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64
164. 조위 자객, 법정을 암살하려 거짓 투항하다
‘그래! 법정을 암살하여 작금 아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를 제거하는 것이야!’
그렇게 사마의는 법정을 암살할 흉계를 꾸민 것으로, 그는 장수 하나를 일부러 촉에 투항시켜 법정에 접근하게 하여 법정을 암살할 계획을 세웠다.
‘아국의 사로잡은 장수들을 죽이지 않고 결국은 촉에 전향하게 만드는 법정의 행태를 보았을 때, 유망해 보이는 장수가 투항을 하게 되면 필시 등용을 하여 쓰려고 하겠지. 그렇게 되면 법정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니 반드시 법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야!’
* * *
그렇게 법정을 암살할 계획을 세운 사마의는 곧 젊은 장수 한 명을 불렀다.
장수는 사마의가 눈 여겨본 자 중 하나로 대담하며, 조위에 대한 충성심과 함께, 무엇보다 가족들이 조위에 머물고 있어 배반할 염려가 없는 자였다.
거기다 상당히 젊고 패기가 있는 자였는데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이 역사에 남기를 바라는 명예욕이 큰 자였다.
그리하여 사마의는 이 자가 충분히 법정을 암살할 수 있으리라 여겼던 것이다.
곧 지휘소 안으로 사마의의 부름을 받은 장수가 들어와 사마의에 인사를 하였다.
“*군사, 찾으셨습니까?”
[* 사마의의 정식 관직명인 ‘독형예이주제군사’가 너무 길었기에 조위군 내에서는 군사라는 호칭으로 사마의를 불렀고, 사마의도 이를 허하였다.]“거기 앉게.”
그러며 사마의는 주위를 물리고 직접 차를 따라 장수에게 건넨 다음 함께 차를 마셨다.
그러나 사마의는 곧바로 장수를 부른 연유를 이야기하지 않고 차를 음미하는 것이니, 장수는 답답하였다.
하여, 장수는 마시던 차를 내려놓고 사마의를 향해 군례를 취하며 이렇게 물었던 것이니.
“군사, 소장을 부르신 연유를 어서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자 사마의가 찻잔을 내려놓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네는 혹 예양. 조말·전제·섭정·형가의 이야기를 아는가?”
장수는 사마의가 말하는 인물들의 이름을 듣고는 눈이 커졌고, 사마의가 왜 자신을 부른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장수는 공수를 취하며 사마의에게 말하였다.
“그들은 사마천이 쓴 사기의 ‘자객열전’에 나오는 다섯 명의 자객이 아닙니까?”
“그렇다네. 그들은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렸던 불세출의 협객들이지.”
사마의의 말에 장수가 두 손을 모은 채로 말하였다.
“혹 군사께서 소장을 부르신 연유가 다름이 아닌 소장을 자객으로 쓰시려는 것이 아닙니까?”
장수의 말에 사마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나의 눈이 틀리지 않았군그래. 그렇다네. 하나, 내 너무나 어려운 부탁이기에 쉽게 입을 열지 못하였다네.”
그러자 장수가 군례를 취하며 결연한 목소리로 사마의에게 고하였다.
“군사, 소장이 처리해야 할 자가 누구입니까?”
사마의는 장수가 다짜고짜 암살할 대상이 누구인지 묻자, 곧 대답을 해주었다.
“바로, 촉의 책사 법정이네.”
장수는 자신이 암살할 대상이 법정이라는 말에 적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작금 조위군 내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이 바로 촉의 책사 법정이었기 때문으로, 그만큼 조위에서 법정은 적장이었으나 그 위상이 엄청난 것이었다.
“법정이요? 군사, 정녕 아국에 연패를 안긴 그 촉의 책사 법정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렇다네. 바로 아국에 치욕을 안기고 있는 작금 가장 위험한 적장이지.”
사마의가 확인을 하자, 장수의 눈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법정을 암살하는 데 성공을 한다면 분명 사마천의 사기 ‘자객열전’처럼 훗날 사서에 자신의 이름이 뚜렷하게 아로새겨질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명욕(名慾)이 발동한 장수는 당장이라도 법정을 암살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군사, 저에게 그러한 큰 임무를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에 사마의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자네가 법정을 제거한다면 필시 촉군에 사로잡혀 극형에 처해질 것이네. 하여, 나는 자네의 목숨이 달아나는 일이기에 마음이 무겁다네.”
