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490
489화 여포의 타삼도(墮三都)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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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는 자신의 군대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알기에 이를 이용하기 위한 병략을 내놓았다. 분명 탄성을 자아낼만한 것이나 가후는 그를 칭찬하지 않았다.
“장군, 그리하신다면 백파적을 격파하고 하동의 호족들을 고립무원의 상태로 만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동 호족들을 죽이지 않고 항복을 받아낼 방법을 생각해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선생에게는 복안이 있소?”
“방법이야 많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들을 굴복시키는 것은 귀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소신은 장군께 그 방법을 듣고 싶습니다.”
갈수록 태산이다. 가후는 여포에게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해왔다.
가후는 군사이니 군략이라면 그가 내는 것이 마땅했다. 그러나 스스로 말했듯 귀계로 그들을 굴복시킬 수는 있으나 진심으로 그들의 마음을 얻을 방도가 없었다.
하동의 호족들이야 재물이라면 남부럽지 않을 것이니 보물로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여포가 벼슬을 약속해줄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뭔가 아쉬운 것이 있어야 이를 파고들어 볼 텐데 방도가 없었다.
“배부르고 등 따신 자들에게 진심으로 충성을 받아내는 법은 나도 모르겠소. 하지만 내 생각에 하동 출신이라면 그 땅의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일 잘 알지 않겠소? 서 공명이를 소환해 한번 들어봅시다.”
여포가 진심을 토로하자 후문이 두둔하고 나섰다. 그는 여포에게 깊이 읍했다.
“스승님께서 유묵에 쓰신 글귀와 궤를 같이 하는 분석이십니다. 하동 사람들은 그 기질이 병주 사람과도 다르고, 하내 사람들과도 다르다하니 하동을 취하려면 반드시 하동 출신의 영걸을 얻어 뜻을 펼치게 하라 글을 남기셨습니다.”
후문이 감복하자 가후는 미소 지으며 여포에게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여 장군, 총명! 서황 장군을 소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모두들 가후를 따라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총명! 총명!”
“총명! 총명!”
* * *
위월도 엉겁결에 따라하기는 했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가 못했다. 하지만 당장 뭐라 말을 할 차례는 아닌 듯하여 입을 열지 않고 돌아가는 판을 지켜볼 따름이었다.
“뭘 또 총명까지야······. 이제 이 정도는 나도 알 때가 되지 않았소? 곁에 현사들이 즐비한데 주워들은 것만 해도 얼마나 많겠소?”
여포의 말은 겸손했지만 의기양양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총명’소리를 더 듣고 싶었지만 현사들은 저마다 자신 만의 타삼도책을 얘기하고 있었다.
“내 타삼도책은 지명이 아니라 세 명의 군웅이었소. 첫째가 정원, 둘째가 공손찬, 마지막이 동탁이었소이다.”
가후가 고백하듯 말하자 저수가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동 상국은 지금 여 장군과는 한 배를 탄 것과 다름없지 않습니까?”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여 장군은 정 자사의 비장에 불과했고 당장이라도 경성에 달려가고 싶어 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외다. 물론 주군이 경사의 주인이 되고 싶어 했던 게 아니라 당시 경성에 있었던 초 부인을 만나고 싶으셨다는 걸 몰랐던 게요.”
가후는 저수와 얘기를 해놓고는 또 여포와 시선을 맞췄다. 그러자 여포는 그 때의 소회를 밝혔다.
“당시에는 정 자사에게 매인 몸이라 마음은 경성에 있었으나 몸은 병주를 떠나질 못했소.”
“장군, 하나만 여쭤도 되겠습니까?”
“우리 사이에 못할 말이 무엇이오?”
“동 상국이 입경할 때 말입니다. 대신 장군께서 입경할 수도 있지 않았습니까? 물론 그리 하지 않은 합당한 이유와 책략이 있었지만 그래도 아쉽지는 않았습니까? 마음만 먹으면 경사의 주인이 될 수 있었으니까요.”
가후가 묻자 여포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답을 내어 주었다.
“나는 동 상국을 적으로 돌리고 싶지가 않소. 그의 이십만 서량병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소.”
“기회라면 어떤 기회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동 상국이 개혁의 결실을 맺는 거요. 내 보기에 그의 시간은 오래 이어지지 못할 거요.”
“그렇습니다. 서량 출신이 경사의 주인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겠습니까.”
여포와 가후는 동탁이 경사의 주인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음에 동감하고 있었다.
