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728
727화 그곳에 여포가 있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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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식은 아직도 실한 팔뚝을 자랑하며 말을 이었다.
“이, 노 자간. 젊은 날처럼 쌩쌩하지는 않지만 연상(燕商)의 피는 그대로네. 그 정도 계산은 아직 가능하다 이 말이네.”
“하루치의 팔 할이라면 저들이 딴 마음을 먹어도 행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저들이 내게 암수를 쓴 순간 직감했지. 분명 저들 중에는 아직도 황보숭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자들이 있을 거라고 말일세.”
고순은 그제야 노식의 의도를 헤아릴 수 있었다.
“제 주군이 황보숭의 뒤를 쫓을 텐데 저들을 이곳에 묶어 둔다면 주군의 뒤가 안전할 겁니다.”
“그렇네. 바로 그거지.”
노식과 고순이 여포에 관한 일을 얘기하던 그 무렵. 여포는 보군을 죄다 끌고 나와 황보숭의 뒤를 쫓고 있었다.
하지만 산중을 지나는 것이라 속도가 나질 않아 여포의 마음이 초조해졌다.
‘옛날 같으면 그냥······!’
여포는 자신의 옛 성정을 떠올렸다.
이런 성황에서라면 뒤처지는 병사 몇 놈의 목을 베어서 전군을 초긴장상태로 몰아갈 터였다.
물론 그리한다면 지금 속도의 두 배는 낼 수 있을 것이다. 하나 지금의 여포는 그 방법을 쓸 수가 없었다. 이제는 병사들의 특성을 이해하는 경지에 올랐기 때문이다.
‘하동병은 급조된 자들이니 훈련된 정병에 비할 수는 없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과 능력이 부족해 못하는 것을 같이 대해서는 안 되겠지.’
하나 이대로 천천히 황보숭의 뒤를 쫓는다면 언제 꼬리를 잡을 수 있을지 기약을 할 수 없었다.
‘아아! 곽 선생이라도 옆에 두고 있으면 어찌해야 하나 물어나 볼 수 있을 것을······.’
곽가는 함곡관으로 돌아갔다. 여포가 한 이틀 데리고 있어보니 곽가는 괜찮다고 해도 아직은 오래 순채와 떼어 놓을 수 없어 보였다.
곽가를 생각하니 여포는 침이 말랐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지. 곽 선생이 사내를 덮쳤으면 어쩔 뻔 했나 이 말이야.’
곽가는 아직 독의 기운을 완전히 몰아내지 못해 아직도 틈만 나면 순채와 밀회를 나누었다. 누군가는 곽가에게 팔자가 좋다고 할 수도 있을 테지만 곽가에게는 크나큰 제약이었다.
순채 없이 사흘을 못 버티니 이번에도 하마터면 눈이 뒤집혀 사내를 덮칠 뻔 했다.
그 상대가 위월이었던 걸 보면 무의식 중에도 여포에게는 두려움을 품고 있었던 모양이다.
위월은 여포를 따라 선두에서 길을 열고 나아가며 말했다.
“곽 선생은 이제 내게 두고두고 놀림을 당할 거요.”
“거 참! 아픈 사람을 두고 놀리지 말거라.”
“대형, 대형은 모를 거요. 이, 위월이가 너무 잘 생겨 놓으니 이제는 하다하다 사내까지 꼬이고 막 그러오.”
위월은 자신의 엉덩이를 철썩 철썩 때려 보이며 너스레를 더 떨었다.
“이 엉덩이가 얼마나 탐났으면 침까지 질질 흘리고······.”
“그만 해라. 내가 기절시켜서 함곡관으로 돌려 보내지 않았느냐. 아아! 현사들이 많은 줄 알았는데 땅이 넓어지니 곁에 둘 현사 하나가 아쉽구나.”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거요. 대형이 총사이니 대형이 알아서 해야지. 대형이 예전에 한 얘기를 기억하고 있소. 사람이 다 갖추고 살 수 없다고······. 아마 홍오가 새 창을 사달라고 했을 때 말이오.”
부끄러운 옛 일이다. 하지만 그 때의 얘기에서도 교훈을 얻었다.
‘내가 알아서 해야지. 황보숭을 넘어서야 비로소 관서가 보인다.’
여포는 황보숭을 붙잡을 방도를 혼자서 궁리해야만 했다. 가후나 곽가가 곁에 있었다면 쉽게 답을 내어 주었을 텐데 지금은 그게 안 된다.
‘황보숭이 어디로 갈지는 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뒤를 잡을 수가 없단 말이지. 산길이 너무 험해서 하동병은 쉽게 움직이질 못하고······. 그래. 산악병이라면 고죽병만 한 자들이 없지. 먼저 보내서······.’
여포는 고죽왕 묵태팔을 불러오게 했다.
“고죽왕을 불러오라!”
