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87
187. 한편 오의 상황은…
사마의는 연금을 당한 상태에서 별달리 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그저 서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나, 사마의는 알고 있었다.
조비가 자신을 당장 죽이지 않은 이유를.
바로 지난날 조비가 장수를 계속 핍박하여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었던 것처럼, 우금에게 모욕을 주어 자진을 하게 만든 것처럼, 필시 조비는 사마의를 괴롭혀 결국은 사마의 스스로 세상을 등지게 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하여, 사마의는 겉으로는 평온한 척하였지만, 속으로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나날이었다.
그리고 사마의의 아들들과 식솔들은 각자 떨어져서 역시 연금이 된 상태였으므로, 사마의는 언제 조비가 가족을 해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언제 끝날지 모르던, 아니 자신이 죽어야만 풀릴 것 같던 연금이 해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
즉, 조비가 조서를 내려 사마의를 사면한 것으로, 거기에 더해 조비는 사마의를 무군대장군(撫軍大將軍) 가절(假節)로 임명까지 한 것이다.
궁에서 나온 태감을 통해 전해진 조비의 조서를 감읍하며 받아든 사마의는, 태감에게 이것이 어찌 된 일인지 물었고, 태감은 넌지시 태위 가후가 조비에게 사마의의 사면을 간언하였으며, 더해서 무군대장군의 직까지 천거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사마의는 가후가 자신의 사면과 무군대장군의 임명을 조비에게 주청한 것을 알게 되자,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가후 그 늙은이는 웬만하면 나서지 않을 자인데, 이렇게 직접 앞으로 나서 폐하께 나의 사면과 무군대장군의 임명을 간언을 하다니… 그렇다면 분명 작금의 상황이 정말 좋지 않은 모양이로군.’
그렇게 생각한 사마의는 태감에게 나라에 어떠한 변고가 생겼는지 물었고, 이에 태감은 법정이 이끄는 한군이 남양 일대는 물론 낙양까지 빼앗은 일을 말하였다.
사마의는 상황이 위태롭게 되어 조비가 자신을 찾는 것임을 확인하고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몰리게 되어, 폐하가 다시 나를 찾으신 것이로구나…’
그러며 태감은 조비가 따로 내리는 서신을 사마의에게 전하였고, 그것을 받아 본 사마의는 ‘역시 그렇구나’라는 표정이 되었으니.
조비가 따로 사마의에게 보낸 서신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지난날 경이 혹 다른 마음을 먹어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을 짐은 넓은 아량으로 용서를 하고자 하오. 작금 촉적이 짐의 영토를 계속하여 침범하여 결국에는 황하에 닿게 되었소. 짐은 경의 나라에 대한 우국충정이 아직 충만하다고 여기고 있소. 그러니 경은 짐의 기대에 부응하여, 허창에서 병사를 모아 촉적의 북진을 막도록 하시오.]한편, 사마의가 사면을 받고 연금에서 풀려났으나, 그의 아들들과 가솔들에 대한 연금은 풀리지 않았으니, 이는 바로 조비가 사마의의 식솔들을 인질로 잡고 있겠다는 것으로.
조비가 사마의를 완전히 믿지 않겠다는 뜻과 마찬가지였다.
이에 사마의는 이번에 확실하게 공을 세워 조비의 신임을 되찾고, 가족들의 연금도 풀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임지인 허창을 향해 빠르게 말을 달렸다.
허창에 도착한 사마의는 곧 허창에 주둔하고 있는 병마를 인수한 다음, 추가로 병력을 모집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며 사마의는 지난 ‘낙양 공방전’에 대한 정보를 모았는데, 낙양으로 향하는 진에 주둔하고 있는 *조인과 연통하여, 그로부터 남양 일대와 낙양을 법정에게 빼앗긴 모든 과정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전달받게 되었다.
