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530
529화 하동 배씨, 여포의 품으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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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소는 자신이 초라하게 여겨졌다. 진의록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남에게 의지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건 자존감을 깎아먹는 일이다.
그래서일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동소 스스로가 지모를 구했으면서도 진의록의 말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진의록은 이를 눈치챘다.
‘내게 의지하려니 자존심이 상한다 이건가? 하기야 남에게 의지할 자였다면 진작 기주나 예주파에 속해 있었을 테지. 하지만 나, 진의록에게 걸린 이상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진의록은 다시 한 번 속으로 결연한 다짐을 하고는 동소에게 말했다.
“공인 선생을 구하려면 소생 역시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아니, 어쩌면 이 공자 또한 굴욕을 겪어야 할지 모릅니다. 그러니 반드시 소생의 뜻에 따라 주셔야만 합니다.”
“진 선생의 말뜻이 뭔지는 잘 알겠소. 하지만 미리 말해두리다. 나, 동소는 내 목숨을 구명하고자 경학의 도리를 어기는 짓은 결단코 하지 않을 것이오.”
‘뭐야? 겨우 그런 거였나? 경학의 도리라······. 뭐, 경학의 도리 만큼 허술한 게 또 있을까?’
진의록은 경학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분명 공맹의 사상은 대단한 것이다. 한조는 제자백가의 사상 중 유가의 법도를 치국의 도리로 택한 나라이니 결국 지금의 승자는 경학인 것이다.
하지만 유가의 사상이 완벽해서 승자가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빈틈이 너무 많다. 그것은 해석에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만 해도 고문학과 금문학이 서로 대립하고 있지 않은가.
‘경학의 어떤 가치를 들고 나와도 파고들 여지는 얼마든지 있었다.’
진의록은 그런 결론을 내리고는 동소에게 약속했다.
“소생, 진의록! 여태껏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습니다. 남에게 불의한 짓을 시킬 망나니는 아니니 걱정 마십시오. 게다가 이 공자의 명예도 걸려 있는데 어찌 이 공자께 누가 되는 행동을 하겠습니까?”
진의록은 철썩 같이 약속을 했다. 물론 약속을 지키고 안 지키고는 별개의 문제다. 유세는 그런 것이니까.
* * *
“그럼 좋소. 이, 동소 공인! 진 선생이 하자는대로 할 터이니 방도를 들려주시오.”
“소생이 내일 서신을 한 통 써드릴 터이니 이를 초안으로 하여 선생의 필체로 다시 쓰십시오.”
“누구에게 보내는 서신이오?”
“그건 서신을 보시면 압니다. 그리고 시급한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진의록은 다급한 기색을 내비치며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지금 당면한 문제는 우선 선생의 목숨을 지키는 것입니다. 일 공자와 그 수하들로부터 선생을 지킬 방도는 삼 공자의 도움을 받는 것 뿐입니다.”
“세 분 공자들의 후계 다툼에 기어들 생각도 없고, 원 공이 아닌 누구에게 고개를 숙일 생각도 없소.”
진의록은 동소가 참으로 까다롭다 여기며 그를 향해 손바닥을 펴보였다.
“고개를 숙이라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럼 어찌 삼 공자 쪽 도움을 받는다는 거요?”
“이 공자께서 유 대부인께 청할 겁니다. 얼마간이라도 자객으로부터 목숨을 부지하자면 이 방법 뿐입니다. 이미 이 공자는 고수들을 모두 잃었으니까요.”
진의록은 거짓말을 하면서도 긴 한숨을 내쉬며 절정의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마을 이었다.
“이 공자는 공인 선생을 구명하기 위해서 일 공자와는 완전히 척을 지게 될 겁니다. 그리고 동생에게 무릎을 꿇고 수하를 자처하게 되겠지만 어쩌겠습니까? 공인 선생 같은 분을 잃을 수는 없으니······.”
진의록은 율반에 이어 동소에게도 큰 부담을 안겨 주었다. 진의록이 익힌 종횡가에서는 이를 강직한 선비들을 공략하는데 필승의 공략법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진의록은 그들에게 두 손을 모아 들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이곳에 더 머무는 것은 안 될 듯합니다. 다시 자객을 보내온다면 지켜드릴 방도가 없으니까요. 우선 당분간은 의양성을 떠나지 마십시오. 이 공자께 청해 성내에 기거할 곳을 마련하겠습니다.”
진의록은 그리 말하고선 무언을 불렀다.
“무언, 마차를 준비해라. 두 분을 모시고 의양성으로 돌아갈 것이다.”
* * *
사흘 후 하동 안읍.
“진 선생에게서 급보가 왔습니다.”
가후는 진의록이 보낸 전서를 받자마자 여포를 찾아왔다.
“의록이? 무슨 사단이라도 난 게요?”
“그건 아닙니다. 진 선생이 원소 휘하의 참군 동소와 문연 율반을 회유하는데 필요한 도움을 청해왔습니다.”
