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35
자신과 자신을 따르는 부족장들이 말까지 잡아가며 간신히 다진 결집을.
저들은 그 숭고함을, 자신들과 평생을 함께 해 온 말을 잡아야 하는 비극을 비웃었다.
같잖다는 듯 비웃으며 식량을 조금 보내는 것만으로 간신히 지킨 부족간의 결집을 깨버렸다.
“뭣들 하는거냐!! 당장 그만둬!!”
“일단 먹고 하자! 먹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잖아!!”
“젠장!! 내놔!! 혼자 얼마나 가져가는거야!?”
탁발정의 외침에도 전사들은 대충 대꾸하고 식량을 얻기 위해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릴 뿐 이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탁발정은 이를 갈았다.
‘개자식… 두고보자.’
위국이 보낸 식량을 확보한 이들은 만족하며 돌아갔다.
없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당장 손에 먹을 것이 생기니 먹을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식량 중 건량이 없는 이유가 이거였군.’
진영으로 돌아와 죽을 끓이거나 밥을 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모습에 탁발정은 눈을 질끈 감았다.
개중에는 마갑으로 쓰였던 나무를 부숴서 땔감으로 쓰는 이들도 있었다.
“마갑을 부수면 어떻게 싸우려는거냐!!”
“아 거!! 더럽게 시끄럽네!! 여기까지 데리고 와서 쫄쫄 굶긴 주제에!!”
자신의 음식을 빼앗길까봐 이를 갈며 노려보는 이들의 기세에 탁발정은 밀리고 말았다.
아까 정찰을 나가 먹을 것을 얻은 이들을 부럽다는 듯 바라보던 이들이 간절한 눈으로 상곡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에 탁발정은 크게 충격을 받았다.
‘이건…’
먹이를 갈구하는 개의 모습이 아닌가.
고작 여섯포대의 식량만으로 많은 이들의 사기가 단번에 내려갔다.
식량을 얻은 이들이 정신없이 밥을 먹는 모습에 누군가는 짜증을, 누군가는 분노를, 또 누군가는 질시를 보낸다.
“흐아~ 맛있구만~”
“나도 좀 먹자!”
“꺼져!!”
차별은 싸움을 부른다.
모두가 공평이 굶고 있을 때와는 달랐다.
누군가는 먹고, 누군가는 굶고.
탁발정이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던 상황을 위국은 천연덕스럽게 만들어버렸다.
고작 식량 여섯 포대 만으로.
“크윽…!!”
탁발정 역시 배고프긴 마찬가지였다.
먹음직스러운 죽이 만들어진 것을 보며 탁발정이 주먹을 쥐었을 때 그의 부하가 죽 그릇을 가지고 왔다.
“드십시요.”
“…”
“먹어야 합니다. 먹어야 싸울 수 있습니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죽이다.
그것을 바라보던 탁발정은 눈을 질끈 감았다.
“난 먹지 않겠으니 다른 이들을 먹이도록 하라.”
허기를 부르는, 곡기를 원하는 욕망을 간신히 억누르고 탁발정은 파오로 들어갔다.
다음날이 되었다.
눈을 치우고 정찰을 가기 위해 탁발정이 나왔을 때 여기저기가 소란스러웠다.
“무슨 일이냐?”
“다들 정찰을 가고 눈을 치우겠다고 싸우고 있습니다.”
“뭐…?”
어제까지만 해도 정찰과 눈을 치우는 일을 시켰더니 불평 불만이 많았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탁발정은 자신이 그토록 막고자 했던 일이 벌어진 것에 눈 앞이 아득해졌다.
‘초원의 늑대가 개가 되어가고 있어.’
추위, 그리고 전투에서 패배한 것에 대한 사기 하락.
거기에 굶주림이 긍지높은 초원의 늑대들을 개로 만들어버렸다.
위국이 주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정찰이나 눈을 치우는 것에는 관심도 없이.
모두가 상곡군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왔다!!”
눈밭이 있는 쪽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어제 먹었던 이들 뿐만이 아니다.
먹지 못한 이들까지 전부 달려나간다.
