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31
31. 서성(위흥) 함락!
그렇게 나는 얼어붙는 한수를 오히려 이용하여 상용 일대의 전격 공략에 나섰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유비가 만약 촉한의 황제로 옹립된다면 수개월이 걸리는 그 과정에서 나의 대전략이 어그러지게 된다는 것이 바로 이 맹렬한 겨울 추위의 이용 때문이었다.
* * *
한편, 위흥태수 신의는 감찰관이 또 올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었으나, 얼마 전 조비가 헌제로부터 제위를 찬탈하여 한창 황제 놀음에 빠져 있느라 당분간은 위나라의 외지인 이곳 위흥에 대한 관심이 덜할 것이기에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조비의 제위 찬탈은 일전에 법정이 보낸 비밀 서신에서도 조만간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나와 있었으니, 신의는 촉의 책사인 법정의 예측력, 아니 예언에 놀라고 말았고 더 나아가 신의는 법정이 하늘의 뜻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믿기까지 하였다.
‘휴… 그나마 조비가 제위에 오르면서 이곳에 신경을 덜 쓰게 되어 당분간은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군. 하지만 그것도 잠깐뿐이겠지. 아무리 조비가 황제가 되었다고 해도 나를 가만두지는 않을 거야…
그나저나 법정이 보낸 서신에도 분명 조비가 조만간 제위를 찬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는데 법정의 예언처럼 정말 조비가 제위를 찬탈했어. 그리고 법정은 이로 인해서 당분간은 내가 조비의 겁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라 했는데 과연 그러하지 않은가. 어떻게 멀고 먼 촉에 있는 법정이 여기 위흥에서도 수천 리 떨어진 허창(허도)의 일을 이리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 수 있는 것이지? 혹, 법정이 하늘의 뜻을 살필 수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러한 큰일을 알 수 없는 것이야.’
그리고 약 스무 날이 지났을 때, 위흥성 안으로 격문이 날아들었다.
병사가 가지고 온 격문을 확인한 신의는 법정이 보낸 지난 서신에 나온 데로 상황이 돌아갔기에, 신의는 또 한 번 법정에 대해 놀라워했다.
바로 촉의 대왕 유비가 역적 조비를 토벌하기 위해 대군을 일으켰으니 천하 백성은 함께 분연히 일어서 조비와 맞서 싸울 것을 촉구하는 격문이었던 것이다.
‘법정이 보낸 서신에서 만약 조비가 제위를 찬탈하는 경우가 한중왕 유비가 조비를 토멸하기 위해 대군을 일으킨다고 했는데 과연 그러하군.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유비가 이렇게 빨리 대군을 일으켰다는 것은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 밖에 말이 되지 않는데… 결국 이것도 법정의 예언을 유비가 받아들여 제대로 준비를 했다는 말인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얼마 있지 않으면 이곳 위흥으로 촉군이 몰려올 수 있다는 말이렷다. 그리되면 나는 법정과 약조대로 촉에 위흥을 들어 받치면 되고 나는 계속 이곳 위흥의 태수로 있을 수 있어!’
신의는 그렇게 유비의 격문을 받고는 만약 촉군이 오게 된다면 성문을 활짝 열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 * *
나의 제2군은 상용 공략의 첫 번째 목표인 위흥(서성)까지 육로보다 적어도 두 세배는 빠르게 이동을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221년 1월 초, 마침내 위흥에 제2군이 도착하니 나는 일단의 병사들로 보급품을 실은 썰매를 지키게 하고 나머지 병사들에게 병장기를 들린 다음, 뭍으로 상륙하여 그대로 위흥성 앞으로 나갔다.
그리하여 위흥성 앞에는 약 1만 9천여의 대군이 집결하게 된 것이다.
나는 병사들이 도열을 마치자 곧 사자를 성으로 보냈다.
– 위흥성, 태수 신의의 집무실.
그때 신의는 설마 이렇게 빨리 내가 제2군을 이끌고 위흥에 당도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는 내가 분명 육로로 올 것이라고 신의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의는 추운 날씨 탓에 집무실에서 좀체 발걸음을 옮기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집무실 안으로 부관이 들이닥치며 급보를 전하는 것이 아닌가.
“태… 태수! 크… 큰일 났습니다!!”
부관의 급한 보고에 신의는 깜짝 놀라 몸을 감싸고 있던 털 가죽을 제치고 일어났다.
“무… 무슨 큰일이냐? 혹… 혹시 또 감찰관이 온 것이냐?”
“그게 아니라 지금 성 밖에 촉의 대군이 몰려와 있습니다!!”
“뭐… 뭣이? 촉의 대군이? 어… 어떻게 이리 빨리…”
“태수, 그리고 촉군에서 사자를 보내왔습니다.”
“사자? 지금 어디 있는가?”
“밖에 잠시 대기를 시켰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이라.”
“예, 태수.”
그리하여 집무실 안으로 들게 된 촉의 사자는 신의에게 나의 서신을 건넸다.