그러자 장수가 고개를 저었다.
“작금 아국에 가장 큰 해를 가하고 있는 촉의 가장 위험한 인물을 제거한다면 필시 역사에 소장의 이름이 금석처럼 남겨지게 될 것입니다. 사내로 태어났으면 자신의 이름을 만천하에 알리고 또 그 이름이 후세까지 널리 알려지게 되는 것보다 더 큰 영광은 없을 것입니다!”
장수의 이러한 말에 사마의는 크게 기뻐하며 장수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말하였다.
“참으로 고맙고 또 고맙네. 자네로 인해 천하의 가장 큰 독이 제거될 터이고 그리되면 천하가 다시 안정이 될 것이네!”
그렇게 장수는 사마천의 사기(史記), ‘자객(刺客) 열전’에서처럼 훗날 자신에 대한 기록이 뚜렷하게 남을 것이라 여기며, 법정을 암살할 자객의 일을 맡게 된 것이다.
* * *
한편, 나는 2군을 이끌고 양번으로 돌아와 한창 군의 재정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며 나는 지난번 유비에게 고한 2군의 공략 방법에 대해 다시 숙고를 하면서 실제 전장에서 이것이 실행되는 것을 머릿속으로 수백 번도 넘게 상상을 해 보았다.
그리고 나는 장비를 포함한 2군 참모진과도 봄에 펼쳐질 2군의 새로운 공략에 대해 논의를 하였다.
그러한 가운데 조위의 장수 하나가 양번으로 투항을 해온 것이었으니…
나는 그때 양번을 오가며 아군의 훈련을 독려하는 한편, 군의 군량과 군수품을 점검하고 다가올 봄에 아군이 차질 없이 공세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데, 마침 내가 번성에서 표기장군 마초와 번성태수 왕평과 함께 번성의 준비를 살피고 있을 때, 조위의 항장이 양양으로 투항을 한 것이다.
내가 나중에 아군 장수들에게 이야기를 듣기로, 항장은 지난날 강유처럼 상당한 총기와 패기를 가진 젊은 장수였다고 한다.
여태껏 조위의 항장은 나이가 지긋한 서황 등의 숙장(宿將)이었던데 반해, 2군의 주축 장수인 강유, 황서 등의 젊은 장수와 또래가 비슷한 장수였기에 곧 이들은 마음이 통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번성에 있는 나에게 강유와 황서 등은 항장에 대해 고하며 그를 천거하였다.
나는 강유 등이 서신으로 천거한 항장의 이름을 보고는 적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니, 바로 그의 이름이 곽순이었기 때문이다.
‘곽순! 곽순이라면 원 역사에서 비의를 암살한 바로 그 자가 아닌가!’
그랬다.
원 역사에서 곽순은 촉에 거짓으로 귀순을 한 다음, 촉한의 황제 유선을 암살하려 하였다.
그러나 유선의 경호가 워낙 철통같았기에 ‘꿩 대신 닭이라’라고 평소 항장들과 격의 없이 지내던 대장군 비의를 말채찍 안에 숨겨온 칼로 찔러 살해한 것이다.
그런데 이 역사에서 곽순이 원 역사보다 수십 년은 먼저 나타난 것이니, 이는 필시 나를 노리고 곽순이 거짓 항복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역사에서 곽순이 비의를 암살하는 바람에 가뜩이나 힘들었던 촉이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던 것이지. 그런데 이 역사에서 갑자기 곽순이 나타나다니… 여태껏 이 역사를 겪으면서 내가 느낀 것은 원 역사의 일이 먼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야. 그렇다면 곽순이 누군가를 노리고 일부러 투항을 한 것일 확률이 높아. 그리고 그것은 바로 나 법정일 가능성이 다분한 것이지.’
그러한 생각을 한 나는 과연 곽순이 나를 해할 자객으로 온 것인지 확인을 하고자 하였으니, 그것은 의외로 쉬운 방법이 있었다.
바로 조위에 널리 퍼져 있는 미축의 세작들을 통해 곽순의 가족이 조위에 그대로 무사히 있는지 확인을 하면 되는 것이다.
