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273
272화 여포, 전예의 권모(權謀)를 높이 사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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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는 원소 휘하에 들고 지금처럼 원소가 화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웬만한 일에는 빈정댈 순 있어도 이렇게 화를 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원술과 관련된 일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원소는 유독 원술 얘기만 나오면 신경을 곤두세우곤 했다. 다만 곽도는 원소를 따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를 알지 못했을 뿐이다.
“선생, 공손찬에게 다녀온 자가 누구요?”
원소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중년에 턱걸이를 한 사내가 원소 앞으로 나와 두 손을 모아 들었다.
“동소가 주군을 뵙습니다.”
“오오! 공인 선생께서 먼 길을 다녀오셨구려. 수고가 많으셨소.”
동소. 자(子)는 공인(公仁)으로 출신과 신분을 따지는 원소가 성이 아닌 자(子)를 붙여 선생이라 부를 정도로 대단한 명사였다.
원소 휘하에 삼십육 가의 병법가들이 있으나 동소는 군략을 논하는 자가 아니었다.
대신 그의 권모는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이른바 ‘유주’통(通)이라고나 할까? 그는 비록 연주 출신이나 유주에 관해 유주 사람보다 더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오환은 물론 장성 너머의 북적과 동이에 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원소는 그를 후대했다.
원소가 그를 잘 대접하는 이유야 뻔했다. 하북의 패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주를 얻지 않고 하북의 패자를 논할 수 없고, 하북의 패자가 되어야만 동역의 교역을 독점할 수 있을 것이다.
동탁이 서량을 손에 쥐고 서역과의 교역을 독점해 큰 부를 이루었다. 그 부를 기반으로 경사의 주인자리까지 올랐음을 생각해볼 때 원소가 동역의 교역을 독점하고자 함은 그가 동탁을 누르고 경사의 주인이 되고자하는 것. 그러니 동소를 후대할 수밖에 없었다.
“북평의 공손찬에게 다녀왔습니다. 소신의 보고를 받으시지요.”
동소가 먼저 몸을 낮춰 보고를 하겠다 청하자 원소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이를 허락했다.
“북평의 공손찬은 자신에게서 연국 일대를 빼앗은 여포를 치기 위해 주군께 연수를 청해왔습니다.”
“그건 이미 알고 있소. 하지만 혼인 동맹은 깨지지 않았소? 이에 대해 공손찬은 뭐라 했소?”
“처음에는 공손찬이 이를 우리의 잘못이라 했습니다.”
“정말 우리 잘못이오?”
원소의 말에 동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손찬의 딸, 공손사하를 잘 인수했다는 문서가 있었습니다. 우리 군이 쓰는 방식으로 수결한 것도 확인했으니 틀림없습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잘못을 인정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오?”
“당연히 그랬습니다. 아쉬운 건 공손찬이지 주군이 아니니까요.”
“그러니 뭐라 하오?”
“뭘 어쩌겠습니까. 무조건 자신의 잘못이라 하더군요.”
동소의 대답을 들은 원소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한 때는 동탁마저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공손찬이 이렇게까지 몰락할 줄이야. 호적수의 몰락이 내게는 이익이나 어째 흥이 나질 않는구나.’
원소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공손찬과의 교섭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야 하는 것이 천하를 노리는 군웅으로서의 원소의 입장이었다.
* * *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실익을 얻는 것이라 생각하오. 공인 선생께선 북평에서 어떤 선물을 받아오셨소?”
“공손찬은 함께 여포를 치는 조건으로 다시 한 번 혼인동맹을 제안해왔습니다. 귀한 딸을 이번에는 주군께 바치겠다합니다.”
“흥! 이제 보니 공손찬이 내 장인 노릇을 하려 드는구려. 이미 하간왕께서 계신데 공손찬이 제아무리 대단하다해도 하간왕께 비할 바는 아니지.”
그러자 동소는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소신도 그 점을 집어 따졌으나 공손찬이 말하길 주군께서 마음에 드시면 첩으로라도 삼아 달라 했습니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공손찬으로선 모든 위신을 내려놓은 것이다. 딸을 첩으로 바친다는 것이니 그는 원소의 아랫사람임을 자처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뿐만이 아닙니다. 유주에서 여포를 몰아내면 탁군을 주군께 바칠 것이며, 해마다 삼억 전, 면포 일만 필, 전마 일천 필을 바치겠다 합니다.”
동소는 꼼꼼하게도 공손찬의 손도장이 찍힌 맹약서까지 받아와 원소에게 바쳤다. 그러자 원소의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번져나갔다.
“이제야 숨통이 좀 트이겠구려. 정말 수고가 많았소.”
