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257
256화 여포, 상산에 등용문(登龍門)을 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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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조 부에 혼사가 있나?”
한순은 문지기에 턱짓을 하며 물었다. 그러자 문지기는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었다.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소.”
문지기의 말에 한순의 시선은 요란한 행렬로 옮겨갔다. 다른 집으로 가는 건가 싶었으나 무리는 조 부의 대문 앞에 멈춰 섰다.
행렬의 중간쯤에는 화려한 수레 한 대가 있었다. 그 수레에서 혼자 힘으로 걷을 수는 있을까 싶은 비대한 체구의 사내가 호위들의 도움을 받으며 내렸다.
그는 다름 아닌 악하당. 공손찬의 두 번째 의제였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 역시 한순과 같았다.
악하당은 마치 제집처럼 자연스럽게 조 부 안으로 들어서려했다. 하마터면 문지기들도 그에게 길을 내줄 뻔했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각자의 창을 교차해 악하당의 앞길을 막았다.
“조 부는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오. 용건이 있으면 고하고 기다리시오.”
문지기의 말에 악하당은 귀찮다는 듯 인상을 썼다. 하지만 그 역시 한순과 마찬가지로 지금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공손 장군의 명으로 조 부의 무인들을 선발하러 왔으니 조 부의 주인에게 전하게.”
악하당은 턱짓을 하며 오랜만에 살 속에서 턱의 윤곽선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이 공손찬 휘하의 사람이며 조 부의 무인들에게 사관할 기회를 준다하면 문지기의 태도가 바뀔 줄로 믿었다.
하지만 문지기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마치 대단히 귀찮은 일을 맡은 것처럼 뭉그적거리며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갔다.
미적지근한 반응에 실망하며 악하당은 수하들을 향해 손짓을 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수하들이 의자를 가져와 악하당의 빈약한 무릎을 위해주었다.
악하당은 비대한 몸집 때문에 오래 서있으면 무릎에 무리가 가니 부하들이 의자를 준비한 것이다.
“흐음······!”
악하당은 신음성과 함께 의자에 앉고서는 그제야 주위를 돌아볼 여유를 찾았다. 물론 한순의 무리와 눈이 마주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저들이 원 가의 깃발을 들고 있다는 건······.’
악하당은 한순의 무리가 원 가의 깃발을 들고 있다는 것만으로 대충 상황을 짐작했다.
‘저들도 조 부의 무인들을 얻으러 왔나보구나. 하필 같은 날 와서 사람을 신경 쓰이게 만드는 걸까?’
공손찬이 딸을 보내 혼인동맹을 맺게 된 사이이긴 했으나 악하당은 원소의 부하들에게 조 부의 무인을 빼앗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악하당은 몇 가닥 안 되는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부하들에게 손짓을 했다. 수하들 중 하나가 다가오자 악하당은 소매로 입을 가린 채 잔뜩 목소리를 낮춰 무언가를 명했다.
* * *
상산 조 부의 대문 앞에 새로운 무리가 나타났다. 저 멀리서 한 무리의 인파가 몰려오고 있었는데 그들 중 선두에 선 한 사람만이 말을 타고 있었다.
다른 자들은 걷고 있는데 혼자만 말을 타고 있다는 것은 그의 지위가 다른 자들보다 높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생김새로 보나, 기도로 보나 특별한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너무도 평범한 사내였기에 일군의 장수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는 짓도 가관이다. 말을 타고 그대로 오면 될 것을 그는 굳이 말에서 내려 말을 끌고 오기 시작했다.
그를 따르는 자들도 뭔가 부자연스러웠다. 입은 옷도 제각각, 오와 열을 맞춰 움직이는 것도 아니라 군문의 사람들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더 수상한 것은 이들이 두 개의 각기 다른 깃발을 들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한순과 악하당의 시선 역시 이들이 들고 있는 두 개의 깃발에 꽂혀 있었다.
악하당은 ‘유(劉)’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 깃발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고, 한순은 ‘마(馬)’라고 쓰인 깃발에 시선을 모았다.
