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18
밤 늦게까지 일을 한 후 집으로 돌아갔다.
하후상의 호위를 받으며 집에 들어가니 불이 밝았다.
뭐지?
안에 들어가니 다들 기다리고 있었다.
“여보!!”
“오셨어요!?”
“다녀오셨군요!”
“기다렸어요~”
다들 안자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이 늦은 시간까지 안자고 뭐한데?
다가 온 아내들을 안아준 후 영이와 청이는 바로 재웠다.
아쉬워하는 그녀들을 안아 준 후 난 함께 나온 이당지에게 물었다.
“아직 몰라?”
“예.”
“쩝.”
“너무 그러지 말아요.”
완이와 희아만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다들 긴장하고 있는 듯 보였다.
“월경은 아직이지?”
“예… 아직 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래. 너무 부담갖지마.”
“부담은 당신이 주면서…”
완이가 빙긋 웃으며 말하자 난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이마를 쓰다듬으며 히죽거리는 그녀를 한번 안아 준 후 난 희의 손을 잡았다.
“견가에 갔다왔는데 다들 괜찮으신 것 같아.”
“다행이다…”
“뭣하면 견가에 함께 갈까…? 라고 하고 싶지만 지금 당장은 움직이기 힘들겠다.”
“왜요?”
“지금 북방에 문제가 터졌거든. 삭주에서 황충의 피해를 입은 유목민과 이민족들이 날뛰는 모양이야. 그거 잡기 전까지는 업이 더 안전해.”
희아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난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마. 별 일 없을테니까.”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렇지?”
난 그녀에게 웃어보인 후 완이와 희를 토닥여주었다.
“이제 들어가서 쉬어. 난 조금만 자고 바로 등청해야 하니까.”
“휴가기간은 남았잖아요.”
이제 며칠 남기는 했지.
하지만 의미는 없었다.
“끙… 나중에 몰아서 받아야겠다.”
“후후후… 과연!?”
“반드시 받아낼거야.”
난 완이의 목을 깨물어주었다.
그 고통때문인지 작게 신음한 그녀의 볼에도 입맞춰 주었다.
“다들 들어가.”
“빨랫감이 있으면 제가 받으러 갈게요. 승상부에서 머무시는 일도 많으신 것 아닌가요?”
“아마 그러겠지…”
본격적으로 비상체제로 들어가면 퇴근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
승상부에는 내 방도 있으니 거기서 자도 된다.
진짜 마음에 안들었다.
밥은 밖에서 먹더라도 잠은 집에서 잤으면 싶은데.
내가 떨떠름해하자 완이는 내 품에 꼭 안겼다.
“괜찮아. 적어도 너희들의 결과가 나올때까지는 업을 떠나지 않을거니까.”
그리고 그들도 와야 하고.
내 말에 희와 완이는 애써 희미하게 웃었다.
그녀들이 안채로 간 후 잠시 후 장합이 들어왔다.
장합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아보였다.
“상이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북방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뭐 그렇긴 한데.”
“다시 유주로 가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응.”
“그럼 따라가야 할 것 같은데.”
“아니. 오지 마. 너희들은 진가에 있어줬으면 하네.”
“괜찮으십니까?”
괜찮으니까 하는 얘기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장합은 희미하게 웃었고 난 그의 어깨를 툭 쳐주었다.
“내가 여기저기 다닐 수 있는 것도 너희들이 있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잘 부탁한다.”
.
.
.
업에 복귀하고 십오일동안 꽤 많은 일을 했다.
비상체제로 돌리게 되며 해야 할 일들 뿐만 아니라 기존 업무.
그리고 예산안 편성과 각지에서 들어오는 물자의 정리 및 분배까지.
무관과 문관의 중심에 있는 승상부이다보니 업무가 두배다.
매일이 바쁜 날이었다.
그렇게 일을 하며 버티는 동안 기다리던 사람이 도착했다.
“오래간만에 뵙겠습니다.”
“오오…”
기다리던 사람.
그는 바로 장료였다.
