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597
596화 전초전(前哨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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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는 가후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가후가 가 씨 조손의 일을 모두 처리하는데 반 시진이라는 시간을 써버렸다. 그럼에도 여포는 그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그는 가후가 돌아오자마자 의미심장한 웃음을 터뜨렸다.
“흐흐흥! 가 선생은 내가 가구의 목을 치지 않을 거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던 게 아니오?”
“어찌 그리 생각하십니까?”
“무엇이든 완전히 손에 쥐고 흔드는 선생이 내 마음대로 결정하라 했으니 이상하다 여기고 있었지. 게다가 연판장의 봉인을 뜯지 말라는 것도 이제는 그 까닭을 알겠소.”
물론 여포가 알게 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하지만 가후는 여포를 추켜 세워주었다.
“아아! 책략은 혼자만 알고 있을 때 쾌감이 큰 법인데 벌써부터 산통을 깨놓으시면 어찌 합니까?”
“어차피 가구를 참하지도 않고, 축 뭐시기를 빈객의 예로 대우하기로 한 이상 호족들에게도 죄를 물을 수는 없는 게 아니오?”
“장군께선 운이 좋으십니다. 가 대인이 현명한 판단을 해주었기에 이번 일이 쉽게 풀리고 있는 겁니다.”
여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칫 가 대인이 가구를 위해 호족들을 설득하고 다녔더라면 하동 호족들의 씨를 말려버릴 수밖에 없었을 터. 그리 되면 내 장차 관서를 평정하려 할 때 관서 호족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게 될 거요.”
“훌륭하십니다.”
“실은 이 모든 것이 가 선생이 안배해놓은 것이 아니오? 하기야 이, 여 봉선이가 선생의 지모를 헤아릴 수가 있겠소? 이제 앞으로 황보숭은 큰일 났구먼.”
여포는 가후의 귀계로 인해 황보숭이 앞으로 크게 혼쭐이 날 거라 말했다. 이에 가후는 백우선으로 얼굴을 반쯤 가렸다.
‘앞으로가 아니라 진작 큰일이 났지요. 아직 다들 모르고 있을 뿐······.’
* * *
동관.
부장 하나가 장비를 찾아 달려왔다.
“장군! 큰일 났습니다! 화음에······! 화음에······!”
“화음에 적병이 나타났단 말이냐?”
장비의 말에 부장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장비는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내심은 다를 것이나 어쨌든 평정을 유지하는 것은 수하들이 동요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리라.
총사에게는 두려움이 없어야만 한다. 총사가 적에게 두려움을 가진다면 그 감정은 전염병처럼 휘하 장졸들에게 퍼져나가 사기를 갉아먹기 때문이다.
장비는 일부러 큰 소리를 내어 물었다.
“병력은 얼마나 된다 하더냐?”
“일만 정도라 합니다. 군영을 세우고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일만? 으하하하! 십만 대군은 와야 성곽에 사다리라도 한 번 걸어보지. 고작 일만이라면 제대로 얼굴도 보기 전에 우리 쇠뇌에 전멸을 면치 못할 게 아니냐? 각자 열 대만 쏘면 끝이다. 에이! 시작부터 재미가 없겠구나.”
병사들은 관서군의 출병소식에 마음이 무거웠으나 장비의 말을 듣고 다시 자신감이 생겼다.
싸움은 얼굴을 맞대고 칼을 휘둘러야만 시작되는 게 아니다. 이미 싸움은 시작된 것이었다.
장비는 이를 알기에 수하 장졸들의 사기를 높이려 이런 말을 다들 들으라는 듯 일부러 크게 했으리라.
“자! 다들 준비하거라! 옹주 촌놈들의 면상 한 번 보자꾸나. 못 생겼다고 함부로 현도를 당겨서는 안 될 것이야!”
장비의 농담에 몇몇 병사들이 웃음을 터뜨리면서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적이 오고 있다는데도 긴장감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이것은 모두가 장비의 공이었다.
십만 대군이 와도 별거 아니라고 큰 소리를 친 것도, 신형 쇠뇌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언급한 것도, 긴장을 풀게 해주려 농담을 섞은 것도 모두가 사기 진작을 위해서였다.
어찌 보면 전투가 있기 전에 부하들에게 금은보화와 계집을 빼앗아 고루 나눠주겠다든지, 관직을 약속한다든지 하는 말들로 사기를 높이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수법이리라.
잠시 후.
동관 앞으로 마초가 일만 병마를 이끌고 나타났다.
관서군의 깃발과 함께 마 씨군의 깃발을 앞세워 마초의 부장 방덕이 동관 문 앞에 섰다.
“너는 누구냐?”
동관의 장수 하나가 소리쳤다. 그러자 방덕이 목청을 높였다.
“나는 마 씨군 군사마 방덕 영명이니라! 동관의 진장이 누구냐? 어서 나와 좌중랑장의 명을 받들라!”
