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51
00151 신벌 =========================
군수.
지방의 군을 다스리던 관직이며 세금을 가장 잘 뜯을 수 있는 관직.
세금을 걷을 수 있는 의무와 권리를 가지면서 병사들을 징집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에 마음만 먹는다면 한달만에 어지간한 부호 이상의 재물을 쌓을 수 있는 자리.
매관매직이 성행했을 때 삼공의 자리보다 훨씬 비쌌고 그 자리를 가지게 되면 온갖 능력을 동원해 세금을 걷고 백성을 쥐어짤 수 있기에 명문가, 혹은 관직에 있는 이들은 자신들의 마지막 관직, 혹은 자식들에게 군수의 자리에 오르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었다.
백성은 쥐어짜도 괜찮다.
그들의 고혈은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
그들의 삶은 얼마든지 빨아먹을 수 있다.
그들의 고통은 군수의 기쁨이고 그들의 비명은 군수의 행복이고 그들의 굶주림은 군수의 식량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군수가 그랬으니까.
지금까지의 태수가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 그림을 붙여 놓으면 마마가 얼씬도 못한다고?”
“자네는 소문도 못들었나? 하비군의 군수님이시며 하비성의 성주님이신 진 군수님에 대해서?”
“듣기야 했지! 이 사람아. 그걸 모르겠나?”
하비군의 어느 시장에 쌓여진 그림들은 동전 한냥이라는, 시장에서 파는 그림치고는 꽤나 비싼 그림이었지만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었다.
“이건 천제님의 명을 받은 연주목의 그림이잖은가. 이건 얼만가?”
“그건 은 한냥.”
“으음… 비싸구만.”
“이 사람아. 당연히 비싸지. 연주목께선 하비성주보다 훨씬 위에 계신 분인데 같은 급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도 마마를 잡은 것은 하비성주인데… 에잉. 난 하비성주가 더 좋으니 하비성주의 그림으로 주게나. 그게 더 싸기도 하고.”
천제의 명을 받아 지상에 내려와 도탄에 빠진 천하를 바로잡고 부패한 관리들을 때려잡으며 백성을 아끼고 살피는 연주목.
그 연주목의 명을 받아 서주에 와서 마마를 물리친 진유하.
그들의 그림은 이제는 거의 액막이 수준으로 올라 있었다.
연주에 대한 소문은 이미 서주에 많이 퍼져 있었다.
기존의 다른 관리들과 다르다.
그들은 다르다.
그들은 지키며, 아낀다.
그들은 위정자로서의 본분을 지킬 뿐만 아니라 자신의 바른 뜻을 펼치려 한다.
“저런 분이 차라리 천자셨다면 세상이 이렇지는 않을텐데.”
가게에 크게 걸려 있는 조조의 그림을 보며 사람들은 입맛을 다셨다.
연주목은 강할 뿐만 아니라 자애롭고, 또 호탕하며 능력도 좋다.
한걸음 걸으면 백리를 가고 솔방울을 잡아 던지면 사악한 것들이 모두 도망친다.
연주의 백성들은 다른 주의 백성들에 비해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하늘의 뜻을 받은 진정한 이 시대의 구원자며 그를 따르면 복이 온다.
서주에 점점 부풀려져 퍼져가는 소문에 사람들은 감탄하며 연주목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연주에서보다 서주에서 연주목에 대한 평이 더욱 좋아질 지경에 올랐다.
“쯧쯧. 매관매직에 앞서고 백성들을 아끼기는 커녕 쥐어짜는 것만 원하던 그 더러운 황제보다 차라리 연주목이 낫지!”
“퉷! 얼마나 못났으면 등신같이 지 신하들에게 잡혀버려? 에잉!”
연주목 조조에 대한 평이 좋아지면 좋아질 수록 황제에 대한 평가는 나날이 낮아지고 있었다.
만약 서주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이런 소리를 한다면 당장 잡혀가 처형을 당해도 할 말이 없겠지만 이미 서주의, 특히 하비에서는 공공연히 일어나는 소문이었다.
