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785
784화 참득고(站得高) 간득원(看得遠) (1) >
동탁은 동생 동민이 주연에 청한 것에 묘한 감정을 느꼈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절반은 반가운 마음이 들었고, 나머지 절반은 안타까움으로 채워졌다.
그는 답을 내주기 전에 이몽에게 명했다.
“문우 선생을 모셔오너라.”
“예, 주공.”
잠시 후. 이유가 들어와 동탁을 향해 두 손을 모아들었다.
“주공, 찾으셨습니까?”
“그렇소. 거기 앉으시오. 얘기가 좀 길어질 듯하오.”
“소신이야 주공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동탁은 이유를 대하는 것만으로 무거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듯했다.
“오늘 선생을 청한 것은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어서요.”
“혹 위폐 때문은 아니십니까?”
동탁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한복에게서 전해들은 얘기를 이유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도 알고 계셨소?”
“아아! 주공. 이미 저자에서는 위폐 때문에 이런 저런 말들이 많습니다. 아직 유통된 것이 많지는 않아 큰 소란이 일어나지 않고 있을 뿐이지요.”
“선생도 알고 있다니 얘기가 편하겠소. 그래, 이 일을 어찌 해야겠소?”
“소신이 이미 일전에 새로운 화폐의 발행을 진언 드렸습니다. 기억하십니까?”
동탁의 개혁안 중 대부분은 이유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동탁이 문제를 제기하면 이유가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개혁안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이유가 먼저 제안한 개혁안이 몇 가지가 있었는데 새로운 화폐의 발행 역시 그것들 중 하나였다.
“그랬었지. 하나 사실 나는 선생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소. 그것 말고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니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지 않겠소?”
“소신 역시 그 안이 채택되지 않을 거라 여겼습니다. 아니, 그 안을 떠올려야 할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하나 어쩌겠소. 위폐가 등장한 이상 만드는 놈들을 잡아다 족쳐야 하는데 거병하는 것은 커녕 누구의 소행인지 밝히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오.”
“소신은 대충 짐작이 갑니다.”
동탁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그놈이 누구요? 대체 어떤 놈이 그런 참담한 짓거리를 한단 말이오?”
“주공, 고정하십시오. 흥분은 몸에 이롭지 않습니다.”
“지금은 그런 것을 걱정할 때가 아니오. 어떻게든 위폐를 만든 놈을 족쳐야만 하오. 아니면 한조는 정말 끝장이 나고 말 거요.”
동탁은 어떻게든 한조의 틀 안에서 개혁을 완성하고 싶었다. 그래야 태사록에 자신의 이름이 자랑스레 남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이유 또한 마찬가지였으나 점점 생각이 달라지고 있었다. 다만 내색하지 않을 뿐…….
“흥분을 가라앉히십시오. 그러셔야만 소신의 입도 열릴 것입니다.”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이란 말이오?”
“상관이 있습니다. 소신은 확증 없이 그저 짐작만으로 이름을 말할 것인데 주공께서 격앙된 상태에서 그 이름을 들으신다면…….”
“걱정 말고 말씀해보오. 선생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거요.”
그러자 이유의 입에서는 동탁이 예상치 못한 이름이 나왔다.
“조조.”
* * *
동탁은 자기도 모르게 귀를 후벼 팠다.
“다시 한 번 말씀해보오. 누구라고?”
“조조. 조조 맹덕. 설마 그가 누구인지 잊으셨습니까?”
동탁은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었다.
“내가 설마 조 아만이를 모를 리가 있겠소? 하지만 그 애송이 따위가 어찌 이런 큰일을 벌일 수 있단 말이오?”
동탁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유가 자신에게 거짓을 고할 리는 없었다. 이유는 허투루 말을 하는 자가 아님을 어찌 동탁이 모르겠는가.
증거는 없다고 해도 심증은 확실히 섰기 때문에 조조의 이름을 입에 올린 것이리라.
“소신에게 증거는 없으나 충분히 의심할 만한 심증은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오?”
“생각해보십시오. 위폐는 그냥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진짜와 쉽사리 구분할 수 없는 정도의 정교한 위폐입니다.”
이유의 말에 동탁은 손가락으로 서탁을 두들기며 상념에 잠겼다.
“화폐의 발행과 관리는 대사농의 소관인데……. 그렇지. 그랬어.”
동탁은 조조의 아비, 조숭의 이름을 떠올렸다. 그러자 이유는 동탁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 말했다.
“그렇습니다. 조등이 무려 1억 전이라는 거금을 들여 양자 조숭에게 대사농 벼슬을 사준 것은 모두가 오늘을 위한 장대한 계획의 일부였던 것 같습니다.”
“아아!”
동탁의 입에서는 장탄성이 터져 나왔다.
매관매직으로 벼슬길에 오른 자들이 쓴 재물을 다시 채울 요량으로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데 이번 경우는 과해도 너무 과했다.
