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784
783화 한실과 조정에 드리운 암운 (2) >
중연은 양화에게 병을 주고, 약을 주었다.
“양 액정령, 이 몸은 이미 조 아만이 자기 사람들을 수녀로 넣었을 거라고 확신하오.”
양화는 중연의 말 속에 담긴 진의를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양화가 충격에 휩싸여 좀처럼 반응을 보이지 않자 중연이 말을 이었다.
“예로부터 황실의 자손이 번창하는 것은 후궁들을 많이 두어 황자들을 생산했기 때문이오. 하나 그리 큰 공을 세운 영항령들이 대부분 천수를 누리지 못했음을 아실 거외다.”
양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액정령은 영항령에서 바뀐 이름이다. 후궁과 후궁전, 액정궁을 관리하는 자리는 얼핏 보기에 큰 권세를 지닌 자리 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위험이 따르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후궁전의 힘은 황자에게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황후가 제아무리 중궁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황자를 생산하지 못하면 내명부를 다스릴 수 없다. 황자를 생산한 후궁의 눈치를 봐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궁영항령은 물론이고, 후궁들까지도 액정령과 연을 맺으려 했다. 반대로 뜻대로 되지 않게 되면 음모를 펼치게 된다.
수태한 후궁이나 수녀가 유산이라도 하는 날이면 액정령의 잘못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무슨 말씀이신 잘 알겠습니다. 다음번 채녀행에 반드시 어르신의 사람을 뽑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환단도 제가 가져다가 요긴하게 쓰겠습니다.”
“이제라도 얘기가 통해서 다행이올시다. 양 액정령, 어르신께선 이미 다음에 올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를 보셨소. 부디 양 액정령도 그 세상을 우리와 함께 누리길 바라오.”
양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쯤 액정궁 소속의 환관 하나가 헐레벌떡 달려와 양화 앞에 고개를 조아렸다.
“액정령, 잠시 와주셔야겠습니다.”
“공공, 무슨 일이기에 그러시오?”
“중상시 오 공공께서 수녀를 데려가겠다고 왔습니다.”
양화의 미간에 주름이 생겨났다.
“오늘은 합궁일이 아니거늘…….”
양화는 중연에게 가벼운 목례로 예를 취하고는 환관을 앞세워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중연의 눈빛이 묘하게 빛났다.
‘중상시 오 공공이라면 분명 오합, 그 놈이렷다?’
오합 역시 조등의 사람이다. 그러니 중상시 노릇을 하고, 사자묘도 잘 데리고 다니는 것일 터.
중연은 멀리서라도 한 번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양화를 멀찌감치 떨어져 뒤따랐다.
* * *
“액정령 양화가 오 공공을 뵙습니다.”
양화는 오합에게 목례로 예를 취했다. 그러자 오합은 잔뜩 거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비로소 예를 아는 자를 만났도다. 액정령, 대체 액정궁 환자들을 어찌 가르쳤길래 이리 거만한 것이오?”
양화는 오합이 트집을 잡으려는 것임을 알고 순순히 고개를 조아렸다.
“공공, 용서하십시오. 본디 액정궁 환자들은 규율을 어기면 다른 환관들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잖습니까? 한데 어인 일로 이곳까지 걸음하셨습니까?”
“수녀들을 데려가려 왔소.”
“오늘은 합궁일이 아닌데 어찌 지금 오셨습니까?”
“천자의 명을 받아 온 것이니 액정령은 어서 본 공공을 액정궁 안으로 안내하시오.”
오합이 안으로 발을 들여놓으려 하자 양화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는 안되겠습니다.”
“왜 했던 얘기를 계속 반복하게 만드는 거요? 어명을 받아왔다 하지않소?”
“몇 번을 말씀하셔도 제 대답은 같습니다.”
“천자의 명을 어기고도 살기를 바라는가?”
양화는 오늘 운수가 좋지 못한 모양이다. 중연과 얘기하면서도 난처했었는데 이번에는 오합이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천자의 명을 따르자니 황궁의 법도가 문제고, 법도를 따르자니 황명을 어기는 대죄를 짓게 되니 이 또한 문제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중연은 양화의 난처함을 알고 그녀를 돕고자했다.
‘양 액정령이 진퇴양난에 처했구나. 우리 사람이니 지켜줘야겠지. 한데 이를 어쩐다?’
중연으로서도 용빼는 재주가 있을 리 없었다.
‘내가 나설 수도 없고…….’
중연은 오합과 안면이 있었다. 아니, 안면 정도가 아니다. 비슷한 연배에다가 궁에서 함께 자랐다. 그러니 보면 단번에 알아볼 터.
때문에 중연이 직접 나서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중연의 시선이 오합 뒤에 서있는 사자묘에게로 향했다.
‘저자는 사자묘렷다? 놈을 이용하면 되겠구나.’
중연은 잠시 몸을 뺐다. 양화의 위기를 못 본 척 넘기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위사들을 찾아나선 것이다.