그리고 그 소문을 들으며 시장의 구석에 있는 장터에서 술을 마시던 방통은 비릿하게 웃었다.
‘생각대로 흘러가는군.’
연주목에 대한 평가가 오른다.
그리고 그 연주목에 대한 평은 차후 천하로 퍼져갈 것이다.
‘진유하가 아니야. 조조가 되어야 해.’
이번 일에 조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방통이 친우인 진유하의 행동을 모두 조조가 시킨 일이다. 라고 한 것에는 이런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마는 재앙이며 신이다.
그것을 막은 자는 신의 자리에 올라도 무방하다.
허나 한낱 군수따위가 오를 자리가 아니다.
과한 명성과 명분, 칭찬은 적을 만든다.
그렇기에 방통은 그 적을 감당하고 막을 방패로 조조를 선택했다.
진유하의 행동은 조조의 뜻이다.
진유하의 업적은 조조의 명이다.
진유하가 마마를 막은 것은 하늘의 뜻을 받은 조조가 명했기에 행해진 것이다.
진유하도 대단하지만 그보다 조조가 더욱 대단하다.
그러므로 경계해야 하는 것은 진유하가 아닌 조조다.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진유하의 업적은 조조의 업적에 의해 가려지게 되지만 그만큼 위험 역시 줄어든다.
“크흐…”
수경원의 수칙.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용한다.
그것이 아군이든 적군이든, 상관이든 부하든 가리지 않는다.
방통에게 있어서 조조는 큰 의미가 있는 자가 아니었다.
그가 천하에 나온 것은, 관직에 오른 것은 오로지 형제나 다름없는 진유하 때문.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아무리 숙부가 난리를 쳐도 재야에서 술이나 퍼마시며 놀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하는 행동의 모든 것은 진유하를 위함이었지 조조를 위함이 아니었다.
“자. 서복. 너는 어떻게 움직일거냐.”
지금은 다른 곳에 있을, 어디서 뭘 하는지도 모를 또다른 형제를 떠올렸다.
과연 그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 것인가.
어떤 수를 두고 있을 것인가.
그토록 찾아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그도 그 나름대로 수경원과 우리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찾지 않는다.
자기 앞가림 정도는 쉽게 할 수 있는 녀석이다.
나중에 그가 가져 올 선물을 생각하자.
방통은 기분 좋게 웃었다.
탁주를 벌컥벌컥 마신 그는 남은 고기 안주를 입에 우겨 넣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이제 조조는 어떻게 움직일까? 과연 이 수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이 수는 유하를 위함이기도 했지만 조조를 시험하기 위한 수이기도 했다.
진유하보다 조조가 더 대단한 사람이다.
그러니 조조의 그림은 비싸게 팔려야한다.
백성들의 삶은 고달프다.
현재 하비성주인 진유하는 세율을 올렸지만 그만큼 그 세금을 이용해서 하비의 발전에 투자하고 있었다.
황무지를 개간하고 농법을 개량하고 소와 말을 사들여 농민들에게 빌려준다.
상업을 장려하고 쓸데없이 이권에 달라붙는 이들을 제거해나간다.
그럼으로써 백성들의 삶은 세금이 늘어났음에도 더더욱 좋아져만 갔다.
하지만 그런 백성들에게도 그림은 사치품에 불과한 것이다.
동전 한냥이라면 조금 아쉽지만 가족들의 행복과 안전을 기원하며 한두장 정도는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은전 한냥은 쉽게 구매할 수 없는 것이다.
조조의 업적은 인정한다.
조조의 인기는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매일 마주치고 매일 바라보며 매일 기원을 드리는 것은 진유하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연주목이 아닌 하비성주 진유하다.
그것을 인식하게 한다.
방통은 싸늘히 웃었다.
“하늘만 쳐다본다고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고귀함은 조조에게. 실리는 우리가.”
고개를 숙인 채 많은 것을 주워간다.
떨어진 이삭이라 하여 그것이 먹지 못할 것은 아니니까.
