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89
00189 너를 믿는게 아니야 =========================
“끝났나보군.”
전투를 하던 이들이 하나 둘 씩 무기를 내린다.
주유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아보였다.
그렇겠지.
관우가 협력했다고는 하나 원술군도 만만치는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원술군의 장수들이 아예 방어는 도외시하고, 탈출을 포기하고 손가의 병사들을 죽이러 다녔으니까.
철저하게 몰리는 것을 피하고 어떻게든 한명이라도 죽이려 하는 것을 보며 주유는 어찌 할 바를 몰라했다.
저기에 끼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이 병사들을 지휘하며 원술군의 장수들을 잡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묶여 있었고 동료들이 싸우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관우를 보내길 잘했네.”
손가의 피해는 컸지만 그래도 전멸은 아니었다.
대충 절반 이상은 살아남은 듯 보였으니까.
관우가 빠르게 원술군의 장수들을 제거한 것이 큰 도움이 된 모양이다.
“돌아왔소.”
“수고했어. 관평. 괜찮냐?”
“네.”
“가서 쉬어. 뒷정리는 우리가 할테니까.”
“알겠소.”
관우는 무뚝뚝히 고개를 끄덕인 후 주유를 한번 바라보았다.
뭐지?
그의 표정이 복잡한 것을 무시하며 난 말을 움직여 전장으로 향했다.
힘든 전투였는지 병사들의 표정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그들을 무시하며 손책에게 다가간 나는 빙긋 웃었다.
“자. 이제부터 대화를 할 시간이 되었군. 따라오겠나?”
손책은 나를 말없이 노려보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원술군을 완전히 무찔렀다.
살아남은 이는 거의 없었다.
포로 자체가 필요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감녕과 서황에게 말해 도망치는 이들마저도 모두 잡아 죽이라 말했던 나는 감녕과 서황이 병사들을 몰고 오자 양 팔을 벌렸다.
“하비에 온 것을 환영하네. 나의 동반자여.”
수천의 군세가 양 옆에 끼고 나를 따르던 군세가 뒤에서 몰려온다.
삽시간에 포위되어버린 손책은 천천히 고정도를 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불만이라도?”
“…있다면?”
손책의 눈이 번뜩이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있어도 참어.”
다친 손가의 병사들을 병영에 넣어두고 치료를 맡겼다.
쟤들은 알아서 하라고 하고… 난 손책과 함께 서 있는 세 장수들에게 살짝 목례했다.
“반갑군. 하비성주 진유하다.”
“정보라고 합니다.”
“한당.”
“황개라 하오.”
아버지와 비슷한 또래의 장수들은 날 보며 어찌 대해야 할지 몰라하고 있었다.
손책의 지시에 따라 원술군을 치기는 쳤지만 그들은 자세한 사정을 몰랐다.
내가 이렇게 환대해준 것이 이상하겠지.
“주유. 설명해라.”
“에… 백부에게도 말했지만. 하비성주님과 손을 잡기로 했습니다.”
“손을 잡아? 말은 똑바로 해야지. 내 밑으로 들어오는 것이잖아.”
“아직은 아닙니다만. 백부가, 그리고 이 분들이 납득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또한 저 역시 당신을 인정하지만 제 주군이 인정하지 못한다면 당신을 따를 수 없습니다.”
“그럼 여러분 모두 여기서 객사하시겠다?”
내가 웃으며 묻자 손책과 그의 장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힘으로는 안된다는 건가.
“뭐 좋아. 어차피 간단하게 일이 풀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주유. 손책과 나머지 분들을 데리고 하비를 한바퀴 돌고 와. 그리고 이걸론 식비 해결하고.”
“알겠습니다.”
주유에게 돈주머니를 던져 주자 그는 그것을 받았다.
어이없어하는 손책과 나머지 장수들을 데리고 그가 밖으로 나가자 팔짱을 끼고 내 뒤에 서 있던 방통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야. 이걸로 되겠냐?”
“안되면 어쩔 수 없지.”
손책을 꺽는 방법은 힘이 아니다.
그의 의지를, 신념을 꺽어야 한다.
손책이 따르는 신념은 손견의 대의.
내가 그의 대의라는 것만 알게 해주면 된다.
방통의 질문에 난 웃으며 대꾸했지만 그는 영 불안한 눈치였다.
“그냥 깔끔하게 죽이는게 나을지도 몰라.”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한숨을 내쉬었다.
손책과 주유, 그리고 손가의 사람들을 여기서 모두 제거했다고 치자.
그렇게 된다면 강남에 있는 손가의 후손인 손권은 손가의 어린 가주가 되겠지.
그를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오나라의 군주로 조조, 유비와 싸울 정도의 군웅이다.
비록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는 오나라를 세울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그런 것을 떠나서라도 문제점은 있었다.
만약 손권이 결국 손가를 다시 세우지 못했다고 한다면 강남은 계속 무주공산일 것인가?
답은 아니오다.
지방의 유력한 호족들은 많았다.
