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88
00188 갑작스러운 선택 =========================
“후우…”
손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 말, 그리고 주유의 표정에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다.
안그래도 저기 뒤쪽에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당장이라도 달려 들 준비를 하는 적군을 보며 난 담담히 말했다.
“날 믿지 못하겠다면 주유의 말을 듣는 것도 나쁘지 않을텐데. 주유는 너의 친우이며 너의 책사다. 그런 자의 말을 믿지 못하면 누구의 말을 믿겠나?”
“백부. 확실히 이번 거래는 나쁘지 않다. 그러니 믿어라. 저자를 믿지 못하겠다면 나를 믿어다오.”
주유의 말에 손책은 눈을 질끈 감았다.
주유가 말한 거래가 무슨 뜻인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손해가 아니야. 만약 잘못되었다면 원술의 밑에서 했던 일을 다시 하는 정도에 불과해. 어차피 원술의 밑에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위험하다. 그러니…”
“아아! 젠장! 공근! 널 믿겠다. 그래서? 우리가 당신의 밑으로 들어가라고? 좋아. 일단은 알겠어.”
“일단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럼 됐군. 이야기 할 준비는 된 것 같고… 돌아가라. 손책.”
“뭐?”
“저들을 끝장내라. 나와 함께 하기로 한 이상 저들은…”
난 검끝을 까딱거렸다.
그 끝을 본 손책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을 때 난 차분히 입을 열었다.
“‘우리’의 적이다.”
“……”
손책은 입을 꾹 다문 채 날 노려보았지만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노려보면 어쩔건데?
그가 몸을 돌리고 진영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며 난 주유에게 물었다.
“후회하지 않나?”
“그다지.”
“만약 네가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너희들은 원술 이상의 존재에게 잡힌 것일텐데…”
주유가 손책을 설득한 이유는 내가 한 정치가 손견의 대의와 유사하기 때문이었다.
백성을 사랑하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
그렇기에 그는 손책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신이 잘못된 행동을 한다면 저도 제 나름대로의 생각은 있습니다만… 그러니 걱정마시지요.”
“헤에. 그래?”
무슨 생각을 하려나.
난 주유를 향해 피식 웃은 후 옆에 서 있는 관우에게 말했다.
“관우. 넌 손책과 저기 원술군이 싸우기 시작하면 지원나가. 관평도 붙여줄 것이고 병력은 한… 천 정도? 그정도면 되겠지?”
“알겠소.”
“그리고 서황과 감녕. 너희들도 움직여. 너무 상대할 필요는 없고… 만약 손책이 패배하면 그때 달려들어. 저정도 적도 잡지 못한다면 손책은 정말 의미가 없는 자식이니까. 그리고 얘도 끝장이다.”
“흥. 백부가 고작 저들을 상대하지 못할 것 같소?”
“세상 일이라는 것은 모르는 거지.”
내가 주유를 옆에 잡아두고 남들이 싸움 구경이나 할 줄 누가 알았겠나.
“시작한다.”
공격 준비를 마친 이들이 앞으로 이동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꾼다.
손책과 손책을 따르는 장수들을 시작으로 손책의 병사들이 원술군과 싸우기 시작하자 난 관우에게 손짓했다.
“출발.”
“어떤 결과를 바라시오?”
관우는 언월도를 가볍게 잡아 올리며 싸늘히 말했다.
그동안 제대로 전투같은 것은 치뤄보지 못했겠지.
왠지 모르게 신나하는 관우를 향해 난 웃으며 말했다.
“아군을 제외한 전부… 절멸.”
“하하! 알겠소!!”
검은 수염을 흔들며 관우가 앞서 나간다.
그를 뒤따르는 관평.
그들을 뒤따르는 하비에서 키운 정예병 일천.
삼국지의 무신이라 불리는 관우가 병사들을 이끌며 적들을 쓸어버리려 나가자 난 감녕과 서황에게도 신호를 보냈다.
그들이 작전대로 움직이며 전투에서 패배한 이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포위망을 만들려 하는 동안 내 옆에 서 있던 주유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정도의 강병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훈련과 비용이 필요할텐데…”
“손가의 병사들도 강병인 것 같은데? 손견이 제대로 키웠나보지?”
“그렇습니다. 숙식을 함께하며 손 장군께서는 그들의 삶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럼으로써 강병을 이뤄냈지요. 손가의 정예병들…”
“그게 몇명이나 되는데?”
