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26
00126 천하최강의 의미 =========================
다음날이 되고 정찰을 나갔던 병사들이 돌아왔을 때 우리는 자연스레 긴장했다.
팽성군에서 여포군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조만간 있을 전투의 긴장감으로 묘한 흥분감이 부대를 감쌌다.
“여보.”
“아버지 옆에 붙어 있어.”
“네…”
영이가 참모로서 잘 움직이겠지만 굳이 영이까지 전투에 나설 필요는 없었다.
일반병 이천명은 아버지가 이끈다.
실질 전투는 각각의 부대장이 이끄는 것이다.
좌군에 장합과 서황. 우군에 전위와 허저.
중앙군에 나와 감녕, 여영기.
후군에 아버지와 영이, 그리고 요화.
각 진영마다 백귀대와 흑귀대의 배치를 적절히 했고 나머지는 후군에 몰아 넣었으니 우리가 전부 밀리지 않는 이상 후군이 전투를 할 일은 없을 것이다.
후군이 전투를 하면 그냥 망했다고 봐야된다.
“어이. 괜찮냐?”
“후우우… 좋아. 괜찮수.”
저번에 도 한자루만 가지고 갔다가 낭패를 본 것 때문인지 감녕은 양쪽 허리에 소검, 등에 장도, 한손에는 장창까지 들고 있었다.
아예 작정을 한 모양이다.
산양군의 대장장이를 갈궈보았지만 명도나 명검 수준을 만들어내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장인들 좀 모을걸.
“여영기. 너는.”
“저도 괜찮아요.”
“좋아… 작전대로 가면 좌군과 우군이 각각 장료와 고순을 상대할거다.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여포군의 주군… 즉. 여포다.”
정찰병이 알아 온 정보에 의하면 적병은 약 육천가량. 진형은 우리와 마찬가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좌군과 우군, 중앙군, 하지만 근처에 팽성군이 있다는 것 때문이지 치중이나 물자를 지원할 후군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닥치고 돌격하기 위한 전법에 좋은 건데.
무슨 생각일까.
“알고 있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서황과 장합이 길을 만들어 줄거다. 여포는 기병을 이끄는데 익숙한 만큼 돌파를 쓰는 전법을 쓸 것이고.”
“알았수. 좀 그만 말하쇼. 귀에 못이 박히겠네. 그냥.”
“쯧. 걱정되서 그러는 거다. 걱정되서. 네가 흥분해서 날뛸까봐.”
“내가 애유?”
피식 웃으며 감녕은 내 허리를 툭툭 쳤다.
나와 감녕을 보며 여영기는 부드럽게 웃었다.
“힘내서… 아버지를 잡아요.”
“음. 어… 그래.”
떨떠름히 답하는 감녕을 향해 난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후회는 없다. 어떤 선택도 받아들이겠다.”
감녕의 표정이 굳었다.
장창을 잡은 손에 힘을 넣는 것인지 그의 팔뚝에 핏줄이 돋아나는 것이 보인다.
“요격을 올테니 일단 기다리자. 적은 수의 병력이 많은 수의 병력을 잡는 전략 중 가장 좋은 것은 함정이야. 함정이 있는지 확인을 하면서 가야하니까…”
“왔다.”
“오오… 함정따위는 없었던가? 근데 이상하군.”
“…왜 오지?”
농성이 아닌 요격을 하는 것도 이상했다.
백번 양보해서 팽성이 작은 성이라 농성을 하기에는 불리하다는 것 까지 친다면 그럴수 있다고 하더라도 요격을 하는 주제에 왜 지들이 움직이는걸까?
이해를 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는 적들을 노려보며 난 검을 뽑았다.
“산양의 병사들이여!!”
“오오오오!!”
병사들의 훈련에는 나도 참가했었다.
지금 내가 이끄는 본대에서 내 얼굴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말을 타고 병사들의 사기를 높인다.
나름 많은 훈련을 했지만 실제 저정도 되는 대군과 전투를 치루는 것은 처음인 병사들도 있었다.
