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727
726화 그곳에 여포가 있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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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누구에게 귀부하는지를 결정해야 할 테지. 어떠냐?”
노식은 그리 말하고선 오른쪽 이마 위로 두 손을 모아들었다. 그것은 곧 현 천자를 의미하는 것. 당금천자에게 귀부하는 것으로 하자는 얘기였다.
“아닙니다. 노 중랑장께 투항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마 장군! 그건 안 됩니다. 하려거든 차라리 여포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것이 낫습니다.”
마등은 노식에게, 사원은 여포에게 투항하는 것으로 모양새를 갖추길 원했다.
사실 천자에게 투항하는 것으로 하면 만사가 편하다. 명분으로는 그보다 좋은 것이 없으니까. 하지만 사원은 명분보다는 실익을 원했다.
황보숭이 줄행랑을 놓은 이상 당금천하에 여포의 적수가 없게 된 것이니 대세를 따르겠다는 얘기다.
“전공을 실어주는 것으로 여 장군의 마음을 얻겠다? 나쁘지 않지. 나보다는 확실히 여 장군에게 투항하는 쪽이 실익이 많을 게야.”
노식이 판가름을 해주니 이에 대해서는 마등과 사원이 더는 말하지 않았다. 다음은 투항의 조건.
“중랑장, 소장은 우리 마 씨군이 독립된 군세로 남기를 원합니다.”
“흠······! 처음부터 깨나 무리한 조건을 내거는구먼?”
“마 씨군을 이리저리 찢어 붙인다면 장졸들의 불만이 많아질 겁니다. 관서 사람들은 관동 사람들과 좀처럼 어울리지 못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허허허! 제법이야, 제법. 그리 밑밥을 까는 걸 보니 관서에서도 떠나려 하지 않겠구먼, 그래.”
노식은 마등의 의중을 단번에 꿰뚫어 보았다.
마등은 마 씨군의 지존 노릇을 계속할 것이며, 관서에서 떠나지도 않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이는 노식의 말대로 무리한 조건이었다. 언제고 마 씨군이 재정비하여 여포에게 반기를 들고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대신에 너는 무엇을 내놓겠느냐?”
“제 큰놈을 여 장군에게 내어드리지요.”
마등이 손짓하자 마초가 한 발 앞으로 나와 노식을 향해 읍했다.
“말하자면 인질인 셈인가?”
“제 큰놈이 아직 나이는 어려도 용력은 제법입니다. 여포군의 장수가 될 수 있게 줄을 대주신다면 무시 못할 전공을 세워 보답할 수 있습니다.”
이에 노식이 돌연 폭소를 터뜨렸다.
“아하하하! 여포군 장수가 되게 해달라고?”
노식의 말에 마초의 얼굴이 터질 듯 붉게 물들었다. 마등도 조금 자존심이 상했지만 조심스레 그 까닭을 물었다.
“마 씨군 제일의 맹장입니다. 어째서 여포군에서 장수 자리 하나 받을 수 없다는 듯 말씀하십니까?”
그러자 노식은 고순을 보며 말했다.
“자네가 한 번 평해보게. 저 아이가 여 장군의 장수가 될 자격이 있는가?”
“졸백 정도면 몰라도 장수의 반열에 들기는 무립니다.”
마초는 이빨을 보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호사 따위가 감히······!”
* * *
“그만, 그만.”
“중랑장, 어째서 제 아들놈을 그리 낮게 보십니까? 혹 이놈의 몸속에 흐르는 피의 절반이 강족의 것이라서 그렇습니까?”
노식은 손사래를 쳤다.
“그런 얘기가 아니야. 여 장군 휘하에서 장수 소리를 들으려면 그에 합당한 용맹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고 장군이 졸백이라 봤다면 저 아이의 실력은 그 정도인게지.”
“중랑장, 저자가 누구길래 그리 맹신하십니까?”
“여 장군 휘하에 팔건장이 있다는 건 아는가?”
“알지요. 팔건장의 말석에 이름을 올린 젊은 장수가 관동군 상장 안량을 꺾었다는 얘기는 관서에도 널리 퍼진 얘깁니다.”
“여기 고 장군이 바로 그 팔건장의 수장인 고순 장군일세. 용맹으로는 여 장군 다음 가는 맹장 중의 맹장이지.”
노식의 말에 그제야 마등과 사원은 고순의 무예가 그토록 고강한 까닭을 알았다.
“어쩐지······.”
마등은 조금 전에 고순에게 붙잡혔던 목을 쓰다듬었다. 마등도 산전수전 다 겪은 무장이지만 고순처럼 고강한 무예자는 처음 보았다.
그러자 사원이 조심스레 물었다.