“원래는 칠천가량이었으나… 전투로 많이 죽었습니다. 아마 저들 정도가 전부일 것입니다. 강병이 아닌 일반병들도 꽤 있지만 그들은 뭐…”
주유가 입맛을 다시며 대꾸하자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반병을 강병으로 키울 생각을 하지 않고 강병이 없음만 아쉬워하다니.
곳간 속에서 인심난다고 지금 주유는 아닌 척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한계에 몰려 있는 듯 싶었다.
생각하는 것은 모두 자금을 중심으로 생각한다.
당연히 걱정이 되겠지.
당장 저들 손가의 힘을 가지고 데리고 나와봤자 할 수 있는 것은 방랑군을 움직이는 정도에 불과할 테니까.
내 밑으로 들어오는 것을 일시적인 허락이라고 생각하는 주유를 향해 난 빙긋 웃었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지만 나갈때는 아니란다.
전투가 종료되었다고 해서 바로 손책과 다른 이들을 끌어들일 수는 없을거다.
분명히 손책은 저항을 하겠지.
그에게 하비를 보여주어야 했다.
하비가 어떤지, 그리고 내가 하는 짓이 무엇인지.
그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손책은 절대 끌어들일 수 없다.
그를 굴복시키려면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현실을 보여주고 가르쳐야 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쩔지는 주유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난 더더욱 크게 웃었고 주유는 한숨을 내쉬었다.
“우하하핫! 어!? 오오. 싸운다. 이야~ 잘 싸우네~”
“좋습니까?”
“좋지. 나야 힘 안들이고 여유있게 놀면서 우리의 적을 물리치는 건데.”
관우를 따르던, 기존 하비의 병력을 좀 더 키운 하비 정예병, 그리고 관우, 관평.
이들 모두 아직은 완전히 내 사람이라고 할 수 없었다.
거기에 손책과 손가의 병력 역시도 내 사람은 아니다.
그들이 내 적인 원술을 막아주는데 안좋을 수가 있나.
손 하나 까딱 안하고 저들이 치고박고 싸우게 만들었는데.
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주유는 인상을 왕창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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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압!!”
손책의 도가 이풍의 철퇴를 튕겨낸 후 그의 목을 찔렀다.
피를 토하며 그가 마지막 가는 길에 한번이라도 더 공격하기 위해 창을 움직이려는 순간 황개는 자신을 찌르는 원술군 병사의 창을 빼앗아 이풍을 향해 던졌다.
가슴에 창이 박힌 이풍이 결국 허무하게 쓰러졌을 때 손책은 고정도를 휘두르며 외쳤다.
“기려어엉!! 덤벼라! 겁쟁아!”
“이 애송이가!!”
손가의 병력을 죽여나가던 기령은 이풍이 쓰러진 것을 보며 분노했다.
자신의 소중한 부관이며 동료인 그가 저따위 애송이에게, 결국은 배신을 해버린 쓰레기에게 죽어버리다니.
눈에서 불꽃이 나올 것처럼 이글거리는 눈으로 손책을 노려보던 기령은 이를 악물었다.
분하지만 여기서 손책과 싸울 수는 없다.
“하아아압!!”
달려드는 손가 병사의 목을 베어넘긴 기령은 이를 갈았다.
이미 패색은 짙었다.
손가의 강병이라고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문제는 손가의 강병이 아니었다.
저 검은 수염의 남자.
저 자와 저자가 이끄는 병력이 문제였다.
“흐읍!!”
낮은 기합성과 함께 언월도를 한번씩 휘두를 때마다 두, 세명씩 죽어나간다.
부하들이, 동료들이, 주군의 병사들이.
원술의 힘이 깍여나간다.
“오늘 여기서 죽으리!!”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승리를 자신할 수는 없었다.
손책이 배신을 하고 하비성주에게 붙었다면 할 수 있는 일은 여기서 적들을 최대한 많이 죽이는 것 뿐.
그리고 그 대상은 다름아닌 손책의 병력이었다.
저들 하나하나는 손가의 정예병력이다.
손견을 따르며 그와 함께 숙식을 함께해 이제는 다시 만들 수 조차 없는 정예들.
그렇다면 그 힘이라도 깍아놓는다.
감히 자신의 주군을 배신한 쓰레기에게 힘을 줄 수는 없다.
“기려엉!”
“너따위 애송이와 놀 시간 없다!!”
달려드는 손책을 쳐내 밀어버린 기령은 포효하며 붉은색 천을 두른 손가의 병사들에게 달려갔다.