서신을 건넨 사자는 곧 촉군 진영으로 돌아갔다.
신의는 곧장 서신을 펼쳐 읽고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서신을 화로에 넣어 태웠고 급히 태수의 복장을 갖추고서 부관을 데리고 성루로 나갔다.
성루로 오른 신의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과연 수만의 촉 대군이었는데 특히 그 대군 가운데 기치창검을 든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수레 위에 앉아 있는 사람의 모습이 더 눈에 띄었다.
신의는 그가 바로 촉의 책사인 법정임을 알아보았다.
‘저… 저자가 바로 법정이로구나! 수만 병사들의 도열이 어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저렇게 정렬이 될 수 있는 것이지! 역시 법정은 대단한 자로구나!’
나 법정 또한 성의 망루로 오른 이가 신의임을 알아보고는 수레에서 일어나 신의를 향해 소리쳤다.
“위흥태수 나는 대한 한중왕 전하의 신하인 상서령 법정이오! 한중왕 전하께서는 감히 천자의 제위를 찬탈한 조비를 토벌하기 위해 대군을 일으키셨소. 한중왕 전하께서는 나에게 대군을 이끌고 상용 전역을 공략하라 명하셨기에 오늘 이렇게 위흥에 대군을 이끌고 온 것이오! 하니, 위흥태수는 역적 조비의 반역에 부역하지 말고 어서 성문을 열어 한중왕 전하와 함께 역적 토벌에 동참하기를 바라오!”
나의 이러한 외침을 들은 신의는 억지로 얼굴을 찌푸리며 나를 향해 말했다.
“당치도 않소! 이미 천명은 금상폐하(여기서는 조비)께 있는데 어찌 폐하의 신하인 내가 폐하를 져버린다는 말이오! 나는 절대 성문을 열지 않을 것이오!”
나는 신의의 대답에 고개를 저으며 외쳤다.
“내가 사자를 통해 분명 경고를 하였소. 만약 아군과 싸울 생각이라면 그 성 안에 있는 모두는 죽음까지 생각해야 할 것이오!”
나의 경고에 신의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 그런 협박은 통하지 않는다! 여봐라! 당장 적들에게 활로 공격을 퍼부어라!”
신의의 명에 부관이 성 위의 사수들에게 명을 전하려 하자, 신의가 급히 부관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하였다.
[절대 적들을 맞히지 말고 땅을 향해 그저 쏘는 시늉만 하거라.]부관은 신의의 이상한 명에 신의를 쳐다보며 반문하였다.
“예? 태수 적을 맞히지 말라니. 그게 무슨…”
그러자 신의를 이를 꽉 물며 화난 표정과 목소리로 다시 부관에게 속삭였다.
[나의 명이니 그리 하라면 해!]“예… 예. 태수.”
그리하여 부관은 성 위의 사수들에게 명을 전했고 사수들은 일제히 화살을 쏘아댔다.
신의의 밀명(?)대로 화살들의 대부분은 그저 한겨울의 차가운 땅바닥으로 쏟아졌지만, 일부의 화살이 아군에게로 향하였다.
특히 화살 하나는 나를 노리고 그대로 나를 향해 날아왔는데 나는 순간 몸이 굳어져 움직이지 못했다.
그때였다.
나의 옆에 있던 미위가 칼을 빼들어 나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쳐내는 것이 아닌가.
미위는 화살을 쳐내고는 내가 무사한지 살폈다.
“상서령 괜찮으십니까?”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네.”
미위는 내가 화살이 날아옴에도 불구하고 피하지 않고 그대로 앉아 적진을 바라보는 담대함에 크게 감탄하였다.
“상서령은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어찌 화살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리 담대하실 수 있는 것입니까!”
그리고 다른 의미로 크게 놀란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위흥태수 신의였다.
신의는 화살이 나에게 날아가자 크게 놀라며 부관을 혼냈다.
“아니! 내가 절대 맞추게 쏘지 말라고 했지 않느냐!”
“저… 그게 사수들 중 훈련대로 화살을 쏜 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그!! 그러면 안 된다니까!”
신의가 성루에서 그리 당황하고 있을 때, 나는 곧 나의 다른 부관인 구부를 불러 명을 내렸다.
구부는 나의 명을 받고는 곧장 공격의 북소리를 올리고 병사들과 함께 마치 당장이라도 공격에 나설 것처럼 병장기를 들어 땅을 굴러대며 엄청난 공격의 함성을 질러댔다.
– 둥둥둥! 둥둥둥!!!
“우와아아!!”
“적들을 당장 섬멸하라!!”
“성을 향해 공격이다! 공격!!!”
수만의 대군이 한꺼번에 만들어내는 병장기의 땅을 두드리는 울림과 함성은 당장이라도 위흥성 전체를 뽑아 버릴 것 같은 위압감을 만들어냈다.
이에 성루에 있던 신의는 잔뜩 겁에 질려 몸을 오들오들 떨더니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나서 신의는 부관에게 곧바로 명을 내렸다.