“그의 개혁이 성공한다면 한실은 다시 부흥할 것이오.”
“하지만 이미 사백 년을 흘러온 한 왕조가 한 번의 개혁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 지는 기대가 되지 않습니다.”
“사백 년을 버텨온 나라가 다시 사백 년을 더 이어지지 못하리란 법도 없잖소?”
“가능성이야 항상 있지요. 희박해서 그렇지······.”
가후는 한실부흥을 원치 않는 사람이었다. 이왕이면 여포가 천하의 주인이 되어 새로운 나라를 개국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 물론 혈기 넘치는 곽가처럼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 천하를 노리는 유력한 군웅 중에서 원술이 꺾였다. 원술의 목이 달아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후군은 여포에게 대패해 쫓기듯 남양으로 가지 않았던가. 그가 예전의 규모로 재기하려면 족히 수 년은 걸릴 터였다.
더욱이 기령과 같은 맹장을 다시 구하기란 쉽지 않을 터. 기령 말고도 많은 장수들이 하내 땅에서 고혼이 되고 말았다.
물자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채워 넣을 수 있지만 사람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래서 예부터 성현들은 사람이 제일 중하다고 그토록 강조를 했으리라.
그리 되면 재기한다고 해도 쓸 만한 장수들이 태부족일 테니 전과 같은 위세를 떨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니 사슴을 좇는 군웅들 중 남은 자들은 여포를 제외하면 원소와 손견, 유표 정도만 남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 정도 쯤에서 여포의 의중을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장군, 장군의 타삼도책은 무엇입니까?”
“타도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자들이 있소. 선생의 말을 빌리자면 나도 나름의 타삼도책이 있는 셈이지.”
“그들이 누구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여포는 말끝을 흐렸다.
‘등 선생은 병주의 중흥을 위해 대, 하내, 하동을 얻어야 한다는 타삼도책을 남기셨다. 가 선생은 처음엔 병주를, 그 다음엔 하북을 평정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내가 웅패천하를 하기까지 바라고 있다. 그런데 내가 어찌 조조, 유비 따위의 하찮은 적들의 이름을 입에 담을 수 있겠는가!’
* * *
본래의 역사에서 조조와 유비는 여포의 숙적이었다. 그들이 보는 앞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야만 했었으니까.
아직도 여포는 자신이 책형을 당하던 그 순간이 생생했다. 수많은 창들이 생살을 헤집고 들어오는 고통보다는 조소를 머금은 채 승자의 자리에서 내려다보던 조조와 유비의 눈빛이 더 아팠다.
그 때문일까? 여포는 시간을 거슬러 돌아온 후로 조조와 유비의 타도를 제일목표로 삼고 달려왔다.
하지만 지금 조조와 유비의 이름은 타도의 목표로 하기엔 너무나도 하찮았다. 이미 여포의 이름은 원소, 동탁 정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데 그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하찮다! 조조와 유비의 이름은 졸개와 다름없다. 그들을 무너뜨리는 것은 작은 여흥에 불과하다.’
여포는 이쯤에서 수하들에게 보다 큰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여포는 주워들은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중요한 것들을 생각나는대로 떠올렸다.
모두들 여포의 타삼도책을 듣고 싶어 눈이 반짝거렸다.
“서로는 한중, 동으로는 태산, 남으로는 양양. 그 세 땅의 주인들은 내 칼에 죽거나 내 앞에 고개를 조아려야 할 것이오.”
여포는 천하인들이 중요한 땅이라고 일컫는 세 개 땅의 이름을 차례로 말했다. 사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포의 머리로 떠올릴 정도라는 것은 한중, 태산, 양양이 누구나가 생각하는 중요한 땅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오오!”
곽가는 탄성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한실부흥을 입에 달고 사는 노식이 출사를 위해 경성으로 갔다는 걸 알지만 자기도 모르게 눈치를 본 것이다.
노식도 없고, 채옹도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한 곽가는 그제야 속내를 털어놓았다.
“다른 곳도 중요하지만 한중을 얻겠다는 것은 한조를 대신할 새로운 나라를 세우겠다는 말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가후가 주의를 주었다.
“곽 선생, 말을 함부로 하지 마시오. 여 장군을 역적으로 만들 참이오?”
“우리끼린데 뭐 어떻습니까? 그리고 말이야 바른 말이지 패현의 유계 같은 자도 한 왕조를 열었는데 여 장군 같은 영웅이 못할 것이 뭐란 말입니까?”