그들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서 난 멀리 흙먼지를 피우며 달려오는 적군을 가리켰다.
“저들이 두렵나!!”
“아닙니다!!”
“저들이 강한가!!”
“아닙니다!!”
“저곳에 천하 최강이 있다!! 죽음이! 두려운가!!”
“아닙니다!!”
“오늘!! 우리가!!!”
여영기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난 말고삐를 비틀어 전방을 향했다.
좌군과 우군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 보인다.
전투가 시작되면 중앙군이 적군의 돌격을 막고 좌군과 우군이 여포군의 좌, 우군을 공격.
병력의 질이나 장수 면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 만큼 그들은 빠르게 장료와 고순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는 병력을 이용해 포위망을 만든다.
간단한 포위진이지만 돌격을 버틸수만 있다면 괜찮은 전법이다.
전의를 다지는 병사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외쳤다.
“천하 최강을 잡는다!!!”
****
“장군. 아가씨는 중앙군에 있는 모양입니다.”
정찰병의 보고에 의하면 적군은 좌군과 우군, 그리고 중앙군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 중 중앙군에 병사들을 이끄는 여장군이 있다고 한다.
산양군에 있는 여자 무장은 여영기 하나 뿐.
그렇다면 그녀가 여영기일 것이다.
“그런가. 장료, 고순.”
“예.”
“하명하십시요.”
“그동안 함께해서 고마웠고…. 이제 다시는 만나지 말자.”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섭섭하게.”
“하하하!! 이번 전투에서 이기든 지든 내가 살 수 있는 길은 없거든. 그러니까 너희들은 죽지 말고 살아다오.”
“쯧. 천하 최강답지 않은 말씀입니다.”
고순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은 후 자신의 검을 꽉 잡았다.
“이 고순. 무슨 일이 있어도 장군을 따를 것이니 쓸데없는 소리는 마십시요.”
그동안 여포를 따르면서 그가 이런 식으로 전투를 치룬 적이 없던 것을 아는 고순이었다.
팽성을 지키기 위해서 천여명의 병력을 놔뒀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진의록에게 팽성의 수호를 맡긴 것은 유쾌한 그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여포의 마지막 희망 때문이었다.
멋도 모르는 그는 천하최강과 함께 전장을 달리고 싶다고 했지만 고순과 장료는 그를 만류했다.
“저 역시 평생 따르겠습니다.”
“정말이지 말도 더럽게 안듣는 녀석들이군.”
“저희가 이렇게 된 것도 장군 탓입니다. 장군이야 말로 이상한 말하지 마십시요.”
장료와 고순이 웃으며 무기를 들어 올리자 여포는 입맛을 다셨다.
언제나 함께 했던 이들이다.
그렇다면 믿을 수 있다.
“그럼…”
천천히 말고삐를 잡은 여포는 방천화극을 잡은 손에 힘을 넣었다.
“가자. 저곳에서 영기가 날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육천대 만오천.
거기에 그것은 단지 1군에 불과했다.
2군까지 포함한다면 자신들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겠지.
아마 1군을 이긴다 하더라도 2군에게 자신들은 죽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살아날 방법은 없다.
장료는 죽음을 각오하며 여포를 보았다.
평생을 따르기로 한 만큼.
“죽음 역시 따르겠습니다.”
장료의 말을 듣지 못한 척 여포는 말 고삐를 흔들었다.
그가 앞서 나가자 장료와 고순은 어깨를 으쓱이고 서로를 향해 주먹을 내밀었다.
고순의 왼주먹과 장료의 오른 주먹이 부딪힌다.
“간다. 놓치지 말라고.”
“너나 놓치지 마라.”
씩 웃으며 그들은 말의 고삐를 크게 흔들었다.
“적을 친다!! 적병의 수가 많다 하나!! 우리에게는 천하 최강이 있다!!”
“와아아아!!”
기세는 약하다.
하지만…
차라리 이게 낫다.
천하 최강이 치룰 마지막 전투를 위해서는 차라리 이것이 낫다.
“가자!!!”
멀리 적군이 보인다.
