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3
00103 조숭 구원전 =========================
“이런 때 움직이는 것은 그리 좋지 않아보이는구나.”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움직일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요.”
아버지에게 사마의와의 대화를 들려주었다.
그것을 모두 들은 아버지도 조숭의 확보에 대해서는 긍정했다.
어쨌든 서주 대학살이 일어나게 되는 것은 아버지로서도 막고 싶은 일일테니 말이다.
“문제는… 지금 상황이라는 거다. 조조가 연주를 안정화시키고 있다지만…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아.”
나름대로 연주를 안정시키고 있기에 연주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라면 주변 상황이지.
원소와 공손찬이 맞붙는 것만이 지금의 이슈는 아니었다.
형주의 원술과 유표 역시 형주의 지배를 두고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삼국지 대로라면 이 전투에서 손견이 대패하여 죽는 것이지만 이미 손견은 죽었고 손견을 따르던 이들은 원술의 부하가 된 상태였다.
손책과 기존 손견군의 장수들을 앞세우고 원술이 유표군을 밀어 붙이는 것을 보면 조만간 원술이 형주를 장악할 것 같았다.
“원술은 탐욕스러우나 원가의 적자이기도 합니다.”
“그렇지.”
“그렇기에 오히려 형주를 차지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허나 유표도 그리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또한 손책이 원술을 잘 따를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워.”
나와 다른 의견을 보이며 아버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뭔가 따로 조사를 하셨나보다.
“원술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 그를 따르는 손책과 그 부하들은 원술에 대한 충심이 그리 높지 않다고 하더구나. 손견이 보유하던 세력을 모두 흡수한 이상 손책이 성인이 되어 그에게 세력을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 맞는데… 원술로서는 그것이 싫겠지. 지금이야 힘이 없고 세력이 약한데다가 명분에서도 밀리니 손책이 원술의 말을 잘 듣고 있지만… 과연 손책이 원술을 계속 따를지는 의문이다.”
“손책이 원술을 오히려 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음. 하지만 쉽지는 않겠지. 일설에는 손견을 죽인 것이 원술이라고 할 정도니 말이야. 손책이 아무리 뛰어난 무장이라고 하더라도 휘하에 있는 몇명의 장수. 그리고 손가를 따르던 몇백의 병사만으로 원술을 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탈영을 한다는 것인데…”
“그래. 지금이야 원술의 밑에서 전적과 명성을 쌓아가며 기회를 엿보겠지만… 손책은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삼국지 처럼 말이야. 만약 원술이 눈에 띄는 이상 행동을 취한다면 손책은 기회라 생각하고 움직이겠지.”
원술의 참칭.
그정도 병신짓이 아니라면 손책도 탈영에 대한 명분을 찾지 못할거다.
그리고 손책 원술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그에게 스스로 옥새를 바칠 수도 있고.
“가능할까요?”
“지금으로서는 힘들겠지. 아마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이다. 손견이 살아있어 좀 더 여러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 지금도 가능하겠지만… 손견이 없으니… 한개의 주를 완전하게 차지할 수 없는 이상은 쉽게 참칭하지 못할 것이다.”
“흐음…”
“네 생각은 어떠하냐?”
“저에게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천하도, 그리고 삼국지의 인물들도 아니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아버지를 구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지금 원술과 손책은 신경쓰지 않아도 좋을 것입니다. 어차피 그쪽은 유표와 치고박고 싸우느라 정신 없을 거에요. 당장 올라올 수는 없을 겁니다.”
“물론 그렇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인 후 말을 이어나갔다.
“허나 그렇다 하여 모두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어쨌든 명령이 온 것은 사실이니 너는 조숭을 데리러 갔다오거라. 필요한 지원은 해줄터이니. 그리고…”
“그리고?”
“산양군에 연주목의 지낭인 순욱이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마 빠르면 일주일, 늦어도 한달 내에 오겠지. 그가 만약 나와 너를 마음에 들어하여 중앙으로 옮기고자 한다면…”
“…..”
“어떻게든 막아야한다.”
현재 연주의 중앙은 다름아닌 복양이다.
즉 아버지가 여포, 장막과 함께 반란을 일으키는 곳이 된다.
그곳으로 가는 것만큼은 반드시 피한다.
“반드시요.”
“그래. 아무튼 산양군의 일은 내가 어떻게든 해보마. 너는 조숭의 일에만 집중하도록 하거라.”
“네.”
아버지의 집무실에서 나와 조앙을 찾았다.
시비가 차려 놓은 술상을 본 그는 피식 웃으며 내 맞은편에 앉았고 나와 그는 서로 술을 홀짝거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간단한 근황, 현재 정세, 그리고 결혼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는 웃으며 본론을 꺼내었다.
“누가 가기로 한거야?”
“일단은 저, 그리고 감녕과 여영기. 서성. 마지막으로 흑귀대 삼백명이요.”
조앙이 술을 홀짝이며 묻자 난 어깨를 으쓱이고 앞에 놓여 있는 안주를 집어먹으며 대꾸했다.
