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619
618화 마등, 치욕을 겪고 물러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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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가 동관에서 장비에게 사로잡힌 일은 어떻게든 숨겨야만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다. 마초의 속량금을 만들기 위해 갑작스레 상당한 재물을 마련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마등은 어떻게든 아들 마초를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풍의 무릉에서 재물을 구해가지고 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속량금을 주기로 한 날짜가 가까워졌다.
그러자 마등은 체면 불구하고 중천에 모인 군벌들에게 손을 벌렸다.
중천 현 현령부. 황보숭의 거처.
황보숭은 관서군 군사이자 자신의 사위인 사원과 독대하고 있었다.
“주공, 마 씨군이 동관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고 합니다. 소식 들으셨습니까?”
“그 얘기 말이냐? 들었지. 마등이 그리 자랑하던 마 맹기가 망신을 당했다지?”
황보숭은 남 얘기 하듯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이는 결코 남 얘기가 아니다. 마등은 황보숭 휘하의 관중십장 중 한 사람이 아닌가. 그의 아들 마초가 동관에서 여포군에 사로잡힌 것은 마 씨군의 치욕만이 아닌 것이다.
“그저 망신 정도로 표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는 주공의 얼굴에 먹칠을 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느니라.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이지.”
황보숭은 과정 따위는 어찌 되어도 좋다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오직 결과.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고개를 숙이거나 치욕을 감내할 자신이 있었다.
“마초가 주공을 천하의 웃음거리로 만들었습니다. 풀려난다면 반드시 그 죄를 물어야 할 겁니다.”
한 치 앞을 못 내다보는 게 사람이라더니 사원이 딱 그 짝이다. 그의 형, 사견이 양산에서 여포군의 포로가 된 사실이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만약 그 일이 먼저 전해졌다면 사원이 이런 말을 할 수는 없었으리라.
“그건 굳이 네가 나서지 않아도 될 일이다.”
“그렇다고 주공께서 직접 나서실 일도 아니지 않겠습니까?”
“나도 나설 필요가 없지. 본좌나 네가 나서지 않아도 대신 움직일 자가 있느니라.”
사원은 고개를 기울였다.
“주공, 권력은 나누면 사라지는 것입니다.”
사원의 말에 황보숭은 손바닥을 펴 보였다.
“그 말을 내 어찌 모르겠느냐? 하나 마등은 본좌나 네가 직접 나서서 쥐 잡듯 몰아세워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무릉 마 씨의 저력을 결코 얕잡아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니라.”
황보숭은 마 씨군에 죄를 물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자신이나 사원이 직접 나서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무릉의 마 씨야 말로 관서군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명문이라 할 것이다. 관서군을 이루는 그 어떤 가문도 무릉 마 씨와 견주어 명문임을 내세울 수 없었다.
이는 황보숭이나 사원 역시 마찬가지다.
황보 가문이나 사 씨 가문 역시 관서에 이름난 명문이라 할 것이다. 하나 어찌 열국의 시절부터 이름 높은 명문 무가인 무릉 마 씨에 비할 것인가.
“마등이 명문 출신이라 하여 벌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벌하지 않겠다고는 하지 않았다. 단지 방법을 달리 하는 것일 뿐······.”
황보숭이 말끝을 흐릴 무렵. 밖에서 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공, 한수 장군이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이에 황보숭의 한쪽 입고리가 호를 그렸다.
“범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한수가 왔구나.”
그제야 사원은 황보숭이 생각하는 방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 주공께선 대단하신 분이로다. 마등과 앙숙인 한수를 이용해 마등에게 벌 대신 치욕을 주려 하시는구나.’
* * *
한수는 황보숭에게 깊이 읍했다.
“주공, 소장 한수가 주공을 뵙습니다.”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는고?”
“주공, 마 씨군이 동관에서 참패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수의 말에 황보숭은 침음성을 터뜨렸다.
“음······! 마 장군의 장남 맹기가 사로잡혔다지?”
“소장, 그 얘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주공을 뵈러 왔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한 장군은 내게 무엇을 청하러 왔느냐?”
“소장에게 출전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한수는 출전을 허락해 달라 주청했다. 그러자 황보숭은 내심 이를 반겼다.