“우리는 단지 수천도 안되는 병사들인데 어찌 저들의 대군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인가… 함락 당하게 되면 죄 없는 수천의 병사들이 죽게 되니 그것만은 막아야 하겠지. 여봐라. 어서 병사들을 무장해제 시키고 항복 깃발을 꽂고 성문을 열어 항복하도록 하라.”
신의가 항복을 한다고 하자 부관이 막으려 했지만 신의의 뜻은 확고했다.
그리하여 곧 위흥성에는 항복을 알리는 깃발이 꽂히고 성문이 열렸다.
그리고 열린 성문으로 위흥군 태수의 인을 받쳐 들고 신의가 걸어 나와 무릎을 꿇고 인장을 받쳐 들었다.
나는 수레에서 내려 미위 등의 호위를 받으며 신의에게 나갔고 신의는 태수의 인을 나에게 받치며 항복을 하였다.
“위흥태수 신의가 한중왕 전하에게 태수의 인을 바치며 항복합니다…”
나는 태수의 인을 받아 그것을 확인한 연후에 옆에 있던 구부에게 그것을 맡기고서 손수 신의를 일으켰다.
“신 태수가 큰 결단을 하여 한중왕 전하의 역적 토벌에 동참을 하게 되었으니 이는 참으로 훌륭한 결단이오!”
이에 신의는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그저 부끄러울 뿐입니다.”
“자, 이럴 게 아니라 어서 성 안으로 함께 들도록 합시다.”
“예, 상서령…”
나는 신의와 걸음을 함께 하며 성 안으로 입성했고, 이로써 서성(위흥)은 다시금 아국인 촉의 영토가 되었던 것이다.
* * *
나의 제2군은 곧 성으로 입성하여 성 안을 완전히 통제하기 시작하였다.
항복한 위흥성의 병사들을 확인하니 그 수가 약 삼천이었는데 이들은 모두 신의의 사병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신의가 항복을 하자 순순히 아군의 편으로 돌아섰다.
또한 이는 신의의 뜻이기도 하였다.
바로 신의는 조비에게 악착스럽고 악랄한 핍박을 당한 것이 너무나도 두렵고도 분하였다.
그리하여 신의는 유비가 조비를 토벌하는데 적극 참여하여 자신의 병력을 순순히 제2군에 포함시켰던 것이다.
이로써 위흥에는 원래 아군의 병력 중 약 삼천을 두어 방어를 하게 하고 나머지 신의의 병사들을 아군에 편입시켰던 것이다.
한편, 신의는 나를 위흥군 치소의 집무실로 안내하였다.
나는 신의의 안내에 따라 상석에 앉았고, 신의는 그 아래 앉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주위를 물리게 하고 신의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것은 우리가 서로 짜고 벌였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상서령, 상서령이 명하신 대로 되지 않아 정말 송구했습니다. 글쎄, 병사 놈들 중에서 제 명대로 하지 않고 화살을 쏜 놈들이 있었습니다. 자칫 잘못했으면 상서령을 상하게 할 뻔했으니 용서하여 주십시오.”
이에 나는 웃음으로 답하였다.
“하하하! 그만큼 신 태수의 병사들이 훈련이 잘 되었다는 뜻일 것이오! 앞으로 조비 토벌에 그 병사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오.”
그랬다.
나는 신의와 함께 거짓으로 싸우는 척을 하면서 신의가 어쩔 수 없이 항복하는 장면을 연출했던 것이다.
이리 된다면 신의는 조비에게 배신자로 찍히지 않을 것이고, 거기다 아군의 군세가 워낙 강력하기에 신의가 항복한 것이 되는 것이다.
즉, 이는 아군 병력을 더 부풀려 허장성세를 보이는 계책이었다.
“하하하! 역적 조비가 신 태수를 그리도 핍박하니 어찌 좋은 군주라 할 수 있겠소. 아국의 대왕께서는 귀부한 장수들을 후히 대하시니 앞으로 신 태수는 더 이상 군주에게 겁박당하는 몹쓸 꼴을 당하지 않을 것이오.”
나의 말에 신의가 맞장구쳤다.
“그러게 말입니다. 조비 그놈이 어찌나 저를 괴롭히던지 그 몇 달 동안 아주 죽을 맛이었습니다. 한중왕 전하가 인의의 군주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또한 역적 조비가 천자를 농락하더니 급기야는 제위를 찬탈하는 대역죄를 지었으니, 한의 신하인 제가 당연히 한중왕 전하의 역적 조비 토벌의 대업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소. 내 당장 대왕께 표를 올려 신 태수의 공을 알릴 것이오. 또한 내 약조대로 신 태수가 계속 위흥을 다스릴 수 있도록 상신을 할 것이오.”
“상서령께서 그리해주신다면 저는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그렇게 나는 곧 제2군이 위흥을 함락한 것과 위흥태수 신의에 대한 일을 유비에게 상신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