‘유우의 깃발인가? 매번 부딪히는 구먼. 역시 대형과는 상극이고, 악연이로다.’
악하당은 ‘유(劉)’라 쓰인 깃발이 유우의 깃발임을 단정지었다. 하북에서 유우와 공손찬의 대립은 유명한 것이고 악하당은 공손찬의 사람이니 저들이 곱게 보일 리 없었다.
한순은 유우의 깃발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마이(馬台)’의 깃발인가? 한번은 꼭 만나보고 싶었는데 결국 이리 만나게 되는 군.‘
한순은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언제고 하북의 의협 마이를 만나 고하를 가려보고 싶은 호승심이 있었다. 하지만 마이의 일행이 가까워질수록 한순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마이가 직접 오지 않고 수하를 보낸 건가?’
한순은 마이와는 일면식도 없으니 그의 얼굴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마이의 무리 중에는 특출난 기도를 뿜어내는 자가 없었다. 그래서 한순은 마이를 만날 기대를 접고 팔짱을 낀 채 다시 조 부의 대문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섰다.
마이의 무리 중 말을 끌고 온 자가 조 부의 문지기에게 두 손을 모아 들고 고했다.
“방성의 마이가 조 부의 주인을 뵈러 왔소. 안에 기별을 넣어주시오.”
그러자 문지기의 태도가 급변했다. 한순이나 악하당을 대할 때와는 달리 정중하게 읍했다.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바로 안에 기별을 넣겠습니다.”
그 모습을 본 한순은 배알이 꼬였다. 하지만 지금 일을 망칠 수는 없었다. 조 부의 현판을 깨러 온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조 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입장이었으니까.
악하당은 내심 혀를 내둘렀다.
‘이것이 유우의 인망이라는 건가?’
그는 문지기가 자신을 대할 때와는 달리 예를 갖춰 마이를 대하는 모습을 보며 마이가 유우의 수하이기 때문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마이의 인망이라 할 것이다. 유우가 백성들의 지지를 받고, 원소가 천하 사인들의 지지를 받는다면 마이는 하북 협객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다.
마이는 의와 협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재물을 돌 보듯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도처에 도적들이 기승을 부릴 때 단신으로 여러 곳을 돌며 도적패의 소굴을 소탕했으며, 황건 동란이 발발하자 의용군을 일으켜 그들과 맞서 싸웠다.
고작 수백의 무리를 이끌고 수만의 황건적과 맞서 끝끝내 패퇴시켰던 대 협객이니 조 부의 문지기도 그에게 예를 다하는 것이다.
“이보게, 늦어질 것 같으면 차라도 내와야 하는 게 아닌가?”
악하당이 볼을 씰룩거리며 하나 남은 문지기에게 농담을 섞어 말했다. 그러자 문지기는 그를 위아래로 훑으며 내심 욕했다.
‘하여간 있는 놈들이 더하다니까. 열 손가락에, 목에 온통 보석을 끼고 있으면서 차를 얻어마시겠다는 심보는 뭐란 말인가. 반가운 손님도 아니거늘······.
* * *
조 부의 대청에서는 조운이 납치해온 공손찬의 딸, 공손사하를 어찌할 지를 두고 담론하고 있었다.
“조 대인! 이, 여포. 조 대인의 얼굴을 볼 낯이 없소. 명문 무가의 후예를 저리 망쳐 놓았으니 그 죄를 어찌 감당할 수 있겠소.”
여포가 거듭 사과하자 조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원래 저 녀석은 예전부터 늘 사고만 치던 녀석이었소. 오늘의 일 역시 조금 더 큰 사고를 친 것일 뿐 이를 어찌 여 장군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단 말이오? 오히려 아들을 잘못 가르친 노부의 잘못이외다.”
서로 자신의 탓을 하니 시비를 가릴 필요가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공손사하를 어찌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소생, 진의록이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이제 공손찬의 딸을 어찌 할지를 정해야 합니다. 소생의 입장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그녀를 제거해야한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포는 여인을 베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의록, 그 아비가 나와 적이라고 해서 딸을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공손찬이 장군과 싸워 이긴다면 장군의 식솔을 가만히 둘 것 같습니까? 그리고 이미 원소의 병사들이 피를 보았습니다. 자칫 앞뒤로 적을 맞이하게 될까 두렵습니다.”