‘어차피 참패를 당한 마 씨군으로 하여금 동관을 계속 공략하게 할 수는 없지. 한수가 맡아 준다면 걱정이 없지.’
황보숭은 동관을 공략하는 일을 마 씨군에게 더는 맡길 수가 없었다.
아무리 전초부대라지만 일만의 정병이 가서 고작 삼천 병력이 지키는 동관을 넘지 못했다. 그러니 마 씨군의 용맹을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수의 청을 덥석 들어줄 생각은 없었다.
“이미 그 일은 마 장군에게 맡겼는데 어찌 네 청을 들어줄 수 있겠느냐?”
“주공, 이미 마 씨군은 패전했습니다. 게다가 마 씨군 제일의 용장이라는 마 맹기가 고작 동관의 진장 따위에게 사로잡혔습니다. 마 씨군에 더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사원도 거들고 나섰다.
“주공, 한 장군의 말이 참으로 옳습니다. 보고에 따르면 동관의 진장은 무명소졸이라고 합니다.”
이에 황보숭의 검미가 꿈틀거렸다.
“동관의 진장이 여포가 자랑하는 팔건장 중 한 사람 정도는 되는 줄 알았더니······.”
“그러게 말입니다. 팔건장의 말석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자에게 마 씨군 제일의 맹장이 당했다 하니 말 다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마 씨군에 동관 공략을 계속 맡길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음······! 군사의 말에도 일리가 있구먼.”
황보숭은 손가락으로 서탁을 두드리며 잠시 주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는 다시 말문을 열었다.
“한 장군.”
“예, 주공.”
“마 장군을 대신해서 한 장군이 동관 공략을 맡도록 하라.”
황보숭의 허락이 떨어졌다. 그러자 한수는 득의에 찬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읍했다.
“결코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한수가 몸을 곧추세워 돌아서자 황보숭이 그를 불러 세웠다.
“한 장군. 내 당부 할 말이 있으니 듣고 가거라.”
“주공, 하교하시지요.”
“마 장군을 만나거든······.”
황보숭이 말끝을 흐리자 사원이 나섰다. 그는 황보숭을 향해 두 손을 모아들었다.
“주공, 소신이 대신 하겠습니다.”
“그리하라.”
사원과 한수가 서로를 향해 두 손을 모아들었다.
“한 장군, 마 장군은 지금 속이 말이 아닐 겁니다. 가시 돋은 말보다는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시점이지요.”
“군사 선생, 내 어찌 그걸 모르겠소? 자식은 포로가 되어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고, 내가 가면 중임에서 밀려나는 것이니 많이 속상할 거요. 내 좋은 말로 돌려보낼 것이니 걱정 마시구려.”
한수는 자신 있게 다짐을 해 보였다. 하지만 황보숭도, 사원도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 * *
한수군 군영.
황보숭을 만나러 간 한수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맹장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염행이었다.
영문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거구에 온 몸은 터질 듯한 근육들로 무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날카로운 눈매와 풍기는 기운은 흡사 짐승의 것을 보는 듯했다.
‘왔다!’
저 멀리 흙먼지가 크게 이는 것을 본 염행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수가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휘이이익!”
염행은 손가락 두 개를 입에 대고 휘파람 소리를 냈다. 그러자 그의 애마가 바람을 가르며 달려왔다.
염행 같은 거구를 태우면 허리가 휠 만도 한데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아마도 화웅의 애마 거산자처럼 산자거황의 혈통을 이은 말이리라.
그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 한수를 맞이했다.
“주군, 주군!”
“오! 염행이냐?”
“주군, 황보 중랑장이 뭐라 합디까? 허락하셨습니까?”
“당연하지. 마등이 개망신을 당했으니 믿을 사람은 나뿐이 아니더냐?”
한수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하기야 병마로 따지면 십만 대군이 그의 말 한 마디에 움직인다. 게다가 현 시점에서 관서 제일의 용장이라 불리는 염행을 휘하에 두고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염행과 견줄 수 있는 성공영이라는 맹장 역시 한수를 따르고 있었다.
그러니 여포와 맞붙는다고 해도 걱정이 될 리 없을 수밖에······.
“주군, 동관의 진장과 한판 붙을 수 있는 기회를 소장에게 주셔야 합니다.”
“알았느니라.”
“꼭 제게 주셔야 합니다. 또 성공영이에게 주고 그러시면 안 됩니다.”