전쟁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병력과 전마가 많을수록 유리하고, 대군을 유지하려면 큰 재물이 필요했다. 제아무리 원가의 힘이 대단하다고 해도 대군을 한 가문의 힘만으로 유지하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때문에 어떻게든 재물을 치부하기 위해 다각도로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누군가는 노략질로 백성들의 재물을 강탈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나라의 재물을 노리기도 했다. 흡사 뒷골목의 왈짜패들처럼 보호비를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받기도 했다.
원소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오랜 세월 서역과의 교역으로 치부한 동탁이나 목숙과 콩 농사를 교역과 겸하기 시작한 여포와는 달리 원소는 세금 명목으로 지주와 토호들로부터 재물을 받고, 공족과 사인들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군자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공손찬이 그 많은 재물을 해마다 내놓겠다고 하니 원소의 얼굴에 희색이 번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곽도가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주군께서 공손찬과 연수를 맺고 여포를 몰아낸다고 해도 공손찬은 약속한 재물을 제대로 바치지 않을 겁니다.”
곽도는 그리 말하고서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이며 말을 이었다.
“삼 년. 소신이 짐작하건데 공손찬이 제대로 조공을 바칠 햇수는 삼 년일 확률이 팔할 이상입니다.”
“곽 선생의 예상이라면 필시 그렇게 되겠지. 그럼 조공을 바치지 않을 때에는 어찌 해야겠소?”
“공손찬이 제아무리 많은 재물을 치부했다고 해도 해마다 그 많은 재물을 바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겁니다. 하지만 조공을 끊으면 주군의 군대가 공손찬의 안방을 밟게 되겠지요.”
그러자 원소가 다시 물었다.
“곽 선생, 그럼 공손찬이 해마다 조공을 꼬박꼬박 잘 바치면 그 땐 또 어찌 해야겠소?”
“그럴 확률은 낮으나 그리만 된다면 공손찬은 주군께 보낼 조공을 마련하느라 백성들의 인망을 잃고, 대군을 기를 수도 없을 것이니 결국 자멸하고 말 겁니다.”
“이러나저러나 내게는 다 좋은 일이 아니오?”
“그렇습니다. 유주를 얻게 되실 것이니 이를 미리 경하 드립니다.”
곽도가 정중히 읍을 하며 아부를 했다. 이는 치밀한 계산으로 원소의 마음을 기쁘게 한 것이다. 그러자 원소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곽 선생, 내 얼굴에 너무 금칠을 하지 마시오. 부끄럽구려.”
“하늘이 주군께 천하를 허락한 것과 다름없으니 어찌 대례를 올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원소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공손찬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인 여포에 대한 미지의 두려움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공손찬을 이토록 애걸복걸하게 만들다니······. 정녕 여포가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여포가 더 크기 전에 다시는 필 수 없도록 제대로 짓밟아줘야겠다.’
여포의 기세가 만만치 않으니 원소는 이번 기회에 여포가 재기할 수 없을 만큼 꺾어버릴 생각이었다.
* * *
“주군. 소신 동소, 공손찬이 여포를 상대할 방법이 쓰인 군략서를 받아왔습니다.”
동소가 이번엔 공손찬이 올린 책문을 바쳤다. 그러자 원소는 이를 받아들고 읽어내리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공손찬이 제안한 군략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곽 선생도 읽어보시오.”
원소는 곽도에게 군략서를 건네고는 다시 장내의 인사들을 훑었다.
‘누굴 보내야 할까?’
장수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안량, 문추는 내 곁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순우경?’
원소는 순우경에게 잠시 시선을 두었으나 이내 마음을 접었다.
‘유주 촌구석에 보낸다면 크게 반발할 자다.’
순우경은 출신과 명성을 따져볼 때 원소가 품을 수 있을만한 자가 아니었다.
원소의 시선은 이내 고람에게 머물렀다.
‘그래, 고람이라면 용맹과 무예는 순우경에 비할 만하다.’
고람은 본래의 역사에선 안량, 문추, 장합, 순우경과 비견될만한 명성을 얻은 용장 중의 용장이다. 비록 역사가 바뀌어 원소 휘하의 네 상장들 중에 장합이 빠지고 한순이 그 자리를 차지하긴 했으나 한순보다는 고람이 한 수 위임은 변함이 없었다.
“고람.”
“예, 주군.”
“공손찬의 응원군을 이끌라. 기병 일만. 보군 이만을 네게 맡기겠다.”
“소장 고람이 주군의 명을 받듭니다!”
원소는 고람에게 응원군의 지휘를 맡겼다. 그러자 한순이 무릎으로 기어 원소에게 다가와 머리를 바닥에 연신 찧어 박으며 청했다.
“소장에게도 설욕할 기회를 주십시오.”
“좋다! 고람의 부장으로 출전하라. 네게 보군 일만을 내주겠다.”