달려가는 이들을 한심하다는 듯 비웃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의 시선에는 분명히 갈등의 빛이 있었다.
자존심을 한번 꺽는다면.
그럼 굶주림의 고통에서 해소될 수 있었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움직이는 것만으로 말이다.
“부대인.”
“…빨리 전투를 준비해야겠소. 이러다간…”
탁발정은 비틀거리다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저들의 길들이기에 당해버리고 말거요.”
————
*************
투석기로 식량을 날려보낸지 열흘이 되었다.
눈은 그쳤지만 여전히 날씨는 추웠고 적들의 공격은 없었다.
난 토벽 위에서 탁발부를 지켜보며 말했다.
“어때?”
“망루에서 확인해봤지만 빠져나가는 이들은 없었다고 합니다.”
저수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막다른 골목에 막힌 쥐는 고양이를 문다.
그러니 막다른 골목에 두면 안된다.
우리 공격하려는 놈들이 뭐가 예뻐서 식량을 보내주겠나.
난 웃으며 저들을 지켜보았다.
다들 오늘 보내 줄 식량에 대한 기대감에 아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제는 떨어진 식량을 얻기 위해서 자기들끼리 싸움까지 했었다
“아직 내부적으로 큰 충돌은 없는 듯 싶은데…”
“어차피 조만간에 불과합니다. 굶주림 만큼 무서운 것은 없지요.”
저수는 웃음기 가득 한 얼굴로 싸늘히 말했다.
만약 저들이 탁발부에 있을 때 이런 식으로 식량을 보내줬다면 저들은 콧방귀를 뀌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겠지.
저렇게 식량 몇포대에 미친듯이 날뛰는 것을 보니 저수의 책략이 잘 들어맞은 것 같다.
난 우리가 보낼 식량을 원하며 벌써부터 나와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보았다.
“그럼 오늘은 보내지 말자고.”
“예.”
며칠간 같은 시간에 식량을 보내줬었다.
하지만 오늘은 넘어간다.
그럼 저들의 반응이 어떨까?
오늘은 안보내주는구나. 라고 속편하게 생각할까?
글쎄.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열흘이나 지속된 한정된 식량의 지원.
누군가는 먹고, 누군가는 먹지 못했다.
결국 저들 안에서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불평등은 파란을 낳는다.
많은 이들의 안정을 찾으려면 거짓된 모습이라고 하더라도 ‘공평’ 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옛날 요화가 말해줬던 일이 떠올랐다.
장합의 제자가 되어 기주에 갔을 때 봤던 일.
관리들은 잔치를 벌이고 음식이 남아 돌지만 그것을 쓰레기로 처분해 백성들에게도 나눠주지 않았다.
다른 백성들은 굶어 죽어가며 쉬어터진 음식이나마 구하려 애를 쓰는데 그들은 그렇게 호화판으로 놀고 먹었다.
누가봐도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일이다.
그리고 그러한 불공평과 불합리는 백성의 저항과 반발로 이어졌다.
그때의 백성들과 탁발부의 전사들.
어째 비슷하지 않은가?
지금까지 열흘간 보낸 식량은 고작해야 육십여 가마니 정도 된다.
그 분량을 전부 따져봐야 탁발부 전사들이 모두 먹을 정도는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보존하기 힘들도록 생고기, 그리고 콩이나 보리 등 생으로 먹기보다는 끓여야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거친 곡식들만을 던져주었다.
당연히 안에 들어가서 요리를 했을 것이고 그 요리를 하는 광경을 보며 얻지 못한 이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지켜봤을 것이다.
그리고 생각하겠지.
저놈들 때문에 내가 먹지 못했다… 라고.
첫날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저기 앞에 있는 이들은 대부분 젊고 강해보이는 이들이 나오고 있었다.
먼저 얻고, 또 빼앗거나 지키기 위해서다.
왜 저런 결과가 나오는지는 볼 것도 없다.
결국 저들 내부에서 먹는자, 그리고 먹지 못하는 자 사이의 갈등이 생기고, 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가 제시한 법이나 규칙이 아니다.
