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66
166. 법정의 복수
사마의는 법정의 서신에 적힌 답례품이 다름이 아닌 법정의 복수라는 것을 즉시 알아보았다.
그리하여 법정이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에 복수를 할지 걱정을 하며 전전긍긍했던 것이다.
‘법정이 분명 나에게 복수를 하려 할 것인데 어떤 식으로 하려는 것이지?’
그리고 사마의는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법정의 복수가 시작되는데…
* * *
– 조위, 남양 완성(宛城).
법정의 서신이 전해지고 얼마 되지 않아 법정의 답례품이 전해졌는데 전달 방법은 다음과 같다.
겨울의 칠흑과 같이 어두운 한밤중 완성의 성문 앞에 커다란 상자가 놓였고, 아침이 되어서야 완성의 병사들이 이를 발견한 것으로.
거기에는 큼지막하게 ‘대한의 대사마 법정이 중달(仲達)에게’라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이 상자는 곧 사마의에게 전달이 되었으나, 사마의는 무엇이 들었는지 몰라 상자에서 거리를 둔 채로 병사들이 대신 상자를 열게 하였다.
상자 안에 든 물건을 보게 된 병사들은 그것이 비단임을 확인했다.
“상자 안에 비단이 들어 있습니다.”
사마의와 함께 상자를 보게 되었던 장패는 병사들이 상자 안에 든 것이 비단이라 말하자, 즉시 상자로 다가가 안에 든 것을 하나 집어 들고는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눈으로 살폈다.
그러자 장패의 눈이 커지며 사마의를 향해 이리 외친 것이니.
“군사, 촉금입니다. 그것도 아주 최상급의 촉금입니다!”
“촉금?”
이렇게 상자에 담긴 법정의 선물이 촉금임을 확인한 사마의는 법정의 답례품이 그저 비단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고개를 갸웃하였다.
‘법정이 보낸다는 답례품이 촉금이라니… 필시 여태껏 내가 파악하고 겪어본 법정이라면 답례품이 그것이 아닐 것인데… 혹시 촉금에 독이라도 발라져 있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한 사마의는 즉시 법정이 보내온 비단을 잘라내어 독이 있는지 살피게 하였는데 아무런 독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하여 사마의는 찜찜한 마음이 든 채로 법정이 보낸 촉금을 받았던 것으로, 일단 그것을 창고에 보관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법정의 선물은 한 번만이 아니라 여러 차례 보내졌는데, 촉금에 이어 진귀한 장신구와 조각품 등이었다.
사마의는 한밤중에 완성 앞에 법정의 선물을 놓고 가는 자를 잡아들이게 명을 하였는데, 병사들이 교대로 감시를 하였으나 끝내 잡지 못하였다.
* * *
다시 양양으로 시선을 옮겨보면…
나는 미축의 장사꾼(세작)을 이용해 완의 사마의에 촉금을 비롯한 여러 선물 보냈다.
마치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이는 다 나의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사마의에 계속하여 선물을 보내는 한편으로 조비가 있는 업에 작전을 펼치기 시작하였으니.
그것은 바로 사마의가 나, 법정과 내통하고 있다는 거짓 소문을 퍼트린 것이다.
그리고 그 증거로 내가 사마의에 보내고 있는 선물을 근거로 들어 귀가 혹할 소문으로 만들었다.
그러자 곧 업성 내에서 사마의에 대한 이 안 좋은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이는 조비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뭣이? 사마의가 촉의 책사 법정과 내통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예, 폐하. 작금 시중에 그런 소문이 떠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증좌는 법정이 군사(사마의)에게 계속 보내고 있는 선물이라고 합니다.”
“아니다. 군사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 어떻게 짐과 아국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법정과 내통을 한다는 말이더냐?”
그렇게 사마의를 신뢰하는 조비는 처음에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계속 소문이 이어지니, 조비는 확인하는 차원으로 몰래 감독관을 완으로 보내 사마의와 함께 있는 남양태수 장패에게 업에 퍼진 소문이 맞는지 확인을 하였다.
이에 장패는 법정이 사마의에 보낸 서신과 선물에 대해 감독관에 사실 그대로 알리니, 감독관은 업으로 돌아가 이를 조비에게 전하였으니, 이러한 보고를 접한 조비는 크게 놀라 용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어라? 그것이 사실이란 것이냐?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사마의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감독관이 조사까지 해온 마당이기에 조비의 사마의에 대한 신뢰는 금이 가기 시작했으니, 이로써 사마의에 대해 의심의 씨앗이 조비의 마음에 떨어지게 되며 한편에 자리를 하고는 싹을 트기에 이른 것이다.