유요, 혹은 유표나 사섭, 내가 모르는 몇몇 군웅들.
강북에서 조조와 나, 그리고 원소가 박터지게 치고 박고 싸우기 시작하면 강남에는 신경을 쓸 수 없을 것이다.
원소가 하북을 완전히 점령한다면 정말 서주와 연주의 모든 자원과 기술력을 총 동원해야 원소를 상대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에 친다 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쉽게 이길 수 있다 장담할 수 없다.
“유우를 설득하지 못했고 공손찬과 손을 잡지 못했어. 그런 이상 강남에 대한 견제는 반드시 해야 해. 난 그걸 손책에게 맡겨 볼 생각이야.”
파촉의 유장이 기어나와 강남을 먹을 수도 있고 다른 군웅들이 강남을 차지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손책과 주유를 잡은게 그냥 헛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비록 문화적으로 뒤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따뜻한 기후를 이용하면 이모작도 가능한데다가 잘만하면 삼모작까지도 할 수 있는 땅이다.
도적과 외적들이 꽤 있다손 치더라도 강남 일대를 차지한다면 서주나 형주를 통해 강북으로의 진입이 가능하고 그리 된다면 조조나 나에게 있어서 장기적으로 무척이나 골치아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마음 같아서는 싹 다 쓸어버리고 싶지만… 그래봐야 큰 의미가 없지.”
내가 손가를 삼킨다 하더라도 새로운 오나라는 반드시 생겨난다.
원하는 것은 손가를 삼킴으로써 오나라를 한번에 먹으려는 것이지 그냥 손가의 무장들을 삼키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해야한다.
불안하더라도.
손책이 인식하고 주유가 인정하고, 다른 장수들이 굴복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백문이 불여일견.
나에 대한, 서주에 대한 소문은 나름대로 퍼졌겠지만 아직 실제로 보지 못했다면 더욱 좋다.
보고 결정해라.
그렇기에 난 주유에게 손책과 다른 장수들에게 하비를 보라고 말한 것이었다.
“흐으음…”
하지만 방통은 영 불만인 듯 싶었다.
“뭐냐? 너, 설마 주유를 의식하는거냐?”
“응? 에이~ 설마~”
“너무 죽이려고 하는데? 문제라도?”
“아니 그런건 아니고… 에이. 모르겠다. 이럴땐 그냥 네 선택에 맡겨야지. 주유가 그랬던 것처럼.”
“책사 주제에 좀 생각해라.”
“에이~ 생각은 엄청 하지. 그래도 난… 그 뭐시냐.”
방통은 볼을 긁적거리더니 한숨을 내쉬고 차분히 말했다.
“너를 믿으니까.”
“응?”
얘가 뭔 소리를 한거지?
“네가 알아서 잘 하겠지. 오오~ 천신장 하비성주님께서 다 해주실거야~”
말을 마친 방통은 앞서 걸었다.
왠지 모르게 발이 빠르다.
“짜식! 부끄러워하는거냐?”
“미친.”
날 믿는다는 말.
부하인 감녕이나 흑귀대, 아내인 영이나 다른 부하들과 다르게 방통은 내 오랜 친구이며 형제같은 사람이다.
매일 투닥거리던 사람끼리 이런 말을 하다니.
믿는다는 말.
친구끼리는 확실히 대놓고 진심을 담아 말하기 부끄러운 말이지.
으아! 손발이 오그라든다!
그리고 오그라들기는 방통 역시 마찬가지였나보다.
그의 귓볼이 빨갛다.
“너 술 마셨어? 얼굴이 완전히 붉어졌는데?”
“야. 꺼져.”
“에이~”
그 철면피인 방통이 이런식으로 부끄러워하다니.
난 그게 재밌어서 방통을 계속해서 놀렸다.
“성주님.”
방통과 투닥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처음 보는 병사다.
입고 있는 갑옷을 보니 호표기의 병사 같은데.
그를 보며 묻자 그는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병영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손가의 병사들이 치료를 거부하여 화타 선생께서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그래?”
이것들은 치료를 해준다고 해도 왜 이러는 건지.
일단 내가 가봐야겠다.
“넌 가서 손책이나 주유를 좀 데리고 와봐. 병영 쪽은 내가 가볼테니까.”
“알았어.”
호표기 병사와 함께 병영으로 갔다.
넓은 병영의 마당에 모여 있는 그들은 다쳐 있는 병사들을 가린 채 치료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다친 병사들도 마찬가지.
화타와 함께 온 의원들이 난감해하고 있을 때 난 화타에게 다가갔다.
“어르신. 무슨 일입니까?”
“이자들이 자기들은 이곳에서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이를 어쩌냐?”
“왜 그런답니까?”
“적에게 도움을 받는 것은 수치라고…”
하긴.
아직 이들을 완전히 끌어들이지 않았지.
필요에 따라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아군은 아니다라…
이거 참 현실을 아는 녀석들이군.
원래 인생이란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법이다.
손견이 아주 잘 가르쳤어.