저들 나름대로 ‘공평함’을 얻기 위해 만들어내버린 규칙이다.
하지만 그들의 규칙이 만들어지는 그 배경은 우리가 보내는 식량이다.
그럼 그 식량을 끊어버리면?
저들 나름대로 합당하다고 생각한 규칙이 무너져내린다면?
여기서 또다시 불공평이 생겨버린다.
어제 먹은 이들은 괜찮지만 먹지 못한 이들은 분노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원망을 토해내겠지.
하지만 적인 우리에게 원망을 토해낼 수는 없다.
원망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 원망을 해봤자 돌아 오는 것이 없을테니까.
결국 자신들의 옆.
어제, 그저께, 사흘, 나흘 전에 먹었던 이들을 원망하게 될 것이다.
“저들이 동요하는 것이 보이는군요.”
나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탁발부의 전사들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난 웃으며 손을 들었다.
“야. 밥해라. 밥먹자.”
밥짓는 연기가 올라간다.
토벽 밑을 본 나는 장료와 호주천, 관평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전투 준비해.”
“예!”
눈 뒤집힌 놈들이 미쳐 날뛰며 달려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지난 폭설로 내린 눈은 아직 꽤나 남아 있었다.
그 눈이 얼어붙어 단단해져 있는 가운데 저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가 될 정도다.
“저수. 내기할까?”
“흠… 어디에 거시겠습니까?”
나와 함께 토벽 위에서 토벌부의 진영을 지켜보던 저수가 묻는다.
난 품에서 금전 하나를 꺼내었다.
“난 이틀 안에 끝장난다에 걸지.”
“그럼 저는 사흘을 걸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내기를 지켜보던 하후상은 떨떠름히 말했다.
“이미 강은 얼어붙었습니다. 그곳을 통해 공격해 올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뭐. 그렇지.”
아직까지 강을 통한 공격은 없었다.
사실 이쯤 되면 그곳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다.
나와 저수의 판단에 이미 탁발부는 초기의 결속력따위는 이미 상실했으니까.
눈 속에 고립되고, 전투의 성과는 지지부진하고.
식량도 바닥난 상황이다.
거기에 비록 썩은 동앗줄이지만 작은 희망의 빛마저도 사라졌다.
저들 안에 심어진 불화의 씨앗은 빠른 시간 안에 싹틀 것이다.
“음…”
저수는 작게 신음한 후 말했다.
“저들이 항복을 요청하면 어쩝니까?”
“딱히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어차피 다 죽일 생각은 없었어.”
눈에 고립되어 굶어 죽는 것은 자기들 팔자다.
거기서 살아남겠다고 발버둥 치는 이들까지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식량을 주기도 힘들지.”
저들의 수가 꽤 많다.
그들을 그냥 데려와서 포로로 써먹는다?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킬지도 몰랐다.
그런 위험을 굳이 안고 갈 필요는 없었다.
“서로 죽이게 시킬까?”
내가 웃으며 묻자 저수는 눈쌀을 찌푸렸다.
“그냥 포박하고 무장해제시킨 후에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거 보내는 것도 일이야. 흐으음~”
나와 저수의 판단.
저들의 내부에서 불화가 극대화되고 그것이 터진다면 분명 주전파, 주화파로 나뉘어지게 될 것이다.
상곡군을 점령하면 고작 그정도 식량이 아닌 배가 터질 정도로 식량을 얻을 수 있다는 세력.
지금 다 죽게 생겼는데 그게 가능하겠냐는 주화파의 세력.
지금까지는 주전파의 세력이 강했겠지만 내가 식량을 주기 시작했으니 상황은 바뀌었을 거다.
어찌 되었든 절망 속에서 희망을 내려 준 곳이 바로 위국이다.
주전파의 제안에 따라 이곳까지 왔던 전사들이 화해와 항복을 제안할 것이다.
그리고 상황이 악화될 수록 더욱 그러겠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고 그것을 거머쥐는 자는 영웅이라 하는데… 내가 보기에 저들 중에는 영웅이 없을 것 같네.”
“동감입니다.”