법정은 이러한 조비의 사마의에 대한 의심의 싹에 거름과 물을 주어 절대 뽑아낼 수 없는 커다란 나무로 키우려 한 것이다.
* * *
나는 계획대로 미축의 장사꾼을 이용해 업성에 사마의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트렸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완성으로 조비가 보낸 것이 분명한 변장을 한 관리가 이동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나는 이 관리가 다름이 아닌 조비가 보낸 감독관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다면 필시 감독관은 내가 사마의에게 서신과 선물을 보낸 사실을 확인하였을 것이고, 이를 조비에게 보고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분명 조비의 마음속에 사마의에 대한 의심이 생겨나게 되겠지.
‘그러면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겠군.’
다음 수순은 바로 나와 사마의가 통모(通謀) 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상황을 조비가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한바탕 연극을 하는 일이었다.
나는 번성에 주둔하고 있는 표기장군 마초에게 명을 내렸고, 마초는 나의 명을 받자 곧장 서량기병 오천을 이끌고 크게 우회기동을 하여 완성을 직접 공격해 들어갔다.
완성의 사마의는 마초가 언성과 그 주변의 진을 그대로 지나쳐 완성을 공격하자 크게 놀라며 혹 이것이 법정의 계책은 아닌지 의심을 하였다.
‘혹 법정이 나에게 선물을 주며 나를 안심시키고 방심하게 한 다음 그 틈을 노려 기습을 해오는 것이 아닐까?’
그리 생각한 사마의는 곧바로 완성의 대군을 집결시켜 마초에 맞서려 하였는데, 마초는 성루 위에 사마의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자, 사방이 울릴 것 같은 웃음을 웃더니 사마의를 향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하하! 군사, 대사마께서 군사가 이끄는 병사와 합동 훈련을 할 것을 명하여 이리 찾아온 것이오. 한데 군사의 표정을 보니 아직 대사마의 서신이 전해지지 않은 모양이외다.”
마초의 말에 사마의는 적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고, 사마의의 곁에 있던 장패는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군사가 정말 적의 책사 법정과 통모를 하고 있는 것인가…’
사마의는 당황한 채로 마초를 향해 대답을 하였다.
“내가 언제 촉군과 합동 훈련을 한다고 했다는 말인가?”
그러자 마초가 미소를 띤 채로 성루 위의 사마의를 보며 말했다.
“역시 내 말이 맞았군요. 아직 대사마의 서신이 전해지지 않은 모양이니 오늘은 그만 돌아가도록 하겠소이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마초는 서량기병을 이끌고 바람보다 더 빠르게 완성에서 퇴각을 하였던 것이다.
* * *
사마의는 마초가 갑자기 나타나 뜬금없는 말을 하고는 사라지자 처음에는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자신을 흔들려는 법정의 술책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리하여 곧 일단의 척후를 보내어 마초가 어디로 간 것인지 확인을 하는 한편, 언성에 전령을 보내 마초가 언성을 칠 수도 있으니 방비하라는 명을 내렸다.
하지만 마초의 서량기병이 워낙 빠르게 기동을 한 까닭에 척후는 마초의 행방을 찾지 못하였으며, 언성과 그 주변의 진에서도 마초가 공격해 오지 않았다는 보고만 들어올 뿐이었다.
그러한 때 완성으로 또다시 법정의 서신이 전해졌고, 그것을 펼쳐본 사마의는 법정이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법정 이놈이 자꾸 나를 흔들려고 하는구나! 그렇다면 필시 법정 놈이 무슨 못된 짓을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한데… 혹 지난번처럼 남양을 칠 것처럼 하면서 신야나 다른 곳을 치려는 성동격서인가…’
옆에 있던 장패도 법정이 사마의에게 보낸 서신을 보게 된 것으로, 서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달, 마초의 기병이 완성으로 갈 것이니 그대가 이끄는 병사와 함께 합동 훈련을 펼치는 것이 어떻겠소? 그리하면 우리가 약조한 대로 그대의 대업을 실행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오. -중략- 이 서신이 제때 그대 중달에게 전해지길 바라며…]사마의 몰래 조비의 감독관을 만났던 장패는 이번에 다시 이러한 일이 벌어지자, 자신도 모르게 사마의에 대한 의심이 확 들었다.