아예 오수전을 찍는 틀을 빼돌렸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주공,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신의 추측일 뿐입니다. 대사농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 어디 하나 둘이겠습니까?”
“그건 그렇소. 하나 조조놈이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이오. 사람을 써서 조조의 행방부터 수소문 해야겠소. 그리고 대사농 관직에 올랐었던 자들과 그 가문도 살펴야겠지.”
“주공, 영명! 영명!”
동탁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유에게 턱짓을 했다.
“내 아우 녀석이 주연을 열어 나를 청했소. 그간 격조했다며 안하던 짓을 하는데 어찌 해야겠소?”
동탁이 화제를 바꿔 묻자 이유는 잠시 고심하더니 답했다.
“주공, 외람되오나 주공의 아우님은 그리 살가운 분이 못 됩니다.”
“맞소. 그래서 고민이오. 안 하던 짓을 하니 뭔가 수상하잖소? 좋은 술이 있으면 혼자 다 마실 놈이지 결코 나와 나누어 마실 리 없지. 위폐도 그렇고, 사자묘 건도 신경 쓰이는데 동생 놈까지…….”
“주공, 사자묘가 또 무슨 짓을 벌였습니까?”
“그놈이 중상시를 앞세워 액정궁에 갔다지 뭐요. 미친놈! 조용히 있었으면 빨리 해결을 볼 생각은 없었는데…….”
이유는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더니 서탁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내리쳤다.
“주공, 아무리 생각해봐도, 위폐, 사자묘, 아우님의 일까지 조조와 관계가 있는 듯 싶습니다.”
“음……! 설마 놈이 나를 노린다 이 말이오?”
“모든 정황들이 한 곳으로…… 아니 한 사람에게로 모이고 있습니다. 바로 주공이지요. 주공, 개혁을 끝까지 이루어내기 전까지는 우리 중 누구도 쓰러져선 안 됩니다. 잊지 마십시오.”
“그러면 바보 같은 아우놈에게 안 간다고 해야겠소. 이몽!”
문 밖에 서 있던 이몽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유가 그를 향해 손바닥을 펴보였다. 그리고는 동탁의 시선과 마주했다.
“주공, 호굴에 가야 범이 어찌 생겼는지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선생은 지금 내가 동민의 집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오?”
이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호위장을 대동하고 간다면 무력을 쓰지는 못할 겁니다.”
“설마 이몽보다 내가 약하다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하나 주공의 손에 다시 검이 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독을 주의해야 합니다.”
이유는 그리 말하고선 다시 이몽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호위장.”
“예, 선생.”
“주공께서 드실 술과 음식은 모두 상국부에서 마련해 가도록 하게. 주공께선 그곳에서 물 한 잔도 드시면 안 되네. 그리고 향초를 피우는 것도 경계해야 하네.”
“명심하겠습니다, 선생.”
이몽은 동탁에게 고개를 조아려 보이고는 그대로 다시금 문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러자 동탁은 이유를 향해 손뼉을 쳤다.
“대단하오, 대단해.”
“하찮은 꾀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니오. 주연에 참석해 동기간의 우애를 과시하면서도 독의 위험을 피하는 묘책이오.”
“과찬이십니다. 본래는 아우님을 상국부로 초청하는 게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하나 그리되면 답례를 핑계로 초대를 해올 테니 다시 원점이 됩니다.”
동탁이 돌연 폭소를 터뜨렸다.
“아하하하! 재물과 여색만 밝히는 바보 같은 동생 놈이 골머리를 썩게 해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말이지.”
동탁은 검지를 세워 허공을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놈이 여포 반만……. 아니 반에 반만 닮았어도 나를 도와 대업을 이루었을 것인데 아쉽소.”
“사람마다 그 쓰임이 다른 것은 세상의 이치입니다. 아무리 주공이시라고 해도 타고난 사람의 성정을 바꾸는 일은 쉬이 가능한 일이 아니지요.”
“하긴 그렇소. 민이 그놈은 글렀소.”
“그래도 조카와 장성한 두 분 아드님이 있지 않습니까?”
동탁은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었다.
“조카 놈은 그럭저럭 쓸만한데 아들이라는 것들이 영 실속이 없어. 여포 같은 아들 하나만 있었어도 조금 천천히 개혁을 행할 수 있을 텐데…….”
* * *
영도현.
기주 거록의 치소가 있는 곳이다. 그곳에 여포가 진의록과 함께 당도했다.
“그러니까 안 된다니까 그러네!”
진의록이 무슨 청을 했는지 여포는 몇 번씩이나 같은 말을 해야만 했다. 그러자 진의록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꾀를 부렸다.
“아이고, 허리야! 삭신이야! 눈을 맞아서 그런지 눈앞도 침침한 것 같고…….”
진의록이 자신의 허리며 어깨를 주물러대며 아픈 척을 해대자 여포는 그의 입술을 움켜쥐고 흔들었다.