“고 장군께 묻겠소. 여 장군의 장수들이 모두 팔건장만큼 대단한 용맹과 무예를 지닌 것은 아닐 텐데 어째서 우리 마 맹기 장군이 장수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는 얘기요?”
“주군께서 특별히 허락하지 않는 한, 장수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점장대회를 거쳐야 하오.”
“그 특별한 허락을 노 중랑장께 줄을 대면 얻을 수 없는 것이오?”
“주군께서 직접 실력을 평가하거나 아니면 큰 전공을 세웠을 때에만 특별히 점장대회를 거치지 않고 장수가 될 수 있소. 실력 없는 자가 장수가 되면 수하들이 위태롭기 때문이오.”
그리 말하고는 고순은 사원을 빤히 보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행색을 보아하니 책사인 듯 한데 주군을 모시는 현사들도 많소. 평정에 얼굴이라도 비치고 싶다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게요.”
사원은 고순이 말하는 그 ‘노력’이라는 것에 무예가 포함된다는 것을 꿈에도 예상치 못하리라.
“네 장자를 여 장군의 휘하에 들이는 것은 좋다. 하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바라는 것은 큰데 내어주는 것은 작다면 거래는 성사되질 않아.”
“그러면 더 무엇을 바라십니까?”
“글쎄다. 네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니 선뜻 답하기 어렵구나.”
그 때. 사원이 두 손을 모아들고 나섰다.
“서도를 드리겠습니다.”
“서도라면······ 장안? 지금 장안을 주겠다는 겐가?”
관서군을 꺾은 이상 관서에는 여포의 적수가 될 자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강족들이 골칫거리로 남겠지만 귀찮은 상대일 뿐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장안의 가치는 낮다. 하지만 문제는 장안이 쉽게 함락시킬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한의 황도인 장안이 그리 쉽게 떨어질 리 없었다. 그곳을 지키는 군세는 사원 휘하의 적사사 장수 중 백리문옥의 군세였다. 지금 백리문옥은 사원과 함께 이곳에 있으나 그의 군세는 장안 수비를 위해 남았다.
장안성의 수비병력은 백리문옥 휘하의 오천 적사사 뿐만이 아니다. 장안성의 인구를 생각하면 장정 일만은 어렵지 않게 모을 수 있을 터.
그 정도의 숫자가 지키는 장안성을 얻자면 긴 시간과 장졸들의 희생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사원이 나선다면 그의 말 한 마디에 장안성의 문이 열릴 것이다.
사원의 말에 놀란 것은 노식뿐만이 아니다. 마등이 사원을 빤히 보며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여포가 함곡관을 차지한 걸 보면 적사사는······.”
“항복을 모르는 녀석들이니 필시 궤멸되었을 겁니다.”
“동료들을 여포에게 다 잃은 셈인데 장안성의 적사사가 이를 받아들이겠소?”
“강함을 숭상하는 것은 관서의 무장이라면 당연한 겁니다. 게다가 정정당당하게 싸워 패한 것인데 더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마 장군을 비롯해 관중십장들이 모두 그렇게 장인에게 패하여 휘하에 든 것이 아닙니까?”
사원은 이제 더는 황보숭을 주공이라 부르지 않았다. 하기야 황보숭이 자신을 버리고 떠난 그 때 이미 주종관계는 끝난 것인지도 모른다.
* * *
“군사의 뜻이 그렇다면 이, 마등도 내놓을 것을 내놓아야겠지.”
마등은 그리 말하고선 노식에게 두 손을 모아들었다.
“소장은 여 장군을 위해 황중종을 바치겠습니다.”
“황중종이라······.”
노식이 강족의 사정에 밝은 것은 아니지만 황중종이 어떤 자들인지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황중종이라면 강족의 여러 부족 중에서도 가장 용맹스럽다는 족속들이 아니냐?”
“그렇습니다. 그 수가 많지는 않으나 그 어떤 강족 부족도 황중종과의 싸움은 피합니다.”
“그런데 네가 어찌 그런 자들을 굴복시키겠단 말이냐?”
“마 씨군이 한관을 넘지는 못했으나 그 용맹을 너무 얕보지는 말아주십시오. 게다가 소장의 정처가 황중종의 귀인이라 연이 닿아있는 자들입니다.”
사원은 마등의 꿍꿍이를 이 때에서야 알게 되었다.
‘역시 마 씨군도 장인의 소집령에 전력으로 응하지는 않았구나. 황중종만 있으면 강이단이나 한수군과 싸운다고 해도 결코 밀리지 않을 터. 다 꿍꿍이속이 있었어.’
왕후장상에는 씨가 없는 법. 몸에 흐르는 피의 절반은 강족의 것이지만 마등도 천하를 꿈꾸는 영걸이었다.