[*지난날 조인은 자신이 사마의에 의해 통제를 당하는 것에 불만을 표하였으나, 작금 조위가 너무나 큰 위기에 봉착을 하게 되자, 그러한 감정을 버리고 사마의에 협조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낙양으로 향하는 남쪽 길을 마초군이 단단히 막고 있기에, 조인은 낙양 서쪽의 함곡관이 함락된 사실을 아직까지 알지 못하고 있었으니, 함곡관의 함락 사실은 후에 업으로부터 상황을 전달받은 사마의가 조인에게 알렸던 것이다.]사마의는 법정이 남양(언성과 언성 일대의 진, 신야, 완성까지)에 이어 낙양까지 함락한 과정을 살피고는 자신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일전에 내가 법정을 암살하려 한 것을 법정은 내가 역모를 꾸미고 있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려 내가 실각되고 연금되는 것으로 대갚음했지. 거기다 낙양에 대한 수공은 지난번 내가 양번에 했던 것을 그대로 앙갚음한 것이 아닌가. 당한 것 이상으로 이자까지 쳐서 돌려주는 것이 역시 법정답군.’
그렇게 법정의 성정을 다시 확인한 사마의는 어떻게 하면 법정을 공략할 수 있을지 골몰하였으니, 과연 그가 방법을 찾았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 * *
한편, 조진은 학소와 함께 업에 도착하여, 곧 조비를 알현하고 조비에게 이미 함곡관이 제갈량이 이끄는 별도의 한의 대군에 의해 함락한 사실을 고하였다.
그리고 조진은 낙양을 함락한 법정이 제갈량과 함께 힘을 합쳐 업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조비에게 상주하니, 조비는 기함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조진이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며 아뢰기를.
“폐하, 신이 이미 원병을 요충지에 두고, 곽회로 하여금 함곡관에서 퇴각한 병력을 이끌고 회성에 주둔하도록 조치를 취하였나이다.”
이러한 조진의 선조치를 들은 조비는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것은 함곡관이 한군에 떨어졌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을 조비가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그 말인즉, 이제 서쪽의 한의 병력이 함곡관을 통해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공격해오는 한의 대군을 조위가 막기는 대단히 버거울 것이기 때문에 조비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조진이 고한 것처럼, 만약 법정이 함곡관을 함락한 제갈량의 대군과 함께 업을 직접 노린다고 한다면, 작금 황하 이북의 요충지에 배치된 병력만으로 법정을 막는 것은 어렵다고 조비는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조비의 안색에 불안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자, 조진은 조비의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으며 이렇게 주청을 하였다.
“폐하, 소신이 법정에게 크게 패해 낙양을 빼앗겨 폐하를 뵈올 낯이 없사옵니다. 폐하께서 만약 신을 벌하신다고 하시면 달게 받겠사옵니다. 하오나, 폐하께서 신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다면 신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법정의 업 침공을 막아내겠나이다.”
조비는 조진의 이러한 청을 받아들였고, 이에 조진 조비의 은혜에 감읍하고는 추가로 한 가지 청을 더 올리니, 바로 법정을 막을 수 있는 병력을 내어달라는 것이다.
이에 조비는 최대한 병력을 긁어 모으게 하여 5만 대군을 편성하고는 이를 조진에게 맡겨, 법정의 북진을 막게 하였다.
그리하여 조진은 5만 병마를 이끌고 회성으로 돌아와 법정의 공격에 만반의 대비를 한 것이다.
* * *
이렇게 한이 조위를 한껏 밀어붙이며 기세를 올리고 있던 그때, 오나라의 상황을 살피자면.
봄이 되자 동오에서는 동맹 조약에 따라 촉(동맹에 관한 한) 군사를 내자, 동오에서도 군을 일으켜 조위의 공격에 나서게 되었는데, 촉에서 요청한 동오가 공격할 곳은 합비가 아니었다.
지난번 법정이 유비에게 고하여 제갈근을 강하태수로 임명한 이유가 여기서 나오는 것이니, 촉오동맹의 공동 군사 작전에서 동오가 맡은 곳은 바로 강하였다.
원래 동오에서는 이번에 3차에 걸려 함락하지 못한 합비를 다시 치려고 하였으나, 촉의 요구로 강하를 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제갈근은 그제야 법정이 유비에게 고하여 자신을 강하태수로 임명한 연유를 알게 되었으니, 이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법정이 나를 왜 강하태수로 임명하게 하였는지 궁금하였는데, 아국으로 하여금 강하를 치게 할 목적이었구나…’
손권은 제갈근에게 병력을 내주어, 강릉에 주둔하고 있는 주연과 함께 총 2만의 병마를 이끌고 강하를 치게 하였다.
하지만 강하를 지키고 있는 조위의 장수는 만만치 않은 장수였으니, 바로 문빙이었다.