진의록의 말에 모두들 말이 없건만 무릎 꿇어 앉은 조운만은 목청을 키웠다.
“진 대인, 여 장군은 무적이오! 누가 여 장군의 상대가 될 수 있······.”
“이 놈! 그 입 닫지 못할까! 네가 집안에 우환을 가지고 왔는데 무슨 낯짝으로 입을 연단 말이냐?”
결국 조완의 불호령이 떨어지고서야 조운은 다시 입을 닫고 고개를 숙였다. 조완은 갑자기 소리를 지른 것에 대해 사죄하는 뜻으로 두 손을 모아 들어 보이며 여포에게 말했다.
“여 장군, 노부의 집에서 죄 없는 여인을 죽이고 싶지는 않소. 물론 여 장군의 일을 방해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내 집 대문 밖에서 일어난 일에는 조금도 관여치 않으리다.”
조완의 말은 한 마디로 밖에서 죽이라는 말이었다. 그는 하북의 복잡한 정세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다만 조운이 여포를 따르고 있으니 그의 일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조완의 부인이 살짝 목례하며 끼어들었다.
“아녀자가 끼어들 일은 아니나 정략혼으로 팔려가듯 가는 길에 납치까지 당한 아이를 해치는 것은 너무도 가혹합니다.”
“부인, 그럼 어쩌잔 말이오?”
“먹고 살 수 있도록 재물을 쥐어주고 멀리 떠나게 하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에이! 부인은 너무 심성이 착해서 탈이오. 순순히 우리 말을 따르겠소? 공손찬이나 원소에게 가서 오늘의 일을 떠벌린다면 이 가문이 무슨 수로 그 거친 풍파를 이겨낼 수 있겠소?”
상산은 말 그대로 주인 없는 땅이었다. 기주의 영역에 속한 땅이나 기주자사 왕굉이 원소와의 싸움에서 목숨을 잃었는데 조정에선 아직 후임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손찬이야 여포가 막아줄 수 있다지만 문제는 원소였다.
원소는 기주를 온전히 손에 넣지 못한 상태로 관동군의 맹주가 되었기 때문에 아직도 상산이나 중산까지 손을 뻗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관동군의 맹약은 이제 빛이 바래고 원소는 공손찬의 혼인동맹 제의를 받아들였으니 오늘의 일을 안다면 상산으로 군대를 출병시킬 수도 있는 일이었다.
상산 조 부의 힘이 아무리 대단하다한들 원 가의 군대 앞에서는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이보게, 여 장군.”
“예, 장군. 말씀하시지요.”
“차라리 자네가 기주로 진출하는 것은 어떤가? 태항산맥을 끼고 있으니 중산과 상산까지 여 장군의 깃발을 꽂게. 생각 같아선 거록까지도 생각해보라 권하고 싶으나 그곳은 얻기는 쉬우나 지키기는 힘든 곳. 그러니 우선은 상산까지 얻어 기주 평정의 포석으로 삼게.”
노식은 상산까지 여포의 것으로 만들기를 권했다.
“조 부의 안위를 생각하면 기주로 진출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아직 북평에 공손찬이 남아 있으니······.”
“여 장군, 어차피 유 종정이 남하를 시작한 이상 기주 서부는 결국 주인 없는 땅이 될 터. 원소와의 격돌은 피할 수 없네. 이왕이면 요충지를 선점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장군, 그럼 공손찬의 딸은 어찌해야겠습니까? 결국은 원소와 부딪히게 되겠지만 북방을 평정하기 전까지는 최대한 피하고 싶습니다.”
여포의 물음에도 노식은 답을 바로 내놓지 않았다. 진의록은 노식의 눈치를 살피다가 여포에게 두 손을 모아 들며 말했다.