“소장 한순! 반드시 승전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원소는 그리 말하고선 뒷짐을 진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고람, 한순. 잘 들어라. 이번 싸움은 여포를 치는 것이되, 원술과의 전초전이나 다름없다. 땅도 필요 없고, 재물도 필요 없다. 나, 원 본초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바로 여포의 목이다.”
* * *
전예의 부대가 포구수를 넘었다.
여포는 포구수를 경계로 공손찬과 대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루터마다 양측의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공손찬의 땅에서는 전예의 부대가 나루터 한 곳을 지키고 있었으니 공손찬의 눈을 피할 수 있었으나 여포군 척후의 눈은 피할 수가 없었다.
물경 이천에 달하는 병력이 강을 넘어왔으니 여포군 척후병에게 들키지 않을 리 없는 것이다.
전예군의 도하 소식은 곧장 인근 옹노를 지키고 있던 상개에게 보고되었다. 하지만 상개의 군세라 해봐야 고작 수백에 지나지 않았다. 이천의 군세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나 상개는 오히려 기병 수십여 기만을 이끌고 전예군을 마중 나갔다.
적군이 포구수를 넘어왔으나 척후가 즉시 알아챘고, 이 소식은 오늘 해가 떨어지기 전에 여포에게 전해질 것이다. 그러나 연국에서 이곳까지 거리가 있으니 서두른다고 해도 하루 이틀의 시간이 있어야만 올 수 있을 터였다.
때문에 상개는 시간을 벌어보고자 기병 수십여 기만을 이끌고 전예군의 걸음을 붙잡아보려 했다.
옹노의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 상개 휘하의 보군은 옥쇄를 결심했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은 그다지 의미 없는 것이었다. 전예는 지금 여포에게 귀부하기 위해서 포구수를 넘어온 것이니까.
전예군은 포구수를 넘어왔음에도 연국으로 향하지 않고 나루터 인근에 군영을 세웠다. 혹시라도 여포가 귀부를 받아주지 않고 오히려 공격을 한다면 도망칠 길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상개는 대담하게도 여포군 깃발을 들고 홀로 말을 몰아 전예군 군영 일백보 앞까지 달려가 섰다.
일백보.
명사수가 있다면 분명 활을 쏘아 맞출 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상개의 얼굴에는 두려워하는 기색이 조금도 나타나지 않았다.
‘어차피 수십여 기로 부딪혀봐야 순식간에 전멸을 면치 못할 터. 그렇다면 싸우기 전에 저들의 저의를 떠보며 시간을 끌어야겠다.’
그럼에도 상개는 여전히 여포의 깃발을 들고 있었다. 대화를 위해 사자로 나설 때에는 백기를 드는 것이 관행이나 그러지 않았다.
상개가 나타나자 전예군 장졸들이 몰려나왔다. 상개는 그들을 보며 호통 쳤다.
“공손찬의 졸개들은 들어라! 나는 유주 자사군 장수 상개다! 너희들 중에 나와 맞붙어볼 사내대장부가 있다면 어서 나와라!”
상개가 소리치자 전예가 나타났다. 그러자 상개는 전예를 위아래로 훑고는 손을 내저었다.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는 돌아가라. 내 검에 애송이의 피를 묻히고 싶지 않다.”
전예의 앳된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었다.
“흥! 여포군에 이리 사람이 없는가?”
사람을 깔보는 듯한 말에 상개가 발끈했다.
“네놈은 사람 보는 눈이 없구나! 이, 상개! 여포 장군 휘하의 맹장으로 이름 높은데 어찌 알아보지 못하는가?”
어차피 상대가 알 리 없으니 대뜸 허풍을 떨어댔다.
그러자 전예는 계성 성주 전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 이름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무명의 장수에게 깨끗하게 패했다. 목숨 대신 오른손만 잃고 돌아왔지.
자신보다 더 용맹한 무장인 전해가 여포 휘하의 이름도 없는 장수에게 오른손을 잃었을 정도이니 상개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조심해야겠다. 키는 좀 작아도 용맹마저 작은 것은 아닐 테니······.’
실력으로 보자면 상개보다는 전예가 한 수 위이나 맞붙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상개의 기도가 만만치 않기에 섣부른 행동은 자제하기로 했다.
전예는 예를 갖춰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상 장군이셨구려.”
졸지에 상개가 여포군 상장(上將)이 되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상장 소리를 들었기 때문인지 상개의 얼굴에 희색이 번졌다. 그는 턱을 치켜들고 한껏 거드름을 부렸다.
“내 명성은 모르되 예는 아는 자로다.”
여포군 구병들 중에서는 소부와 함께 막내 취급을 받고 있는 처지였으나 지금만큼은 여포의 팔건장이 부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