당연히 언제까지나 황보숭의 휘하에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준비하는 것이 바로 황중종과의 연수.
누자종 용사들로 이루어진 강이단을 보군으로 삼고, 궁기 적사사를 부려 관서를 평정한 황보숭처럼 마등도 황중종을 부려 판세를 뒤집을 궁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사실을 알아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은 그저 협상의 결과가 중요할 뿐이다.
노식은 그들이 내건 조건에 답했다.
“그렇다면 나는 돌아가는 즉시 군량과 약제를 보내겠다. 마등이 마 씨군의 수장노릇을 계속하고 관서에 남는 것 또한 허락하겠다. 그리고······.”
노식은 탁자 위에 놓인 곤옥용마패를 집어들어 마등을 향해 흔들어 보였다.
“나, 노식 자간의 이름으로 마 씨 가문의 종친들에게 서신을 보내지. 이, 곤옥용마패가 인장이 된다는 건 알고 있을 테니 그 서신이 어떤 효력을 발휘할지도 능히 예상할 수 있을 터.”
“그래만 주신다면야 더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마등은 노식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 그간의 서러움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노식이다. 노식의 서신에 곤옥용마패를 인장으로 삼아 찍어 보낸다면 그 서신은 곧 마 씨 문중의 법이 될 터였다.
“고 장군, 가세.”
노식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멋대로 군막을 나섰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앞길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는 고순을 대동한 채 마 씨군 군영을 가로질러 천천히 한관으로 향했다.
* * *
노식과 고순, 두 사람은 한관 안으로 들어설 때까지 단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한관의 관문이 닫히자마자 고순이 입을 열었다.
“장군······.”
“묻고 싶은 게 많겠지. 차 한 잔 하겠는가?”
노식은 고순을 자신의 방으로 초대해 차를 나누었다. 그는 따끈한 찻물을 한 모금 들이킨 후에야 다시 말문을 열었다.
“자네나 여 장군은 명문가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네.”
“이를 테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정치지, 정치.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 하지 않던가. 권력을 얻어도 오래 지니기가 어렵지. 그리고 역사······. 가문의 역사 말일세.”
고순이 이해하기에 노식의 말은 너무 두루뭉술하다. 그가 고개를 기울이자 노식은 여포에게 얘기하듯 풀어 말했다.
“쉽게 말하자면 가문의 역사를 이어나가기 위해 가문의 존장들은 가문의 일원과 가문 밖의 후계자를 따로 둔다는 말이네.”
마융이 자신의 혈육들에게 마 씨 일족의 권력을 넘겨주었으나 그의 쌍검예와 학문은 노식에게로 이어졌다.
마융의 경우는 권력과 쌍검예, 학문이지만 다른 경우는 얼마든지 있었다.
재물, 권력, 명성, 귀한 고서나 고화, 학문적 성과물, 무예 등등을 조합하면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고순은 여기까지 들었음에도 노식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노식은 그런 고순의 속내를 꿰뚫고 있다는 듯 말했다.
“고 장군, 자네는 아직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하지 못할 테지. 아니 그런가?”
“솔직히 그렇습니다. 장군께서 하시는 말씀은 소장이 묻고 싶은 것과는 이미 궤를 달리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울 거 없네. 먼저 자네의 의문을 풀어주지. 여 장군이 결정해야 할 사안까지 내 멋대로 결정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네. 이미 한관의 군세는 지칠대로 지쳤어.”
관서군을 상대로 함곡관에서부터 이곳 한관에서까지 싸운 날이 몇 날 며칠이던가. 수십만에 이르는 대군을 맞아 고작 수만 병사로 연일 격전을 치렀다.
워낙에 관서군의 사정이 딱하게 되어 한관의 군세가 멀쩡해 보일 뿐 실상은 속으로 곪아 들어가고 있었다.
“저들이 군량과 약제를 얻으면 기력을 회복해 다시 싸우려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다시금 한관의 군세도 싸움을 시작해야겠지요.”
“그럴 일은 없네. 내 장담하지.”
“장군, 감히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너무 낙관하고 계신 것은 아닙니까?”
고순은 노식이 너무 이 일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여겼다. 그리고 걱정스런 마음에 실례인줄 알면서도 입에 담았다.
“허허허! 낙관이라······. 고 장군이 이 늙은이를 너무 무르게 보는 구먼. 군량과 약제의 양은 우리가 결정하네. 저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만큼 군량을 주겠는가? 게다가 약제를 준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똥독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게야. 그리고······.”
“또 있습니까?”
“있지. 저들에게 군량과 약제를 내어주는 것은 저들을 이곳에 잡아놓기 위한 의도도 있네. 하루치의 팔 할만 내어줄 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