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42
가 사형의 집무실에서 나오며 생각했다.
그가 사람 죽이는 취미가 있어서 저들을 전부 죽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후 포로에 대한 처리는 두가지 방법이 있었다.
처형.
아니면 회유.
순서가 좀 다르기는 했다.
나는 모용호발을 앞세워 적 군세를 약화시켰다.
전쟁은 끝난 것이나 적들을 포로로 잡고 회유하여 그들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택했다.
그럼으로써 군사력과 노동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가 사형은 그들을 전부 죽여 위국의 힘을 보여 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전시에 수만을 죽인 것과 전후 포로로 잡은 이들을 몰살시키는 것.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회유책은 다시 배신한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그들을 끌어들임으로써 군사력과 노동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식량의 소비가 늘어나고 가 사형의 말대로 너무 유하다는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죽어라 치고박고 싸웠던 이들이 순순히 용서해준다면?
당연히 적대하는 이들은 밑져야 본전이니 한번 개겨본다고 생각할 것이다.
패배해도 마지막에 항복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적대감을 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가 사형이 했던 것처럼 싹다 죽여버리는 방법을 쓴다면?
이 또한 장단점이 있었다.
건들면 죽는다는 공포를 적들에게 심어 줄 수 있다.
전투에 있어서 전의는, 그리고 사기는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전황이 불리해진다면 위국의 강대함과 잔혹함에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져 탈주하게 된다.
저들은 포로로 잡은 이들도 그냥 죽여버리는 무시무시한 놈들이다.
특히 저 가후라는 인물은 더욱 그렇다.
전투에서 밀리게 되면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도망치는 이들이 생긴다.
아니면 모용호발이 그랬던 것처럼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게 할 수도 있고.
하지만 이 방법이 마냥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과거 진나라때 백기는 장평에서 저항하던 병사들과 백성들을 전부 생매장시켰다.
포로로 잡아도 저항을 하고, 또 그들을 먹일 식량이 부족했다.
거기에 백기가 활동하던 시대는 천하가 통일되지 않고 각 군웅이 스스로를 왕이라 자처하던 시다.
백기의 입장에서는 진의 위엄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약 수십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생매장하여 죽인 백기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 공포심을 이용해 많은 전장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한다.
무패의 백기.
최강의 백기.
많은 이들이 그를 칭송했다.
하지만 그만큼 욕도 엄청나게 먹었지.
백기의 잔혹함에 이를 갈며 진의 신료들도 그를 거부하게 되었다.
결국 진의 재상인 범수에게 모함을 받아 좌천당하고 마지막에는 자결을 명 받게 된다.
아무리 필요했다지만 과도한 잔혹함을 보였다는 이유로 결국은 버림받은 것이다.
그의 안타까운 마지막은 잔혹함이 불러온 참사라고 할 수 있었다.
비록 탁발부가 반기를 들고 공격한 것이지만 항복한 이들, 그리고 굶주려 고통받는 이들까지 죽였다는 것.
이것을 가지고 명가나 명사들, 그리고 신료중에서도 입방아를 찧을 수도 있었다.
장군으로서는, 그리고 책사로서는 훌륭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정자들이나 학자들에게 있어서는 그저 잔혹한 살인마 밖에 되지 못한다.
“…이것도 내가 막아야 하는 건가.”
분명 전쟁이 끝나면 가 사형에 대한 공격이 있을거다.
음…
내가 할 일이 늘어나버렸군.
장수의 행동에 대해 규탄하는 것이 정치가라면 그것을 막는 것 역시 정치가다.
어쨌든 가 사형의 뒤는 나와 양 사형이 있으니 어떻게든 막아 줄 수 있겠네.
난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손에 들린 상자를 보았다.
“그나저나 이건 어떻게 키워야 하나.”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책에 의하면 삭주에서 키웠는데 그럭저럭 잘 자랐다고 한다.
그럼 좀 추운 곳에서 자란다고 봐야 하는 건가?
으으.
처음 보는 작물을 기르는데 그저 기록만 가지고 키워야 하다니.
부담감이 크다.
“그게 뭡니까?”
나를 기다리고 있던 하후상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들어갈 때는 빈 손이었는데 나올때 상자 하나를 들고 나오니 의아해하는 것이다.
난 상자를 열어 작은 무 조각 하나를 그에게 주었다.