자신들이 오고 있는 것을 본 적군이 빠르게 진형을 갖추는 것이 정에병들로만 모여 있는 듯 했다.
이미 모든 면에서 밀린다.
저들은 작정을 하고 나온 것이다.
병사들의 수, 질, 그리고 장수들까지.
저들은 이기고자 하고 아군은 지고자 한다.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하지만 반드시 해내야 하는 것이 있다.
“장군!! 부디 무운을!!”
“음!!”
선두에서 중앙군을 홀로 이끄는 여포가 여영기에게 가게 만들어야 한다.
고순과 장료는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적의 좌군과 우군이 움직여 자신들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 보인다.
거기에 여포가 중앙군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으려는 것이 보인다.
그렇다면 막는다.
“하아아압!!”
척 봐도 숙련병으로 보이는 이가 방패를 들어 막는 것을 보며 장료는 언월도를 휘둘렀다.
일반 병사라면 버티지도 못하고 나뒹굴어 죽어버릴 힘이 담겨 있는 공격임에도 불구하고 두명의 병사가 한몸이 되어 그것을 막는다.
물 흐르듯 움직이는 것에 장료는 이를 갈았다.
“네놈이냐! 흥패에게 고전했다는 놈이!!”
“흥. 흥패에게 고전했다니. 그럼 우리라면 반드시 잡을 수 있겠군.”
“…그대들은?”
여포에게 가지 못하게 병사들은 움직이며 최대한 시간을 끈다
그것이 자신의 목적.
척 봐도 보통이 아닌 듯한.
저번에 상대한 감녕이라는 자와 비슷한 실력을 가진 듯한 거구의 사내들이 말을 타고 다가오자 장료는 가볍게 언월도를 고쳐잡았다.
“장합. 산양군 도위.”
“마찬가지로 산양군 도위. 서황.”
“…산양군에는 괴물들만 모여 있나보군.”
피식 웃으며 장료는 장합과 서황에게 언월도를 겨눴다.
“천하 최강. 비장군 여포를 따르는 자. 장료다. 너희의 무. 시험해주지.”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그를 향해 장합과 서황은 어이없다는 듯 웃은 그에게 달려들었다.
“너따위가!?”
“우리를 시험할 수 있을 것 같나!!”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으며 달려드는 그들을 본 장료는 씨익 웃었다.
‘부디 성공하시길.’
******
“헤에… 온다.”
적의 좌, 우군과 아군의 좌, 우군이 부딪히는 것이 보였다.
멀리서 보아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군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초반 적군의 좌 우군에서 고순과 장료가 나왔는지 움직임이 주춤거리기는 했지만 정예병들을 앞세우며 착실하게 병력을 깍아먹고 각 군의 대장들이 움직여 고순과 장료를 제압한다.
그들이 움직이지 못한다면 나머지 병사들은 아군의 정예병에 비해 쭉정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나면 남은 것은 여포 뿐.
중앙군을 이끌며 돌파를 시도하는 여포를 향해 이를 드러낸 나는 검을 들었다.
“방패!!”
“오오오!!”
뭔 깡인지는 모르겠지만 냅다 돌진해 오니 받아주는 수 밖에.
저번에는 기습이기에 제대로 준비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단단히 준비했다.
흑귀대가 2인 1조가 되어 일반 방패보다 더욱 두꺼운 방패로 기병의 움직임을 제압하고 그 뒤에서 창병들이 틈을 통해 창을 내민다.
뿐만 아니라 궁병들은 단궁을 들어 적이 사정거리에 들어왔을 때 최대한 빠르게 활을 쏴 적 기마대의 돌격을 막고 수를 줄인다.
어디 한번 단기 필마로 어디까지 할 수 있나보자.
“감녕, 여영기. 준비 됐나?”
“음. 맡겨두쇼.”
“예.”
“온다. 쏴라!!”
단궁의 사정거리 안에 기병들이 들어왔다.
단궁수들 쏘아낸 화살에 맞은 기병들이 속속들이 낙마하고 기병을 따르던 보병들이 쓰러진다.