“동소와 율반이라······. 이름은 들어봤소. 연주의 사인들 중에 이름난 선비들이라 알고 있소. 사인의 마음을 얻기 위한 일이라면 나는 별 도움을 못 줄 듯한데······?”
“여 장군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장군의 이름을 좀 빌려야 하니까요. 진 선생, 참으로 재미난 유세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진의록이 보낸 전서에 대한 가후의 평이었다.
여포는 그가 재미를 느낀다는 게 어떤 부분인지 대략적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진의록의 유세와 가 선생의 귀계는 닮은 부분이 많소. 상대를 등신으로 만들어버리는 거하며······.”
“하하하! 그렇습니까?”
“가끔은 나도······.”
“모두가 여 장군을 위한 일입니다.”
“불만은 없소. 그런데 의록이 유세하는데 내 이름이 필요하는데 무엇 때문이오?”
여포는 진의록이 자신의 이름을 팔아먹는 건 상관없었다. 하지만 어디다 팔아먹는지 정도는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실은 동소가 다른 자들에게 참소 당하고 있다 합니다. 빼도 박도 못할 외통수에 빠졌는데 구하려면 장군의 이름을 팔아먹어야 한답니다.”
“내 이름이 관동군에게 어떤 가치가 있을까 싶소.”
“관동군, 아니 원소에게 장군은 껄끄러운 상대일 뿐이지요. 그리고 언젠가는 도모해야할 타도의 대상. 눈엣가시.”
“선생의 말을 듣자하니 이, 여포가 아주 죽일놈 같소 그려.”
그러자 가후는 한가로이 부채질을 하며 답했다.
“미움을 받을수록 어려운 상대라는 얘기가 됩니다. 장군께선 원소를 하찮게 여겨 미워하거나 걱정을 하지 않잖습니까?”
“하긴 그렇지. 개들은 겁이 많을수록 잘 짖소. 진짜 싸우고 싶으면 으르렁거리지. 그러면 내 이름이 원소의 부아를 치밀게 만드는데 쓰이는 거요?”
“그건 아닙니다. 이번에 진 선생이 장막에게까지 유세를 하려는 모양입니다. 다행히 장군께서 장막과 조금의 친분이 있으니 장군의 이름으로 장막에 전서를 보내 도움을······.”
가후는 여포가 장막에게 도움을 청하는 형식은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귀계가 번뜩였다.
“도움을 주는 걸로 하시지요. 어떻습니까? 이번 기회에 장막도 휘하에 들이시겠습니까?”
“이번에는 진의록의 유세에 선생의 귀계가 더해지는 모양이구려? 나야 군략은 선생에게 일임했으니 조금의 의심도 없소.”
진의록은 그저 여포의 이름을 빌려 장막에게 자신의 장단에 놀아달라는 청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가후 때문에 진의록의 유세는 그 크기가 달라지고 말았다. 그저 연주의 명사 두 사람을 낚는 것에서 연주의 군벌인 장막을 낚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지금 장막은 궁지에 몰렸지요. 애당초 연주군의 힘만으로는 원소에게 대항하는 게 무리였습니다.”
“연주병은 병주병처럼 강하지 않으니 당연한 얘기요. 병력도 태부족. 교모가 도왔다고 해도 결국은 조금 더 버티는 게 전부였을 테지.”
“관동군과 싸우기 전이든 후든, 소신이라면 장군에게 도움을 청했을 겁니다. 그게 안 된다면 청주의 공융, 서주의 도겸에게 고개를 숙여서라도 연수를 맺었을 테지요.”
“하지만 실제로 장막은 그러지 않았소. 아마 앞으로도 먼저 고개를 숙이며 들어올 리 없을 테지.”
여포는 장막의 인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며 들어오게 하면 되지요. 마침 장막이 사예 땅, 하남윤으로 몸을 피했다고 합니다. 동 상국에게 청을 넣어보시지요.”
“어찌 말이오?”
“장군은 원소와 한 해 동안 싸우지 않겠다 했으니 바로 장막을 돕지 못합니다. 하지만 동 상국은 다르지요. 게다가 장군께서 백파적까지 토벌했으니 서량병을 출병시킬 여력이 있을 겁니다.”
“적의 적은 벗이라는 거요?”
“훌륭하십니다.”
가후의 계략은 이랬다. 동탁으로 하여금 관동군을 막아 장막을 구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여포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다가 장막이 동 상국에게 귀부하면 어찌하오?”
“그게 핵심입니다. 장군께서 이 모든 일을 주도하셔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장막이 동 상국이 아니라 내게 고마움을 느끼도록 하란 말이오?”
“여 장군, 총명! 하지만 고마움 정도로 끝나면 안 되지요. 은혜입니다, 은혜! 목숨을 빚지게 해야지요.”
가후는 여포가 단번에 장막을 거둘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비록 패퇴했지만 원소와 자웅을 겨루었던 군웅이 아닌가. 간단히 넘어오지는 않을 터.
“몇 번이고 은혜를 베풀어도 쉽지 않을 테지.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소.”