하늘을 바라보며 떨어지는 금을 받기 위해 강자들과 다투는 것보다 남들이 노리지 않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은을 주워가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방통의 입가에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
만약 조조가 알아채고 책망을 한다면 조조의 그릇은 거기까지다.
자신들이 끝까지 가지고 갈 방패로는 쓸 수 없다.
그렇다면 버린다.
자신들이 가꾼 만큼, 자신들이 만든 만큼 가차없이 버린다.
다른 누가 주워 쓸 수 없을 정도로 부숴서.
하지만 조조가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그렇다면 그가 인정하는 것이니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제는 조조가 수를 둘 차례다.
그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우리의 수가 결정될 것이다.
방통은 지금쯤 하비성 안에서 고심하고 있을 친우를 떠올리며 술병의 남은 술을 모두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자… 진유하. 형제여. 너의 다음 수는 뭐냐. 조조의 수에 대비해서 뭘 준비하고 있냐. 아니면…”
작게 키득거린 방통은 터덜거리며 하비성의 기루거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아야야야!!”
“아야야야? 지금 신음소리가 나와요!?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내 등에 영이의 작지만 매서운 손바닥이 날아들었다.
찰진 소리와 함께 난 비명을 내질렀고 영이는 빽 소리쳤다.
“어떻게 그걸 말 안할 수 있어요!?”
“미, 미안.”
영이는 똑똑하다.
내가 복귀하고 안심하며 펑펑 울었지만 그곳에 간 우리 모두가 마마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나에게 꼬치꼬치 캐물었다.
눈을 희번뜩 뜨며 묻는 영이에게 눌려 난 결국 모종의 방법을 썼다고 털어 놓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거다.
“화내지마.”
“화내는거 아니거든요?”
“아니 너 지금 누가봐도 화내는거야.”
영이의 예쁜 눈이 쭉 올라가서 무섭다.
그녀의 시선을 응시하며 쓰게 웃은 나는 영이를 끌어안았다.
“놔요! 당신은 더 맞아야해!”
“아니! 아니! 내 말 좀 들어봐봐!”
“변명은 죄악이라는 거 몰라요?!”
“끙. 아니. 진짜 이럴 수 밖에 없었다니까?”
난 필사적으로 영이를 달랬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열받겠다.
서황과 여영기에게 듣기로 영이는 매일 밤 울었다고 한다.
낮에는 서황과 여영기, 진규와 진등을 지휘하며 훌륭히 하비군에 일어나는 혼란을 제압함과 동시에 기존의 정책을 유지하여 내가 없는 동안 오히려 더욱 발전을 이루었다.
하려 했던 농기구들의 제작이 모두 끝났고 그것에 대한 대여 정책과 소를 사들여 그 소를 키우는 시설까지 만들어 놓았다.
거대한 우사와 농기구 제작소까지 만들어 놓은 것에 감탄하면서도 난 영이에게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왜 그런건데요?”
한참동안이나 달래고 끌어안아준 후에야 영이는 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말에 난 잠시 생각했다.
“사실대로 말해도 화 안낼거지?”
“안낼게요.”
“….”
거짓말.
난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레 말했다.
“나와 화타 어르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무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종두법을 썼기 때문이야.”
“종두…? 그게 뭔데요?”
“으음… 뭐라고 해야하나.”
화타를 거의 신처럼 모시는 그의 제자들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종두법이다.
소의 우두를 몸에 넣는다.
유학을 배운 이로서, 사람으로서 감히 시도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나야 이유하의 지식이 있었으니 할 수 있었던 것이고 화타 어르신은 마마에 대한 엄청난 증오를 가지고 있으니 한 것이다.
유 의원이야 두창에 걸린 이를 치료하고 싶은 마음이 그 두려움을 이겨낸 것이고.
과연 영이도 이해해주려나?
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말했다.
“우두에 대해서는 알지?”
“네. 소에 걸리는 거잖아요. 아하! 그 소를 태워서 제사를 지낸건가요?”
“…이 대사는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데.”
하긴,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겠지.