이번 일의 대장은 내가 아닌 조앙이다.
어쨌든 자기 할아버지 데리러 가는 일이니까.
“흠… 흑귀대 삼백이라. 너무 많지 않아?”
“유비무환. 더 데려가고 싶지만 도겸을 자극하지 않기 위함이니 이해해주세요.”
“네가 그런 것이라면 그런 것이겠지. 그나저나 이 술 뭐야? 진짜 좋은데?”
증류주를 대나무통에 옮겨 대나무잎과 함께 숙성을 시켜 보았다.
대나무 향이라도 좀 나오라고 넣어놨는데 꽤 마음에 든 모양이다.
향초를 뇌물로 쓰고 있지만 이제 좀 종류를 넓혀보고자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죽엽청이다.
“만들어 본 겁니다. 하나 가져가시죠.”
“별 희안한 재주가 다 있군. 채 소저가 그러던데 이것 외에도 많은 지식들을 가지고 있다면서? 상재도 대단하고.”
“별 거 아닙니다.”
“하하하… 나중에 연주가 좀 안정화되면 어때? 나와 같이 중앙으로 갈 생각은 없어?”
조앙이 웃으며 묻자 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중앙? 좋지.
아버지 문제만 해결되면 말이다.
“나중에요.”
내 대답을 기다리는 그를 향해 웃으며 대꾸하자 조앙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확실하게 밀어줄테니까 같이 하자고.”
“좋게 생각해볼게요. 그런데 왜 이렇게 사마의를 싫어하세요?”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어야 하나? 그것과 같아. 그냥 싫어. 뭐랄까… 그 녀석이 들으면 화낼지도 모르겠지만 좀… 나중에 뒤통수를 칠 것 같거든.”
예리한 인간이다.
그런데 난 왜 못보고 있지?
내가 피식 웃자 조앙은 죽엽청을 한모금 더 마신 후 쓰게 웃었다.
“너와 비슷하긴 하지만 좀 달라. 뭐랄까… 그 녀석에게는 야망? 그런게 느껴지더라.”
“저도 나름 야망이 있는데요?”
“내가 보기에 네 야망은 너무 쪼그만해서 지금 당장 내가 이루어 줄 수도 있겠다. 참나. 어디가서 그런 소리 마라.”
“하하하…”
과연 피는 못속인다는 건가.
맨날 하는 짓이 푼수같긴 하지만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한 조앙이었다.
그에게 웃어보이며 난 차후 계획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일단 하비성까지는 흑귀대와 함께 움직일 겁니다. 그리고 성 안으로는 저희만 들어갈거에요.”
“병사들은 데리고 가지 않고?”
“네. 도겸을 자극하면 곤란하니까요.”
도겸이 두려움을 느끼고 향후 자신의 후사를 유비에게 맡긴다고 하면 쓸데없는 적이 생겨버린다.
서주 대학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유비는 이용대상이 아닌 쓸데없이 부담스러운 적 밖에 되지 않기에 난 차라리 이번 기회에 서주 대학살을 막고 유비가 아닌 미축이나 엄백호가 서주목이 되도록 만들자고 생각했다.
“쯧. 도겸 따위 자극해도 문제는 없는데.”
“굳이 풀지 않아도 될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죠. 아무튼 내일 아침에 바로 출발할 겁니다.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마세요.”
“에에~ 오래간만에 한잔 하려고 했더니.”
이미 방통과 감녕과 함께 기루에 가기로 했나보다.
그가 투덜거리자 난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절대 안됩니다. 이번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이니까요.”
아버지의 죽음을 회피하는 첫번째 단추다.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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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겠어요?”
결혼을 하고 나서 처음으로 떨어지는 거라서 그런지 영이의 얼굴은 걱정으로 잔뜩 물들어 있었다.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너무 걱정하지마. 나 몰라? 나 진유하야.”
“서방님이 대단한 건 알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네요. 다른 사람이라도 더 데려가시는게 낫지 않을까요?”
내가 감녕과 여영기, 서성만 데리고 간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 모양이다.
서황까지 데리고 가는게 낫지 않겠냐고 묻는 그녀를 향해 난 고개를 저었다.
“서황은 이곳에서 너와 아버지를 지켜야지. 장합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불안해.”
내가 불안해하는 것은 산양군으로 여포가 올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이었다.
물론 괜한 불안일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여포가 올 거였으면 동평군을 치러 갈때 왔겠지.
“맡겨주십쇼.”
“부탁합니다.”
장합은 쓰게 웃으며 나에게 작은 방패 하나를 건네주었다.
장합이 온 이후로 장합에게도 수련을 받았다.
그에게 배운 것은 방패술로 나는 약하니 다른 지원이 올 때까지 버텨야 한다며 죽어라 방패를 다루는 법만 가르쳐 준 것이다.
“아직 가르칠 것이 많습니다.”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장합은 꽤나 성실히 임무를 수행했다.