유계는 유방의 옛 이름이었다. 곽가가 굳이 고제의 옛 이름을 입에 담은 것은 의도적이었다. 한 왕실의 권위를 인정하기 싫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며, 동시에 여포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게 하려는 의도였다.
곽가는 한실부흥의 명분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있어 한조는 이제 명이 다해 망해가는 나라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역사를 안다면 한조의 시작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마음에 들 사람이 뉘 있으랴. 어느 왕조 건 간에 피로 얼룩진 역사가 있듯 한조의 역사 역시 배신과 음모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물론 이는 한 왕조가 사백여 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어져 왔기 때문이라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곽가가 생각하기에 유방은 농민 출신 황제로서 의미가 있을 뿐 그 어떤 가치도 없었다.
‘도망칠 때마다 처자식을 버리고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공신들을 핍박해 토사구팽한 위인보다 여 장군이 못할 게 뭔가.’
하지만 여포는 사실 한중에 대한 중요성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한중을 얻는 것과 신왕조를 여는 것 사이의 연관성도 알지 못했다.
“곽 선생, 대체 한중을 얻는 것과 개국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오?”
여포는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이었다.
그러나 곽가의 입장에서는 마치 여포가 한중을 취하는 것에서 어떻게 개국이라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는지 그 명분에 관한 것을 묻는 것처럼 들렸다.
“장군, 한중은 그야말로 한조가 시작된 곳이나 다름없는 성지입니다. 고제가 홍문연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져 한중으로 보내진 일을 아십니까?”
“그 정도는 한인이면 다 알지. 한중은 물자가 풍부해서 정병을 기르고 군량을 비축할 수 있는 곳인데 항우가 고제를 그곳으로 보낸 것이 천추의 한이 되었다는 그런 얘기 아니오?”
“그렇습니다. 한중은 한조의 발상지나 다름없는 곳이지요. 그곳에서 실력을 기르지 않았다면 항우의 군대와 맞설 정병을 어디서 구할 수 있었겠습니까?”
“한조가 시작된 곳이니 그곳을 얻으면 한조가 망할 명분이 된다는 그런 뜻이오?”
여포의 물음에 곽가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한중이 중요한 까닭은 그곳이야말로 중원에서 서천으로 가는 요충지이기 때문이지요.”
“서천? 파촉 말이오?”
“그렇습니다. 서천을 얻어서 큰 이득을 볼 수는 없지만 역시 서천을 얻지 않고서 천하를 평정했다는 말은 할 수가 없겠지요.”
서천은 파촉을 가리키는 말로 파와 촉을 얻으면 익주를 모두 얻은 것과 같았다. 그런데 그 파촉으로 가려면 반드시 한중을 지나야만 했다.
천하 십삼 주 중 파, 촉 땅을 두고 이런 말이 있다.
– 서천을 얻기란 그곳에 가는 것 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파촉은 무려 스물아홉 개에 달하는 이족들이 난립해있는 위험한 땅이다. 물론 그런 위험한 곳에도 한족이 살고 있었다. 태평도 만큼이나 파급력을 지닌 오두미도의 교단과 신자들이 파촉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호시탐탐 한조의 지배를 벗어나려 봉기의 때를 엿보는 효무한 이족들이 득실거리고 오두미도의 광신자들이 날뛰는 위험한 땅. 그 입구가 바로 한중인 것이다.
* * *
가후가 기분이 좋아 미소를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여댔다.
“본 군사는 총명하신 주군을 모실 수 있어 기쁘기 한량없소이다.”
그러자 저수도 나섰다.
“장군께선 한중을 취해 익주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태산을 취해 패업의 초석을 다지며, 양양을 취해 강남을 노리고자 하니 소생의 사주평정지계는 그야말로 달빛 아래 촛불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포의 타삼도책은 가후, 곽가, 저수의 극찬을 받았다. 진의록이 관동군 내부에서 분열을 일으키고 있으니 그 일만 마무리 된다면 사주평정지계도 구할의 완성은 될 터. 원소만 무너지면 그 때야 말로 하북에선 여포의 적수를 찾을 수 없으리라.
여포의 타삼도책은 그 이후의 여포군에게 좋은 목표가 될 것이다.
장내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위월이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선생들은 이 위월이의 말을 잘 들으시오. 다들 그러는 거 아니오. 쓴 소리를 할 줄 알아야지 매일 같이 잘한다, 잘한다만 해주면 대형이 기고만장해져서 어찌 변할지 모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