“감채(甘彩)라는 거다. 삭주의 몇몇 부족들이 기르던 작물이라고 하더군.”
“음… 달다. 이렇게 단무는 처음이군요.”
“그렇지? 이걸로 당을 만들 수 있다더라.”
단무.
감채라 불리는 사탕무를 씹으며 그 달달함에 좋아하던 하후상은 입을 쩍 벌렸다.
더럽게 뭐하는거야?
떨리는 눈으로 날 보던 그는 꿀꺽 감채를 삼킨 후 말했다.
“…자, 잠깐. 당이면 그거 아닙니까? 서역의 고급 약재?”
“본 적 있냐?”
“아뇨. 조가와 하후가의 어르신들에게 들어 본 적만 있습니다. 그 달기가 꿀과 비교해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그리고 장생의 영약이라고.”
설탕이 장생의 영약?
이건 또 처음 듣는군.
워낙 귀한 물건이라 그런지 허무맹랑한 소문이 퍼졌다.
“뭐… 장생의 영약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귀한 것이지.”
이유하의 세계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지만 나도 한번도 먹지 못했던거다.
나도 나름대로 부자에 속한다.
그런데도 먹지 못할 정도라면 진짜 귀하다는 거다.
돈이 있다고 해서 먹을 수 있는게 아니라는거지.
관평도 신기해하며 무를 받아 우물거렸다.
“넌 뭐 아는거 있냐?”
“유주에 있을 때 몇몇 이민족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삭주에 있는 어떤 부족이 신기한 무를 기르는데… 그 무가 무척이나 달다고.”
“그래?”
“예. 하지만 본 적도 없고, 또 그들도 그리 많이 기르지 않는다는 정도만 들었을 뿐입니다.”
삭주의 유목민들이 작물을 기른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하긴 누가 생각했겠냐.
유목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작물을 기른다는 것을.
난 상자를 닫은 후 말했다.
“음… 견가로 가자.”
“예? 견가는 왜?”
“견가에도 한번 맡겨보려고.”
아까 책을 봤을 때 감채가 잘 자라는 지역은 건조한 지역이라고 했다.
내가 알기로 견가가 보유하고 있는 농장 중 한 곳이 건조한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한번 길러보게 해야겠다.
사분지 일은 견가에서 키우고 절반은 진가윤에서 키워보고.
나머지 사분지 일은 산양군에서 키워야지.
어떤 환경에서 자랄지 모르는 만큼 분산시켜서 키워보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잘 자라겠습니까?”
“글쎄다… 삭주에서 키웠다고 하는데 실제 이 감채가 자라던 곳은 더운 곳이라고하니…”
중요한 것은 건조함.
그 건조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중요했다.
난 아까 봤던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이거 이래가지고 신농의 재림이라는 이름이 빛을 바라는거 아니야?”
“승상부주라면 성공하시겠지요.”
“글쎄. 이것만큼은 나도 자신이 없군.”
상자 안에 있는 씨앗을 보며 난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안문군에 식량을 좀 보급해주고 견가에 들러 감채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견엄은 난감해하며 이런 특수한 작물은 기르기가 힘들다며 사양했다.
당장 올해 농사를 위해 밭에 전부 종자를 뿌릴 준비를 해 놓은지라 따로 쓸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쉽구만.
그래도 억지로 줄 수는 없었다.
내년에 여유가 되는대로 준비하겠다는 답변을 받고서야 난 다시 업으로 향할 수 있었다.
벌써 2월이 지나 3월이 되어간다.
업 인근에 도착한 나는 환영을 위한 인파를 보며 웃었다.
“야야. 웃어. 손 흔들고.”
“윽… 전 이런 건 좀.”
“익숙해져라. 응?”
선두에 있는 하후상과 다르게 관평은 내 옆을 호위했다.
덩달아 환영을 받게 된 관평이 어색해하자 난 그에게 한소리 했다.
얘도 이제 슬슬 선두에서 나서야 하는데 이런 환영행사에도 익숙해져야 할텐데.
걱정이다.
천장이 없는 꽃마차 위에 선 채 난 환호하는 백성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진표하!! 진표하!!”
“백전무패의 장군!!”
“위국의 별이여!! 위국을 수호하소서!!”
백성들, 그리고 나온 병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한다.
도대체 저 쪽팔리는 이명은 뭐냐?