늦게 합류한 것 때문에 다른 이들의 텃세가 있을까 싶었지만 진중한 성격 탓인지 마찰은 거의 없었다.
“감녕. 주군을 부탁하네.”
“워~ 걱정마쇼. 내가 잘 지킬테니.”
“하하하… 자네는 가볍지만 믿을만 하지.”
강자는 강자를 인정한다는 것일까?
서황과 다르게 장합은 감녕의 가볍고 경박한 행동을 탓하지 않았다.
약자가 경박하면 웃을 일이지만 강자가 경박하면 그것 역시 사람을 끌어모으는 재능이라고 말하며 말이다.
서황과는 다르게 자신을 평가하는 태도에 감녕은 그 날 이후 장합과 꽤나 사이가 좋아졌다.
“그리고… 만약.”
“알고 있습니다.”
우리 중 실제로 여포와 붙어 본 이는 장합 뿐이었다.
여포가 원소와 거래를 하여 그를 도왔을 때 그와 붙어 보고 실력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었던 장합에게 물었을 때 적어도 자신 정도 되는 사람이 셋이나 넷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거기에 그의 부장인 장료와 고순까지 낀다면 더욱 위험하다고.
“목숨을 바쳐서라도 진 군수님을 탈출시키겠습니다.”
“고맙군요.”
“별 말씀을.”
이기는 것은 힘들더라도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은 가능하다고 자신했으니 그를 믿을 수 밖에.
“감녕도 놓고 가는게…”
“아니. 데려가거라. 이쪽의 일은 만약이지만 네 쪽의 일은 험지다. 그곳에서 감녕이 너를 많이 도와줄 것이다. 감녕. 부탁한다.”
“하하! 맡겨만 주십쇼! 군수님! 도련님은 제가 잘 지킬테니.”
씩 웃으며 감녕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버지는 씁쓸한 얼굴로 날 보며 말했다.
“…만약 실패한다 하더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알고 있겠지?”
일이 꼬여 실패하더라도 우리에겐 최후의 수단이 남아 있었다.
아버지의 말에 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그럼 갑시다.”
이번 일의 총대장을 맡은 것은 내가 아닌 조앙이다.
어쨌든 자신의 조부를 모시러 가는 일이니 말이다.
나는 그저 참모로 참가할 뿐이다.
“여보…”
“울지마. 금방 올거니까.”
“흑… 알았어요.”
영이가 눈물지으며 고개를 숙이자 난 웃으며 그녀에게 인사했다.
애써 눈물을 참은 영이는 옷소매로 눈가에 남아 있는 물기를 닦아내고 웃었다.
“조심히 다녀와요.”
“응. 걱정마.”
“산양군의 일은 저와 아버님, 그리고 오라버니가 잘 할게요. 그러니까 이쪽 걱정은 말아주세요.”
“알겠어. 그럼 갔다올게.”
“저기 그리고 잘때 이불을 걷어차지 말고…”
“하하하! 알았어!”
“어이. 매제.”
가려고 하는데 사마의가 날 잡았다.
뭔 얘기를 하려는 거지?
내가 궁금해하자 사마의는 쓴웃음을 지었다.
“서주에 심어 놓은 내 협력자가 있다. 네가 조숭의 신뢰를 얻도록 도울거다. 그의 도움을 받아들이도록 해.”
“누군데?”
“가보면 알아.”
빙긋 웃은 그는 내 팔을 놓아주었다.
협력자라…
“넌 도대체 협력자가 몇명이나 있는거냐?”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을거다. 그럼 몸 조심하도록.”
******
진유하가 떠나가자 사마의는 그의 자리에 앉으며 생각했다.
특별한 문제만 없다면 진유하는 큰 일 없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그리 된다면 그는 조조의 신뢰를 얻게 되겠지.
“…쯧.”
솔직히 기분이 나쁘지 않다면 거짓이다.
자신과는 말도 섞지 않으려던 조앙이 그에게 살갑게 대하는 것에 질투가 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 역시 자신의 가족이였다.
“오라버니.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자. 어제 주려고 했지만 네 남편이 있어서 주지 못한거다.”
“아!”
오동나무로 만들어진 상자를 받은 사마영은 베시시 웃었다.
약간 광기에 차 있을 정도의 웃음이다.
오동나무 상자 안에 있는 그림과 책.
과거 그녀가 사마가의 비고에 있을 때 그려 놓고 망상하며 적은 일기장이다.
그것을 꼭 끌어안고 과거를 회상하는 그녀를 향해 사마의는 쓰게 웃었다.
“그렇게 좋냐?”
“그럼요.”
“나로서는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만… 하아. 뭐. 네가 좋다니 다행이구나. 그가 널 괴롭히진 않더냐?”
“너무 행복해요.”
진심이 담겨 있는 미소에 사마의는 자신도 모르게 마주 웃었다.
그가 오지 않았더라면, 저 아이는 평생 자신의 그림자로 살았겠지.
그것을 생각하니 그에 대한 얄미움이 조금은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사마의는 쓴웃음을 지으며 군승에게 들어 온 보고서에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