침묵 속에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러자 장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동관의 진장, 장비 익덕이니라! 그래, 좌중랑장이 내게 무슨 할 말이 있다더냐?”
“오호라! 네놈이 동관의 진장이로구나. 무명소졸 따위는 이, 어르신이 상대하지 않지만 내 특별히 네가 동관의 진장이니 좌중랑장의 전언을 전하겠다. 문을 열고 나와 항복하라. 그러면 목숨을 거두지는 않을 것이다!”
“네놈도 누군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지만 내 특별히 네가 좌중랑장의 말을 전하러 왔다고 하니 들어주었느니라. 돌아가 전하라! 이, 장 익덕이가 지키는 한 관서군은 누구도 동관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무명소졸이라는 말이 기분이 나빴던 모양인지 장비는 이를 그대로 갚아주었다. 이에 방덕이 발끈했다.
“이, 어르신은 그래도 일군의 군사마인데 네놈은 여포 밑에서 무슨 벼슬을 하고 있느냐?”
“나는 여포군 군리이니라!”
순간 방덕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다.“
“무슨 자리라고?”
“네놈은 귀가 먹었느냐? 군리라 하지 않느냐?”
재차 확인한 방덕은 황급히 말머리를 돌렸다.
* * *
“총사! 총사!”
방덕은 군진으로 돌아와 마초를 불러댔다.
“왜 이리 호들갑이오?”
마초는 그에게 말을 놓지는 않았다.
방덕은 마초보다 연배도 높지만 이미 마초의 아비 마등을 따라 이적들을 토벌하며 명성을 얻은 맹장이었다. 때문에 이에 대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다.
“큰일 났습니다, 총사!”
“뭐가 큰일이란 말이오? 어차피 항복을 권하는 것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지 않소?”
마초는 동관의 진장이 항복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항복을 권유해도 이를 거절할 것임을 짐작하고 있었기에 놀랄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방덕 역시 그런 것은 염두해두고 있지 않았다.
“총사, 동관의 진장이 여포군의 군리라고 합니다.”
“아하하하! 여포 휘하에 맹장과 현사들이 즐비하다더니 다 헛소문이었구나. 아무리 사람이 없어도 그렇지. 군리를 진장으로 삼다니······.”
“그 소문 못 들으셨습니까?”
“무슨 소문······?”
마초는 뜬금없는 얘기에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자 방덕은 기다렸다는 듯 알고 있는 얘기를 풀어놓았다.
“동북을 어지럽히던 십만 황건적의 수괴 경도를 목 벤 군서황이라는 맹장이 실은 여포군 군리로 있는 서황이라는 장수였습니다.”
마초는 그제야 방덕이 무슨 말을 하는지 생각났다는 듯 무릎을 쳤다.
“여포군 군리는 다른 군대의 군리랑은 다르다는 얘기를 들었소. 그 얘기로구먼? 여포군에서는 화웅 정도 되어야 문지기를 하고 맹장 소리를 들어야 군리가 될 수 있다지?”
“서량제일용장이라 불렸던 화웅이 문후 벼슬 밖에 못하고 있다하니 팔건장의 무예가 얼마나 대단하겠습니까?”
방덕은 적을 너무 칭찬한 것 같아서 무안했는지 헛기침을 했다.
“흠흠! 어쨌든 동관의 진장도 군리라고 하니 무명의 장수라고 해도 예사로운 자는 아닐 겁니다. 여포가 맹장을 보내어 동관을 지키게 한 것을 보니 언재 선생의 예측이 옳았던 것 같습니다. 여포는 이미 관서군의 전략을 간파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관서군 군사 사원은 성동격서의 수법으로 양동작전을 노렸다. 물론 여포군의 반응에 따라 주 공격로를 달리하는 책략을 더했다. 하지만 어쨌든 동관 공략에 무게를 더 실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반대로 마 씨군 군사 부간 언재는 사원의 삼로공 전법은 물론이고 마 씨군의 동관 공략에도 반대했었다.
관서군의 현사들 중에서 오직 부간 만이 여포군의 의도를 의심했다.
하지만 의심을 하고 수상하게 여기면 무엇하랴. 그의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는 것을······.
“그래봤자 여포 휘하의 장수 따위가 우리 용맹스런 마 씨군 정병들을 무슨 수로 당해낼 수 있겠소?”
마초는 큰소리를 탕탕 치고는 창을 높이 치켜들었다.
“오늘 해가 떨어지기 전에 동관을 취할 것이다! 방 장군, 공격을 시작하시오. 군략은 이미 세워둔 그대로 진행합시다.”
마초의 공격명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방덕은 그의 명을 받들어 수하 장졸들을 지휘했다.
“철기, 앞으로!”
뿌우우~!
