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94
00294 당신의 시간 =========================
“어서 오세요.”
정 부인보다 더 젊어보이는, 아무리 많게 봐도 두열 정도의 나이대로 보이는 아름다운 여인은 날 보자 빙긋 웃으며 반겼다.
그녀에게 인사를 한 나는 조비가 나가는 대신 뒤로 물러서자 웃으며 물었다.
“안고 계신 아이는…?”
세, 네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안겨 있는 것을 보며 내가 묻자 그녀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꼬물거리며 품에 안긴 아이는 힐끔 날 보고 베시시 웃었다.
“안녕~”
“그래. 안녕이다.”
“식이가 장군을 잘 따르는군요.”
“식…”
그럼 저 아이가 조식이라는 건가?
조창은 어디갔지?
칠보시로 이름을 알렸던 조식은 날 향해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그를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준 나는 변 부인의 시선에 쓴웃음을 지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요. 생각보다 아이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아니 절 어딜 봐서 아이를 싫어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저 아이 좋아합니다.”
“글쎄요? 후훗. 앙이를 구해준 것에 대한 감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진심일까?
조앙이 아들이라고는 하지만 친아들이 아니었다.
그가 있으면 조비가 후계자가 되지 못할텐데 변 부인은 날 향해 그저 상냥히 웃을 뿐 이었다.
저걸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가 고민하고 있는 동안 그녀는 안고 있던 조식을 내려 놓았다.
조식은 아장아장 걸어와 내 바지를 잡고 물었다.
“형아. 형아.”
“응?”
“이거.”
손에 쥐고 있던 작은 노리개를 내민다.
그것을 받은 나는 피식 웃었다.
“난 괜찮아.”
“이거 주께.”
똘망똘망한 눈으로 날 올려보는 조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것이 기분이 좋은 것일까?
조식은 또다시 베시시 웃었다.
“식이가 잘 따르는 것을 보니 보기가 좋네요. 이제 가족이 될 것이라 들었습니다. 장군께서 조공을 부디 잘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약소하지만 선물입니다. 장군께 드릴만한 것은 아니지만… 부디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변 부인은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비단 꾸러미를 나에게 주었다.
그것을 받아 펼쳐본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무슨 의미입니까?”
보자기 안에 있는 것은 꽤나 고급스러운 소검이었다.
가볍게 검을 반쯤 뽑아 본 내가 묻자 변 부인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장군이라고 하시길래 좋은 검을 구해드린 것입니다만. 전장에서 고기를 자르거나 짐을 꾸리는 밧줄을 자를때라도 써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구한 것입니다.”
그런데 쓰기에는 너무 좋아보이는데.
변 부인은 오히려 내 질문이 더 이상하다는 듯 의아해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별 뜻이 없는 걸까?
검을 받아 챙긴 내가 허리를 숙이자 그녀는 활발한 웃음을 지었다.
“후후후~ 약소한 선물이랍니다. 그럼 우리 청이를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조공을 언제까지나 도와주시길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바쁘신 분을 오라가라 해서 죄송합니다. 어쩌죠?”
“아뇨. 이정도야 뭐.”
그저 이 검을 주고 싶었던 것일까?
변 부인은 차분히 웃은 후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가볍게 목례했다.
그녀의 목례를 받은 나는 조비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어머님께서는 정무나 군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십니다. 장군에 대해서 아는 것은 아버님을 돕는 것과… 형님을 구한 정도 밖에 모르시지요.”
“그렇습니까?”
“예.”
“흐음…”
앞서 걷던 조비는 발걸음을 멈췄다.
나가는 문은 아니다.
그가 멈춘 곳은 작은 방이었다.
“제 방입니다. 간단하게라도 차를 한잔 하시겠습니까?”
이야기를 지금 하자는 건가.
조비는 몸을 돌린 후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말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지요.”
“감사합니다. 시간을 내주셔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앉자 조비는 스스로 차를 끓여 나에게 대접해주었다.
딱히 다도술이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다.
쌉쌀한 차를 홀짝거리며 조비가 말을 꺼내길 기다리던 나는 방 한구석에 놓여져 있는 장검을 보았다.
“훈련을 하시는가 보군요.”