잠시 후. 액정궁 앞으로 동탁의 사위 우보가 한 무리의 위사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수상한 자다! 저 애꾸눈을 포박해 옥사에 가두라! 내 직접 심문할 것이다.”
우보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위사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사자묘를 붙잡아 무릎 꿇렸다. 그러자 오합이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우보에게 두 손을 모아들었다.
“우 장군, 어찌 이러십니까?”
“너는 누구냐?”
“중상시 오합입니다. 천자를 지척에서 모시는데 몰라보시겠습니까?”
우보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오 공공?”
“예, 장군. 소인의 얼굴을 봐서라도 이 방사를 풀어주시지요.”
“방사? 한낱 방사 따위가 감히 궁에 발을 들여놓아?”
우보가 패검을 뽑아들려고 하자 오합은 연신 굽실거렸다.
“아이고, 장군. 어찌 이러십니까? 이 분은 평범한 방사가 아닙니다.”
그러자 우보가 사자묘에게로 다가갔다. 그의 억센 손아귀가 사자묘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힘으로 고개를 들게 하여 시선을 마주하더니 우보는 사자묘의 안대를 움켜쥐었다. 가죽으로 만든 안대가 단번에 줄이 터지듯 끊어져 버렸다.
안대로 가리고 있던 성한 눈이 그대로 드러났다.
“거짓으로 애꾸 행세까지 하는 놈인 걸 보니 더 의심스럽구나.”
“에헤이! 장군. 이 방사는 천자께서 직접 초빙하신 분입니다. 그리고 천자께서 잠룡이실 때 잠저가 바로 이 방사의 거처였습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긴데 못 들어보셨습니까?”
“그런 것이 무슨 대수라고……. 입궁기록을 대조해보면 알 일이니 물러나라.”
우보는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사자묘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황명을 받고 입궁한 나를 위사군 주제에 감히…….”
황명을 들먹이는 것은 사자묘가 천자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자를 등에 업고 있는 이상 무서울 것이 없었다. 아니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금 천자를 보위에 올린 사람은 동탁이다.
퍽!
우보는 사자묘가 죽을까 싶어 손바닥으로 뺨을 후려쳤다. 그러자 사자묘의 목이 꺾일 듯 돌아갔다. 그저 손바닥으로 뺨을 맞은 것뿐인데 입안이 터져 피가 입밖으로 흘러나왔다.
이에 사자묘는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이자는 천자를 운운해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손을 썼다. 천자가 두렵지 않은 자인 모양이로구나.’
사자묘는 오늘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을 알고 시선을 내리 깔았다. 그러자 우보가 수하들에게 손짓했다.
“데려가라!”
“예, 장군!”
사자묘가 끌려가자 오합은 대놓고 말은 못하고 둘러서 위협했다.
“천자께서 오늘 일을 아시는 날에는 장군께서도 무사치 못하실 겁니다.”
“맡은바 소임을 다했다 하여 벌을 주시겠다면 받아야지. 별 수 있나?”
우보의 한쪽 입고리가 호를 그렸다. 오합은 그의 조소를 뇌리에 각인이라도 하려는 듯 노려보았다. 하지만 위사들의 흉흉한 기세에 결국 꼬리를 말고 물러났다.
* * *
“우 위사령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화를 면했습니다.”
양화는 우보에게 예를 취해 감사를 표했다. 그러자 우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내 할 일을 했을 뿐이니 감사 인사까지 들을 일은 아니오. 다시 이런 일이 있으면 나를 부르시오. 이, 우보. 태감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이라오.”
우보가 가슴팍을 두들기며 자신감을 보이자 그제야 양화의 얼굴에도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우보의 관직은 북궁위사령(北宮衛士令). 북궁의 위사들을 이끄는 위사령으로 한 해 녹봉은 양화와 같은 육백 석이다.
반면에 오합의 녹봉은 일천 석. 분명 오합의 관질이 높지만 어디 우보에게 대항할 수 있으랴.
오합이 천자를 지척에서 모시는 중상시라고는 하나 선제 때의 십상시와 같은 권력을 휘두르는 처지는 아니다.
그리고 천자의 위세를 등에 업고 있다고는 해도 당금천자는 동탁에 의해 옹립된 처지. 힘이 없다는 얘기다.
여차하면 천자는 오합에게서 등을 돌리고 그에게 모든 죄를 밀 것이다. 결국은 남이니까. 하지만 우보는 다르다. 동탁을 장인으로 두고 있으니 여차하면 동탁의 비호를 받을 수도 있으리라.
그러니 오합의 관질이 높다 해도 우보의 눈 아래일 뿐이다.
“마음이 든든합니다.”
“뭐 이런 걸 가지고……. 우리도 이만 물러가리다. 액정궁 근처에 어슬렁거리다가 추문에 휩싸일 수도 있으니 말이오.”
우보의 말투가 중원 출신과는 달리 투박한 구석이 있지만 예를 알고, 제법 사리에도 밝았다.