“죄송합니다만 우리는 당신들을 믿을 수 없습니다.”
화타와 내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손가의 부대를 이끄는 이로 보이는 사내가 나와 말했다.
나이는 아마 황개와 비슷한 정도?
중년의 그는 두터운 팔을 보이며 차분히 말했다.
“대장들이 당신들의 도움을 받으라 말했으나… 아직까지 우리는 손 장군의 사람이오. 전투에 도움을 주신 것은 감사하나 확인되지 않은 자의 도움을 받는 것은 불가하오.”
“저기… 이름이?”
“손가의 무인. 주치라 합니다. 지금은 저들을 이끄는 대장입니다.”
딱 봐도 전형적인 무인이다.
말투는 공손하다만 말 그대로 날 믿지 못하는지 주치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날 노려보며 말했고 난 화타를 보았다.
“그냥 치료 안하면…”
“한 사람의 병자라도 난 살리고 싶다.”
“하아…”
화타에게는 빚을 져야 하니 난 뒤통수를 긁적거린 후 물었다.
“그래서? 저기 죽어가고 있는 애들도 똑같이 이야기하디?”
“그렇습니다.”
죽고 싶다는데 그냥 놔두면 안되나?
난 다시 한번 화타를 보았지만 화타는 붕붕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냥 해줄때 받지?”
“성주님의 호의에는 무척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안합니다. 그것이 규율이고 그것이 법입니다.”
“규율 위에 사람의 목숨이 있다는 생각은 안하나?”
“군인에게 있어서 규율은 목숨과도 같은 법. 아군이 아닌 적군에게 치료를 받는다면 그것은 무인으로서도, 병사로서도 수치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리면서 참 되게 뻔뻔하네. 확씨 다 쓸어버릴까보다.”
“그리 하시겠다면 어쩔 수 없지요. 저희는 당신의 도움을 받은 몸. 그러니…”
이걸 어쩌지?
맘같아선 응 그래 하고 넘어가고 싶은데 뒤에 화타 선생이 자꾸만 나보고 설득하라고 하니…
난 잠시 생각하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아! 이렇게 하는건 어때?”
“싫습니다.”
“…저기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어주지 그래? 아까 손책이랑 내가 대화하는 거 못들었나?”
“들었으나 아직 함께한다는 확답은 듣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내가 아무리 사람 설득하는 것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말을 끊어버리면 답이 없다.
어쩌지?
난 다시 화타를 보았지만 화타는 다시 해보라고 재촉했다.
아오! 중간에 껴서 이게 뭐야!
내가 당황하고 있을 때 멀리서 거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뭣들 하는 거냐!!”
예쁘고, 날카로운 목소리.
화가 잔뜩 난 듯한 목소리에 나와 주치, 화타는 그곳을 보았다.
“어? 청이 너 훈련하던거 아니었…”
“성주님. 잠시만. 제가 먼저 이야기하겠습니다. 이봐. 당신.”
조청을 위 아래로 흝어 본 주치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여군인가?”
“그래. 연주목 휘하 하비성주님의 부하인 호표기 제1대 부대장 조청이다.”
“여군? 흠. 나는 주치라고 한다.”
자기보다 훨씬 어린 조청이 갑옷을 입고 당당히 말하자 주치는 어리둥절해하더니 그녀의 직함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을 소개했다.
여자라고 무시하지 않는 것을 보니 그래도 괜찮은 사람 같은데…
“만나서 반갑군. 그보다 당신. 제정신인가?”
하지만 내 평가와 다르게 조청은 주치를 한껏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난 입을 다물었고 주치는 화가났는지 눈썹을 꿈틀거렸다.
“무슨 소리지?”
조청은 주치의 가슴을 툭 치며 무척이나 화가 난 어조로 말했다.
“군인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지?”
“규율. 규율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없다.”
“틀렸어.”
세상에.
조청이 규율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할 줄이야.
나와 날 데리고 왔던 호표기 부대원은 놀라며 입을 쩍 벌렸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군의 사기다. 규율이 존재하는 이유는 군이 군으로서 있기 위해 존재하는 것. 군인이 규율이 없으면 그저 도적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군의 사기다. 약한 군인은 죽는다. 약한 군인은 패한다. 약한 군인은 지킬 수 없다. 사기가 떨어져 의지를 잃은 순간 군인은 군인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조청의 말에 주치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나에게 군인에 대해서 설명하려는 건가?”
“똑바로 들어. 아직 내 말 안끝났으니까. 그러한 군인에게 가장 사기가 떨어지는 상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보급이 부족할때? 전황에서 밀릴때? 아니면?”
“…..”
주치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고 조청은 더더욱 화가 난 얼굴로 그의 가슴을 툭 쳤다.
“군인에게 있어서 가장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동료가 개죽음을 당했을 때다. 지금 네가 하는 행동은 네 동료를, 부하를 개죽음으로 몰고가고 있는 것이다. 어디 내 말이 틀렸나? 헛된 자존심을 내세우며 군인으로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는 군인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