“그렇습니다. 장막 정도의 인물이라면 일주의 주인이 되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니까요.”
“아직 먼 얘기지만 연주를 평정하게 되면 장막에게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오.”
“그 정도 포석까지 생각하고 계셨다니······. 소신, 감개가 무량합니다.”
가후는 이제 여포도 천하를 내려다보는 눈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장군, 뭘 하시려고······?”
가후는 여포가 붓을 들자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선생, 장막에게 전서를 써야 하오? 아니면 동 상국에게? 그것도 아니면 둘 다? 얼마든지 써 줄 수 있으니 말만 하오. 이제 전서 정도는 얼마든지 쓸 수 있소.”
여포가 글을 쓰겠다하자 가후는 필사적으로 그를 말렸다.
“안 됩니다. 제발 붓을 놓으십시오.”
“어찌 말리오? 써야 한다면서?”
“장군의 이름을 빌려 써야 한다는 것이지 장군께서 직접 써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리고 장군은 적에게 선전포고를 할 때만 붓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여포는 전서(戰書)를 쓰기에나 합당한 필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장막에게 여포의 친필서신을 보냈다가는 영영 척을 지게 될 지도 모를 일이었다.
* * *
“가 선생, 진의록의 일은 선생이 맡아서 진행해주시오. 필요한 게 있으면 얘기하고. 내 언제든 붓을 들 준비가 되어 있소.”
“그런 부탁은 드릴 일이 없을 듯합니다.”
“그런데 선생, 어째서 서 공명이가 하동 배씨의 가주를 데려오지 않소?”
“그게······.”
서황은 하동 출신이기 때문에 하동의 호족과 여포와의 만남을 주선하기에 적당한 자였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하동 배씨와의 만남을 주선하지 못했다.
“우리 사이에 말하지 못할 얘기가 있소?”
“실은 하동 배씨의 현 가주인 배무 거광이 병중이라 합니다.”
“병? 무슨 병이란 말이오? 내 곁에 마침 조 대인과 비 도장이 있으니 도움을 줄 수 있을 텐데······.”
여포는 조충과 비장방을 떠올렸다. 그들의 의술이라면 웬만한 병증은 치료를 해볼 수 있을 테니까.
“음······! 그러면 내가 두 사람을 데리고 하동 배씨 가문의 장원에 찾아가 보는 건 어떻겠소? 선생이 괜찮다고 한다면 당장이라도 가고 싶소.”
여포가 가후의 뜻을 물었다.
딱히 가후의 허락을 바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후에게 말을 할 필요는 있었다. 그는 여포 자신이 알지 못하는 먼 미래의 일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다. 도움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훼방을 놓치는 말아야 하니까.
“어려울 게 무엇이겠습니까? 다만 우려되는 것은 문전박대를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겁니다.”
“이, 여포 봉선! 그런 하찮은 일로 앙심을 품거나 하는 소인배가 아니오.”
“그럼 당장이라도 출발하시지요. 서 군리를 불러 오겠습니다.”
“그럼 부탁하오.”
* * *
여포는 조충, 비장방, 서황과 함께 하동 배씨의 장원이 있는 문희현으로 향했다. 어차피 먼 길이 아닌데다가 말을 타고 달리니 지척이었다.
서황은 이미 몇 차례 하동 배씨의 장원을 찾아왔었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하지만 여포는 장원 앞에 서자마자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서 공명이! 이 장원이 하동 배씨의 장원이라고?”
“예, 장군. 틀림없이 여깁니다!”
여포가 알기로 하동 배씨는 하동의 명문 중 최고라 했다. 하지만 하동에서 제일가는 명문가의 집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물론 규모는 대단했다. 하지만 허물어진 담장은 보수하지 않은 채로였고, 손 볼 곳이 한 두 곳이 아니었다.
“하동에선 개도 돈꾸러미를 물고 다닌다 하던데 어찌 이런 집이 다 있을꼬?”
“여 장군, 본 도장이 한 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비 도장, 들어가서는 편히 말할 수 없을 테니 지금 편하게 말해보오.”
“본 도장은 이 장원의 주인이 앓고 있다는 병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이 갑니다.”
“진맥을 해보지도 않고 알 수 있단 말이오?”
진맥이 다 무어냐. 이들은 아직 장원의 주인을 만나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비장방은 허술한 장원을 본 것만으로 배씨 가주의 병명을 알겠다고 말했다.
더 가관인 것은 조충 역시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노부 역시 짐작하고 있소.”
“조 대인께서도 말입니까? 오호! 이, 여포 곁에 신의가 두 명이나 있었구려?”
“신의(神醫)라니 당치도 않소. 다만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라오. 비 도장, 우리 두 사람의 생각이 같은지 동시에 답을 얘기해봅시다.”
조충은 비장방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비장방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흔쾌히 받아들였다.
“좋습니다. 여 장군이 셋을 세주시면 동시에 말하는 걸로 하지요.”
“하나, 둘, 셋!”
“기격(氣?)!”
“기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