합비성의 성주이며 북방과 더불어 강남의 공포라 불리는 사내.
그가 와준 것에 난 기뻐했다.
아무리 합비성이 승상부 직할로 되어 있다지만 급하게 와달라고 한 것이었다.
이정도면 아마 전서구를 받자마자 바로 온 것일 거다.
그에게 웃으며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합비쪽 일도 바쁠텐데 시간을 내줘서 고맙군. 며칠만 늦었어도 두고 갈 뻔했어.”
“별 말씀을. 그리고 그쪽도 이제 바쁜 일은 없습니다. 오가 끝났고, 또 장온이 제대로 해주고 있는지라…”
장료는 머쓱해하며 답했다.
하긴 장료를 합비성의 성주로 둔 이유도 오에 대한 견제 때문이었다.
그 견제를 해야 할 대상인 오가 무너졌으니 걱정할 것은 없겠지.
“여강 쪽은 어떻지?”
“그럭저럭 잘 해내가고 있습니다. 제가 올 수 있었던 것도 여강 군수 덕분입니다. 그쪽에서 잘 막아주는 덕분에…”
“그거 다행이군…”
만약 장온이 배신한다고 하더라도 육손이 막아준다면 합비의 안전은 보장할 수 있었다.
설마 육손 그 자식이 은혜도 모르고 배신하는 미친 짓을 하지는 않겠지?
아무튼 그가 와줬으니 됐다.
난 웃으며 그를 반겼고 그의 옆에 서 있는 이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이쪽은?”
“노군 군수 전예가 보낸 인물입니다.”
전예 형이?
장료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사내는 무뚝뚝한 얼굴로 나에게 인사했다.
“승상부주를 뵙습니다. 왕웅이라고 합니다.”
“어… 그래. 반갑네.”
그동안 서로 바빠 서찰로만 안부를 묻는 정도에 불과했던 전예 형이다.
왜 이자를 보낸거지?
내가 궁금해하자 왕웅은 품에서 서찰 하나를 꺼내었다.
소개장이다.
형이 직접 소개장을 써줄 정도라면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건데?
소개장을 펼쳐보니 꽤나 좋은 평가가 있었다.
“노군 군수가 이렇게까지 칭찬하는 인물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데… 전에 있던 직책이 뭐였나?”
“노군 군승 역을 맡았습니다.”
왕웅은 차분히 답했다.
군승 정도면 어디가서 모자라지 않는 직책이다.
하지만 승상부주에 비하면 까마득히 밑의 직책.
어지간한 관리라면 고개를 조아리기 바쁠텐데 왕웅은 의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정도면 배짱은 괜찮은 것 같은데…
“왕상과 인척관계라… 뭐 좋네. 노군 군수는 자네의 그릇이 고작해야 군승에서 끝날 그릇이 아니라고 하는군.”
전예 형의 서찰에 따르면 왕웅의 그릇은 일개 군승이 아닌, 군수, 더 나아가 주목까지도 노릴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사람 보는 눈이 좋은 그의 의견인 만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나를 무덤덤히 응시하는 왕웅에게 물었다.
“자네는 어찌 생각하나?”
“동의합니다.”
와우.
자신감이 대단한데?
옛날 만났던 두기를 보는 듯 하다.
그는 자신의 그릇이 하동군의 군수 정도는 된다고 자부했었지.
그리고 지금 하동군수가 되어 훌륭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고.
그를 떠올리며 난 왕웅을 지그시 응시했다.
내 시선에도 그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럼 자네는 어디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글쎄요. 적어도 이민족들이 함부로 발호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움직임 정도는 가볍게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진짜 대단한 자신감인데? 대놓고 유주나 병주, 양주의 주목 자리를 노리는 건가?”
“이민족들이라고 하나 그들 역시 굶주린 백성. 법과 예로 대한다면 충분히 잘 다스릴 수 있습니다. 결국 누가 어떻게 다스리느냐의 문제이지요. 그것을 잘하려면… 높은 위치가 필요합니다.”