이는 투항한 장수의 가족을 혹독하게 처벌하는 조위의 특성상, 곽순의 가족이 무사하다면 필시 곽순의 투항이 거짓일 것인 것이 명백할 터였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세작의 보고에 따르면 곽순의 가족은 아무 탈 없이 지내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역시, 곽순이 나를 해하려고 거짓으로 투항한 것이 분명해.’
이렇게 나는 곽순의 거짓 귀순을 확인하였고, 순간 이 일을 뒤에서 사주한 자의 얼굴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으니, 그는 바로 사마의였다.
‘그래, 사마의가 나를 해하려고 곽순을 거짓 항복 시킨 것이야. 하나, 이제 내가 알았으니 사마의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야!’
* * *
– 한, 형주 양양성.
곽순은 계획대로 투항을 하였고, 곧 또래가 비슷한 강유와 황서 등과 친해졌다.
그리하여 짧은 시간이었으나 셋은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강유 등은 곽순의 꽤나 탁월한 식견에 감탄을 하고 말았는데, 특히 강유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항장이라 여겨 곽순에 눈길이 더 갔던 것이다.
그리하여 강유 등은 가뜩이나 장수가 부족한 한에서 좋은 장수를 얻게 되었다 여겨 번성에 머물고 있는 법정에 곽순을 천거하는 서신을 보냈다.
그러한 가운데 곽순은 자신이 해하려고 하는 법정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초조해지고 있었고, 강유를 찾아가 언제 법정이 양양으로 돌아오는지 물었다.
이에 강유가 웃으며 말하기를.
“작금 대사마께서는 공무로 바쁘신 모양이오. 하나, 번성은 이곳 양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이니, 대사마께서 번성의 일을 마치시면 곧 양양으로 돌아오실 것이오.”
“아, 그렇습니까…”
곽순이 실망하는 표정을 짓자 강유가 곽순을 위로하였다.
“대사마를 빨리 뵙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것은 잘 알고 있소. 내가 황 장군(황서) 등과 함께 대사마께 그대를 천거하는 서신을 보냈으니, 대사마께서 양양으로 돌아오시면 곧 그대를 찾으실 것이니 너무 실망하지 마시오.”
강유의 말에 곽순은 공수를 취하며 감사를 표하였다.
“강 장군이 나를 위해 그리 배려를 해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하여 곽순은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하였고, 며칠이 지나자 법정이 양양으로 돌아왔다.
법정은 양양으로 돌아오자 장비를 비롯한 2군 참모진을 불러 참모회의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곽순을 천거한 강유 등에 법정은 이리 물었던 것이다.
“강 장군과 황 장군 등이 얼마 전 투항한 조위의 장수를 천거한 서신을 잘 받아 보았네. 그래, 자네들이 보기에 항장의 능력이 어떠한가?”
나의 물음에 강유가 앞장을 서서 나를 향해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예, 대사마. 얼마 전 아군에 투항한 항장을 소장 등이 여러 번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심지가 굳고 대담한 면까지 갖추고 있는 데다 식견 또한 꽤 뛰어난 자였습니다. 하여, 소장 등은 아군에 큰 보탬이 될 사람이라 여겨 대사마께 천거를 한 것입니다.”
“그랬군…”
나는 강유의 말을 듣고는 조금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아직 강유가 사람을 보는 눈이 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기야 원 역사에서도 강유가 서평 지역을 공격할 때 사로잡은 장수가 바로 곽순이었으니, 당시 조위에서 중랑장의 직에 있던 곽순은 곧바로 강유에 귀순 의사를 밝혔고 이에 강유는 곽순의 귀부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원 역사에서도 곽순의 능력이 꽤 출중했던지 곧 비의가 추천을 하여 곽순은 좌장군에 임명된 것이다.
이렇듯 곽순은 꽤 능력이 있는 아까운 장수이기는 하나, 그의 목적이 워낙 불순하기에 나는 그를 그대로 두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나는 곧 곽순을 불러오게 하였다.
곽순은 드디어 법정을 만나게 될 기회를 얻게 되자 속으로 뛸 듯이 기뻐하였다.
‘드디어 법정을 도모할 기회가 온 것이야!’
그렇게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곽순은 원 역사처럼 시퍼렇게 날이 서린 칼을 숨긴 말채찍을 가지고 법정을 만나러 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