삼첨도 한번을 휘두를 때마다 그것을 막지 못한 이들이 죽거나 큰 부상을 입는다.
“좀더…”
더 많이 죽여야 한다.
한명이라도 더.
조금이라도 더 저 빌어먹을 애송이의 힘을 깍아야 한다.
“흐읍!”
정보와 황개가 무기를 휘둘러 자신을 공격하고 조롱하며 끌어들이려 했지만 기령은 상대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의 공격을 막아낸 후 다른 곳으로 이동할 뿐.
자신을 지키던 호위병들이 하나 둘 씩 쓰러져갈 때마다 눈물이 나왔다.
“주군… 주군…”
한방울 눈물이 떨어질때마다 원술의 모습이 떠올랐다.
원가의 적자라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그는 소탈했다.
도련님이라 불려도 모자랄 사람이었지만 그는 마을 사람들을 좋아했다.
그는 언제나 당당했고, 언제나 강했다.
많은 이들이 그를 좋아했다.
약자든, 강자든.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하아아압!!”
삼첨도가 휘둘러지며 한 병사의 목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그것을 잡아 자신에게 달려오는 병사를 향해 던져 그를 막은 기령은 팔에서 흐르는 피를 보고 히죽 웃었다.
“…주군.”
예전 일이 떠오른다.
원술을 지키기 위해서 수십의 산적을 상대로 혼자 싸웠을 때.
자기도 나서겠다고 울부짖으며 자신을 말리려던 그를 안심시키려 힘껏 웃었을 때.
엄청난 상처로 생사를 오갔을 때 원술은 자신의 비단옷을 찢어 어떻게든 피를 막아주려 했었다.
“악취!! 교유!!”
“젠장!! 왜 부르쇼!!”
“흐랴아압!!”
악취는 인상을 구기며 외쳤다.
이미 그도 꽤나 많은 상처가 나 있었다.
전황이 불리해지자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자신들은 포위되어 있었다.
저기 멀리서 실실 웃고 있는 빌어먹을 하비성주의 병사들에 의해서.
결국은 이곳까지 밀려 온 악취가 화를 내며 외치자 기령은 씩 웃었다.
“너 이새끼. 건방져.”
“뒤지게 생겼는데 그럼!! 여기서 예의 차릴까! 하아압!!”
장창을 움직여 하비군의 병사 하나의 목을 꿰뚫은 악취는 그 병사가 창을 잡고 놓지 않자 망설임없이 창을 버린 후 바닥에 있는 병사의 창을 걷어차 올려 잡았다.
“사실 오늘 넌 죽을 운명이었다.”
“그럴 것 같았다! 이 개새끼야! 너도 오늘 죽을 운명이었거든!?”
자신이나, 악취나.
서로를 싫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웃기는 일이다.
서로 죽여야 할 상대가 등을 맞대고 싸우고 있다니.
“그러니 오늘!!”
“염병하네!!”
“우리는 죽는다!! 죽음으로써!! 주공께 힘을 드린다!!”
“말 안해도 압니다!!”
교유와 악취가 빠르게 튀어나간다.
밀리고 있는 아군을 구원하기 위해 그들이 달려나가자 기령은 어느새 자신의 앞으로 온 황개를 향해 말했다.
“하. 빌어먹을 늙은이.”
“늙은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젊은 것 같은데.”
“개소리 집어 치우고… 당신은 딴 놈들이랑 놀지그래!!”
자신과 비교해서 무력이 전혀 밀리지 않는 황개와 싸우다간 손가의 병사를 더 잡지 못한다.
포위되어버리면 끝장이다.
그는 품에 챙겨 둔 단검을 그에게 던진 후 자리에서 일탈했다.
“도망치는거냐!?”
“미친! 어차피 뒈질거 한놈이라도 더 데려가려는 거다!!”
기령이 도망가며 손가의 병사들을 공격하자 황개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저자가 날뛰면 날뛸 수록 손가의 병사들이 죽어간다.
저 강병들.
저들을 키우기 위해 손견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고 있는 황개는 한당과 정보에게 외쳤다.
“저자부터 죽이자!!”
“몰아!”
“멈춰라!!”
세 장수들이 자신을 뒤쫓는 것을 보며 기령은 씩 웃었다.
그래.
그렇게 움직여라.
너희들이 쫓는 동안 교유와 악취는 더 많이 움직일테니.
만족스럽게 웃으며 기령이 교유와 악취가 있는 쪽을 보았을 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삼첨도를 내려버렸다.