하지만 여포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말을 더욱 빠르게 놀릴 뿐.
“….밧줄!!”
흙바닥에 숨어 있던 병사들이 일어나며 밧줄을 힘껏 잡아 당겼다.
그것을 발견한 여포와 몇몇 기병들은 말을 움직여 뛰어넘었지만 그들을 바짝 따르던 기병들은 밧줄에 걸려 쓰러졌다.
낙마하며 목이 부러진 이도 있지만 멀쩡한 이도 있었다.
지금 그들을 처리할 시간은 없다.
단궁병들이 다시 시위를 겨누고 쏘아낸다.
여포를 따르는 병력은 점점 줄어가고 있지만 여포는 멈추지 않았다.
마치 한방에 끝내겠다는 듯 미친 황소처럼 돌진하는 그를 보며 난 이를 드러내었다.
“방패!! 기창!!”
방패병들이 몸에 힘을 준다.
여포가 오는 방향이 아닌 다른 곳에 있던 방패병들이 움직여 포위벽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움직이며 여포를 따르던 병사들을 갈라 놓는다.
소규모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 있지만 그곳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흑귀대나 백귀대가 포함되어 있으니 그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잡병은 관심없다.
지금 내가 노려보고 있는 것은 오로지 여포 뿐.
“하아아아압!!”
방패병들의 앞에 온 여포가 말 위에서 방천화극을 휘둘렀다.
전위와 허저마저도 물러나게 할 정도의 강력한 힘이다.
그렇다면 그 힘을 끊어 낼 필요가 있다.
“격!!!”
내 외침을 받은 방패 뒤의 창수들이 창을 내질렀다.
방천화극을 한번 휘두르겠다고?
열번의 창격을 막을 수 있겠냐?
“살을 주고 뼈를 취해주지.”
난 이를 드러내며 검을 잡았다.
만약 여포가 창격을 무시하고 방패병들을 공격한다면 오히려 좋다.
저들이 막는 동안 한번이라도 상처를 내면 이득이니까.
난 이번 전투에 많은 것을 투자했고 잃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흥!”
창이 내질러지자 여포는 콧방귀를 뀌며 말고삐를 잡고 흔들었다.
사람 키만한 높이의 방패가 막고 있는데 여포는 그것을 뛰어넘어버렸다.
“예상했다.”
장료의 기마술을 보며 여포의 기마술에 대해서 여영기에게 물었다.
저 방패 정도의 높이는 말을 이용해서 뛰어넘는 것은 여포에게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다음 전략을 생각할 수 있었다.
“이히히힝!!”
“큭!! 빌어먹을.”
언젠가 써먹을 것 같아서 많이 만들어두길 잘했지.
방패병을 세운 것은 여포를 막기 위함도 있었지만 그의 눈을 속이기 위함도 있었다.
여포가 착지한 곳에는 수많은 마름쇠들이 놓여져 있었다.
어느정도에 착지할지 몰라 꽤 넓은 범위에 깔아 두었다.
여포 하나 잡기에는 아까울 정도지만 상관없다.
물량전이라는게 이런 거니까.
“와… 결국 저게 쓰이긴 쓰이네. 무슨 뻘짓인가 싶었는데.”
감녕이 감탄하자 난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저거 만들기 진짜 힘들었다.
저 정도 만들 정도면 철제 농기구를 몇백개는 더 만들었을거다.
그동안 사람들이 저거 왜 만드냐고 궁시렁거리는 것을 묵살하며 만든 보람이 있구나!
나중에 잘 모아서 저걸로 다시 철제 농기구 만들어야겠다.
마름쇠를 제대로 밟은 말은 발굽이 깨졌는지 바닥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말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여포는 빠르게 몸을 세우고 자신의 몸에 몇개 박혀 있는 마름쇠를 빼내지도 않은 채 우리를 노려보았다.
“이놈드으으을!!”
“와봐!! 이 새끼야!!”
포효하는 여포를 향해 검을 겨눴다.
내 신호를 받은 병사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난 이를 드러내었다.
“넌 오늘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