“저도 형님처럼 언제 전장에 나설지 모르는 몸입니다.”
“그렇습니까. 단련을 하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저도 어렸을 때는 꽤나 몸이 약했지요.”
“그러십니까? 의외군요.”
“사실 지금도 무예에 대한 자질이 없습니다. 이 검을 받아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군요.”
변 부인에게 받은 검을 들어올리며 느긋하게 말하자 조비는 피식 웃었다.
어린 아이 답지 않은 그 웃음에 난 검을 탁자 위에 올려 놓은 후 물었다.
“당신입니까?”
“예.”
조비는 눈을 빛냈다.
“제가 그 검을 장군께 드리자고 어머님께 청했습니다.”
“이 검을 제가 받는다하여 제가 당신의 사람이 될 것이라 생각하신 것은 아닐 것이고…”
조비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무에 대해 관심도 없고 정사에 대해 관심도 없는 변 부인이 무관인 나에게 검을 준다는 의미를 알리 없었다.
좋은 검을 장수에게 준다는 것은 그 검으로 자신의 적을 없애달라는 신뢰의 표시나 다름없었다.
조비가 그것을 변 부인에게 청했다는 것은 조비가 나를 부하로 끌어들이길 원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맞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뭔가 한가지 놓치고 계신 것이 있군요.”
“형님께서 아버님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내 말에 조비는 빙긋 웃었다.
“한가지만 여쭙지요. 장군께서는 가진 위명만큼이나 정치적인 식견도 대단하시다 들었습니다. 그런 장군께선…”
조비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
“형님께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요놈봐라?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조비의 모습에 난 피식 웃었다.
기분나쁠만도 하겠지만 조비의 얼굴은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
“자질이라면?”
“아버님의 후계가 될 수 있는 자질.”
단 둘이 되고 나서야 조비는 자신의 야망을 드러내었다.
조앙에게 후계자로서의 자질이 없다고 평하고 있는 것이다.
“제 형님이라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형님은 아주 대단하신 분이지요. 효심도 효심이고 전장에서도 물러남이 없는데다가 사람들에게 많은 호감을 사고 있습니다. 아주 훌륭한 사람입니다.”
“그렇지요.”
“창기대를 이끌며 황건적을 토벌하고, 또 지금도 많은 이들이 형님을 좋아합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형님께는 한가지 중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게 뭔지 아십니까?”
지배자라기에는 큰 문제가 될 만한 것을 조앙은 가지고 있었다.
조비는 자신있게 물었고 난 무덤덤히 대꾸했다.
“절대 자신의 사람은 버리지 않는다.”
“맞습니다. 역시 대단하시군요.”
소년이라 생각되지 않을 야심이 가득 담겨 있는 미소를 지으며 조비는 차를 한모금 마셨다.
“형님은 위대한 장군이고, 또 위대한 성인이 될 수 있는 분입니다.”
“그래서요?”
“하지만 필요하다면 끊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형님께선 절대로 그러지 못 하시지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당신께선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단호한 어조로 그는 날 똑바로 보며 말했다.
“저는 필요하다면 세력을 위해서 가족조차 버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강해질 수 있지요. 그렇기에… 천하를 노릴 수 있지요.”
확실히 조조의 아들이라고 생각되는 발언이었다.
지나칠 정도의 자신감을 보이는 그는 자신의 작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렇기에 저는 이 손안에 천하를 거머쥘 수 있습니다.”
“대단하시군요.”
“그러니 장군께 말씀드리겠습니다. 형님을 설득하여주십시요. 형님께서 후계자 자리에서 물러나고, 저를 지지하게 만들어주십시요. 그렇다면…”
“….”
“저는 장군께 드리겠습니다.”
“뭘 주시겠다는 겁니까?”
그의 자신만만한 어조에 난 피식 웃었다.
“당신이 저에게 줄 것이 있습니까? 당신이 저에게 무엇을 줄 수 있단 말입니까?”
지금까지 조비가 보인 업적은 전무했다.
황건적때부터 조조와 함께 황건적을 토벌하고 크고 작은 일을 해가며 조조를 도왔던 조앙과 다르게 조비는 아무것도 보인 것이 없었다.