주연과 제갈근은 2만 병마를 이끌고 강하로 공격해 들어갔고, 곧 강하성을 포위하여 공세에 나섰다.
하나, 이러한 동오군의 공격은 강하를 지키고 있는 문빙의 철통 방어에 막히고 말았다.
이에 주연과 제갈근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된 공격을 이어나갔으나, 문빙의 방어를 뚫지 못하였고, 끝내는 퇴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갈근은 강하를 함락하는 데 실패를 하고 후퇴를 하면서, 마치 법정에게 놀아난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필시 법정은 강하의 문빙이 방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야. 그리하여 법정이 일부로 나를 강하태수로 임명하고, 아국이 강하를 공격하게 만든 것이 분명해. 이는 아국의 힘을 더욱 빼놓으려는 법정의 수작일 것이니, 완전히 법정에게 놀아난 셈이로군…’
이렇게 수확 없이 강릉으로 돌아오게 된 주연과 제갈근은 곧 건업으로 전령을 보내 강하 공략에 실패하였음을 손권에게 알렸다.
주연 등의 보고를 받은 손권은 주먹으로 용상의 손잡이를 세게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찌하여 아국의 장수들은 조위의 성을 깨트리지 못한다는 말인가!”
그러한 때 손권에게 희소식이 하나 전해지니 그것은 바로 육손이 산월의 반란을 완전히 평정하였다는 소식이었다.
이러한 낭보를 전해 들은 손권은 조금 마음이 풀렸다.
“역시 대도독이로다! 아국을 그렇게나 지독하게 괴롭히던 산월을 결국은 대도독이 격파를 하였어!”
여기서 육손이 어떻게 산월을 무찔렀는지 그 과정을 잠시 알아보자면.
먼저 육손은 손권에게 주청하여 산월에 사신을 보내게 하였다.
산월로 간 사신은 산월과 협상을 하여 산월의 대부분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으로 합의를 도출하였다.
산월은 그동안 동오의 진압군을 모두 물리친 것으로 인해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듯 높았기에, 동오가 사신을 보내 자신들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주며 저자세로 나오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며, 산월은 동오를 완전히 얕잡아 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산월은 더욱 안하무인격으로 날뛰며, 동오군을 아예 없는 것처럼 무시하기까지 하였다.
이렇게 되자 자연스레 산월의 동오군에 대한 경계는 풀어지게 되었으니, 이를 확인한 육손은 곧바로 손권에게 고하여, 자신이 직접 진압군을 이끌고 산월을 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손권은 육손에게 병마 1만을 내주어 산월을 진압하게 하였고, 육손은 1만 병마를 이끌고 전격적으로 산월의 본거지를 기습하여 산월의 본군을 크게 격파한 것이다.
산월의 본군이 깨지자 그다음은 의외로 쉬웠으니, 육손은 연전연승 끝에 산월의 반란을 완전히 잠재우는데 성공을 한 것이다.
이렇게 산월의 반란을 평정한 육손은 하제와 보즐에게 평정한 산월을 통제하게 하였다.
그리고 산월을 격파한 육손은 산월 용사 1만의 사병이 생겼다.
육손은 곧 건업으로 회군할 준비를 하였는데, 주연과 제갈근이 강하에서 패한 것을 전해 듣게 되었다.
이에 육손은 손권이 주연 등의 패배를 전해 듣고 분명 화를 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분명 대왕께서는 주연 등이 강하에서 패한 것을 아시고는 진노를 하셨을 것인데… 다행히 나라도 산월을 격파하였으니 그나마 대왕께서 어심을 푸실 수 있겠지.’
그러며 육손은 작금의 상황은 동오가 한동안은 힘을 다시 비축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육손은 건업에 회군을 하면 이를 손권에게 진언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곧 육손은 진압군과 산월병 등 약 2만 병마를 이끌고 건업으로 회군을 하였는데, 손권은 멀리까지 나와 육손을 반기며, 육손의 공을 치하하였다.
이에 육손은 ‘이 모든 것이 대왕의 하해와 같은 은덕 때문이다’라며 모든 공을 손권에게 돌렸다.
손권은 산월을 물리치고 돌아온 육손을 위해 친히 대전에서 연회를 베풀었다.
술이 일순배 돌자 육손은 손권에게 마음먹었던 대로 진언을 올렸고, 이에 손권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데, 그때 손권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소식이 전해졌던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