* * *
여포는 고죽왕 묵태팔과 만나 산중에서 군략을 논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여 장군이 원하는 것은 그곳 백성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거라는 거 아니오?”
묵태팔은 여포의 장황한 설명을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여포가 걱정하는 것은 황보숭이 군량을 현지조달하며 백성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이었다.
황보숭이 향하는 곳은 의양. 홍농의 의양현이었다. 그곳까지만 진출하면 약탈로 보급을 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낙수를 따라 동북으로 향하면 석양정. 낙양 팔관에는 끼지 못해도 낙양을 수비하기 위한 중요한 거점이었다.
그 얘기인 즉, 그곳을 뚫으면 낙양성을 공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황보숭이 의양에 당도하는 것부터 막아야 했다. 그래서 여포는 그곳에 먼저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고죽병을 이끌고 나와 함께 의양으로 가자. 우리는 그곳에 먼저 갈 수 있다.”
“먼저 간다고 칩시다. 한조의 백성들이 우리 말을 순순히 따를 것 같소? 여 장군이 하자는 대로 하겠지만 너무 큰 기대는 마시오.”
“안 되면 강제로라도 대피시켜야지. 가자!”
여포가 일어나 나아갈 채비를 하자 위월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여포를 바라보았다.
“대형, 설마 우리를 버리고 갈 거요?”
“버리다니······. 무슨 말을 해도 그리 하느냐?”
“지금 고죽병만 데리고 갈 거잖소.”
“너희에게도 할 일이 있다.”
여포가 손짓하자 위월과 서황이 다가와 귀를 기울였다.
“우선 위월이, 너는 서하병을 데리고 그대로 계속 황보숭의 뒤를 쫓아라. 서 공명이는 이 일대에 수비 거점을 만들어라. 동도행이 좌절되면 황보숭이 어디로 튈지 모른단 말이지.”
여포는 고죽병과 함께 산길을 치달렸다. 정신없이 뻗은 나뭇가지들 때문에 적토를 타고 달릴 수 없었다. 하나 여포의 두 발은 고죽병과 보조를 맞출 정도는 되었다.
* * *
여포가 고죽병만 데리고 먼저 의양현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황보숭은 한수군을 이끌고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멀지 않은 거리건만 산길이라 걸음이 더뎠다. 게다가 군량도 없으니 무리를 이루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적인 일이라 할 것이다.
이들을 지탱하는 것은 오직 하나. 의양현에 가면 먹을 것이 있다는 것뿐이다.
“마을이 보인다!”
마치 사막에서 녹주를 발견한 여행객 마냥 마을을 발견한 한수군 병사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허기에 눈이 뒤집힌 병사들은 집집마다 쳐들어가 살림살이를 다 때려 부수며 먹을 것을 찾았다. 이들이 지나간 자리를 보면 흡사 황충이 휩쓸고 간 밭을 보는 듯했다.
마을 하나에 수만 대군을 먹일 식량이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며 한수군 병사들은 먹을 것을 찾는데 주력했다.
먹을 것을 찾는데 혈안이 된 자들을 통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황보숭 역시 이를 잘 알기에 그들이 마음껏 약탈을 즐길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다.
하나 그가 만일 병사들과 함께 마을 안으로 들어왔더라면 수상한 점을 눈치챘을 지도 모른다.
마을에 사람이 없다는 걸 말이다.
“놔! 놓으라고!”
“네가 놔라! 내가 찾아낸 닭인데 네가 뭔데 놓으라 마라야!”
“내가 먼저 붙잡았으니까 내 꺼다!”
이미 모가지가 비틀어져 축 늘어진 닭 한 마리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일촉즉발의 상황 같은 건 없었다.
두 병사는 닭 한 마리를 놓고 금세 주먹다짐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이런 소란들이 일어났다.
하지만 당사자들 말고는 신경 쓰는 자가 없었다. 다들 먹을 것을 찾아 혈안이 된 채로 몰려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때였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파편이 이리저리 비산하고 흙먼지가 크게 일었다.
시야를 가린 흙먼지가 가라앉기도 전에 죽는다고 질러대는 비명성과 신음소리가 퍼져나갔다.
약탈하기 위해 마을에 뛰어든 병사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흙먼지를 헤치며 걸어나오는 인영은 점점 더 선명한 윤곽선을 드러냈다.
금빛 속발관에 꽂힌 두 가닥 꿩깃은 허리까지 길었고, 먼지를 뒤집어써도 감출 수 없는 갑주의 광채에 금사와 은사로 수놓은 백화전포를 두른 여포가 방천화극을 들고 나타났다.
쿵!
화극을 세우려 밑동을 바닥에 찧는 것만으로 난 소리였다.
“먼 길 오느라 수고가 많았다! 이제부터는 이, 여포 봉선이 융숭한 대접을 해주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포의 신형이 쏜살처럼 뻗어나갔다.