그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말처럼 그리 쉬우면 누가 못하겠나 싶다.
“지금 당장 주목 자리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유주의 군수직 하나 정도는 맡길 수 있겠군. 하지만 유주는 춥고 위험한 곳인데 괜찮겠나?”
어지간한 명사들은 군수직을 준다고 하더라도 고사할 만한 곳이 유주다.
거기에 이번에 황충에 의한 피해 때문에 더욱 사람들이 꺼려하는 곳.
“그곳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며 위국의 영토가 아닙니까. 다스려야 하는 곳을 다스리는 것이 무엇이 문제가 되겠습니까?”
“좋아. 그럼 쓰도록 하지. 일단 승상부 소속으로 들어와 있게. 나중에 유주목의 휘하에 넣어줄테니. 군수직을 훌륭히 수행하면 차기 유주목이 되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
“승상부주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왕웅이라.
새로운 인물을 만났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장료는 쓴웃음을 지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지만… 그래도 능력은 나쁘지 않은 사람입니다.”
“아는 사람인가?”
“정 성주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욱도 인정할 만한 인재라는 건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장료는 천천히 말했다.
“노국에 잠룡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왕웅이오, 다른 하나가 전예다… 야인들의 마음을 다스리는데 있어서 그 둘을 따를 자가 없을 것이다. 라고.”
“오… 그런데 왜 나한테는 말하지 않았을까?”
“열매는 여물어야하지요. 전 군수의 밑에서 왕웅이 더 배우기를 원하신 듯 싶습니다.”
“그런가…”
괜히 정욱을 원망할 필요는 없겠군.
어쨌든 좋은 인재를 보내 준 전예형에게는 감사를 표해야겠다.
“자네도 일단 승상부 소속으로 있어줬으면 싶은데.”
“예.”
“며칠 안에 위왕을 모시고 북방으로 올라갈 예정이야. 유주에서 해야 할 일이 있으니 그렇게 알고 있게.”
“전쟁이 있는 겁니까?”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는 못하겠군.”
최악의 경우에는 북방의 탁발부와 제대로 붙어야 했다.
몇만이 훨씬 넘는 전투병력이다.
소문에 의하면 더 모여서 이제는 거의 이십만에 가깝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십만까지는 되지 않겠지.
애초에 황충에게 당해 식량이 부족한 이들이 모인 것이다.
그런 이들이 모여봤자 얼마나 모이겠나?
기껏해야 십만 남짓 할 것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오합지졸들이 모여봐야 무섭지는 않지. 다만…”
“싸우는 것은 싫어하시는 분이잖습니까. 승상부주께서는.”
“그렇지. 싸우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면 넘어가는 것이 좋아. 그.. 게다가.”
난 책상에 있는 죽간을 툭 쳤다.
“장군부의 장군들이 생각이상으로 못나서 말이지…”
“그렇습니까?”
“응.”
군략이나 전술, 전략에 대한 시험은 모두 통과했다.
개중에는 정말 놀랄 정도로 잘 싸우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장군부에 소속된 장군들 절반 가까이가 농법에 대한 시험에서 떨어졌다.
진짜 어이가 없더라.
그럼 지금까지는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니 부관들에게 농법에 대한 부분은 맡겼다고 한다.
잔머리는 잘 굴린다.
지금까지 둔전이 문제 없이 잘 이루어졌으니 문제될 것은 없지만.
그래도 규정을 어긴 것은 사실이었다.
내가 그 이야기 듣고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하하… 저도 농법에 대해서는 약해서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만.”
“아니 걔들은 아예 모른다니까!? 최소한 기본은 알아야 할 것 아니야!”
둔전에서 취급되는 가장 좋은 것은 순무, 그리고 콩이었다.
그것들의 재배법도 모르면서 뭔 장군직을 맡은 건지.
하후돈이 알면 기막혀 할거다.
잘못했다고 비는 그들에게 농법 전서를 주고 다시 외우라고 시켰다.
내가 유주에 갈때까지 다 못외우면 다 강등시켜버릴 거라는 협박까지 했으니 잘 하겠지.