“…세상에.”
“커억…”
“윽…”
어느새 안쪽으로 파고 든 검은 수염의 사내.
긴 검은 수염을 휘날리며 그가 크게 언월도를 휘둘렀을 때 교유가 한방에 몸이 두쪽으로 니뉘어지고 악취가 치명상을 입어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그의 위로 손가의 병사들이 들고 있던 창이 떨어진다.
“네노오옴!!!”
“오거라.”
여기서 쓰러져서는 안될 사람들인데.
좀 더, 주군을 위해서 움직여야 할 사람들인데.
기령은 분노로 인해 터져버린 피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달려갔다.
저 둘이 쓰러져버리면 어차피 의미는 없다.
한당 하나도 감당하기 힘든데 황개와 정보까지 상대하면 자신은 금방 죽어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계획을 무너트린 저 개자식이라도 죽인다.
하다못해 저 팔이라도 잘라버린다.
거구인 그에게 달려간 기령이 삼첨도를 휘둘렀을 때 관우는 그 공격을 침착하게 막아내었다.
피눈물을 흘리며 방어따위 하지 않는 그의 필사의 공격을 힘겹게 막아낸 관우는 이를 악물고 언월도를 크게 내리찍었고 그 공격에 기령은 뒤로 날아가 바닥을 굴러버렸다.
“강자군.”
“크흐… 조롱하는거냐!?”
“아니… 다시 와라. 이번에는 나도 진심으로 간다.”
일격을 막았을 뿐인데 왼쪽 팔이 부러진 것 같다.
양손을 써야 하는 삼첨도는 더 이상 쓸 수 없다.
그것을 떨어트리고 바닥의 창을 차 올려 잡은 기령은 한손으로 창을 꽉 잡은 채 관우에게 달려갔다.
“흡!!”
목숨을 건 찌르기.
기령의 찌르기는 관우의 갑옷에 확실히 닿았다.
하지만 그 힘을 주기 전에 관우의 언월도는 이미 기령의 가슴을 크게 베어버린 후였다.
“크어억…!”
가슴이 갈라진다
두근거리던 심장이 터져나오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기령은 천천히 허물어졌다.
허나 편히 누울 수 없다.
과거의 기억이 눈 앞에 떠오른다.
원가의 정원.
정원에 나와 있던 어린 원술.
그의 옆에서 검을 휘두르며 훈련하던 자신.
하늘을 가리던 구름이 걷어지며 한줄기 빛이 내려왔다.
그 빛 속에서 원술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마치 하늘을, 태양을 잡으려는 것처럼.
어린 아이의 치기어린 야망에 불과했을지 몰랐지만 그때의 그는 멋있었다.
검을 휘두르던 것도 멈춘 채 자신은 그를 바라보았었다.
“주군… 쿨럭!!”
아마 그때였을 것이다.
그를 평생 따르기로 마음 먹었던 것이.
그저 명가의 도련님이라 생각하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따를 만한 주군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커어억! 쿨럭!!”
누워서는 안된다.
쓰러져서는 안된다.
한쪽 무릎이 굽혀지지 그래도 기령은 버텼다.
버티고 서서 자신을 죽인 사내를 노려보았다.
“네놈은…”
“관우. 마지막으로 할 말은?”
“…크… 쿨럭! 넌… 늑대를 구한거다… 커억! 쿨럭! 쿨럭!”
“……”
“저주하겠…카악!! 윽…! 크흐흑… 지옥에서…. 쿨럭! 쿨럭! 네…놈도…크흐흐… 네놈이 모시는….컥! 우웩! 쿨럭! 놈도… 쿨럭!! 겨…쿠웨엑!”
심장이 멈춰가며 피가 역류한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 온 피를 토해내며 기령은 관우를 노려보았다.
“결국은…저놈들의… 배신에… 피눈물을…커억… 흘리며…죽고 말…”
“편히 가시오.”
기령을 내려다보며 관우는 언월도를 들었다.
하늘로 높게 뻗어진 언월도의 끝.
고개를 살짝 드는 것 조차도 천근을 드는 힘이 든다.
그래도 들었다.
그곳에 하늘이 있으니까.
원술이 보여주었던 파란 하늘이 있으니까.
‘주군…’
언월도가 내려온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언월도가 아닌 원술과 함께 보았던 저 파란 하늘에 꽂혀 있었다.
‘잠시 휴가를…받겠습니다. 부디 천하를…’
언월도가 내리쳐지는 순간 기령은 씩 웃으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