그는 위사들을 물려 액정궁에서 멀어졌다. 그의 발길이 향한 곳은 동탁이 있는 곳이었다. 동탁은 조회가 열리지 않는 날에도 궁에 거하여 개혁의 진척 상황을 살폈다.
덕분에 재물로 관직을 산 자들은 죽을 맛이었지만 신진회의 젊은 관리들은 일할 맛이 났다.
“한 상서, 그 말이 사실인가?”
동탁은 한복이 올린 장계를 읽고는 물었다. 그러자 한복은 두 손을 모아들고 답했다.
“상국, 소인의 말에는 한점 거짓이 없습니다.”
“아아! 위패(僞幣)라니? 어찌 이런 일이……!”
동탁이 이토록 탄식하는 까닭은 바로 위폐의 출현 때문이었다.
지금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화폐는 오수전이다. 동탁의 개혁이 착착 진행되며 물가는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충해로 인해 양곡의 값이 폭등하기는 했으되 이를 감안한다고 하면 동탁의 물가 안정책은 성공적이라 할 만 했다.
그런데 이 시점에 위폐가 출현한 것이다. 위폐를 빨리 단속하지 못한다면 동탁의 개혁도 원점으로 돌아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아직 유통되는 위폐의 양이 많지 않으니 서두르면 삭초제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체 어떤 놈들이 감히 위폐를 만든단 말이오? 배후는 알아냈소?”
한복은 잠시 고심하는 듯 하더니 동탁에게 읍했다.
“소인이 무능하여 팔관 밖의 일을 세세히 알지 못합니다.”
이리 말하는데야 동탁으로서도 한복을 탓할 수가 없었다. 동탁이 정권을 쥐고는 있으나 뜻대로 경략할 수 있는 땅은 그리 넓지 않았다.
그의 기반이었던 서량은 황보숭에게 뺏겼다. 물론 여포가 황보숭을 물리치기는 했으나 관서는 여포의 관할 안에 있는 것이지 다시 동탁의 것이 된 것은 아니다.
팔관 인근의 사예 땅을 제외하면 좋은 관계를 이루고 있는 여포 정도나 개혁에 동참할 뿐이다.
기주 동부, 예주, 연주, 청주, 서주, 양주, 익주, 교주는 동탁의 힘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곳이 아닌가. 그러니 그곳들 중 한 곳에서 위폐가 생산된다면 한복으로서도 알아낼 방도가 없는 것이다.
“음……! 한 상서는 예를 거두오. 한 상서를 탓할 일이 아님을 내 어찌 모르겠소?”
동탁의 말에 그제야 한복은 허리를 폈다. 동탁은 잠시 턱을 괴고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한복에게 물었다.
“혹 위폐를 분간할 방도가 있소?”
“그것이……. 워낙에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백성들이 쉽게 구분하기는 어려운 모양입니다.”
“설상가상이로구나. 그토록 정교한 위폐를 만들어내다니 대체 어떤 자인지 참으로 궁금하오. 이 일은 내가 은밀히 사람을 풀어 알아보게 할 터이니 한 상서는 다른 일에 집중해주오.”
“거듭 송구합니다.”
위폐에 관한 얘기를 나누던 그 때. 동탁의 호사장 이몽이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그래? 들라하라.”
동탁의 말에 한복이 다시 그를 향해 읍했다.
“소인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리하오.”
한복이 나가고 교대하듯 우보가 들어왔다.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는고? 네 소임은 북궁을 지키는 것인데 그곳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느냐?”
“상국, 액정궁 앞에서 사자묘를 붙잡았습니다.”
“액정궁 앞에서 사자묘를 잡아?”
안 그래도 사자묘에 관해 신경을 쓰고 있던 차였다. 사자묘가 천자의 배후에서 천자의 총기를 흐리고 있다 여겼기 때문이다.
여력이 되는대로 붙잡으려 했었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액정궁 앞에서 잡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예, 상국. 중상시 오합을 앞세워 액정궁에 들어가려 했습니다.”
“그놈이 실성을 한 게로구나. 아무리 천자의 위세를 등에 업고 있다고 해도 갈 데가 있고, 가지 말아야 할 데가 있는 법인데 액정궁에 들어가려 해? 대체 왜 그곳에 가려 했는지 아느냐?”
“액정령의 말로는 오늘은 합궁일이 아닌데도 수녀들을 데려가려 왔다고 합니다.”
이에 동탁의 눈이 가늘어졌다.
“설마 수녀들 중에…….”
동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녀들 중에 천자의 목숨을 노리는 자객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었다.
‘명문회에서 진류왕을 보위에 앉히려고……?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다음 보위를 위해 포석을 해둔 것인가?’
동탁은 이빨을 드러내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위폐의 출현만으로도 머리가 터져나갈 것만 같은데 이런 일까지 생기니 울화통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러던 차에 이몽이 다시 들어와 동탁에게 고했다.
“주공, 동 기도위께서 주연에 초청하셨습니다. 그간 형제간에 너무 격조한 것 같아 좋은 술을 준비해두셨으니 납시어 그간의 회포를 풀자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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