쿵! 쿵! 쿵! 쿵!
그의 일보 일보에 지축이 뒤흔들렸다. 일순간 그의 신형이 미끄러지듯 나아가 적병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다시 몸을 곧추 세우며 화극의 창대가 여포의 허리를 휘감아 지면과 수평으로 회전했다.
후웅!
단 한 번 크게 휘두른 것만으로 흙먼지가 흡사 사막의 용권풍처럼 솟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성.
마치 칼바람이 훑고 지나간 것마냥 적병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여······ 여포다! 여포가 나타났다!”
적병들은 고작 여포 한 사람에게 겁을 집어먹고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이놈들아! 적은 고작 한 놈뿐이다! 놈을 쓰러뜨리고 다음 마을로 가서 배를 채우자!”
한수군 병사들의 혼란을 잠재운 것은 한수의 상장 성공영이었다.
성공영의 말 한 마디에 평정을 되찾은 한수군 병사들이 여포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불꽃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들의 최후는 정해져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 * *
후웅! 후웅!
화극이 바람을 가르며 뿌려 대는 파공성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칼바람이 훑고 지날 때마다 유혈이 낭자했다.
화극의 궤적을 따라 모든 것이 갈라졌다.
머리통이 사선으로 동강이 나 버린 자부터 팔다리가 끊어져 비명을 질러 대는 적병들이 늘어만 갔다.
여포의 엄청난 신위 앞에 감히 나서는 자들이 없었다. 보다 못한 성공영이 나섰다.
염행과 쌍벽을 이루는 한수의 맹장, 성공영. 그의 무기는 특이하게도 자루가 석 자 정도 되는 환도였다. 그는 환도를 사선으로 축 늘어뜨리고는 병사들을 물렸다.
“물러나라! 내가 여포를 상대하겠다!”
성공영이 나선다고 하니 병사들은 쾌재를 부르며 물러났다. 병사들이 물러난 자리. 그 자리가 바로 여포와 성공영의 대결장이 되었다.
“네놈도 여기까지다! 한수군 상장 성공영이 상대해 주마.”
“이, 여 봉선을 상대로 고작 하나를 내보낸단 말인가? 한수도 머리가 없는 놈이로고.”
여포는 상대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성공영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뿐더러 한 눈에 봐도 자신의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성공영 같은 자가 너덧은 되어야 상대할 맛이 나리라.
여포의 말에 성공영이 발끈했다.
“감히 주군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성공영은 노성을 터뜨리며 출수했다. 손목을 비트는 것만으로 환도의 쇠고리가 찰랑거렸다. 그것을 신호로 성공영이 여포를 향해 뻗어 오며 도초를 뿌렸다.
하나 성공영의 환도는 여포에게 미치지 못했다. 여포는 화극의 길이를 이용해 상대의 공격을 견제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성공영은 환도를 쓰면서도 마치 검을 쓰듯 궤적을 바꾸어 여포를 공략했다.
화극과 환도가 몇 차례 부딪히며 연신 불똥이 튀었다. 몇 합을 겨루고 어느새 화극에 달린 월아의 한 끝이 환도의 쇠고리 하나를 꿰어 버렸다.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하나 그 힘겨루기는 그리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두 사람의 힘을 감당 못한 쇠고리가 터져 나가며 환도와 화극이 서로를 스쳐 지나 버렸다.
거리가 가까워진 순간 유리한 쪽은 역시 성공영이었다. 여포는 자신의 머리 위로 기세 좋게 떨어지는 환도를 막기 위해 황급히 화극을 회수했다.
수평으로 화극을 번쩍 들어 떨어지는 칼날을 막아 내는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성공영의 변초는 실로 기가 막혔다. 칼날을 뉘여 화극을 쥔 여포의 손을 노린 것이다.
그러자 여포는 노려진 손을 놓았다. 두 손으로 받쳐지던 화극이 자연스레 기울었고, 성공영은 환도를 갈무리하며 그 기세로 한 바퀴 돌아 다시 참격을 쳐내려 했다.
“어딜!”
여포는 그의 참격을 그대로 받아 내기 보다 한 손으로 움켜쥔 화극을 몽둥이처럼 휘둘렀다.
하필 지면에 틀어박힌 쪽이 월아가 달린 상대였기에 여포는 화극을 거꾸로 들고 휘두른 꼴이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화극의 밑동에 얻어맞은 성공영이 가슴팍을 움켜쥐고 몇 걸음이나 뒷걸음질 쳤다.
그가 쓰러지기 전에 누군가의 손이 그의 뒤를 받쳤다. 성공영이 흘깃 고개를 돌려보니 염행이었다.
“혼자서는 무리. 천하의 여포를 상대하는데 우리 두 사람이 함께 나서도 흉이 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떠냐?”
염행이 묻자 성공영은 두 말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