“알았대도 글쎄!”
염행이 이렇게 보채며 거듭 확인하는 것은 다 그만한 까닭이 있었다.
한수군의 쌍검이라 할 수 있는 두 맹장이 바로 염행과 성공영이다. 그런데 한수는 염행보다는 성공영을 더 중용하고 있었다.
휘하 장수들 중에서 용맹으로는 염행이 단연코 최고다. 그럼에도 한수가 염행이 아니라 성공영을 후대하는 것은 염행이 부리기 어려운 장수이기 때문이다.
한수는 성공영은 수족처럼 부릴 수 있었지만 염행은 그리 부릴 수가 없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본래의 역사에서 조조가 여포는 죽이고 장료는 휘하로 거둔 것과 비슷한 이치라 하겠다.
조조가 여포를 휘하로 거둔다고 해도 부릴 수가 없고, 오히려 훗날 자신에게 위협이 될 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를 참살한 것이다.
이것처럼 한수 역시 염행을 어느 정도 경계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어쨌든 염행은 한수의 그늘을 벗어나는 일은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지금은 단지 강자와의 싸움을 바라는 전귀(戰鬼)일 뿐이었다.
“당장이라도 출병하시지요.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동관의 진장이라는 자와 겨뤄 보고 싶습니다.”
“나도 좀 쉬자. 이제 막 도착했잖느냐?”
“말 위에서 쉬십시오.”
“너도 내 나이 되어 봐라. 나이 들면 젊을 때랑은 다른 법이다.”
한수는 앓는 소리를 했다. 하지만 핑계일 뿐. 그 역시 아직도 자신을 무장이라고 여기는 사내였다.
“그러면 내일 아침. 동이 트기 전에 출병하시지요. 그렇게 알겠습니다.”
“녀석 하고는······. 동관의 진장 따위가 뭐라고 그리 서두르는 것이냐?”
“동관 진장의 수급을 얻든지, 사로잡으면 여포를 불러낼 수 있을 테니까요. 소장이 노리는 건 여폽니다. 아쉬운 대로 팔건장이라는 자들이 나서도 좋을 테지요. 하지만 우선은 동관입니다, 동관!”
* * *
동관.
순욱은 동관 동쪽 문으로 나왔다.
어차피 장비가 마초를 붙잡아 두고 있는 이상 한동안 싸움은 없을 터. 장비는 장비대로 군대를 정비하는데 심력을 쏟고 있었다.
반대로 순욱은 할 일이 없었다. 동관의 병력은 처음엔 삼천이었다. 하지만 전사자와 부상자를 제외하면 이천 정도를 가용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낼 수 있는 수성 병략이 무엇이 있으랴. 개점휴업이란 순욱의 처지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흐으으아아아~!”
순욱은 입이 찢어질 듯 길게 하품을 하고는 한가로이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여유로운 겉모습과는 달리 속마음은 타들어 가는 듯했다.
‘밥값은 해야 채아나 봉효를 볼 낯이 선단 말이지. 한데 이 상황에서 날더러 어쩌란 말이냐?’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다보니 그의 걸음은 어느새 복숭아밭을 밟고 있었다.
‘이놈의 복숭아!’
순욱은 품속에 든 복숭아씨를 떠올리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탐스러운 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린 복숭아나무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고것이 참으로 먹음직스럽게 생겼구나.’
순욱은 복숭아를 즐겨 찾는 사람은 아니다. 껄끄러운 껍질을 만지는 것조차도 질색. 한 번 만지고 나면 반드시 곧장 물가로 달려가 손을 씻었던 사람이 바로 순욱이었다.
복숭아를 즐기지도 않았고, 복숭아씨 때문에 골치를 썩었던 그가 아닌가.
그런데 유독 하나가 눈에 띄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했다. 누가 지키고 있는 것도 아니건만 순욱은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는 그 복숭아를 따서는 껄끄러운 껍질을 이빨로 긁어 벗겨내고는 크게 한 잎 베어 물었다.
‘녹아내린다는 말은 이 복숭아를 두고 하는 말이로다!’
이렇게 달고 맛있는 복숭아는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것이었다.
“어떻소? 도림의 복숭아가 참으로 달지 않소?”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순욱은 그만 사래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