목이 빠져라 우리가 식량을 날려주길 기다리는 탁발부 전사들을 보며 난 따뜻한 차를 홀짝였다.
“승상부주!! 밥 다 되었습니다!”
“그래? 그럼 내려가서 먹자고. 지금 우리가 먹는 이 밥은 저기 바깥에 있는 이들이 그토록 바라는 밥일테니까.”
“아주 맛있게 먹어줘야겠군요.”
토벽 위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이들을 위해 밥과 반찬이 올라간다.
비록 보리와 잡곡이 섞인 밥과 국이지만 쫄쫄 굶고 있는 이들보다는 몇천배는 낫다.
“오!! 닭국이잖아!?”
“햐~ 기름진게 먹고 싶었는데 잘 됐네~”
어제 보내진 닭고기를 넣은 국을 받은 이들이 환호하는 것을 보며 난 자리에 앉았다.
“싸운다.”
“하하…”
저수와 함께 느긋하게 닭죽을 먹으며 멀리 있는 이들을 보았다.
우리가 식량을 보낼 때가 되었는데도 보내지 않는다는 것에 탁발부의 전사들이 서로를 향해 소리치는 것이 보였다.
이제 조금이군.
“생각보다 쉬웠네. 역시 전쟁은…”
닭죽을 우물거리며 저수는 느긋하게 말했다.
“보급으로 결정되는 것이군요.”
개인의 실력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기상천외한 책략을 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전체적인 흐름을 지배하는 것은 막대한 물량과 보급이다.
난 탁발부의 전사들이 결국 드잡이질을 하며 싸우는 것을 보고 히죽 웃었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입니당
와 오늘 진짜 엄청 ㅋㅋㅋ바쁘네요 뭥미
으으…
언능 대댓글 쓰고 자야겠네요 ㄷㄷ
대댓글 갑니당
리수진 // 감사합니다~
신지영 // 헠ㅋㅋㅋ 이건 예상 못했당
Annaka // 앙리4세였죠 프랑스의 명군! 대왕급의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ㄷ
ppk12 // 냠냠!
트릭스타 // 하늘에서 하얀 똥이 빗발친다!!
철의노래 // 치킨 냠냠~_~
일반사람 // 폭설에 추위에 ㅋㅋㅋ 다들 얼어죽을…ㅠㅠ
백발마인 // 감사합니다~
인페르니우스 // 감사해영~
chjh881121 // 옹성은 있습니당. 전에도 몇번 언급은 됐었죠… 지금도 만들긴 했는데 언급을 안했을 뿐이에요 ㅎㅎ
PJM // 오옷! 감사합니다~
우의정 // 우박은 초여름이나 가을에 많이 내리죠… 겨울에는 눈!
암천회류 // 감사합니다~
커피는막심 // 시간과 물자, 많은 병력을 쥐고 있으면 무서울게 없죠. 규격외의 몇몇을 빼곤….
마리오넷 // 으잌ㅋ 아직 삼십대에요 ㅋㅋㅋ
Bobbylow // 나빠요 ㅋㅋㅋㅋㅋ 전 여자가 좋네용
바이러스 // 정의… 가 아니라 하얀 똥이 빗발치네요 ㅋㅋㅋ
곰횽 // 눙물….ㅠㅠ
cruel_pilot // 스키는 옛날부터 있던거라고 하네요. 중국건지는 모르겠지만 약 2500년 전 정도부터 비슷한 것이 있었다고 하니… 아마 이때도 이미 있지 않았을까 싶군용…ㅠ
즉 눈이 많이오면 이미 정찰병들이 스키타고 움직였다는 얘기가(…)
Dunkel // 하얀 똥이 내린다!!
슈비듀비 // 그 전에 투석기 써서 사기 저하를…!!
지친자의평온 // 이제 맛나게 치킨 뜯을 일만 남았네요 ㅋㅋ
백사킬러 // 감사합니다~
허니앙쥬 // 으 극혐 ㄷㄷ
페어리블러시 // 익주공략때 나오겠죠 ㅋㅋㅋ
Guaaaaak // 그나마 봄은 살만하네요… ㄷㄷ
히히
그럼 내일 봅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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