뿔피리소리가 넓게 울려 퍼졌다. 그러자 마 씨군이 자랑하는 서량철기 일천 기가 전면에 나섰다.
성을 공략하는데 기병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말을 타고 성벽을 넘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기병 중에서도 두 가지 병종은 공성에 쓸모가 있었다.
첫 번째는 궁기다. 여포군이 그랬던 것처럼 적 궁사들을 궁기로 견제해 아군의 피해를 줄이는 수법이다.
두 번째는 철기를 앞세워 진군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관동의 촌놈들에게 서량철기의 무서움을 똑똑히 보여주어라. 앞으로 서량철기라는 말만 들어도 똥오줌을 못 가리도록 말이다!”
마초는 정공법으로 동관 공략을 시작한 셈이다.
여포군이나 관서군이나 결국은 북삼주의 군대다. 그렇다면 활의 사거리는 엇비슷하다고 예측하는 것이 결코 무리는 아니리라.
사거리가 같다면 성곽 위에서 쏘는 화살이 더 멀리 날아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그러니 마초군 궁사들이 성곽 위로 견제 사격을 할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하거나 사다리를 대고 성벽을 기어오를 병력이 접근할 때까지 철기가 화살받이 노릇을 해줄 필요가 있었다.
“방 장군, 시작합시다.”
“예, 총사. 전군, 공격하라!”
뿌우우~! 뿌우우~!
마초군은 두 번의 뿔피리소리가 울려퍼지자 진공을 시작했다. 서량철기를 앞세워 마초군이 밀려들었다. 그러자 장비는 손을 들어 성곽 위의 군사들에게 응전준비를 시켰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까이 와라!’
장비는 서량철기를 사거리 안으로 끌어들이려 뜸을 들이고 있었다.
성곽 위로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궁사들 뒤로 몸을 낮춰 적군의 눈을 피해 숨어 있는 노병들은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들 마른 침을 삼키는 짧은 시간조차도 여삼추처럼 길게 느껴졌으리라.
활을 든 궁사들 중 몇몇이 자기도 모르게 시위를 당겼다. 적들이 밀려들고 있으니 어떻게든 한 놈이라도 쏘아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몇 대의 화살이 서량철기에게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보잘 것 없었다. 화살은 철기의 갑주를 뚫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아하하하! 관동의 촌놈들아! 서량철기를 그까짓 화살로 막을 수 있겠느냐? 어림도 없다 이놈들아!”
마초는 폭소를 터뜨리며 동관의 군사들을 조롱했다. 하지만 되로 주고 말로 받을 때가 왔다.
“서량철기고 나발이고, 오늘 이곳에 뼈를 묻게 해주마! 적기를 들어라!”
장비의 명이 떨어지자 성곽 곳곳에서 번병들이 적색 깃발을 흔들었다. 그러자 노병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일제히 서량철기를 향해 쇠뇌를 겨누었다.
화살비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들이 바로 철기가 아닌가. 보통의 화살은 그들의 두껍고 단단한 갑주를 뚫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관에는 일천 정의 신형 쇠뇌가 있었다.
투두두둑!
부러질 듯 휘었던 활대가 제 모습을 찾으며 파공성과 함께 강전을 쏘아냈다.
강전이 서량철기의 갑주를 두들기는 소리는 흡사 장대비가 쏟아지는 듯했다.
백오십보 밖의 철기도 꿰뚫을 수 있는 강력한 관통력과 긴 사거리를 지닌 신형 쇠뇌에 서량철기들이 썩은 짚단마냥 쓰러졌다.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하자 서량철기들은 혼란에 빠졌다. 쇠뇌의 관통력이 암만 높다고 해도 이 거리에서 철기를 거꾸러뜨릴 줄 누가 생각이나 했으랴.
철기를 방패삼아 달려온 자들 사이에서도 강전에 맞아 거꾸러지는 자들이 속출했다.
화살비를 우습게 알던 철기들을 맥없이 거꾸러뜨리고, 사람 몸뚱아리를 종잇장 뚫듯 꿰뚫어버리는 쇠뇌의 위력에 마 씨군 병사들이 뒷걸음질 쳤다.
“총사! 여포군의 쇠뇌에 철기들이 몰살을 당하고 있습니다! 잠깐 퇴각하게 하여 병마를 보존하십시오!”
방덕은 퇴각을 권했다. 하지만 마초는 군대를 물릴 생각이 없었다.
“이제 시작인데 무슨 소리요? 물러났다가 다시 오면 쇠뇌를 상대할 방도가 생긴다오? 계속 공격하게 하시오!”
그러자 방덕은 칼을 뽑아들고 퇴각하는 병사 하나를 목베며 소리쳤다.
“명령 없이 물러나는 자는 목이 달아날 것이니라! 공격하라! 성벽을 오르란 말이다! 궁사들은 무얼 하느냐? 응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