여 금상이 상황을 모시니 한 황실은 이전 그대로 이어진 것이외다. 또한 금상께서는 지난날 상황께서 손수 황실 족보를 살피시어 황숙으로 인정을 하신 분이오. 따라서 한 황실을 이을 충분한 정통성을 가진 분이오. 그리고 이미 말을 하였지만 금상은 관중을 회복하고 상황을 구하는 등의 큰 공을 세우셨소이다. 하여 상황께서는 한 황실을 부흥하고 조비를 완전히 토벌하여 천하의 위협을 없애고 백성을 보호할 분으로 금상을 택하신 것이오.”
* * *
등지는 원 역사에서 상황이 불리한 데도 불구하고 동오를 상대로 당당한 외교를 펼쳤는데, 이 역사에서는 훨씬 유리한 상황이었기에 더욱 담대한 외교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등지가 이리 오나라 조정에서 한바탕 일장 연설을 하고 나자, 동오의 어전은 조용하기만 하였다.
그리고 이 침묵을 깬 것은 다름이 아닌 잠자코만 있던 육손이었으니.
동오 조정의 무관의 대표인 육손이 무언을 깨고 손권의 앞으로 나와 이리 아뢰는 것이다.
“대왕, 사신의 말처럼 대왕의 오왕 책봉은 천자가 양위를 하시기 전에 내린 것이니 이를 받는 것은 하등의 문제가 없을 것이옵니다.”
육손의 말에 손권은 아무런 말이 없다.
그러며 육손은 등지를 향해서 이리 말을 하였다.
“그런데 천자께서 한중왕에 양위를 한 것은 정말 한치의 타의도 개입되지 않은 것이오?”
육손은 지난번 조비의 제위 찬탈처럼 강제에 의해 헌제의 옥좌를 빼앗은 것은 아닌지 등지에게 묻는 것이다.
등지는 육손의 말을 듣고서 육손이 정말 만만치 않은 자라는 것을 실감하였다.
‘역시 육손이로다. 오나라 대신들이 다짜고짜 반발하는 데 비해 육손은 조비가 찬탈했던 경우를 들어, 금상의 등극이 강제로 이루어진 것은 아닌지 따지고 있지 않은가. 즉, 양위가 상황 폐하의 온전한 자의에 의하고 또한 절차는 문제가 없이 정당한지 묻는 것이렷다. 이를 묻는다는 것은 결국 금상의 정통성을 문제 삼으려는 것으로 참으로 날카로운 지적이 아닐 수 없구나…’
그리하여 등지는 잠시 동안 생각을 한 다음 육손의 물음에 대답을 하였던 것이다.
“대도독의 물음에 내가 답을 하겠습니다. 조비는 감히 신하 된 자로 상황 폐하를 겁박하여 몰래 제위를 찬탈하였소. 그리고 곧장 상황을 산양공으로 강등하여 산양에 유폐를 하였소. 이는 역적 조비가 자신이 저지른 일이 대역이라는 것을 스스로 시인하는 방증일 것이오. 반면, 금상께서는 상황께서 양위를 말씀하시자 대전 앞에 석고대죄를 하며 상황의 말씀을 거두어 주시라 간곡히 청을 하셨소. 그러나 상황께서는 계속 거부를 하시며 금상께 고금의 양위를 사양하는 예를 다하였다 하시며, 금상께 보위를 넘기신 것이오. 그리하여 금상께서는 상황의 명을 받들어 양위를 받으셨소이다. 금상께서 등극하시자마자 하신 일이 바로 상황으로 모시는 일이었으니, 이는 금상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당당히 옥좌에 오르셨음을 알리는 것이 아닐 수 없소. 그리고 대도독의 그러한 질문 자체가 금상의 정통성을 모독하는 것으로 참으로 불충하다 하지 않을 수 없소!”
등지의 이런 논박에 육손은 눈을 감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으니, 이는 등지에 설복당했음을 뜻하는 것이리라.
그러며 육손은 눈을 뜨고는 다시 손권을 향해 공수를 취하며 손권에 아뢰었다.
“대왕, 사신의 말이 일리가 있사옵니다. 하오니 아국은 제후국으로 금상폐하의 한 황실을 받들어야 할 것이옵니다.”
육손이 이리 나오자 오나라의 조정 대신들이 웅성거렸다.
이렇듯 육손은 등지에 따지는 듯하면서 실상은 등지의 편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등지는 육손이 손권에게 고하는 말을 듣고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아! 육손이 나를 도우려는 것이구나.’
사실 육손이 이러는 데는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작금 육손은 한과 동맹을 맺어 서쪽의 근심(한)을 해결하고, 내부의 큰일인 산월의 문제부터 제대로 해결할 심산인 것이다.
그리고 등지의 말은 논리가 있었기에 이를 억지로 논파하려다가는 되려 당할 수 있기에, 육손은 그 즈음에서 마무리를 하려고 한 것이다.