“둔전은 중요한거야. 둔전을 하고 안하고에 따라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이 달라져.”
내가 그냥 돈 아끼자고 둔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둔전은 하면 할 수록 병사와 점령지의 백성들의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 둔전에 대해서도 모르다니.
시험 결과를 보고 왕릉도 진짜 기막혀 했었다.
왕릉이 책임지고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이들에게 농법전서를 다 외우게 시키겠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뭐 내가 장군들에게 글을 잘 읽으라거나 성현의 말씀을 외우라거나 그런 건 아닌데. 해도 너무하다 싶더라고. 둔전도 군무의 하나야.”
“하하하…”
장료는 쓰게 웃었다.
그를 향해 한숨을 내쉰 나는 차분히 말했다.
“아무튼 지금 장군부로 가봤자 해야 하는 일은 공부밖에 없어. 그러니까 거기 가지 말고 승상부 소속으로 들어가도록.”
“알겠습니다.”
장료를 보내고 난 장군부로 향했다.
원래라면 훈련의 소리로 시끄러워야 할 장군부에서는 책읽는 소리만 들렸다.
누가 들으면 여기가 장군부가 아니라 태학인 줄 알겠다.
장군부 안으로 들어간 상의를 벗고 덜덜 떨며 책을 읽는 장군들을 발견했다.
“잘 되가나?”
“으… 예.”
“게으름피우지 말고 제대로 외워둬. 그리고 거기장군이 계실 때 걸리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아무리 농법을 개판으로 알고 있다지만 이들의 전투 수행 능력은 인정해줘야 했다.
그런만큼 쉽게 잘라버릴 수는 없었다.
“만약 거기장군이 계셨다면 너희들 전부 파직이었을테니까.”
“가, 감사합니다.”
교위 하나가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숙였다.
그를 향해 난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일 없다고 궁시렁 거렸던 만큼… 일 받고 싶으면 빨리 외우라고. 너희들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사람을 생각해라.”
벽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장군들에게 농법교육을 하고 있는 왕릉을 가리켰다.
왕릉은 농법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일을 하고 싶어했고.
그런데도 지금 그는 현재 장군부의 최고참이라는 이유로 다른 이들과 다르게 출정도 가지 못하고 장군부에 잡혀 있었다.
“야이! 머저리들아! 크아아아!!”
“아니 왕창 뿌리면 좋은 것 아닙니까!?”
“그러다가 다 죽는다! 허억…헉.. 아이고 뒷골이야…”
농사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의 실수가 저거다.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을 맹신하여 밭에 왕창 종자를 뿌리는 것.
그렇게 되면 농사는 무조건 망한다.
씩씩거리던 왕릉이 한숨을 내쉬는 사이 그를 돕는 왕릉의 부관인 장기가 교육을 이어나갔다.
“자. 다시 한번 갑시다. 종자는…”
왕릉이 시무룩해하며 터덜터덜 걸어오자 난 웃으며 그에게 손을 들었다.
“승상부주…”
“쉽지 않지?”
“끅…”
“거기장군께 연락이 왔다. 이십일 안에 복귀하신다고 하니… 이십일 안에 저들이 시험을 통과하게 해야 해.”
하후돈은 조조 이상으로 둔전의 중요성을 성토한 사람이다.
그런만큼 저들이 농법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쉬움 없이 강등시켜버릴거다.
그것만큼은 나도 피하고 싶었다.
“어쨌든 저들은 법을 어긴거라고. 지금 비상시니까 넘어가는 건데 평시였으면 다 강등이야. 내가 전하와 승상께 요청드려 유예를 받은 것이니만큼… 날 실망시키지 말게나.”
“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고생 좀 하게. 어때? 일 생기니까 좋지?”
왕릉은 눈 밑에 생긴 기미를 감추지도 못한 채 한숨을 쉬었다.
벌써부터 이러면 쓰나.
이제부터 시작인데.
그간 편하게 놀고먹었으면 이제 고생 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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