거기에 백전무패의 장군이라니.
내가 한 전투가 백번은 안될텐데.
그리고 패배가 없는 것도 아니다.
거기다가 위국의 별?
하이고 진짜 완전 부담스럽다.
“대단하군요. 천신장에 별에…”
“하아… 이 또한 현혹의 수법이지. 참 별 짓을 다하네.”
누가 이런 수작을 부렸는지 알 것 같았다.
난 성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보며 쓰게 웃었다.
보나마나 저런 과한 별칭을 만들어낸 것도 저 인간일거다.
양수.
위국의 승상이며 뛰어난 꾀를 낼 수 있는 자.
그리고 그 옆에 서서 능글맞게 웃는 위왕 조앙.
저 둘이 수작질을 해서 일부러 저런 환호를 내게 한 것이다.
뻔하다.
이번 삭주와의 전쟁에서 까놓고 말해 위국이 얻은 것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황충에 의한 피해도 모잘라 삭주에서 전쟁을 하다니.
오를 정벌함으로써 최소한 장강을 얻고, 거기에 따뜻한 땅을 얻어 올해 농사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삭주는?
저기는 추워서 얻어봤자 뭘 해야할지도 모르는 곳이다.
농사도 짓기 힘들어.
하다못해 목장을 짓는 것도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탁발부를 쳐내고 모용부를 밀기로 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결국 이번 일로 얻은 실질적인 성과는 하나다.
기껏해야 유주에서 닭과 오리의 양식을 시작했다는 것.
그 외에 얻은 것은 없었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괜찮지만.
하지만 사람들은 눈 앞을 보는 이들이다.
당장 얻은 것이 없다면 실망하고 안타까워한다.
그런데도 이런 환영행사를 한다는 것은 침체되어 있는 위국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하는 것이다.
영웅의 탄생.
영웅이 모습을 드러내면 사람들은 환호한다.
그것이 실제 자신들의 삶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뻐하게 되는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 온 나를 열렬히 환영함으로써 백성들의 충성심을 향상시킨다.
그리고 지금 익주 쪽으로 가 있는 장군부와 병사들에 대한 사기를 올려준다.
환영행사 하는데 돈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지만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으니 이런 쪽팔리는 환영식을 한 것이겠지.
난 애써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업의 성문 앞에서 멈췄다.
“다녀왔습니다. 전하.”
“음. 그래. 삭주의 이민족 토벌을 성공했다고 들었네.”
“예. 병주목과 유주목, 그리고 각 지역의 백성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런가… 죄인들은 잡아왔나?”
“예.”
가 사형에게 받은 탁발힐분, 그리고 탁발정은 뒤의 수레에 묶여서 감시받고 있었다.
내 대답을 들은 양 사형은 진중한 어조로 외쳤다.
“삭주의 악랄한 유목민들에게서 위국을 구한 그대들이여!! 위국은 그대들을 찬양한다!!”
“와아아아!!”
“위국을 지키기 위해 쓰러져간 영령들을 숭배한다!!”
“와아아아아아~~!!”
“위대한 용사들이여!! 그대들을 경배한다!!”
조앙은 한걸음 나서서 나와 하후상, 그리고 관평을 끌어안아주었다.
내가 뭐가 예뻐서 이런 수염투성이 남자랑 포옹까지 해야하나 싶다.
남들이라면 감격에 몸을 떨 것이다.
왕이 직접 나와서 환영을 해주고 이렇게 일일히 안아준다면 모두의 사기도 오르겠지.
그런데 난 아니야!!
선두에 있던 흑귀대원들을 꽉 안아 준 조앙은 뒤로 물러나며 외쳤다.
“고생한 그대들에게!! 그리고 병주의 용사들에게 위왕의 이름으로 위문품과 포상품을 보내도록 하겠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되게 생색을 낸다.
그런데 저거 원래 승전하면 받는 것들이다.
지금까지 승전하면 승전 공로를 인정받아 꾸준히 줬던 건데 뭐 좋은 거 주는 것처럼 저러는지.
“와아아아!!”
“위왕 전하 만세!!”
“영원토록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속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위왕의 관대함, 그리고 현명함을 칭송하고 있었다.
이런 선전 활동에 쉽게 휩쓸리는 것을 보니 참 안타까웠다.
하긴.
우리같은 정치가들은 이럴 수록 편하기는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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