손권은 유비가 양위를 받아 황제가 된 것에 배알이 뒤틀렸으나, 작금 오나라가 처한 상황이 어려웠기에 이러한 굴욕을 억지로 참기로 하였다.
이 부분에서만큼은 손권의 인내심이 발동이 된 것이니, 지난번 조비에 머리를 조아릴 때처럼 손권은 나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결정을 한 것이다.
“과인 또한 대도독의 진언이 타당한 것 같소. 상황께서 양위를 하여 금상께서 보위에 오르셨으니, 응당 제후국인 아국이 한 황실을 받들 것이오.”
손권의 이러한 결정에 장소와 서성 등은 일전의 조비 때처럼 눈물까지 쏟아내며 마음으로 크게 반발을 하였다.
하지만 자신들의 주군인 오왕 손권의 결정이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가운데 육손은 등지에 한 가지 문제를 제기하였으니.
“한데, 아국과 촉의 동맹의 논의를 하여야 하는데, 상황께 양위를 받으신 금상이시니, 귀국은 아국에 상국이 되는 것이 아니오. 그렇다면 동맹은 어찌 되는 것이오?”
육손의 이러한 지적에 급히 눈물을 삼킨 장소가 손권에게 아뢰었다.
“대왕, 대도독의 말이 맞습니다. 양국의 한 쪽이 상국이 된 상황으로 동맹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장소까지 이리 말하자 용상에 앉아 한동안 침묵하던 손권이 입을 열었다.
“사신, 아국의 조정 중신들의 말대로 귀국은 아국의 상국이 된 셈이니 어찌 동맹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말이오?”
이에 등지는 빙그레 미소까지 지으며 손권에 대답을 하였다.
“그것이라면 오왕께서 염려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사신 그게 무슨 말이오?”
“예, 오왕. 천자(유비)께서 태자에 촉왕을 겸하게 하여 귀국과 동맹에 대한 일체의 논의를 주관하라 명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오왕의 오나라와 동맹을 맺는 것은 촉왕이기도 한 태자 전하의 촉나라가 될 것이고, 동맹에 대한 논의에 있어 신은 촉왕의 사신으로 나서게 될 것입니다.”
등지의 말을 들은 오나라 조정의 군신은 생각지도 못한 방법에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
육손은 등지의 말에 감탄을 하면서 이는 필시 법정이 생각해낸 방법일 것이라 추측을 하였다.
‘이는 분명 법정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일 것임에 틀림이 없어…’
이렇게 양국의 동맹을 맺는 주체가 확정이 되자, 손권과 오나라 조정 신료들은 동맹의 논의에 대해 더는 빼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한 가운데 손권이 등지를 향해 이러한 말을 하였던 것이니…
* * *
이는 손권이 알아서 먼저 지난 일에 대한 유감을 표하였던 것으로, 마치 ‘도둑이 제 발 저린 것’과 같은 격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사신이 오기 전해 이미 양국의 관계 개선과 동맹 논의를 위해 귀국에 아국의 사신을 보냈소. 과인은 아국의 사신을 통해 서신을 전하게 하였으나, 이리 촉왕의 사신이 왔으니 말을 해야겠소. 아국이 지난날 행하였던 일로 인해 귀국에 손해를 끼친 일에 대해 과인은 깊은 유감을 표하는 바이오.”
이를 들은 등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바로 법정이 비단 주머니의 세 가지 쪽지 중에 신신당부한 부분인 양국의 동맹 체결의 전제 조건인 오왕 손권의 유감 표명을 등지가 말을 꺼내기 전에 손권이 알아서 먼저 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등지는 못 들은 척 다시 물었다.
“아! 그러셨군요. 한데 대왕, 아국에 끼친 손해라 하시면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등지의 물음에 손권은 굳은 표정으로 이리 말하였다.
“그것은… 지난날 형주 공방전에서 관공에 해를 가한 일이오…”
손권은 이처럼 관우의 참살에 대해 *촉에 정식으로 사과를 한 것이었고, 이를 직접 듣게 된 등지는 마음에 여러 가지 감정이 오갔다.
[* 양국의 동맹에 관한 한 촉이라 칭한다.]‘신하인 내가 오왕의 사과를 듣는데도 여러 감정이 드는데 만일 폐하께서 이를 직접 들으셨다면 분명 만감이 교차하셨을 터이지…’
하지만 사신의 임무를 하고 있는 등지이기에 함부로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서 등지는 마치 ‘쇠뿔도 단김에 빼라’라는 식으로 나머지 사항도 오나라 조정과 논의를 하였던 것으로.
즉, 앞으로 양국의 사신이 오가며 동맹에 대해 조율을 하고 양국 간 맺을 약조를 정하기로 하였는데. 이는 지난번 법정과 육손이 잠정 합의한 조약의 내용을 확인하고 추인하는 과정이 될 터였다.
이로써 등지는 법정의 비단 주머니의 계책대로 사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이 역사에서도 뛰어난 사신으로 이름을 남기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