“으으으!”
“요요요! 주둥아리는 안 아프냐?”
진의록은 열심히 손을 휘저어 간신히 여포에게서 떨어졌다.
“아픕니다. 요 입술도 추가. 소신이 장군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얼마나 많은 공을 세웠습니까? 그런데 혼례 한 번 주관해주지 못하신다는 게 말이 됩니까?”
“아, 안 된다고 몇 번을 말해야겠느냐?”
“소신이 만금을 달라고 보챘습니까? 아니면 수백 리 땅을 달라고 했습니까? 혼례 한 번만 주관해주십사 이리 간청을 하는데 반 시진도 짬을 못 내어주신단 말씀이십니까?”
진의록이 서럽게 말하자 여포는 그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의록, 내가 설마 너를 위해 그 정도 시간을 못 내겠느냐?”
“그럼 해주신단 말씀이십니까?”
“내가 언제 해준다고 했느냐? 이 녀석아, 아직 내 휘하에 장가 못 간 녀석들이 차고 넘친다. 한데 네 녀석의 시종 혼인까지 내가 챙겨봐라. 놈들이 반란을 일으켜도 내가 할 말이 없지 않겠느냐?”
여포는 진의록을 다독였다.
“그 혼인, 나중에 하라 일러라. 최소한 구병 녀석들만이라도 다 장가보내고 난 후에 보자.”
“그러면 한번 만나만 주십시오.”
“덕담이라도 해주라고?”
“그것도 그렇지만 다른 게 또 있습니다.”
그러자 여포는 진의록의 목을 조를까 말까 고심했다.
‘요거요거, 머리 굴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힘주면 뚝 부러질 것 같아서 손도 못 대고…….’
진의록은 여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챈 의록이 간사한 세 치 혀를 놀렸다.
“장군, 진짜 있습니다. 있다니까요.”
“그래? 뭐가 있느냐? 바른대로 말하지 않으면 부러지든 말든 힘 좀 써보련다.”
“어이쿠! 장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장군 손에 죽고 싶지는 않습니다. 실은 소신의 시종 녀석이 혼인할 상대가 하간왕부의 사람이었습니다.”
여포의 반응이 영 뜨뜻미지근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상관이 있지요. 그 아이가 제법 총기가 있습니다. 하간왕부에 자주 드나드는 인사들을 꿰고 있었습니다.”
“별로 당기지는 않는데? 나는 그게 별로 궁금하지가 않다. 어떤 놈이든 까부시면 되는 거 아니냐?”
“에이! 장군. 장군께 귀부할 기주의 호족들 중에 거짓으로 귀부할 자들을 가려낼 수 있잖습니까?”
이제야 여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진의록과는 보는 관점이 달랐다.
“진심인 자를 알아볼 수도 있겠구나.”
“하여튼 장군은 너무 사람을 좋아하셔서 탈입니다. 그럼 만나주시는 겁니까?”
* * *
진의록의 시종 무언과 그의 짝이 될 한단완아는 한단에 머물다가 선우군의 거록 북부 평정 후에 이곳으로 보내졌다. 그들은 이곳에서 여포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그들은 자신의 주인인 진의록마저 공손히 대하는 여포를 감히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조아리고 있을 뿐이었다.
“어서 인사 올려라. 여포 장군이시다.”
무언은 그래도 몇 번 멀리서 여포의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여포가 방긋 미소 짓고 있었지만 무언 같은 범부로서는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단완아는 여포를 처음 만난 것인데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천녀, 한단완아가 장군을 뵙습니다.”
“의록, 이 아이는 말은 하는구나.”
“무언이 이 녀석이 처복은 있는 모양입니다.”
“그간 널 따라다니며 갖은 고생을 다했으니 복을 받을 차례인 모양이지.”
여포는 한단완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의록의 말로는 네가 제법 총명하다 하더구나. 그러니 묻겠다. 나, 여포가 거록과 안평의 호족들을 품으려 하는데 하간왕은 어떤 식으로 호족들을 불러 모았느냐?”
여포의 말에 진의록은 고개를 기울였다.
“장군, 우선은 생사부를 쓰심이 어떻습니까? 그래서 이 아이를 한 번 봐주십사 한 것인데…….”
“어차피 나는 곧 관서로 돌아가봐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단 말이지. 오는 시간이 있으니 먼저 불러야지. 하지만 이, 여 봉선이 그저 밥 한 끼 먹자고 부를 수는 없지 않느냐?”
이제는 여포도 제법 격식이라는 것을 찾을 정도가 되었다. 하기야 전쟁에 있어 명분이 중요하듯, 만남에 있어서도 그 형식이라는 것이 중요했다.
어떤 형식을 취해 부르는가에 따라서 여포와 기주 호족들 사이의 관계가 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만나기 전부터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 이거다.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한단완아가 고개를 조아렸다.
“천녀에게 한 가지 꾀가 있는데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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