난 머뭇거리다가 내 손등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영이는 자신의 어깨를 보였다.
비슷한 형태의 상처자국.
“그때 내가 바늘로 찔렀잖아. 그런데 바늘에 찔린 것 치고는 상처가 대단했지.”
“네. 그때는 정말 열도 엄청나고 힘들었다구요. 그것 때문에 따라가지도 못하고.”
“하하… 그랬지. 그때 그 바늘에 뭐가 있었냐면.”
“…..”
“우두가 있었어. 우두를 네 몸 안에 넣음으로써 몸이 마마가 침입하지 못하게 한 거야.”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이해를 하지 못한 듯 영이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난 화타에게 들은대로 종두법의 원리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우두신을 몸에 받아들이고 신체가 우두신을 이기게 한다.
그럼으로써 신체는 마마신의 침입을 막는다.
차라리 이게 낫다.
이유하의 지식대로 면역체계니 뭐니 바이러스가 뭐니 떠들어대는 것보다 차라리 이게 이해가 더 잘 갈 것이다.
아무런 말 없이 그 이야기를 듣던 영이는 고개를 끄덕인 후 아무런 말 없이 내 몸을 잡았다.
화 안낸다며.
난 떨떠름히 내 등을 내밀었고 영이는 냅다 내 등을 후려쳤다.
“끄악!”
“이걸로 용서해줄게요. 어떻게 사람의 몸에 말 한마디 안하고 그런 짓을 할 수 있어요!?”
“아, 아니. 말하면 너 못하게 했을 거 아냐!”
“그…거야 그렇지만.”
“말 한마디 안하고 이런 짓을 해서 미안해. 그렇지만 내가 왜 이렇게 했는지는 알잖아.”
“…알죠. 당신 마음을 제가 모르면 어쩌겠어요. 그래도 말 한마디만 해줬으면.”
“섭섭해하지마. 나로서는 그때 당시 그게 최선이었어. 널 지키고 싶었다고. 마마는 나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놈이야. 화타 어르신마저도 평생을 싸웠지만 종두법 외에는 방법을 찾지 못했어. 그리고 그 종두법은… 너도 알다시피.”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겠죠.”
영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의견에 동의했고 난 쓰게 웃었다.
알고 있음에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바로 종두법이다.
“다시 한번 말 못해서 미안해. 그래도 이해해줄거지?”
“….흥.”
“삐지지마아~”
영이는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난 등짝이 화끈거리는 것도 잊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다행히 날 밀쳐내지는 않는다.
“그래도 좀 섭섭해요. 말해줬으면 그래도 당신이 하는 거니까 이해해줬을텐데.”
“미안해. 그래도 나는 솔직히 좀 겁먹었거든. 화타 어르신을 신처럼 모시는 그 제자들도 정색하며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종두법이야. 만약 네가 거절하고… 훗날 마마에게 너를 잃기라도 한다면 난 내 자신을 용서 못했을거야. 그러니까 이해해줘. 이건 너를 위함이기도 했지만 나를 위함이기도 했어.”
내 말에 영이는 한숨을 폭 내쉬고 고개를 돌려 날 보았다.
“눈 감아요.”
“응.”
순순히 눈을 감았다.
입술에 따뜻한 감촉이 닿는다.
영이는 쓰게 웃으며 내 머리를 꼭 끌어안았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요. 나 정말 무서웠단 말야. 당신이 마마에게 죽을 줄 알고…”
“알았어. 미안해. 다음부터는 안그럴게.”
“또 나한테 숨기는 건 없죠?”
“…….”
숨기는거야 있지.
이유하.
그리고 삼국지.
난 머뭇거렸고 영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솔직히 말해볼래요?”
“어. 음. 그게 말이지.”
“대답 안하면.”
“으응?”
내가 떨떠름히 올려다보자 영이는 히죽 웃으며 날 밀쳤다.
침상에 누워버린 내 위로 올라오며 영이는 작게 속삭였다.
“몸에다가 물어볼거에요.”
오… 몸으로 하는 대화.
그거 좋은 대화수단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