‘설마 정말 군사가 법정과 내통을 하고 있는 것인가… 여기 서신에 나온 군사의 대업이란 모반을 의미하는 분명해 보여. 그렇다면 정말 큰일인데! 이를 어찌하면 좋다는 말인가…’
하지만 작금 사마의가 완성의 대군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었고, 장패 자신은 그저 보조하는 입장이었기에, 사마의에 이를 따지고 들었다가 정말로 사마의가 모반이라도 일으킨다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물론 조위 또한 큰 위기에 빠질 것이기에, 장패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며 사마의에 ‘법정이 사마의를 놀리는 것 같으니 신경 쓰지 마시라’며 안심을 시켰다.
사마의는 장패의 말에 적이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하나, 장패는 곧 업의 조비에 이번 일에 대해 *자세히 적어 보내며, 사마의가 의심스럽다는 자신의 의견 또한 피력을 한 것이다.
[* 특히 법정이 보낸 서신의 내용을 함께 기재하였으니, 거기에는 사마의의 대업에 대한 부분도 포함이 되었다.]* * *
나는 마초가 나의 명을 충실히 수행을 하고 무사히 번성으로 돌아오자 곧바로 업성에서 암중비약(暗中飛躍) 하고 있는 세작들을 통해 또 다른 유언비어를 퍼트렸으니.
그것은 바로 사마의가 나 법정과 손을 잡고 모반을 일으키려 한다는 소문이었다.
그리고 이 소문을 또 듣게 된 조비는 이번에도 일단은 소문을 믿지 않으려 하였다.
하지만 곧 장패가 올린 장계를 보고는 그의 마음속 사마의에 대한 의심의 싹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소문과 장계의 장계를 종합해 보면 사마의가 법정과 통모하여 모반을 꾸미고 있다는 말인데… 법정이 서신에 쓴 사마의의 대업이라는 부분이 바로 모반을 뜻하는 것이야! 정녕 사마의가 모반을 꾸미고 있다는 말인가? 아니야… 그가 그럴 리 없어… 양번에서 짐을 필사적으로 구한 사람이 바로 사마의였는데 어찌 순식간에 짐을 배반하고 모반을 한다는 말인가…’
그렇게 조비는 생각을 하였지만, 이미 사마의에 대한 신뢰는 벌써 큰 금이 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조비는 장패에 비밀히 사마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라는 명을 내렸다.
나는 업성에 두 번째 소문이 퍼진 것을 확인하고서 곧장 최종 단계를 실행한 것으로.
나는 세작들에게 명해 조위 내에서 농민의 복장을 하고 거짓 반란을 일으키게 하였다.
그리고 진압군이 나타나면 세작들이 즉시 흩어지게 하였고, 이어서 다시 거짓 반란을 일으키게 하는 일을 반복하였다.
이는 얼마 있지 않아 업의 조비에게 보고가 되었고, 반란군이 사마의가 이끌었던 진압군이 나타나기만 하면 도망친다는 말에 조비는 표정이 굳어졌다. 아니 겁이 덜컥 났다.
왜냐하면 완에 사마의가 대군을 이끌고 주둔하고 있었고, 작금 반란을 평정하고 있는 진압군의 장수들이 바로 사마의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말로 사마의가 모반을 일으킨다면 그것을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곧 업에 사마의가 농민군을 격파하며 키운 군세를 더욱더 증대시켜 조비에 모반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참언(讒言)이 퍼졌다.
[* 이 또한 법정이 세작을 통해 퍼트린 것이다.]이렇게까지 되자 조비는 더는 사마의를 믿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조비는 즉시 사마의의 직을 파하고, 대신 후(侯)로 봉하여 업으로 불러들이는 한편, 사마의가 키운 진압군을 이끄는 장수들을 모두 파직하고 한직으로 보낸 다음 그들을 철저히 감시하였고, 조비의 명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이들로 대신 그 자리를 채웠다,
사마의는 갑자기 자신의 직을 빼앗기고 후로 봉해져 업으로 소환되자, 그제야 이것이 법정의 복수임을 깨달았다.
‘아차! 법정의 답례품이 이것이었구나! 바로 나를 끌어내리는 것이었어!!’
하나 사마의가 이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그리고 업으로 소환된 사마의를 기다리는 것은 가택 연금이었으니, 이로써 법정은 조위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인 사마의를 배제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