“장군, 노 장군께 곤란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래도 한 때는 공손찬을 문하에 두셨던 분께 그리 물으시면 공손찬의 딸을 베라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베지 말라 하시겠습니까?”
“그런 줄도 모르고······. 장군, 소장이 크게 결례를 범했습니다.”
여포는 사실 뭐가 잘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은 노식에게 공손찬은 원수나 다름없는데 베라고 말하지 못할 게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노식이 바로 답을 못하니 이 상황을 넘기기 위해 먼저 고개를 숙인 것이다.
“여 장군, 일단 그 아이의 처분은 가 선생과 의논하는 게 좋겠네.”
노식은 공손사하의 처분을 가후에게 넘겼다. 이 때문에 공손사하는 졸지에 조 부의 객식구가 되고 말았다. 조완은 부인에게 공손사하를 부탁했다.
“당분간 부인이 그 아이를 돌봐주시구려.”
이 일이 일단락되자마자 다시금 문제가 생겼다. 문하를 가르치고 있던 조풍이 내실로 들어와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아버지, 공손찬의 의제, 악하당과 원소의 상장, 한순. 그리고 방성의 협객 마이가 만남을 청해왔습니다.”
“달갑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왔군. 여 장군, 그들을 돌려보내는 게 좋지 않겠소?”
조완은 여포의 의중부터 물었다. 상산 조 부의 문하가 모두 여포에게 사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수가 여포 휘하에 있고, 그의 둘째 아들인 조운마저 여포를 따르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제 상산 창술의 전인들을 어찌 다른 군웅의 휘하로 보낼 수 있겠는가.
그러자 진의록이 뭔가 좋은 생각을 해낸 듯 손뼉을 치며 좌중의 이목을 자신에게로 끌어모았다.
“소생 진의록이 좋은 방도를 일러드리겠습니다.”
* * *
잠시 후.
한순, 악하당, 마이는 오랜 기다림 끝에 조 부의 대문 안으로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대청으로 안내된 그들은 선객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여포. 속발관에 꿩깃을 꽂지도 않았고, 방천화극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포와 일면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를 여포라고 여길 자는 없었다.
여포는 의자에 앉아 검집에 꽂힌 녹로를 지팡이 삼아 들고 지그시 두 눈을 감고 있었다.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으나 여포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다들 여포를 곁눈질 했으나 말을 걸어볼 수는 없었다. 조완이 장내에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귀빈들을 오래 기다리시게 하여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조완의 얼굴에는 물론 조금도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 그리고 이내 한순, 악하당, 마이를 향해 두 손을 모아 들며 고했다.
“상산 창술의 전인들을 데려가시려 오셨다면 그냥 돌아가주셔야겠습니다.”
그러자 한순이 서탁을 내리쳐 부수며 발끈했다.
“조 대인, 그게 무슨 소리요?”
“좋은 말로 돌아가라 했거늘······. 서탁 값은 물어주고 가셔야겠소.”
“내가 고작 그 따위 소리나 들으려 먼 길을 달려온 줄 아시오?”
“누가 오라고 했소? 이제 원 가나 공손 가에 아쉬운 소리를 하던 때와는 다르오. 먼저 오신 귀빈께서 좋은 조건으로 상산의 무인들을 데려가시기로 했으니 이만 돌아가시오.”
조완의 축객령에 악하당이 코웃음을 쳤다.
“흐흥! 조 대인,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공손 가는 조 부에 발길을 끊겠소.”
“마음대로 하시오. 고작 졸백으로 쓰려고 제자를 기른 것이 아니오.”
조완과 악하당이 설전을 벌이는 사이 한순은 여포에게로 분기를 터뜨렸다.
“네놈이 내 일을 망쳐놓았으니 죗값을 치르도록 해라.”
한순의 손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의 손잡이로 뻗어갔다. 그리고 검이 삼분의 일쯤 검신을 드러냈을 때 그의 움직임이 멈췄다. 녹로의 손잡이가 그의 손목을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 부의 무인들을 데려가려면 조건으로 경쟁을 해야지 어찌 함부로 칼을 뽑는단 말인가? 원소가 그리하라 시키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