그런 그가 무엇을 줄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웃으며 묻자 그는 여유롭게 말했다.
“있지요. 제가 후계자가 된다면…”
“…..”
“드릴 수 있지요.”
“뭘요?”
“무소불위의 권력을. 조가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높은, 태상의 자리를 드리지요. 당신께서 저를 지지하고, 저를 도와주시기만 한다면 말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이라. 지배자가 되겠다 공언하신 분 치고는 좀 허무맹랑한 이야기네요.”
조비는 지배자를 꿈꾼다.
그런 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준다?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내가 쓰게 웃으며 말하자 조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군께서는 그냥 태사의 자리에 앉아계시면 됩니다. 그 누구도 장군을 무시하지 못하고,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장군을 존경하게 될 것입니다.”
태사는 엄밀히 말하면 명예직이다.
태자의 스승이며 왕의 스승이기도 한 자리다.
그런 자리를 주겠다라.
“뒷방 늙은이로 만들겠다 말씀하시는 겁니까?”
“좋지 않습니까? 부와 권력, 명예. 힘이 없을 뿐이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자리입니다. 장군께서도 언제까지 전장을 다니시지는 않으실 것 아닙니까. 또한 장군을 따르는 이들과 연계한다면 태사가 됨으로써 놓아야 할 군사권에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입니다.”
“흠…”
아직 스무살도 되지 않은 나에게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닌 듯 싶었지만 나에게 있어서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태사가 된다면 어쨌든 나에게 함부로 할 사람은 없어지게 된다.
실제 권력은 소유하지 못하겠지만 그 권력을 가진 이들도 굽신거리며 존경을 표해야 하는 자리다.
그것을 약속하는 조비를 향해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는 않군요.”
“그렇지요?”
“하지만 그것을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습니다. 아직은 힘들지요. 전 미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적어도 십년, 길어도 이십년 후의 이야기를.”
조비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당했다.
자신이 후계자가 되고, 또 조조가 천하를 잡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며 말하는 것이었다.
“아직 원소도 잡지 못했습니다.”
“네.”
“조공께서 황제 폐하를 모시고 있지만…”
“언제 아버님께서 다른 세력에게 당할지 모른다고 말씀하시려는 겁니까?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정세로 본다면… 아직은 모르는 일이지요.”
“그러니 원소라도 잡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아… 그것때문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진 장군.”
“예.”
조비는 눈을 반짝거렸다.
흥분으로 달아 오른 그의 얼굴에 야망이 드러났다.
“원소를 잡을 때 저를 데려가 주실 수 있으십니까?”
내 밑에서 종군하겠다는 건가?
조비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청주에서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청주를 가지기 위해서 청주 도독과 함께 움직였지만 실제로는 청주의 반도 차지하지 못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요? 그게 문제라도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요.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만약 그때… 제가 장군과 함께 했다면 장군께서는 무리를 할 수 있으셨겠지요.”
얘가 오해를 하고 있네.
내가 청주에서 움직이지 못한 이유가 원소와의 마찰을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조와 말했던 것처럼 후방의 안정, 그리고 뒷치기와 빈집털이의 위험을 대비하기 전까지 조조는 함부로 움직이지 않으려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것을 생각했기에 아직까지는 원소와 싸우지 않으려 했고.
하지만 조비는 내가 조조의 명령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원소와 붙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난 히죽 웃었다.
“공자께서 하시는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그럼?”
“허나 이렇다 할 확답을 드릴 수는 없겠군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전 아직 공자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과연 공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지배자의 자질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것을 증명할 만한 어떠한 업적이라도 쌓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말씀드리는 겁니다. 장군의 부대에서 종군하여 저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제 밑으로 들어와 움직이시겠다는 겁니까?”
“필요하다면.”
도전적인 눈으로 날 바라보는 그를 향해 난 웃었다.
“죄송합니다. 그건 곤란하겠습니다.”
“왜… 입니까?”
거절당할 줄은 몰랐나보다.
조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날 보았고 난 차분히 말했다.
“원소와 상대할 때는 저 역시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전장은… 아마 굉장히 위험하겠지요. 그곳에 군주가 되실지도 모르는 분을 보낼 수는 없지요.”
내 대답에 조비의 얼굴이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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